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 18. 18:04ㆍ이야기들/미소녀 게임 이야기
다카포2. 사골의 악명 때문에 처음에는 다카포1에서 만족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뭔가 걸려서 간단히 하려고 했는데 그만 빠져들게 되더군요.
알고보니 다카포2는 전작의 완전한 종결 역할까지 맡고 있었던 겁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이 그동안 시나리오의 이상한 점을 커버하면서 여운을 남기지요.
2에서 옛 두 마법사-사쿠라, 준이치-가 살아있다는 것은 헛설정이 아니었고, 바로 마지막 DC의 완결을 완성하기위한 설정이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전작인 DC 및 DCSS에서도 보였지만, 주인의 통제영역에서 벗어나는 벚나무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그들만의 유토피아(축복)를 끝내 지키려했던 마법사들의 마지막 삶이랄까요.
결국 DC2의 진정한 주인공은 사실 사쿠라라고나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전작인 DC에서는 모두가 살기위해, 마법사-사쿠라-가 자신의 유토피아를 포기하고 맙니다. 애정은 마법보다도 강력한 힘이라는 것 및 축복과 저주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모두의 욕망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작품의 메시지였죠. 이런 경과로 사쿠라는 마법에 의한 행복을 부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DC2에선 유토피아를 다시 시도하게 됩니다. 이는 DCSS의 외전드라마에서 이유가 나옵니다만, 아이시아의 사건을 통해서 사쿠라의 심정이 변화한 것에 기인합니다.
물론 DC2에서도 지지 않는 벚나무 자체는 축복과 저주 두 형태로 나타납니다. 다만 전작의 경우, 벚나무를 다루는 마법사의 '욕망'이 주된 문제가 되었던 반면 DC2에서는 단순한 욕망이 아닌 '희망'이 문제거리가 되지요.
사쿠라는 DCSS에서 아이시아의 일을 겪으면서 마법에 대한 희망을 되찾은 후, 좀 더 합리적으로 자신을 포함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마법을 실현시키기 위해 직접 지지 않는 벚나무를 개량하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에 외로움을 달래려 그 나무를 섬에 이식하여 자신의 소원을 빌고 자신의 양아들-요시유키-을 얻습니다. 개량된 벚나무는 처음에는 역할을 잘 수행했지요. 그러나 결국 결말은 똑같아서 역시나 나무가 폭주를 합니다.
결국 마법사가 만든 유토피아의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지지 않는 벚나무'라는 이상적인 자동시스템 하나만으로는 유토피아를 이끌어 줄 수 없었던 겁니다. 벚나무의 마법사는 결국 여기서 방법이랄까, 최후의 시도를 찾아 행합니다. 바로, 자기자신을 벚나무에 동화시킴으로서 시스템을 보완하는 거지요. 그녀가 어머니로서 지지 않는 벚나무의 시스템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요시유키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마법사로서 희망을 이루기 위해 결국 자신을 희생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벚나무의 폭주는 계속됩니다. 결국 비극 속에서 마법사의 피를 이어받은 히로인, 즉 오토메가 벚나무를 다시금 지게 하고, 그러면서 사쿠라의 '희망'이자 벚나무의 힘으로 탄생한 주인공도 소멸하고 맙니다. 사쿠라가 다시 시도한 유토피아는 그렇게 실패해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의 마지막에 들어 벚꽃에 동화해있던 사쿠라는 다시 의식을 차리게 됩니다. 그리고 아직도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서 자신의 아들 요시유키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오토메에게 아직도 요시유키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음을 알게 됩니다. 사람이 갖고 있던 사랑의 힘은 마법보다도 강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지요.
사쿠라는 DC 때 바로 자신의 마법을 패퇴시켰던 바로 그 힘, 사람들이 요시유키에 대하여 지녔던 사랑의 힘을 모아서 자신이 깃든 벚나무의 질량까지 모조리 소진시키면서까지 자신에게 준 가장 소중한 결실인 요시유키를 되살리도록 소원합니다. 유토피아는 비록 실패했지만, 그 유토피아를 만든 장본인에게 있어 가장 핵심이었던 요시유키만은 남기려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에서야 비로소 요시유키는 벚나무로부터 해방되어, 사람들의 사랑을 통해 생존하는 존재가 됩니다.
이상적인 유토피아의 시스템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인간사이에 사랑이 충분히 존재할 수만 있다면, 그것을 통해서 제한적으로나마 핵심적인 희망만은 지키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나 할까요. 물론 그 과정에서 사쿠라는 결국 희생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그녀 자신과 요시유키를 사랑해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통해 그녀의 마지막 남은 꿈 하나만은 이룰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사쿠라는 너무 비극인 것 같군요. 결국 끝까지 행복은 맛보지 못한 채 그 인격이 소멸하고 말았으니까요. 물론 아래의 마지막 CG를 보면 사쿠라의 기억은 사라졌어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영국에 있음을 예고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것을 원래 있던 사쿠라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