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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 와카바는 용자이다 15화

2016. 10. 1. 00:53취미 겸 번역

[대사서사부 무녀님 - 검열됨]

 

나는 용자, 코오리 치카게

성의 한자는 '群'이 아니라 '郡'

자주 착각당하곤 해



혈액형은 A

좋아하는 음식은 우동.

가다랑어도 꽤 좋아해.

게임은 특기, 건슈팅이라든지.


누구라도 좋으니까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용자, 코오리 치카게


-용자어기 2019년 5월

코오리 치카게 기록

  


비장의 수를 사용해 싸우는 치카게


 

제15화 병든 잎

 

 

 버텍스의 습격은 빈발해졌다.
 '완전체'라고 불리는 대형 버텍스가 쳐들어오는 일은 없지만 통상개체, 그리고 진화체 레벨의 버텍스들이 끊임없이 시코쿠에 칩입해 온다.
 안즈와 타마코도 없다.
 유우나는 입원 중이어서 전투에 참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전력으로 칠 수 있는 용자는 와카바와 치카게 뿐이다.
 침공해오는 적 무리의 규모는 그렇게 크진 않다. 하지만 단 2명만큼의 전력 밖에 없기에 용자들은 매회 고전을 강요받고 있었다.
 
 "죽어 버려……!"
 7인 미사키의 힘으로 7명이 된 치카게들은 진화체 버텍스에게 동시에 대형 낫을 휘둘러 내리쳤다. 버텍스는 잘게 썰려 소멸한다.
 "하아……. 하아……."
 체력을 다 소모해 비장의 수의 힘이 해제되어, 치카게는 본래의 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피로로 다리로부터 힘이 빠져, 그 자리에 무릎을 꿇는다.
 문득 얼굴을 들자, 요시츠네를 몸에 품은 와카바가 침공해 온 버텍스의 마지막 1체를 베어 버리고 있었다.
 "후우……."
 와카바는 한숨을 쉬고 치카게의 바로 옆에 착지했다. 비장의 수를 해제하여 용자 복장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이제야 끝난 건가. 헌데 이번 달 들어 몇 번째지?"
 "……이제, 세는 것도 그만뒀어……."
 "침공이 일어나는 횟수가 너무 많아……."
 두 사람의 몸에 생채기가 눈에 띈다. 진화체 버텍스의 화살이 스쳐서 생긴 상처나, 적의 돌격을 받아서 생긴 타박상이다.
 와카바는 수해 전체를 멀리 바라봤다.
 "이번에도 침식이 일어나 있군……."
 수해 일부가 변색되어 썩은 것처럼 되어 있었다. 요 최근 습격해 오는 버텍스들은 완성체가 아닌 개체들도 수해를 침식하는 힘을 지녔다. 수해에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선 싸움을 빨리 끝내지 않으면 안 되지만 용자측의 전력이 둘 뿐이어선 어떻게 해도 전투가 길어진다. 그리고 수해가 침식될 때마다 시코쿠의 시민에게 피해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수해의 침식뿐만이 아니야……."
 치카게는 세토내해의 벽 쪽으로 눈을 돌렸다.
 벽의 저편에는 안즈와 타마코를 죽인 전갈형 이상의 힘을 지닌 버텍스가 지금 한창 형성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아직까지 대사도 용자도, 그 대형 버텍스에 대처할 기술을 찾아내지 못했다.
 최근 치카게는 곧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타마코와 안즈의 죽음을 경험하고, 거기에 절대로 이겨낼 수 없는 적이 출현한 탓이다. 언젠가 자신도 그 두 사람처럼 죽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현실성 없는 미래가 아니다.
 '나는……. 뭘 위해서 싸우고 있는 거야……?'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용자에의 비판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쓸모 없다. 무가치. 불안. 사라져라. 없어도 돼. 무능. 웃기지 말라고. 약해 빠졌어. 싸우라고. 뭐하다 진 거야. 무가치. 쓸모 없다.
 '죽을 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정령의 힘으로 몸을 깎아가면서……. 뭘 위해서…….'
 수해화가 풀린 후, 와카바와 치카게는 평소대로 병원에서 조사를 받는다.
 히나타도 딸려서 함께 가서 두 사람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버텍스의 습격이 빈발하게 되어 대합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지만, 히나타는 이 시간이 고통이었다. 자신이 용자들에게 아무런 힘도 되어 주지 못하는 것을 통감해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히나타는 기분을 달래고자 대합실에 놓여있는 신문을 손에 들었다. 거기에는 수해의 침식에 의해 일어난 재해와 대사가 대처법을 모색중이라고 하는 것에 대하여 기사가 쓰여 있었다.
 반복되는 수해의 부식과 그 영향에 의한 사고, 재해.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누설되고 만 타마코와 안즈의 죽음. 정보를 감추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대사는 용자의 전사와 빈발하는 재해나 사고가 버텍스의 공격에 의한 것임을 공표했다. 신문이나 TV 등에선 대사의 정보통제에 의해 용자의 승리와 대사의 활동을 전향적인 어조로 전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불안의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었다. 절망하여 자살하는 자나 범죄로 치닫는 자도 늘어, 치안이 악화되기 시작하고 있다.
 "미안해, 히나타. 기다리게 했네."
 조사를 마친 와카바가 대합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요, 제가 멋대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니까."
 히나타는 읽고 있던 신문을 곧바로 잡지진열대에 돌려 놓지만 와카바는 히나타가 읽고 있던 기사를 눈치 챘다.
 "피해자……. 또 내고 말았구나……."
 와카바가 괴로운 듯한 표정을 띄운다.
 "와카바짱이 책임을 느낄 것은 없어요……. 오히려 와카바짱하고 치카게상 덕분에 피해자는 최소한으로 그치고 있어요."
 히나타는 상냥한 어조로 격려하지만 와카바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의사선생님한테 말을 들어 버렸어. 비장의 수를 너무 썼다……고. 몸에 상당히 무리가 와 있다는 것 같아. 하지만 부식을 줄이기 위해 조기에 결판내려면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어……."
 와카바는 대합실의 소파에 앉아 한숨을 내쉰다.
 "소모전이구나……. 사면초가야."
 "……그러네요……."
 일반인에의 피해는 가능한 한 내지 않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이대로 비장의 수를 계속 사용한다면 용자가 먼저 망가져 버지고 만다.
 그 후 와카바보다 조금 늦게 치카게가 대합실로 돌아왔다.
 "괜찮았나요, 몸은."
 히나타가 치카게의 표정을 걱정스러운 듯이 들여다본다.
 "괜찮을 리가 없지……. 게다가 비장의 수를 사용하는 건 피하라고 들었어……."
 "치카게도 마찬가지인가."
 와카바가 눈살을 찌푸린다.
 "저 녀석들은……. 모르는 거야……. 뭘 위해서 이런, 몸을 너덜너덜하게 해서까지 비장의 수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전부,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인데……."
 치카게는 고개 숙인 채, 화가 난 듯한 모습으로 말한다.
 "그럼 비장의 수 같은 거 사용해 주지 않겠어……. 그러면 얼마나 희생이 나올지 몸으로 알게 되겠지……. 시코쿠의 사람들도, 대사의 인간도……. 안전한 장소에서 멋대로 말할 뿐……! 애초에……."
 "치카게, 그만해."
 와카바가 치카게의 말을 막았다. 히나타가 슬픈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안전한 장소에서'라고 하는 말은 자신의 입장에 죄책감을 갖고 있는 히나타를 상처 입힌다.
 하지만 히나타는 상냥하게 치카게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요, 전부 토해내 주세요. 슬픈 마음도, 화난 기분도……. 그래서 조금이라도 치카게상의 기분이 편해진다면, 제가 얼마든지 받아드릴 테니까……."
 치카게는 말문이 막힌 듯이 입을 다문다.
 수 초의 침묵 후, 그녀는 히나타의 손을 난폭하게 뿌리쳤다.
 "……내버려 둬……. 내 일은……. 무녀인 네게는 관계 없어……."
 그렇게 말을 내뱉고는 병원의 출구로 향한다.
 "기다려, 치카게!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잖아!"
 와카바가 치카게의 어깨에 손을 올려 그녀를 세웠다.
 "이런 상황이야, 초조한 건 어쩔 수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상처입혀도 되는 건 아니야! 괴로운 상황이니까 더 결속해서……."
 "넌 정론밖에 말하지 않네……."
 "뭐?"
 "정론만으로는 살아갈 수 있는 건……. 강하고 무신경한 인간뿐이야……. 난 너 정도로 강하지 않고……. 무신경하지도 않아……! 너한테 약한 인간의 기분은 알 수 없어……!"
 "……이런 때에 약한 소리 하지 마!"
 "시끄러웟!"
 치카게는 와카바를 밀쳐냈다. 허를 찔린 와카바는 옆에 있던 관엽식물째로 바닥에 쓰러진다. 화분이 깨져 파편이 와카바의 손에 박혀, 붉은 방울이 바닥에 반점을 만들었다.
 "큭……!"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는 와카바에게 히나타가 달려온다.
 "와카바짱!"
 "아……."
 와카바의 상처를 보고 치카게의 표정에 동요가 떠오른다. 충동적으로 밀쳐냈을 뿐 상처 입힐 작정까진 아니었던 것이다.
 치카게는 도망치듯 병원으로부터 나간다.
 "기다려, 치카게! 넌……."
 와카바는 치카게를 쫓으려 하지만 히나타가 막았다.
 "손의 치료가 우선이에요!"
 "……."
 히나타에게 강하게 제지받아, 와카바는 멈춰 설수밖에 없었다.
 
 치카게는 병원에서 기숙사의 자기 방으로 달려왔다.
 "하아, 하아……."
 문을 잠그고 침대에 푹 엎드렸다.
 "타카시마상……. 타카시마상, 타카시마상, 타카시마상……. 만나고 싶어……."
 유우나는 지금도 계속 면회사절이 되어 있어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에 슈텐도지의 힘을 사용했을 때보다도 면회사절로 되어 있는 기간이 길다. 아직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를 한 탓일까.
 마음의 버팀목을 잃어 치카게의 사고는 어둡고 음울한 방향으로 기울어 간다.
 "으으으……. 난,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병원의 일, 도……. 노기상이,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상처를 입히고 만 것은 고의가 아니다. 와카바로부터 도망치려고, 무심결에 밀쳐내 버렸던 것뿐. 그녀가 쓰러질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화분이 있었던 것도, 그것이 깨져서 파편이 와카바의 손에 박힌 것도, 불행한 우연이다.
 "그래……. 운이 나빴던 거 뿐이야……!"
 "응, 정말 그렇지. 네가 말하는 대로야."
 돌연 귓가에 말이 들려, 치카게는 놀라 얼굴을 들었다.
 어느새인가 침대의 바로 옆에 사람이, 치카게와 완전히 똑같은 모습을 한 인간이 있었다.
 '아아, 이건, 꿈이네……. 기분 나쁜, 꿈…….'
 치카게의 모습을 한 그녀는 입을 초승달 모양으로 치켜 올리며 지어낸 것 같은 미소를 띄운다.
 "게다가 병원에서의 노기상의 상처, 부자연스럽지 않았어? 그 강한 와카바상이 그렇게 간단하게 쓰러져서, 더욱이 노린 것처럼 화분이 있었고."
 "뭘……. 말하고 싶은 거야……?"
 꿈이라고 알고 있는데도, 치카게는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한 그녀에게 묻고 있었다.
 "일부러인 건 아닐까?"
 "……."
 "와카바상은 일부러 크게 쓰러져서 다쳐서 널 악인으로 꾸며 내려고 한 거야."
 "뭐……. 때문에……?"
 "정해져 있잖아, 정의의 이름 하에 악인인 널 공격하기 위해서야. 그녀는 옛날, 널 상처 입히고 있었던 녀석들과 똑같아."
 옛날,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치카게와 같은 얼굴을 한 소녀는 귓가에 속삭였다.
 "노기상은 네 적이야."
 "……."
 "네 적……."
 

무너져 가는 치카게


 그 때, 스마트폰으로부터 메일 착신음이 울렸다.
 치카게는 앗 하고 제 정신으로 돌아와, 침대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본다. 자신과 같은 얼굴의 소녀는 어디에도 없다.
 창문 밖은 어느새 밤의 장막이 드리워져, 돌아오고 나서 이미 수 시간은 지나 있었다. 역시 치카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었고, 아까의 대화는 꿈이었을 것이다.
 상 위에 높여 있던 스마트폰을 손에 들어 보니, 메일은 대사로부터 온 것이었다.
 또 상담을 받으라는 내용이라면 무시할 참이었으나 달랐다.
 아주 뜻밖의 내용이었다.
—현재 대사 내에 한 가지 제안이 올라와 있습니다. 당신의 부모님을 마루가메시에 이주시켜 당신과 함께 살게 하면 어떨지, 라고.
 
 병원에서 손의 상처를 치료한 후 와카바는 자신의 방에 돌아왔다. 붕대를 감은 손을 보면서 자신의 감정에 당황한다.
 '치카게가 병원에서 달려나갈 때……. 난 쫓아가서 뭘 할 작정이었던 거지……?'
 그 때, 와카바는 심하게 화가 나 있었다. 히나타를 뭉개는 치카게의 태도를 보고 머리에 피가 올라 버렸던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여느 때보다도 냉정함을 잃고 있었다.
 '그 때, 히나타가 멈춰 세우지 않았다면 난 치카게를 다치게 했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와카바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치카게와 말다툼이 되고 만 것도, 좀 더 다른 식으로 말했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이제와서지만 생각한다. 치카게의 마음이 위태로운 상태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나 자신도……. 몰려 있는 건가…….'
 감정의 자제가 불가능해진 것 같이 느껴진다. 좋지 않은 징후이다.
 
 수일 후의 이른 아침, 치카게는 고향의 마을로 향했다. 부모님을 마루가메시로 이주시킬 준비가 갖춰졌기에 마중하러 가는 것이다.
 특급전차의 좌석에 앉아, 치카게는 휴대용 게임기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언제나의 실력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집중하지 못해 플레이 중에 몇 번이나 미스를 반복했다.
 게임기의 전원을 끄고 눈을 감는다.
 미성년인 치카게가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심신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서 유효……. 대사는 그런 것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즉, 치카게에게 의지할 곳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일 터이다. 그 정도의 생각은 치카게도 상상할 수 있다.
 그녀가 정신적인 문제로 싸우지 못하게 된다면 대사는 귀중한 전력을 잃는 것이 되니까.
 "대사는 도구를 잃고 싶지 않을 뿐이야. 널 생각해주고 있는 것이 아니야. 대사도 어른들도, 누구도 네 편이 아니야."
 꿈 속에 나온 자신과 같은 얼굴을 한 소녀의 말.
 그 날부터 종종 이 목소리가 들리게 되었다. 꿈의 등장인물에 불과한 주제에 현실에까지 참견해 온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아니면, 이 목소리는 현실인 것일까. 꿈이 현실에서 계속 되고 있는 것일까. 자신과 같은 모습의 소녀는 꿈이면서 현실인 것일까. 지금은 꿈인 것인가.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치카게가 고향 마을로 향한 날, 히나타가 허둥대는 모습으로 와카바의 방에 찾아왔다.
 "와카바짱! 지금, 대사로부터 연락이 있어서……!"
 "뭔가 있었어?"
 "비장의 수를 사용하는 것의 영향에 관해 알아낸 것이……."
 히나타는 보기 드물게 초조해 하면서, 대사로부터 보고받은 것을 와카바에 설명하기 시작했다.
 와카바, 치카게, 그리고 유우나의 조사 결과로부터, 정령을 인간에 깃들게 하는 것의 영향에 관하여 새로운 사실이 판명되었다고 한다.
 영향으로는, 물리적인 것과 주술적인 것이 있다.
 물리적인 영향은 인체의 한계 이상의 힘을 사용하는 것에 의해 근육, 골격, 내장이 손상을 입어 파괴되어 간다는 것. 하지만 그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번에 판명된 것은 주술적인 영향 쪽이다.
 "인간의 몸에 정령을 깃들게 한다—사람 아닌 존재와 맞닿는다. 그 때, 인간의 몸에는 '좋지 않은 것'이 쌓이게 되요. 고래로부터 장기라든지 부정함이라고 불리는 것이에요."
 대사의 인간 중에는 신을 모시는 일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전부터 사람 아닌 존재를 몸에 품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장기나 부정함이라고 하는 것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그 때문에 물리적인 육체에의 부담과 달리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안즈상 덕분에 대사도 거기에 주목하기 시작한 거에요."
 "안즈의 덕분?"
 "네. 안즈상은 죽 이전부터 주변의 용자들을 관찰해서 정령을 사용한 영향이나 위험성을 노트에 정리하고 있었어요. 그 노트를 보고 대사도 본격적으로 주술적인 영향 쪽을 조사하기 시작해서……."
 안즈의 노트는 히나타가 유품정리를 하고 있을 때에 발견했다. 책장을 가득 채운 대량의 책 속에 단 1개 섞여있었던 손으로 쓴 노트.
 "그러고 보니 안즈는 마지막 싸움 때에도 비장의 수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었었지……."
 그녀는 정령의 위험성을 용자 중에서 가장 강하게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완성체 버텍스의 출현에 의해 유우나가 슈텐도지라고 하는 강력한 정령을 몸에 깃들게 했다. '좋지 않은 것'의 영향은 유우나에게 현저하게 나타나, 대사는 정령의 위험성을 확신하는데에 이르렀다는 것 같다.
 "그 영향이라는 건……. 뭐야?"
 "불안감, 불신감, 공격성의 증가. 자제심의 저하. 마이너스 사고나 파멸적인 사고에의 경도……. 여러 가지 어려운 말로 보고되고 있었지만 결국은 마음이 불안정해져서, 위험한 행동을 취하기 쉬워진다는 것이에요."
 "……그런, 가……."
 와카바의 감정이 불안정해져서, 쉽게 신경이 곤두서게 되었던 것에는 정령의 힘을 몇 번이나 사용한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치카게의 심리적인 위태로움도 원인의 일부는 정령의 영향일까. 현재의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불안감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때, 와카바의 스마트폰에 전화가 왔다. 화면을 보니 공중전화로부터의 착신이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통화를 한다.
 "여보세요, 와카바짱?"
 전화 저편으로부터 소리를 죽이는 듯한 유우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우나?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저기 말야 지금 병원인데, 와카바짱하고 군짱이 걱정되서, 하지만 빠져나올 수 없어서! 정령 때문에, 군짱이 전화를 받지 않아서……."
 "유우나, 진정해.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아아, 미안! 에또 하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전화도 걸리지 않아서!"
 유우나의 요령부득한 말에 와카바가 당혹해하고 있자,
 "와카바짱, 저한테 맡겨 주세요."
 히나타가 와카바와 전화를 바꿨다.
 "유우나상, 우선 심호흡해요. 괜찮아요. 병원의 전화로부터 걸고 있는 거네요? ……네, 저도 들었어요. 그 일로 연락해 온 거네요. ……네, 과연. 와카바짱은 괜찮다고 생각해요. ……네. ……그러네요……."
 얼마간 전화로 이야기한 후, 히나타는 유우나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와카바짱에게 전했다.
 "아무래도 유우나상도, 병원에서 정령의 영향에 관해 들었던 모양이에요. 면회사절이 길어지고 있었던 건 정신적인 불안정 탓도 있다, 라고."
 "그랬던 건가……."
 언제나 밝고 긍정적이던 유우나마저도, 사람과 만나는 것이 어려워질 정도로 영향을 받는다. 비장의 수에 의한 주술적 영향은 낙관할 수 없다.
 "그래서 유우나 상은, 와카바짱이랑 치카게상을 걱정해서, 전화를 걸어 온 모양이라서."
 "난 괜찮아……. 지금은 아직."
 "네, 그렇게 전했어요. 그랬더니 유우나상, 치카게상이 걱정이라고……. 아까부터 치카게상에게 몇 번인가 전화를 하고 있다는 것 같은데 받지 않는다……고."
 "……!"
 와카바는 히나타로부터 스마트폰을 받아 다시 유우나와 이야기한다.
 "노기야. 치카게는 지금 고치의 친가에 돌아가 있어."
 "그래? 그럼 전차 안이니까 받지 못하는 걸까……."
 "아니, 시간적으로는 이미 친가에 도작해 있을 터야……."
 치카게의 불안정한 정신상태. 받지 않는 전화.
 나쁜 예감이 든다.
 "나, 계속 병원 안에서 감시받고 있어서, 빠져 나갈 수 없어. 스마트폰어 없어서! 아! 간호사 분이 왔어……."
 전화의 저편으로부터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유우나는 병원의 감시 몰래 전화를 걸고 있는 것 같다.
 "잘 들어, 유우나. 병원을 빠져나와서 치카게를 찾는다는 것 같은 건 생각하지 마! 너도 중상을 입고 있다고!"
 "하지만 군짱이……."
 "내가 갈게. 곧바로 치카게가 있는 곳까지 가서, 무사한지 확인하고 올게."
 "와카바짱…….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군짱을 도와줘. 부탁해."
 매달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맡겨줘. 리더니까."
 와카바는 전화를 끊고 곧장 앱을 기동시켜 용자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지금부터 치카게가 있는 곳까지 갔다 올게. 유우나에게 부탁받았어."
 그 말만으로, 히나타는 전부 이해해 주었다.
 "알았어요."
 와카바는 창을 열어, 밖으로 도약했다.
 마루가메성의 부지를 넘어, 높은 건물의 옥상을 발판으로 삼아, 고치 현 방향으로 향한다.
 '우연히 전화가 온 것을 눈치 채지 못했을 뿐……이라면 다행이지만……. 치카게……!'
 
 치카게가 고향 마을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것은 와카바가 마루가메시를 나가기 조금 전…….
 집에 돌아가기 전에, 치카게는 잠시 마을을 둘러 보기로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마루가메시에 이주해 버리면, 치카게가 이 마을을 찾아오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지막이다.
 포대에 넣은 대형 낫과 함께, 모들이 정렬된 무논 옆을 걸어 간다.
 작년, 귀향했을 때의 일을 치카게는 떠올리고 있었다.
 용자인 자신을 기리고 칭찬해주던 목소리.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목소리. 자신의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목소리. 지금의 치카게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분명 내 가치를 인정해서, 사랑해 줄거야……. 왜냐하면 용자인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줬어……. 그러니까 분명…….'
 사람이 거의 남지 않은 시골 마을이지만 치카게는 사람들과 만날 만한 길을 일부러 걸었다.
 마을 사람들과 만난다면, 분명 전과 같이 달려와줘서 말을 걸어 줄 것임이 틀림 없다…….
 무논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남성을 보았다. 그는 치카게를 감지하고 그녀 쪽으로 얼굴을 향했지만, 달려 오는 일 없이 눈을 돌려 농작업을 계속했다.
 '……일하고 있는 중인 것 같으니까 어쩔 수 없겠지…….'
 치카게는 그렇게 자신을 납득시키며, 걸어간다.
 이번에는 길 저편으로부터 치카게의 모친과 동년배 정도의 여성 둘이 걸어왔다. 그녀들은 치카게를 알아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 코오리……사마. 돌아와 있었나요?"
 "네……. 잠시 용무가 있어서……."
 "그렇습니까 그렇습니까."
 그렇게만 말하고, 그녀들은 치카게의 옆을 지나 떠나갔다.
 '……에?'
 치카게가 상상하고 있었던 반응과는 완전히 다르다. 기리고 친찬해주던 목소리도, 경외감도 없는, 그저 서먹서먹함만이 느껴진다.
 '어째서……?'
 치카게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발길을 되돌려서 두 사람의 여성을 따라갔다.
 그녀들의 모습이 다시 보여, 말하고 있는 목소리가 들린다.
 "저 애, 돌아왔네."
 "잘도 저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네……. 저 애들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데도."
 '……에?'
 치카게는 귀를 의심했다.
 '나 때문에……. 사람이 죽어……?'
 여성들은 치카게가 따라온 것을 눈치 채지 못한 듯 걸어가면서 계속 이야기를 한다.
 "용자가 괴물을 쓰러뜨리지 못하니까 부상자라든가 죽는 사람이 나오고 있는 거잖아?"
 "정말 제대로 싸우고 있는 것일까……?"
 "글쎄…….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애초에 어째서 저 애인 걸까……. 부모도 제대로 못 뒀는데……."
 치카게는 낫을 꽉 붙잡고 계속 서 있었다.
 "아아, 너무하네. 정말 너무해. 그렇게나 용자님, 용자님 하고 말하더니, 바로 손바닥을 뒤집지."
 또 그 목소리가 들렸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우리 편 따위 없어. 어릴 때를 떠올려 봐. 모두 널 상처 입히는 적이야."
 '시끄러워……!'
 치카게는 사람이 적은 길을 지나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도중에 몇 번인가 스마트폰에 전화가 왔지만, 치카게는 받는 것이 귀찮아져서, 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1층 건물의 낡아빠진 친가에 도착한다.
 거실에 들어가니, 이불에 누워있는 어머니와 그 곁에 아버지의 모습이 있었다. 어머니는 천공공포증후군으로 입원하고 있었지만 이주가 결정되었기에 지금은 집에 돌아와 아버지와 함께 있다.
 "돌아온 거냐, 치카게."
 아버지의 얼굴에는 딸의 귀향을 기뻐하는 감정따위 전혀 없었다. 지친 듯한 무표정으로 치카게를 바라본다.
 "엄마는 지금 약으로 자고 있다……. 최근에는 하루의 절반은 자고 있어. 일어나서 날뛰면 곤란하니까 자고 있는 쪽이 좋지만 말이지."
 담담하게 말하는 아버지의 말을 치카게는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다. 어머니는 천공공포증후군이 진행되고 있어서 약 없이는 일상생활도 어렵다.
 돌연, 무표정으로, 아버지가 중얼거렸다.
 "저기, 치카게……. 농담이지?"
 "에……. 뭐가?"
 "가족 3명이서 산다고?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엄마는 저런 상태라고. 같이 생활할 수 있을리가 없어! 병원에 들어가 있는 게 가장 안심인데……. 어째서 이제와서 3명이서 살으라고……."
 "그건……. 대사가 결정한 거라서……."
 "어처구니가 없군! 그래도 카가와에 이사가는 건 좋아. 당장이라도 이딴 마을 떠나고 싶다. 이딴 마을!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 주겠어!!"
 아버지는 화난 듯 소리친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이걸 보라고!!"
 아버지가 상에 놓아 둔 종이 묶음을 치카게에게 던졌다.
 재질도 크기도 다른 수십 장의 종이가 바닥에 흩어진다. 그 종이들에는—공책의 자투리나 편지지, 광고지의 안쪽, 복사지— 무수한 욕설들이 쓰여 있었다. '용자는 쓸모 없다' '쓰레기의 딸은 쓰레기' '마을의 수치' '네 딸이 좀 더 제대로 했다면' '죽어라'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용자에게 가치는 없다' '쓰레기 일가 사라져라'.
 "뭐야……. 이거……?"
 치카게의 목소리가 떨려, 눈 앞이 어두워져 다리가 휘청거린다.
 "매일 매일, 우리 집에 날아오고 있다고! 종이뿐만이 아니야, 거기에 적혀 있는 건 말야, 뒤에서 모두가 찌껄이고 있는 거야! 마을을 걷고 있는 것만으로 멸시 받고 중상 당하고……. 아아, 더는 이딴 마을에 살 수 있겠냐! 치카게, 네 탓이라고! 용자 주제에 지니까! 사람을 지키지 못하니까! 쓰레기가!"
 "……!"
 애초에 코오리 집안은 마을 안에서도 미움받는 존재였다. 하지만 치카게가 용자가 된 덕분에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입장이 된 것이다.
 그랬는데…….
 "용자가 고전하게 되니까, 이 꼴이야."
 또,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온갖 욕설이 쓰인 종이 속에, 있어서는 안 되는 말을 발견했다. '토이와 이요지마는 무능. 세금 내놔라. 용자따위 무가치!'.
 "……뭐야, 이거."
 타마코와 안즈는, 이런 소리를 듣기 위해 싸우고 있었던 것인가.
 심신을 깎아내듯 싸워서 최후에는 목숨을 잃어…….
 "그 보답이……. 이거……?"
 "웃기는군."
 "무가치한 건……."
 "너희들이야."
 치카게는 낫을 붙들고, 집을 뛰쳐 나갔다.
 
 집을 나온 치카게는 낫을 포대로부터 꺼낸 채, 길을 걸어간다.
 '용자의 희생 덕분에 살아가고 있는 주제에 우리들 덕에 살아있는 기생충 주제에 지금까지 실컷 의지해 놓고 상황이 나빠지니까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꿔선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어째서 칭찬해주지 않는 거야 어째서 받들어주지 않는 거야 어째서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거야 어째서 사랑해주지 않는 거야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을 거라면 사랑해주지 않을 거라면……. 죽여 버리겠어.'
 치카게는 이제 이해했다.
 자신과 같은 얼굴을 한 소녀 같은 건 없었다.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목소리 같은 건 없었다.
 '이건 나 자신의 마음의 목소리……!'
 길 저편으로부터 4명의 소녀들이 잡담하면서 걸어오고 있다. 치카게에게 있어 면식이 있는 얼굴이다. 초등학교 시절, 치카게를 괴롭히고 있었던 소녀들이었다.
 소녀들은 치카게의 모습을 눈치 채고 눈을 크게 뜬 채 멈춰 섰다. 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의 키만한 커다란 낫, 그리고 해충을 보는 듯한 차가운 치카게의 눈은 사람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데 충분했다.
 "에, 뭐, 코, 코오리……상?"
 "낫……? 뭐야, 그거……? 에? 에?"
 혼란해서 꼼짝 못하고 선 소녀들.
 하지만 소녀들 중 하나가 자신의 무서워 하는 기색을 감추려는 듯이 거칠게 말했다.
 "뭐, 뭘 생각하는 거야……! 이런 데서, 그런 날붙이를 들고 다니고! 용자니까, 뭐든지 용서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바보 아니야!? 진짜 당치도 않아!"
 그 욕설을 치카게는 말 없이 계속 듣고 있었다.
 동료의 말에 용기를 얻은 것인지, 다른 3명도 치카게를 힐난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특권계급이라도 되는 걸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쓸모 없는 주제에!"
 "이런 데 있지 말고 빨리 괴물하고 싸워! 역시 네 녀석은 용자가 되도 예전하고 똑같구나, 굼벵이!"
 "너희들 용자가 지니까, 피해자가 나오는 거야!"
 치카게는 일절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천천히 낫을 들어 올려,
 벌레라도 쫓듯이 휘둘러 내렸다.
 너무나도 무심한 동작이었다.
 가장 앞에 있었던 소녀의 옷이 가슴부터 배에 이르기까지 비스듬히 내리 베어, 피부에 희미하게 피의 선이 나타난다.
 "……히익, 싫어어어어어어엇!"
 별거 아닌 상처지만 그녀는 피를 보고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히이이이익……."
 소녀들 중 하나가 발을 돌려 도망쳤다. 하지만 도망치는 사냥감은 첫째로 노려지기 마련이다.
 치카게는 소녀가 도망치는 앞으로 돌아 들어가 낫의 등으로 그녀의 발을 쳤다.
 "꺅!"
 그녀는 넘어져 지면에 엎드러졌다.
 "사, 살려줘, 부, 부탁이야, 부탁해, 살려줘……!"
 눈물로 얼굴을 적시면서 소녀는 치카게에게 간원했다.
 치카게는 차갑게 그 소녀를 한 번 쳐다본 후, 스마트폰을 꺼내 용자 앱을 기동시켰다. 그녀의 복장이 전투용의 복장으로 변한다.
 그리고 다시 치카게는 소녀에게로 눈을 돌렸다.
 소녀의 공포가 점점 더 커진다.
 "뭐, 뭘……히, 살려…… ! 부 부탁햇, 살려……."
 치카게는 낫을 들어 올려,
 "싸워……."
 "에……?"
 말의 의미를 못 알아들은 채 어리둥절해하는 소녀의 볼을, 치카게는 베어서 상처 입혔다. 피가 한 줄기 흘러내린다.
 "악, 히이이익!"
 볼을 감싸며 비명을 지르는 그녀에게 치카게는 무표정한 채로 고한다.
 "토이상과 이요지마상은…….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절망적으로 강한 괴물에게 대항했어……. 나도……. 무서웠지만 힘내서 싸웠어……. 우리들을 멸시할 거면 너도…….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자와 싸워 봐……!"
 치카게는 낫을 휘두른다.
 소녀의 넓적다리에 붉은 선이 생긴다.
 "싫어어어!"
 "싸워……!"
 낫을 휘두른다. 소녀의 앞 머리칼이 몇 가닥 떨어진다.
 "……싸워……! 우리들의 고통을, 알라고……!"
 치카게가 낫을 휘두를 때마다 그녀의 몸에 조금씩 상처가 늘어간다. 소녀는 미친 듯이 절규를 내질렀다. 하지만 치카게는 무기를 휘두르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
 치카게는 분노에 몸을 맡겨 속 시원해지는 기분에 취해 있었다. 자신의 마음이 흐물흐물 무너져 가는 듯이 느꼈다.
 주변에 있는 다른 3명도, 공포로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거나 허리에 힘이 빠져 주저 않아 있다.
 그리고 치카게는 소녀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금속끼리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치카게의 낫을 와카바가 칼로 받아 세우고 있었다.
 "그만둬, 치카게!"
 "노기……상……?"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어째서 막는 거야?
 치카게의 안에서 몇 개인가 질문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냉정히 무언가를 생각할 기분이 되지 않았다.
 "방해, 하지마……!"
 낫을 쥔 손에 힘을 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와카바도 물러나지는 않는다. 칼로 낫을 튕겨 낸다. 치카게는 힘으로 밀려 수십 걸음 물러났다.
 "진정해, 치카게! 넌 지금, 냉정한 상태가 아니야!"
 "알고 있어, 그런 거……! 우리들은 배신당했어……. 목숨을 걸고 사람을 지켜왔는데……. 냉정하게 있을 수 있을 리가 없어……!"
 치카게는 화를 내는 채로 낫을 휘두른다.
 와카바는 칼로, 치카게의 공격을 막아 간다.
 "틀려! 그 분노는 네 감정이 아니야! 정령의 힘의 영향이야!"
 "무슨, 소리야……!?"
 와카바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치카게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치카게는 그저 용자에게 지켜지고 있으면서 제멋대로인 인간들을 용서할 수 없을 뿐이다.
 치카게는 단죄를 계속하려고 하지만, 와카바는 물러나지 않는다. 그녀는 강했다. 치카게의 공격은 모두 막혀버리고 만다.
 "이제 그만둬!"
 "시끄……러워……!"
 "사람을 다치게 했다간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려!"
 "닥쳐……! 시끄러워, 닥쳐어!"
 치카게는 분노를 담아 낫을 계속해서 휘두른다.


폭주하는 치카게와 막아서는 와카바

 

 "웃기고 있어, 모두 웃기고 있어……! 뭘 위해서……. 뭘 위해서, 우리들은 싸우고 있는 거야……!? 지켜왔는데……! 사람을 지켜왔는데……! 목숨을 걸고 싸워 왔는데……! 어째서 멸시받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이렇게 될 거면……. 싸우는 의미 따위, 사람을 지키는 의미 따위……. 없어!"
 "그렇더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 돼! 힘 없는 사람들을 우리들이 지키지 않으면……!"
 "시끄러워……! 이래선 옛날하고 똑같아……. 멸시 당하고, 상처 입고……! 용자가 되었는데……! 어째서, 이런……!"
 "치카게……."
 "어째서……. 어째서야……! 으, 으으으……!"
 낫을 휘두르면서, 치카게의 눈으로부터 눈물이 떨어진다.
 "어째서, 반격하지 않는 거야……!? 제 실력을 내면, 나 따위보다도 강한 주제에……!"
 "널 공격하는 것 같은 걸, 할소냐……!"
 와카바는 그저 치카게가 휘두르는 낫의 칼날을 막아낼 뿐.
 병원에서 치카게와 언쟁을 벌였던 때의 일을, 와카바는 후회하고 있었다. 정령의 영향으로 마음이 불안정해졌다고는 해도, 동료를 상처 입히려 하고 말았던 것을.
 "나는 더 이상 동료에게 겨눌 칼은 갖고 있지 않아!"
 "넌……. 정말로……. 마음에 안 들어……!"
 치카게는 와카바가 싫다.
 그녀는 언제나 옳고 강하고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어서, 모두의 중심에 있다.
 그녀의 옳음에, 강함에, 인기에, 자신감에, 치카게는 질투심을 안고 있었다.
 결국, 치카게는 와카바를 동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치카게가 되고 싶은 자신을 그대로 체현한 존재가 노기 와카바였다.
 그러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화가 난다.
 치카게는 와카바에게 낫을 계속해서 휘두른다.
 "치카게, 자기 자신을 잃어 버리면 안 돼……!"
 "……시끄러워……!"
 "유우나에게 부탁 받았어……. 치카게를 도와줘, 라고."
 "……!"
 "유우나는 누구보다더 널 걱정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난 널 막겠어. 널 위해서도, 유우나를 위해서도!"
 유우나의 이름을 들은 순간, 치카게의 공격이 멎었다.
 일순이라도 공격을 그만했을 때, 치카게는 주변 상황을 눈치 채고 만다.
 절규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어느새 마을 사람들이 수십 명이나, 치카게와 와카바의 주변에 모여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치카게에게 공포와 혐오와 분노의 시선을 향하고 있다.
 무수한 눈이 치카게를 책망한다.
 시선의 우리.
 "그만둬……. 그만둬…….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
 치카게는 발에 힘이 빠져, 서 있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낫이 손으로부터 미끄러져 떨어졌다.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머리를 감싸고 오열을 터뜨린다.
 "싫어하지 말아줘……. 부탁이야……. 부탁이에요……. 날 좋아해줘요……."
 그 후에 남은 것은, 용자복장인 채로, 어린아이처럼 가냘프게 눈물을 흘리는 소녀뿐이었다.
 그리고 코오리 치카게는 마루가메시에 돌려 보내져서…….
 용자 시스템의 박탈과 근신이 결정되었다.



(15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