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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및 FTA에 앞서서 한국이 생각해봐야 할 점은 없는가

2011. 11. 23. 01:25이야기들/사회·문화 이야기


최근 한미FTA가 말썽이 되는 것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이 글을 통해 자유무역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그 느낀 바를 토로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자유무역은 크게 다음의 두가지 논리에 의해 전개된다고 규정된다.

첫째, 비교우위에 의한 자유무역.
둘째, 규모의 경제에 의한 자유무역.

비교우위에 의한 무역은 쉽게 말해서 A국의 더 싼 재화가 B국의 더 싼 재화와 서로 교환된다는 의미이다. 서로 다른 싼 물건을 독점생산한 후 상호교환하므로 결과적으로는 무역에 참여한 모든 국가에서 물가가 내려가고 효용은 증대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허나 그 대가라고 할까, 각국내의 산업 측면에서는 서로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산업분야가 발달하는 반면에 더 비싸게 만들던 산업분야가 도태되므로 산업종사자 및 계층 간에 빈부차이가 심화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한편 규모의 경제에 의한 무역은 비교우위와 달리 서로 비슷한 산업분야 내에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기업들이 기존의 한 국가에 한정되던 자동차 시장을 다른 국가의 자동차 시장까지 확장하게 되면서 더 큰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무역은 각국의 산업발달정도가 같다는 전제 아래, 각국내 산업종사자 간에 빈부차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물가를 내려가게 할 수 있다. 단 산업발달정도가 다를 경우 국제적인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기 힘든 분야가 있는 국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 

그럼, 한미 FTA는 과연 어디에 중점을 두고 체결되었을까.
비교우위? 혹은 규모의 경제?

미국과 한국은 둘 다 2, 3차 산업이 주력인 국가이다. 물론 농업은 분명 미국이 비교우위에 있으나, 그것을 위해 FTA를 추진할 정도로 미국이 농업에 매달리는 국가인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측은 농업을 아예 버림패로 썼으나, 미국측 또한 농업을 위해 빅딜에 나설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두 국가 다 2, 3차 산업에서의 이익이 목적이었을 터다.

따라서 한미FTA는 비교우위를 적용할 측면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적용할 측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이전정권 및 현정권은 한국과 미국의 산업발달정도가 비슷하다고 계산을 했을 것이고 따라서 두 국가의 시장이 합체할 경우 두 국가의 기업들 모두 5% 가량 추가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이 효과란 것은 서로 타국시장에 진출이 가능한 기업에 한정해야 하겠지만, 단순계산상으로는 이익이 컸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현재 한미FTA 그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혹자는 독소조항이나 국제법 운운 하면서 비판을 하나, 그것은 보호주의와 무역주의 차원의 관점에 따라 찬반 갈리는 부분일 뿐 근본적으로 옳다 그르다를 논할 부분이 아니라고 본다. ISD가 실질적으로 국권침탈이라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FTA를 한다고 해서 모든 공기업이 민영화가 되는 것도 아니다. 1차 산업이 타격을 보겠지만 다른 부문에 기대이익이 있는데다가 1차 산업 관련자들은 사실상 소수라서 대세가 되기 힘들다.

그렇다면 진정한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여기까지 잘 읽었다면 논지의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나는 FTA에 대한 말썽은 FTA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경제환경의 특이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이 인식하는 한국경제환경은 간단하게 표현해서 '대기업 독식 및 양극화 극대에 더불어 다수 중소기업의 막장화와 자영업의 고사가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다. SSM이 말썽이 되었던 것도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정부에서는 이걸 고친다고 입은 외치는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변한 체감이 없다.

그렇기에 현재 FTA추진 세력인 정부와 보수정당이 신뢰를 잃었다. 게다가 한국은 경제적으로 참 비양심적인 국가이다. 무슨 소리냐하면 근로기준법 같은 기본적인 법조차도 제대로 지키는걸 멍청이 취급하는 국가라는 말이다. 사장한테 근로기준법대로 수당 주고 대우해달라고 요구하면 사장이 아니라 동료들에게조차 바보로 낙인찍힐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자신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근본적으로 존중도 없고 신뢰도 없다.

FTA로 돌아가서, 지금 이러한 한국의 현실에서 FTA를 실현하여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시장을 확대시켰다고 가정해보자. 시장이 확대되는데 '대기업 독식 및 양극화 극대에 더불어 다수 중소기업의 막장화와 자영업의 고사가 진행중'인 현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현재의 폐악이 더 큰 폐악이 된다. FTA의 장점은 기득권층만 배불릴 것이고 일반국민들에게 체감은 전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이는 심리적 박탈감의 심화로 이어진다. 헌데 정권 잡은 이들은 이러한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그 누구도 보여주지 않았다. 동반성장위원회라고 뭔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별 체감도 없이, 여전히 다수의 자영업자는 압박받고 있고 노동자들은 짜증만 난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이상한 방법으로 땅을 샀고, 여당은 실질적인 소통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 반면에 진짜 앞날이 깜깜한 1차 산업 관련자들은 진심으로 울부짖는다.

진정성의 차원이 다르다. 분노한 일반국민들에 어디에 끌릴지 역시 자명하다.
결국 FTA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다수 국민들의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가 진짜 주체이다. 이는 심히 정치적인 문제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이를 선동에 조작된 여론이라고 매장하려 하였고 무시했다. 당연히 분노는 더 커지고 자연히 정부 및 여당, 더 나아가 이제까지의 기득권층 그 자체에 대한 반발로 여론이 흘러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묻고 싶다. 

한미 FTA에 앞서 한국에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닐까.
기득권층의 독식과 다수국민들의 심리적 박탈감의 괴리를 우선 정치경제적으로 봉합해야 했던 것 아닐까.
그리고-

기득권층이 대다수 국민들을 너무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분명히 말하건대, 한미FTA를 했다고 해서 한국내부에 근본적 변화가 찾아오진 않을 것이다. 체감상 큰 문제는 없을 터다. 기득권층도 그것을 알고 있을 터이고, 대부분 보수가 유리했던 한국 정치판에서 현상황의 고수는 나쁜 것이 아닐 것이라고 계산했는지도 모른다. 허나 지금은 일반 국민들도 SNS 등으로 자유로이 의견을 개진하고 교류하여 대세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옛날과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인 것이다. 

지금의 한국은 이런 점들부터 제대로 깨달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