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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 와카바는 용자이다 17화

2016. 11. 30. 19:30취미 겸 번역

[대사서사부 무녀님 - 검열됨]

 

코오리 치카게라는 용자가 있었던 것을,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마지막에 분명히,

스스로에게 이겼던 것이다.


-용자어기 2019년 7월
노기 와카바 기록

  


가가와에서 우동을 처음 먹는 4명


 

제17화 조화

 

 

 달빛의 아래. 무녀 복장을 한 히나타는 모래톱의 얕은 여울에 발을 담그고, 축사를 올렸다.

 목욕재계의 의식이다.

 치카게의 시신은, 이번에도 히나타가 세정을 하겠다고 청했다. 그것을 위해서 우선 히나타가 자신의 신체를 깨끗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치카게의 죽음이 보고된 후, 곧이어 대사 본부로부터 신관들이 파견돼 사후처리가 시작되었다. 오늘 밤, 밤새 치카게의 시신은 깨끗하게 닦여져 내일부터 장례식이 열릴 예정이다.

축문을 읊는 히나타의 목소리는 미소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나 잔혹한 걸까요…….'

 수해화한 세계에서의 치카게의 행동은 와카바로부터 전해듣고 있었다. 그러나 치카게의 폭주는 결코 그녀의 탓만은 아니었을 터이다.

 타마코, 안즈, 치카게.

 잃어버린 세 소녀의 목숨.

 보통의 시대에서 평범히 살고 있었다면…….

 언제나 소란스런 타마코에게, 안즈가 휘둘리고, 치카게는 지겨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국은 함께 있다.

 그런 3명의 모습이 지금도 있었을 터이다.

 

 같은 무렵, 와카바는 유우나의 병실에 있었다.

 "군짱이……."

 "……."

 유우나는 침대 안에서 반신을 일으켜 와카바의 말을 듣고 있었다. 치카게의 죽음을 알리는 말을.

 유우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이제 곧 퇴원이니까……. 또 함께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미안……."

 와카바는 치카게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치카게의 위태로운 마음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면, 이렇게는 되지 않았다. 자신이 더욱 강해서, 버텍스로부터 치카게를 완전히 지키는 것이 가능했다면, 이렇게는 되지 않았다.

 "와카바짱은 아무것도 나쁘지 않아."

 유우나는 어설프게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하지만 곧 다시 고개를 떨군다.

 "미안……. 와카바짱. 오늘은 그만……."

 "……알았어……."

 와카바는 의자에서 일어서, 유우나의 병실을 나갔다.

 문을 닫은 후 와카바는 벽을 등지고 주저앉는다.

 병실의 문 너머로부터 유우나의 오열이 들렸다.

 밤의 병원 복도는 인공의 불빛에 의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하얗게 물들여져 있다.

 그 순수한 흰색이 와카바 일행을 비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큿……!"

 와카바는 일어설 기력도 없이, 심히 오랫동안, 거기에 주저앉아 있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와카바는 혼자서 마루가메성의 교실에 있었다.

 오늘은 치카게의 장례 때문에 수업은 없지만, 평소의 습관으로 칠판의 분필을 준비한다거나 꽃병의 물을 갈거나 한다.

 와카바는 항상 교실에 오는 것이 가장 빨랐다. 그런 와카바에게 타마코가 대항심을 불태우며 매일 아침 교실에 제일 먼저 오려고 분발한다. 그러나 일찍 일어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지 타마코가 와카바보다 일찍 등교한 적은 없었다.

 

 또 와카바가 제일 먼저 도착인가. 오늘만큼은 타마가 첫번째라고 생각했는뎃!

 

 타마코와 안즈가 없게 되어 2개월 정도가 지났음에도 지금도 기세 좋게 문을 열고 타마코가 달려 들어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타마코의 뒤로부터, 안즈도.

 그 때, 확 하고 교실 문이 열렸다.

 "……!"

 들어온 것은 히나타였다.

 "히나타인가. 안녕."

 평소대로의 얼굴로 말을 잘 해냈을지, 와카바는 모른다.

 "네……. 안녕하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히나타의 얼굴에는 곤혹과 분노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녀가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왜 그래, 히나타? 무슨 일 있었어?"

 "치카게상의 장례가 중지되었어요."

 "에……!? 어째서야?!"

 "치카게상을 용자로서 장송할 수는 없다, 라고 대사가 판단을 내렸다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장례는 대사가 아니라 친가에서 개인적으로 행했으면 한다, 라고,…"

 "……!?"

 

 수해화 중 치카게의 흉행을 와카바는 대사에 전하지 않았지만 대사는 그것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치카게는 고향에서 일으킨 사건도 있어, 용자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할 것 처해 있었다. 거기에 더해 이번의 와카바에게의 흉행. 치카게가 목숨을 잃기 직전 용자로서의 힘을 상실해 버린 것은, 그녀가 신수에게 버림받고 말았기 때문이다, 라고 대사는 결론지었다.

 그로 인해 치카게는 용자로부터 제명당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는 것 같다.

 

 "그런 바보 같은! 그건 치카게의 책임뿐만은 아니잖아! 어째서!?"

 "저도 납득할 수 없어요……! 하지만 대사는 '용자'라고 하는 존재의 신성성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거겠죠……."

 "……!"

 "이미 결정되어 버린 일이에요……."

 와카바는 책상에 주먹을 내려쳤다.

 치카게는 '자신이 용자다'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마음의 지주로 삼고 있었다. 그랬던 것이 목숨을 잃은 후 그 버팀목까지 빼앗기고 만 것이다.

 '이 무슨, 잔인한 처사인가…….'

 

 치카게의 시신은 가족에게 인도되어, 그 후 그녀가 어떻게 취급되었는지 와카바 일행은 모른다. 언제, 어떤 식의 형태로 장례가 이루어졌는지도 대사는 가르쳐주지 않아, 와카바 일행은 치카게를 조문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유우나가 퇴원하여 교실에 돌아왔다.

 

 "안녕! 와카바짱! 히나짱!"

 교실에 들어온 유우나의 첫 말은 기운찬 인사였다.

 며칠 간 와카바와 히나타뿐이었던 교실을 덮고 있었던 무거운 공기를, 그 한마디로 날려버리듯이.

 "유우나, 퇴원한 건가."

 "응! 이제 몸 상태도 개운해!"

 피스 사인을 만드는 유우나.

 "다행이에요. 어서 와요, 유우나상."

 "다녀왔어! 돌아온 기념으로 허그!"

 유우나는 히나타와 서로 껴안는다. 그 후, 유우나는 와카바와도 같이 껴안았다.

 "정말, 입원 중에 몸이 녹슬었어! 바로 훈련하고 싶으니까, 나중에 와카바짱, 같이 하자!"

 유우나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밝았다. 치카게의 죽음으로 침울해지려고 하는 자신을 억지로라도 분발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일 터이다.

 그렇다면 와카바도 히나타도 거기에 협력해주자고 생각했다.

 거짓 활기일지라도, 활기찬 것에는 틀림없으니까.

 "아아, 맡겨줘, 유우나! 병이 갓 나은 상황이라도 봐주지 않을 거야."

 "덤벼 달라고!"

 "그럼 유우나상의 회복 기념으로 1장 기념사진을……. 어라?"

 히나타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 메모리 카드의 용량이 다 찬 상태인 것 같아요."

 

 히나타는 뒤적뒤적 몇 장의 메모리카드를 책상 위에 놓았다.

 "굉장한 양!"

 유우나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거 전부 사진이 들어 있는 건가……?"

 "네, 아기였을 적의 와카바짱부터, 전부 들어 있어요!"

 자랑스레 말하는 히나타.

 "아기라니, 그 무렵에는 히나타도 아기잖아? 스마트폰도 갖고 있지 않았는데 어떻게……."

 "와카바짱의 집에 있는 앨범의 사진을 모두 데이터화했기 때문이에요."

 "어느 틈에!?"

 메모리 카드의 3분의 2 정도는 연월과 '와카바짱'이라는 이름이 작은 글자로 쓰여 있었다. 하지만 다른 3분의 1 정도는 연월 밖에 쓰여져 있지 않다. 그 카드들은 2015년 이래의 것들 밖에 없는 듯했다.

 "와카바짱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건?"

 유우나가 메모리 카드 1장을 손에 든다.

 "그것들에 들어 있는 건 우리들 모두를 찍은 사진이에요."

 히나타는 카드를 스마트폰에 끼우고 안의 사진을 하나 하나 본다.

 "아! 이거, 우리들이 처음으로 마루가메성에 왔을 때의 사진이다! 그립네!"

 유우나가 스마트폰에 표시된 사진을 보면서 기쁜듯이 말한다.

 사진에 찍힌 것은 마루가메성의 교실에 있는 6명의 모습. 그 때는 아직 모두 초등학생이었다.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마루가메성에 모여진 6명. 모두 곤혹스러워 하는 것이 표정에 떠올라 있다. 갓 만난 소녀들은 아직 서로 대화를 나누는 일도 적었다.

 히나타가 스마트폰의 화면을 넘긴다.

 다음에 표시된 것은 처음으로 모두가 우동가게에 갔던 때의 사진이었다.

 

 "여기다. 이제는 카가와에서도 줄어들기 시작한, 진짜 순 수타우동 가게라고."

 와카바와 히나타는 시내에 있는 우동가게에 유우나, 타마코, 안즈, 치카게를 데리고 왔다. 그녀들 4명은 현외 출신이기에, 카가와에서 우동을 먹는 것은 처음이었다.

 유우나가 카가와의 혼이 담긴 음식인 우동을 먹고 싶다고 말을 꺼내, 와카바와 히나타가 추천할만한 가게에 모두를 데리고 온 것이다.

 이 시절, 아직 용자들은 언론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다른 손님들로부터 소동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그저 줄줄이 6명이나 초등학생이 들어온 탓에 주목은 받고 있었다.

 와카바와 히나타에게 권해진 대로, 우동을 주문한 현외 그룹의 4명은, 한입 그 국수를 먹고 경악했다.

 "……읍!?"

 전원이 일순 시간이 멈춘 것처럼 경직되어.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타마코였다.

 "뭐, 뭐야 이거어어어어엇!? 깜짝 놀랐어, 이 맛, 3만 깜짝 정도의 놀라움이얏!"

 이후에 타마코가 말한 바에 따르면 '1 깜짝'은 자동판매기의 쥬스를 사려고 지갑을 열었더니 80엔밖에 돈이 없었을 때 정도의 놀라움. 용자의 힘에 각성했을 때에도 겨우 2만 7천 깜짝 정도였다는 것 같다.

 "정말로……. 후루룩……. 이건……. 오물오물……. 우동이야……!? 내가 알고 있는 우동과는……. 후루룩……. 완전히 다른 음식이야……. 꿀꺽꿀꺽, 후우."

 말하면서 말하는 치카게. 동요를 감추지 않는다.

 "마, 맛있어!! 건더기도 국물도 외형은 완전 보통인데……. 이걸로 한 그릇 350엔! 절묘한 쫄깃함, 목넘김, 식감……! 이게 SANUKI-UDON!!"

 면이 든 그릇을 바라보며 왠지 영어풍으로 외치는 유우나.

 "입 안에서 면이 춤추는 것 같아요! 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알베르틴이 마들렌의 맛으로부터 아득한 과거의 기억을 여행한 것처럼, 언젠가 장래에 저도 우동으로부터 과거의 기억을 여행하게 될 것 같아요……!"

 안즈에 이르러서는 이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감동하고 있다는 듯한 것은 와카바와 히나타도 알 수 있었다.

 타마코는 두 그릇, 유우나는 한 그릇, 우동을 더 먹었다. 

 그 이후 용자들이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게끔 되기까지는, 때때로 시가지의 우동가게에 함께 가게끔 되었다.

 "생각해 보면 그 무렵부터였구나. 우리들이 조금씩 어울려 가게 된 건."

 옛날 일을 떠올려 와카바는 입가에 웃음을 띄운다.

 "정말 놀랐어, 너무 맛있어서!"

 당시의 놀라움이 되살아났는지 유우나는 흥분한 느낌으로 말한다.

 히나타는 웃으며,

 "그렇게 모두가 기뻐해 줘서, 현지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웠죠."

 "아아. 게다가 우리들이 사이 좋게 될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은 유우나였지……. 고마워."

 같이 우동 먹으러 가자—그렇게 유우나가 말해 주었으니까, 모두 함께 우동가게에 가게 되어, 서로 조금씩이나마 친해지는 것이 가능했다.

 그 시절부터 유우나는 용자들의 무드메이커였던 것이다.

 와카바의 말에 유우나는 수줍은 듯이 고개를 젓는다.

 "에? 난 그저 카가와의 우동을 먹고 싶었을 뿐이야, 오히려 '걸신 들렸다'는 말을 들을걸."

 "유우나를 걸신 들렸다고 한다면, 타마코는 어떻게 되는 거야."

 쓴웃음을 짓는 와카바.

 "그러네요, 가까운 시일에 다시, 그 때의 가게에 가볼까요."

 히나타가 기쁜 듯이 말한다.

 "음……. 하지만 지금의 우리들이 간다면, 소동이 나 버리는 것은 아닐까." 

 좋든 나쁘든 지금의 용자는 너무 유명해졌다.

 "그럼 변장해서 간다든가! 나, 선글라스를 쓰고 갈게!"

 "유우나상, 선글라스만으로는 들켜요. 그러네요, 제가 머리를 평소와 다르게 꾸미고, 복장도 귀여운 것을 골라서……. 후후, 지금까지는 와카바짱뿐이었지만, 이런 것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유우나상도 소재가 굉장히 좋으니. 만지는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히, 히나짱? 뭔가 나쁜 사람 같은 얼굴이……."

 유우나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 뒤 다시 스마트폰 화면을 넘겨, 차례 차례 사진을 표시해간다. 

 단 6명밖에 없는 학교니까 보통의 초등학교나 중학교처럼 운동회나 문화제와 같은 큰 이벤트는 없다. 

 그래도 히나타가 찍어 온 사진에는 6명의 소녀들의 일상이 잘 찍혀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에 잠자고 있는 안즈를 업고 걸어가고 있는 타마코의 사진이 표시된다.

 "아아……. 이런 일도 있었던가요."

 "안짱 행방불명 사건이네."

 

타마코에게 업힌 안즈


 이것도 시코쿠에 버텍스가 침공해 오게 되기 꽤나 전의 일이다.

 어느 날, 안즈가 기숙사의 귀가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던 일이 있었다.

 학교의 교사들과 와카바 일행들이서, 시내를 찾아 헤맸다.

 특히 타마코는 안즈가 유괴라도 당한 게 아닌가 하고 심하게 당혹해 하고 있었다.

 "타마는 안즈를 지키기로 결정했는데……!"

 타마코는 자기자신에게 분노하면서 안즈를 계속 찾는다.

 완전히 해도 지고 밤이 되어, 행방불명된 안즈를 찾아낸 것은 타마코였다. 안즈는 공원 벤치에서 책을 무릎에 두고 자고 있었다는 것 같다. 읽으면서 어느새 잠들고 말았던 것일 터이다.

 타마코는 자고 있는 안즈를 업고, 마루가메성까지 돌아왔다. 자고 있는 안즈의 뺨에 눈물 자국이 한 마디 있었다. 안즈가 발견되어 어른들의 수색대는 안도하고 해산해, 와카바 일행도 기숙사를 돌아가게 되었다.

 타마코는 안즈를 업은 채 걸으며,

 "안즈 같은 여자애가 밤 늦게 공원에서 자고 있다니, 무슨 일 있었으면 어쩔 거야. 일어나면 설교해 주겠어."

 그런 말을 하면서도 타마코는 웃고 있었다. 안즈에게 화가 난 감정보다도, 무사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앞서고 있는 것 같았다.

 기숙사에 돌아가는 도중, 안즈가 눈을 뜬다.

 "어라……? 여기는……?"

 "마루가메성.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야."

 와카바가 그렇게 대답하자, 안즈는 아직 잠에서 덜 깬 멍한 눈으로 의아해하는 듯한 표정을 한다. 

 "에……? 아아, 책을 읽고 있었더니, 잠들어 버려서……."

 "그 책을 읽고 있었나요?"

 히나타는 지금도 안즈가 손에 들고 있는 문고본에 시선을 향한다.

 안즈는 잠든 채로도 계속 그 책을 놓지 않았다. 평소 안즈이 자주 읽고 있는 연애소설과는 분위기가 다른, 다소 그늘진 느낌의 표지이다.

 "네……. 네빌 슈트의 '해변에서'……. 멸망해 가는 세계 속에서 종말의 때까지 계속 계속, 평소대로의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읽었더니 굉장히, 슬퍼져서……. 읽는 걸 그만둘 수 없어고……."

 아직 졸린 것인지, 안즈는 그만큼만 말하고서 눈이 감기고 만다.

 "우리들은……. 괜찮은 거지……? 죽……."

 잠꼬대인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투로, 안즈는 그렇게 말했다.

 "괜찮을 게 당연하잖아! 우리들의 세계는 멸망하거나 하지 않아. 그러니까 종말의 날이라던가 그런 것은 없어. 타마에게 맡기라고, 세계와 안즈를 지켜보일 테니까!"

 타마코가 그렇게 말하자 안즈는 평온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결국 그대로 타마코가 안즈를 기숙사의 방까지 운반했다.

 

 "좋은 일이나 희망이 기다리고 있음을 발견하리라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런 믿음으로 노력하는 것에는 즐거움이 있다……."

 타마코가 안즈를 업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와카바는 중얼거렸다.

 "와카바짱, 그건?"

 유우나가 의아하다는 듯 묻는다.

 "아, '해변에서'의 주인공이 하던 말……. 그 후, 안즈에게서 빌려 읽어 봤었어." 

 그 소설은 세계가 멸망하고 마는 슬픈 이야기.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람들은 평소처럼 일을 계속하여, 육아나 집안 일을 하고, 가족 또는 연인과 일상을 보낸다…….

 세계가 멸망의 위기에 처해 있지 않았다면, 분명 너무나도 평범할 정도로, 평범하고 행복한 이야기.

 만일.

 만일 와카바 일행의 세계가 멸망의 위기를 맞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 이 나날들도 평범하고 행복한 것이었을 터이다.

 "……다음 사진, 보자!"

 유우나가 그렇게 말하며, 히나타의 스마트폰 화면을 넘긴다.

 스마트폰 화면에 차례차례로 사진이 비추어졌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있는 모두의 사진이다. 이것도 버텍스가 출현하기 전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때부터 나, 군짱하고 친해졌었어."

 

 6명의 용자들이 마루가메성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었어도, 치카게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교실에 있을 때, 쉬는 시간은 죽 이어폰을 꽂고 게임을 하고 있다. 점심 시간이 되면 모습을 감추고 어딘가서 홀로 식사를 하고 있는 듯했다. 방과후가 되면 곧바로 기숙사의 자기 방으로 돌아가, 누구와도 말을 나누지 않는다.

 타마코와 유우나 등은 쉬는 시간에 종종 치카게에게 말을 걸었지만, 이어폰을 꽂고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는 무반응으로 한 번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뭐야! 모처럼 말 걸고 있는데! 음침하게."

 타마코가 화난 듯이 말해도 치카게는 게임기의 화면에서 얼굴을 들지조차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말이 가까워지고 시내에도 크리스마스 복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들도 뭔가 크리스마스다운 일을 해보자! 다 같이!"

 유우나가 그런 말을 꺼냈다.

 "크리스마스……?"

 그 때 치카게가 게임하던 손을 멈추고 불쑥 한마디 중얼거렸다. 

 작은 목소리였으나 그녀가 동급생의 말에 반응하는 일 따위는 좀처럼 없었기에 모두의 시선이 치카게에게 집중되었다. 치카게는 어색한 듯 눈을 돌리면서 다시 게임을 시작하지만 유우나가 말을 건다.

 "크리스마스 파티 하자, 군짱!"

 "……."

 "응?"

 "……크리스마스 파티라는 거, 잘 몰라……. 우리 집에선 크리스마스 때에……. 뭔가 했던 적 같은 건 없으니까……."

 그 말에 와카바, 타마코, 안즈는 놀랐다. 히나타만은 용자에게 붙어있는 무녀로서 치카게의 과거를 들었으니까, 그녀의 삭막한 가정이라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파티라는 건 말야, 큰 나무를 꾸미고 케이크와 새를 먹고, 모자를 쓰고, 펑 하고 울리는 거야!"

 "……? 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지? 새……호네츠키도리? 펑이라는 건……총? 모자를 쓴 사람이……. 호네츠키도리를 먹으면서 총으로 서로를 쏴……?"

 치카게의 머릿속에선 모자를 쓴 마피아와 같은 모습으로 호네츠키도리를 한 손으로 먹으면서 총을 서로 쏘는 듯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야 아니야! 화약으로 말야, 실을 당기면 굉장히 커다란 소리가 나! 모자는 에 또, 이렇게, 삼각형이야!"

 유우나는 서투른 말로, 크래커나 파티용의 원추형 모자를 설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치카게에게는 그다지 잘 전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해보자, 크리스마스 파티! 하면 알 수 있을 거야! 응!"

 유우나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형태로, 마루가메성의 교실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기로 결정되어, 치카게도 참가하게 됐다.

 소녀들만으로 준비하는 파티이기에, 대단한 일은 할 수 없다. 기껏해야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준비해서 교실에서 장식을 하고 케이크와 갖고 온 과자를 먹을 뿐인 파티이다.

 그럴지라도 모두는 꽤나 즐거워하고 있었다. 

 파티를 준비하던 때부터 유우나는 계속 치카게 옆에 있었고, 치카게도 조금씩 유우나와 이야기하게 되었다.

 "타카시마상……. 나, 다른 사람하고 이야기하는 거 잘 못 해서……. 죽 게임만 하고 있고……."

 교실의 장식을 하면서, 치카게가 그렇게 말했다.

 "게임, 좋아해?"

 "응……. 그것만이 내 특기……."

 아주 약간, 치카게가 기쁜 듯이 말했다.

 "그런가. 그럼 군짱이 하는 게임, 나도 사야지. 같이 놀거나 할 수 있을까?"

 "그거라면……. 추천하는 게임……. 협력 플레이도 가능한 거, 줄게. 그걸로 같이 놀 수 있으니까……."

 "에, 그냥 받는 건 미안한데!"

 "괜찮아……. 오늘은 크리스마스잖아……? 크리스마스는 선물을 주는 거라고……. 들은 적이 있으니까."

 "그럼 나도 뭔가 군짱한테 선물 줄게!"

 치카게는 수줍어하는 듯이 웃음 지으며,

 "응……. 고마워. 그리고……. 내 이름, '군'이 아니고 '코오리'……."

 "어라, 그랬었어!?"

 "으응……. 괜찮아. 타카시마상만은……. 그렇게 불러도 괜찮아."

 


 "결국 그 후에도, 나 죽 '군짱'이라고 계속 불렀었지."

 그렇게 말하는 유우나의 얼굴은, 조금 쓸쓸한 느낌이었다.

 "치카게상은 유우나상에게 그렇게 불리는 거,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라고, 히나타도 사진을 보면서 흐뭇한 듯이 말한다.

 그리고 다시 차례 차례 사진을 보아 간다.

 식당에서 다 같이 찍은 사진이 표시된다. 버텍스가 처음 공격해 들어왔을 때—시코쿠 용자의 첫 출진 후에 찍은 것이다.

 "그 때로부터 벌써 1년이 되려고 하고 있구나……."

 와카바가 중얼거렸다.

 더욱 계속해서 보니, 연초에 온천 여관에 갔을 때의 사진이 있었다. 모두 함께 온천에 들어가서 저녁 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그 무엇과도 바꾸기 곤란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코쿠 바깥으로 조사 원정에 나서기 전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 표시된다. 타마코, 안즈 등은 전날에 잠을 못 잘 정도로 들떠 있었다는 것 같았다. 조사 결과 자체는 비참한 것이었지만 출발 전은 마치 소풍을 가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이 무렵에는 6명 모두가 모여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저기, 와카바짱, 히나짱. 우리들은 6명이었지……."

 유우나는 머리를 숙인 채 중얼거린다.

 그 말에, 와카바는 고개를 끄떡였다.

 "아아……. 그렇고말고."

 5명의 용자와 1명의 무녀.

 "군짱은……. 확실하게 있었어."

 용자의 수는 결코 4명이 아니다.

 "와카바짱, 유우나상……. 찾아 보지 않겠어요? 치카게상을. 치카게상이 어디서 어떻게 묻혔는지……. 성묘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타마코와 안즈에 관해서는, 장례가 치뤄진 후 어디에 매장되었는지 알고 있다. 와카바 일행은 때때로 성묘하러 가곤 한다.

 하지만 치카게에 관해서는 친가에 시신이 넘겨진 후,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듣지 못했다. 마치 코오리 치카게라는 존재를 완전히 와카바 일행으로부터 떼어 놓으려고 하는 것처럼.

 "응……. 찾자! 나, 군짱한테 작별인사도 하지 못했으니까."

 유우나는 얼굴을 들어, 그렇게 말했다.

 

 방과 후, 와카바와 유우나와 히나타 세 사람은 치카게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학교나 용자들이 늘 가는 병원의 직원들은 대사로부터 입단속을 지시 받았는지, 완강하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려 하지 않았다.

 조사는 바로 막혔지만 히나타가 문득 생각해낸다.

 "그러고 보니, 치카게상은 가족들도 마루가메시에 이사 와서 함께 살고 있었을 거에요. 그 집을 알아낸다면, 가족들로부터 치카게상에 대한 것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코오리라는 성으로 6월 초두에 마루가메시에 이사해 왔다.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와카바, 유우나, 히나타는 서로 분담하여 주민들에게 탐문을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이나 걸려, 겨우 코오리가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집을 가르쳐 준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그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요."

 치카게의 아버지는 야반도주했고, '천공'이었던 어머니는 어딘가의 병원에 보호되었다는 것 같다. 치카게의 아버지가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히나타는 듣고 있었다. 딸이 용자에서 제명되어, 대사로부터의 원조를 받을 수 없게 된 그는 모든 것을 팽개치고 달아난 것이다.

 

 와카바 일행은 그 집에 가 보았지만 들었던 대로 텅 비어 있었다.

 그 속에서, 안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는 방을, 와카바 일행은 발견했다. 가구, 옷, 책, 게임기, 컴퓨터……. 모든 것이 파괴되어 있다. 방의 참상에,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 마치 회오리 바람이라도 발생한 것 같았다.

 실내에 있는 물품으로부터 추측하면, 치카게의 방일 것이다.

 그녀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 같은 처참한 방.

 "치카게가 자기 스스로 부순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와카바에게는 그렇게 생각되었다. 엉망진창이 된 방 안에서 오직 하나만 깨끗한 채인 것이 있었으니까.

 솜을 갈기갈기 찢긴 침대 위에 놓인 1장의 종이. 그것만이, 모든 것이 파괴된 가운데서, 손을 대지 않은 채로 있었다.

 3명에게도 낯익은 용지.

 유우나가 그것을 주웠다.

 "……모두가 군짱에게 건넨 졸업장……."

 아직 6명이 모두 모여 있었을 무렵. 모두가 치카게에게 준 졸업장이었다.

 "계속 갖고 있었군요……. 치카게상……."

 히나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치카게는 방의 전부를 부수고도 이것만은 부수지 못 했던 것이다.

 와카바가 레크리에이션 모의전을 학교에 제안한 뒤의 일…….

 이 졸업장을 만들자고 말한 것은 안즈였다.

 마루가메성은 6명이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으니까, 서로 학년의 차이에 신경을 쓰는 일은 거의 없다. 안즈만은 다소 의식하고 있는지, 타마코 이외에는 경어를 써서 말한다. 그 탓이겠지만, 치카게는 3학년이니까 본래대로라면 중학교 졸업이라고, 안즈가 가장 먼저 떠올렸다.

 "타맛치 선배, 타맛치 선배라고 불렀지만, 그러고 보니 진짜 선배는 치카게상이었어요!"

 "뭣!? 타마는 가짜라는 거얏!?"

 "그렇지 않지만……. 아니, 그렇지만……."

 "타마도 진짜 선배잖앗!"

 "타맛치 선배는 사실은 동갑인걸!"

 타마코와 안즈 사이에 그런 말이 오간 것은 어찌 되었든. 

 안즈는 기왕이면 치카게에게 졸업 기념이 될만한 것을 건네자고 말했다.

 모두 찬성해서, 시내 문방구에서 상장 용지를 사 왔다. 5명이서 문면을 생각해 글씨를 쓴 것은 가장 달필인 와카바였다.

 모의전에서 우승한 사람이 이 졸업장을 치카게에게 건네준다. 만약 우승자가 치카게라면 모두가 함께 전한다. 5명이서 그렇게 약속했다.

 마루가메성의 동료들이서 만든 증서. 

 코오리 치카게라는 소녀가 분명히 거기에 있었다고 하는 증거

 "……윽!"

 유우나는 무언으로 어깨를 떨었다.

 

 결국 치카게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용자다' '무녀다'라는 것 이외에, 특별한 힘을 갖지 못한 소녀들에게는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치카게를 찾지 못한 대신에 와카바 일행은 한 가지 결의를 굳히고 있었다.

 어느 날 대사로부터 와카바에게 다시 시민을 향해 연설을 해줬으면 한다는 의뢰가 왔다.

 치카게가 목숨을 잃어 용자의 전력은 와카바와 유우나뿐. 그래서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격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 치카게가 죽은 것은 용자로서 인격 면에서 적합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었고, 와카바와 유우나는 능력 면, 정신 면 모두 우수하므로 버텍스에게 패할 일 따위는 없다. 그러므로 시코쿠는 안전하다고 알려줬으면 한다고 한다.

 와카바는 마루가메성에서 다시 사람들 앞에 섰다.

 용자의 말을 들으러 온 사람들. 

 용자의 연설을 생중계하는 언론.

 대사가 마련한 연설문과 이를 말할 때의 행동법을 와카바는 완전히 암기하고 있다. 저번에도 이번에도, 과거의 명연설로 여겨지는 것을 분석하여 만들어진 연설인 것이다. 스토리 설정의 논리 전개와 교묘한 표현으로 장식된 이야기의 모음들. 심리적 효과를 노린 몸짓과 손짓, 발성이나 화법. 

 청중의 심리를 조작하는 것을 제1의 목적으로 한 계산된 연설이다.

 이번에도 말하기 시작한 부분에선, 와카바는 대사로부터 들은 그대로의 연설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중에서 그것을 집어치웠다.

 "코오리 치카게는 틀림없는 용자였다!!"

 와카바는 그렇게 외쳤다.

 "그녀는 확실히 마음의 균형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최후의 때, 치카게는 나를 지켜주었다! 치카게가 지켜주지 않았다면 나는 죽어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사람을 지키려고 한다, 그것이 용자가 아니라면 무엇이라는 건가! 설령 모든 인간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치카게의 친구인 우리들은, 그녀는 용자였다고 계속해서 말할 것이다!! 타마코도, 안즈도, 치카게도, 우리들은 5명이서……. 함께 싸우는 용자였다!!"

 TV 중계는 도중에서 끊겼지만 와카바는 자신의 진짜 생각을 계속해서 외쳤다.

 

 "멋있었어, 와카바짱!"

 "네, 저도 후련해졌어요."

 와카바가 연설을 끝낸 후, 유우나와 히나타가 미소로 맞아주었다.

 그 후, 와카바와 유우나와 히나타 3명은 대사에 치카게를 용자로서 대해달라는 호소를 제출했다.

 치카게의 처우는 일시보류가 되어, 지금도 용자로부터 제명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7월…….

 머지않아 버텍스의 침공이 일어날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졌다.

 벽 밖에서 융합을 계속하고 있는 대형 버텍스에의 대처법은 아직 찾아내지 못한 채이다.

 남은 용자는 단 2명.



(17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