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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보조금 정책의 모순과 복잡성

2010. 10. 15. 01:26이야기들/사회·문화 이야기

 수출보조금이란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국가가 수출재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연구·개발을 위한 지원금과 달리, 이는 통상적으로 불공정한 무역행위로 알려져 있으며 따라서 관세문제와 함께 정치적으로 화제가 되곤 한다. 특히 많은 이들은 관세와 수출보조금을 같은 관점에서 취급하여 타국의 수출보조금이 자국 무역에 해를 준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정말로 그럴까? 

 의외로 답은 '아니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학적으로 볼 때 수출보조금의 지급은 그 지급국가의 무역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실제로 무역의 손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교역조건에 있어서 수출보조금은 그 당사국에 해를 끼치고 오히려 그 보조금이 들어간 재화를 수입하는 다른 국가에게 이득을 준다는 것이다.  

 의아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래의 사고과정을 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수출보조금이 교역조건에 미치는 영향


정의: 

교역조건이라 함은 해당국가의 수입재에 대한 수출재의 상대적 세계시장가격으로 나타나며, 수출재의 상대적 세계시장가격 상승은 교역조건의 향상을 의미한다. 교역조건의 향상은 무역이득의 증가를 의미한다.

전제:
0. 두 국가 사이에서 양국은 두 개의 재화를 생산하며 서로 다른 재화를 서로 다른 수출재와 수입재로 지닌다고 가정한다.
 - 양국은 두 재화 중 상대적으로 많이 생산하는 재화를 수출하며, 세계공급·수요에 의해 각 재화의 세계시장가격이 형성된다.
 - 수출재의 경우, 생산한 국가의 국내시장이 우선적으로 소비한 후 남는 양이 세계시장에 수출된다.  
 - 일반적으로 양국은 무역을 통해 서로 그들이 수출·수입하는 두 재화의 총합(후생)을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도록 생산·무역한다. 

1. 시장에서
     어떤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 그 공급(생산)이 늘어난다.
     어떤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 그 수요는 줄어든다.

2. 일정한 시점에서
     한 재화의 공급이 늘면 그 재화의 상대적인 가격은 내려간다.
     한 재화의 수요가 줄면 그 재화의 상대적인 가격은 내려간다.

3. 완전경쟁상태의 폐쇄경제 내에서 재화의 가격은 그 생산비용과 같다.

 

수출보조금의 효과:
위의 전제 하에서, 자국이 수출을 더욱 늘리기 위해 자국의 수출재(이하 재화A) 생산업자에게 수출액의 20%만큼 수출보조금을 지급하였을 경우,

지급된 수출보조금은 그대로 재화A 생산비용에 보태지게 된다.
따라서 자국내에서 재화A의 상대적 가격은 본래 세계시장가격보다 20%만큼 올라가게 된다.

국내에서 재화A의 상대적 가격이 올라갔으므로,
국내의 생산자들은 재화A의 생산을 늘리게 된다.
국내의 소비자들은 재화A의 소비를 줄이고 다른 재화(=수입재)의 수요를 늘릴 것이다.

국내에서 소비되지 않고 남은 재화A는 수출을 위해 세계시장에 공급된다.
따라서 세계시장에서 재화A의 상대적 공급량은 늘어나는데 반해 상대적 수요량은 줄어, 재화A의 세계시장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재화A를 수출재로 삼고 있는 자국은, 재화A의 세계시장가격이 낮아졌으므로 교역조건이 악화된다.
재화A를 수입재로 삼고 있는 타국은, 재화A의 세계시장가격이 낮아졌으므로 상대적으로 자국 수출재의 세계시장가격이 높아져 교역조건이 향상된다.

결과, 수출보조금을 지급할수록 그 국가의 교역조건은 악화된다. 즉, 무역이득이 감소한다.



 따라서 순수하게 국제무역의 입장에서 보자면, 정부는 자신이 수입하는 재화에 대해 수출보조금을 지급하는 다른 국가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장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수출보조금에 의해 해당 재화를 더 싼 가격에 수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는 돈을 다른 재화에 활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당연히, 그런 행동을 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경제시장체제 국가의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타국의 수출보조금을 비난한다. 위에서 살핀 바에 따르면 이는 전혀 경제적이지 못한 처사이며 모순된 일이다. 이쯤 되면 뭔가 따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관점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즉, 경제적인 면이 아니라, 정치복합적인 면에서 이 문제를 살펴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문제의 본질은 확연히 달라진다.

 타국이 그들의 수출재에 대해 수출보조금을 지급하면 확실히 위에 예시한 과정을 통해 국가전체적으로 이득이 된다. 그러나 자국의 그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에 종사하는 계층들은, 해당하는 재화의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는 점 또한 명백하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들은 이후 더 많이 창출될 다른 산업으로 옮겨가야겠지만, 실제 세계에서 이러한 일자리의 유동성을 반기는 이들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이쯤 되면 답이 나온다. 경제문제에서 성장과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적절한 분배에 관한 문제이다. 무역상대국의 수출보조금에 의해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다른 일자리로 옮겨가 적응할 때까지 상대적으로 손해를 봐야 한다. 즉, 타국의 수출보조금은 국내의 소득분배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는 사회문제 뿐 아니라 정치인들의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한 사항일 것이다. 당연히 정치인으로선, 그리고 관련산업종사자로선 이 문제를 간과하기 어렵다.

 수출보조금에 관한 문제는 또 있다. 세계가 여러 개의 국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수출보조금은 당초 예상보다 더 복잡하게 세계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쟁국이 미국이 주로 수출하는 재화에 대해서 해당하는 자국생산자에게 수출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그 국가는 물론 미국까지 덩달아 손해를 보게 된다. 당연히 와교·정치의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제무역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면 및 이론과 실제의 차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폭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