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l Horizon

Blog Info

  • About
  • Chatroom
  • Weather ·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노기 와카바는 용자이다 16화

2016. 10. 30. 23:47취미 겸 번역

[대사서사부 무녀님 - 검열됨]

 

제가 태어나 자란 토지는

신화의 고장이라고도 불리고 있어요,

 

그 날, 신사에서 받은 힘은

닥쳐 오는 것들에의 저주.

 

이걸로 다시, 언제나처럼 모두를 지키겠어.


지키고 싶어.

 

빨리 낫고 싶어요.


-용자어기 2019년 6월
타카시마 유우나 기록

  


연설하는 와카바


 

제16화 제철을 잘못 찾은 꽃

 

 

 6월 모일 오후 6시, 마루가메성에서.

 본성의 천수각 앞 광장을 사람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후방에는 비디오 카메라를 가진 보도관계자들도 대기하고 있다.

 그들의 눈은 하나같이 기대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가 황혼의 자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을 무렵, 천수각의 출입구로부터 한 사람의 소녀가 나타난다. 

 노기 와카바이다.

 칼을 손에 들고, 용자 복장을 두른 소녀는, 천수각을 등지고 사람들의 앞에 섰다.

 사람들은 웅성대면서 와카바를 주목한다.

 하지만 와카바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침묵한 채 칼의자루를 양 손으로 쥔 채 지면에 꽂아 세워, 그 자리에 계속 서있었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와카바의 무언의 압박감에, 이윽고 입을 여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되어간다.

 굳은 긴장감…….

 그 긴장감이 극한에 달했을 때, 와카바는 입을 열었다.

 "7월 30일 천재의 비극으로부터, 앞으로 1개월 반 정도면 4년이 됩니다."

 사람들은 와카바를 바라보며, 그 말에 귀를 기울인다.

 "저희들은 그 날, 많은 것을 빼앗겼습니다. 인명, 국토, 자유롭게 올려다 볼 수 있는 하늘. 그 날, 하늘로부터 출현한 인류의 천적들은, 너무나도 강대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결코 무저항으로 끝을 맞지 않았습니다. 힘은 약해도, 인간에게는 지혜와 용기라고 하는, 다른 만물들은 지니지 못한 무기가……."

 와카바는 확성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자신의 육성으로 말을 계속한다.

 버텍스라고 하는 괴물로부터 받은 피해의 무참함.

 괴물에게 맞서는 사람들의 노력.

 그리고 '용자'라고 하는 토지신으로부터의 은혜를 인류의 지혜를 통해 강화하여, 괴물에게 대앙하는 힘을 얻었던 것.

 시코쿠의 사람들에게 있어 우상적인 인기를 지닌 와카바의 말에, 사람들은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은 채 경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적도 또한 자신들의 힘을 강화하여, 다시 인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져 있습니다. 용자 토이 타마코와 이요지마 안즈는 싸움 속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용자의 죽음'이라고 하는 사실에, 청중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와카바는 한층 목소리를 크게 하여 고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빼앗긴 것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지금, 대사와 우리들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곧 전황을 뒤집을 방법을 찾아내겠지요!"

 와카바는 한껏 목소리를 높여 말을 이었다. 

 "떠올려주십시오! 우리들 인간 본연의 모습을! 일본이라고 하는 국토를 딛고, 천적 때문에 떠는 일 없이, 친구나 가족 또는 연인과 나날을 지내던! 그것이 우리가 구가하던 일상입니다! 본래 있어야 할 인간의 삶입니다! 우리들은 닫힌 상자 안에서 키워지는 괴물들의 먹이가 아닙니다!"

 천수각과 저녁 해를 등진 채, 용자는 계속해서 호소한다.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기 위해서.

 "우리들 용사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천적과 계속해서 싸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특별한 일일까요!? 아니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천적에게 습격받게 된다면 부모는 앞장 서서 아이를 지키고, 싸우려 할 것임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만일 시코쿠의 밖에서 도움을 바라는 친구가 있으면, 스스로를 위험에 처하게 할지라도 도우러 가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천공공포증후군으로 야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만약 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게 생긴 아이를 본다면, 두려움을 제치고 도우러 갈 것임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매우 위험한, 세토내해에서 벽 밖을 감시하는 임무에 자원하여 임하는 자위대원, 경찰관이 있다는 것을!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천적에게 맞설 용기를 지닌 용자입니다! 시코쿠의 사람들 모두가 용자라면, 괴물 따위에 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청중 속에서 박수와 환성이 터져 나왔다.

 와카바는 칼을 뽑아 하늘에 대고 치켜 올렸다. 

 "적에게 맞설 용기를!! 동료를 도울 용기를!! 슬픔을 받아들일 용기를!! 아픔을 잊지 않을 용기를!! 계속 싸워나갈 용기를!! 몇번이라도 말합시다, 우리들은 상자 속에서 키워지는 괴물들의 먹이가 아니라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용자로서, 침략자로부터 모든 것을 탈환할 미래를 위해서!! 

 거기서 일순 와카바의 말이 끊겼다. 그녀의 표정에는 분노와 회한이 서려 있다.

 "……그리고 나는, 내 친구들을 빼앗은 자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괴물놈들, 이 응보는 반드시 받게 해주겠다." 

 지금까지 내지른 목소리와 달리, 자기자신에게 말을 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와카바의 표정과 목소리의 변화는 한순간뿐. 

 다시 와카바는 목소리를 키워 사람들을 고무하는 말을 토하기 시작한다…….

 

 저녁부터 시작된 용자 노기 와카바의 연설은 반 시간 가량 계속됐다. 

 연설을 마친 후, 와카바는 기숙사의 자기 방으로 돌아가 히나타의 무릎 베개를 베고 있었다.

 "오늘은 수고했어요. 계속 큰 소리를 내야 해서, 힘들었죠?" 

 "아아…… 그걸로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되어 준다면, 하는 의미가 있어. 다만……."

 와카바는 말꼬리를 흐린다.

 오늘 연설은 용자의 죽음과 버텍스에 의한 피해 확대로 인해 의기소침해 있는 사람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연설 초안은 와카바가 만들었지만 문장은 전부 대사가 고쳐 썼다. 마루가메성이라는 무대와 저녁이라는 개시 시간도 대사가 연출의 일부로서 결정한 것이다. 더욱이 몸짓 손짓, 말의 간격을 두는 방법이나 발성법까지 포함해서, 와카바는 세세한 지도를 받았다. 모두 청중에의 심리적 효과를 노리고 생각한 것이라는 듯하다.

 그 연출이 주효했는지 청중은 달아올랐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와카바는 역시,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감각을 떨칠 수 없었다.

 대사가 다시 쓴 연설문 안에 스와에 관해서 수정되어, '곧 스와의 용자와의 공투도 가능해진다'고 하는 구절이 있었다. 하지만 와카바는 의도적으로 그 부분을 말하지 않았다. 대사는 스와의 괴멸을 시민에게 알리지 않았기에 그것도 사기 진작의 재료로 쓰려고 한 것이겠지만, 시라토리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속이는 말만큼은 할 수 없다.

 그리고……. 도중에 말하고 말았던 버텍스에의 복수를 맹세하는 말은 대사가 만든 것이 아닌, 분명한 와카바 자신의 목소리였다.

 "와카바짱의 연설, 뉴스에서 몇 번이고 방송되고 있어요. 내일 신문에서도 1면에 나는 것으로 되어 있어요."

 "아아……." 

 기분이 별로인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와카바의 머리를, 히나타가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히나타 자신도 내심 착잡했다.

 용자가 와카바, 유우나, 치카게 뿐이 되어, 유우나는 부상 때문에 전투에 참가할 수 없다. 치카게 변신용 앱과 무기를 박탈당해 용사로서의 힘을 빼앗기고 근신 중. 지금 용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건 와카바 뿐이다.

 대사는 와카바를 죽은 용자와 입원 중인 용자의 마음을 짊어진 희망의 상징으로 치켜세우려고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와카바가 지닌 시코쿠 내에서의 인기를 이용해, 각 미디어에의 정보조작 등도 행하고 있다. 모든 것은 시코쿠의 사람들을 절망시키지 않기 위해서이다.

 "치카게는 뭐하고 있으려나……."

 걱정하며 중얼거리는 와카바에게, 히나타는 기운을 북돋으려는 듯 말한다.

 "괜찮아요. 분명……."

 "치카게의 폭주는 정령의 영향이야. 그 녀석만 나쁜 게 아니야. 대사에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말야……."

 와카바는 치카게의 처벌을 가볍게 해서, 이 이상 그녀를 몰아 세우지 않게끔 탄원을 냈다.

 그러나 대사가 그 탄원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와카바에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 

 히나타에게도 대사의 판단은 전해지지 않았다. 

 '나도 대사에, 그다지 신뢰받지 않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용자와 너무 가까워져 버렸으니까…….'

 히나타에세 뭔가 전하면 그것은 자연히 용자들에게 전해지고 만다. 그래서 대사는 그녀에게도 많은 것을 가르쳐 주려고 하지 않는다. 

 

 코오리 일가는 마루가메시 시내의 외딴집을 받아, 아버지, 어머니, 치카게 셋이서 살고 있다.

 어머니는 현재, 천공공포증후군의 스테이지3이며 약 없이는 생활할 수 없다. 하루의 절반은 정신을 진정시키는 약을 먹고 잠을 자고 있다. 그런 어머니를, 치카게와 아버지 및 대사에서 파견된 사람이 간호하고 있다. 

 정신이 불안정한 어머니를 보는 것도, 어머니의 간병으로 스트레스가 쌓인 아버지를 보는 것도, 치카게에게 있어선 고통일 뿐이다.

 그래서 필요한 때 외에는 최대한 방에 틀어박혔다.

 오늘도 방 안에서 침대에 뒹굴며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방 밖에서는 때때로 어머니가 중얼거리는 소리나 그것을 멈추게 하려는 아버지와 간병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마루가메성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와카바의 모습이 나온다. 

 치카게는 자신의 비참함을 통감하고 있었다.

 고향 마을에서 일으킨 치카게의 폭주는 스마트폰의 동영상으로 촬영되어 인터넷에 올라가 버려 있었다. 그 동영상 속에서 치카게를 막고 마을 사람들을 지키려 하는 와카바의 모습은, 그야말로 정의와 용맹의 상징이었다. 거기에 더해, 용자와 대사를 대표하여 사람들을 분발하게끔 하려는 와카바의 연설은 요 며칠 간 몇 번이나 뉴스에서 방영되어 신문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그녀는 이제 시코쿠의 사람들로부터 신격화에 가까운 취급을 받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직 용자와 대사에 대한 비판은 있지만, 이제 그것은 와카바를 칭찬하는 목소리에 비해 극히 일부이다. 와카바는 내몰린 인류를 이끌고 싸우는 카리스마가 되었다. 사랑받고, 동경 받으며, 희망으로 일컬어지는 존재.

 '거기에 비해서……. 나는…….'

 힘은 빼앗겨,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폭주한 용자로서 사람들로부터 미움 받고 있다. 근신 중으로 누구와도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용자로서의 가치도, 찬양도, 동료도 잃었다.

 "으으……." 

 왜 이렇게 됐을까.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어 버렸던 것일까.

 "흐……. 으으으……." 

 눈물로 시야가 일그러진다.

 "타카시마상……. 타카시마상……. 타카시마상……."

 자신의 기분을 이해해 주는 존재가 있었으면 한다.

 마음의 버팀목이 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

 치카게는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방을 나섰다. 

 그녀가 입원해 있는 대사 산하 병원에 가자…….

 그렇게 생각했다.

 이미 유우나의 면회 사절은 풀려 있으니까, 만나는 것은 가능할 터다.

 

 집에서 나온 치카게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인적이 드문 길을 걸었다. 근신 중에는 기본적으로 외출이 허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폭주 사건 때문에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기에, 발견되면 소동이 일어나고 만다. 

 살금살금 그늘을 걸을 수밖에 없다. 

 '비참, 하네…….'

 용자로서의 가치를 칭찬 받아,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는 일은, 이제 영원히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도대체 뭘 위해서 살아 있는 것인가.

 만일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안즈나 타마코가 죽었을 때처럼 슬퍼해 줄 사람은, 분명 없을 것이다. 


 정면으로 병원에 들어서면 접수처에서 발견당해 버리기에, 치카게는 뒷문으로 들어갔다. 원내 관계자에게 발견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걸어간다. 유우나의 병실은 이미 알고 있다. 어떻게든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그 병실 앞까지 와서 문을 노크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대답은 없다.

 슬쩍 문을 열어 봤지만 실내에는 아무도 없었다.

 '외출, 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유우나는 병원 밖을 돌아다닐 만큼의 회복은 하고 있지 않을 터다. 기껏해야 정원 등을 산책하는 정도일 것이다. 오래 걸리지 않고 돌아올 테니 병실 안에서 기다리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했을 때 복도 끝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하하……. 그래도……. 좋아, 힘낼게!"

 유우나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치카게의 음울한 기분이 사라져 간다.

 유우나의 목소리가 들린 곳은, '기능훈련실'.

 재활을 위해 사용되는 방 쪽부터였다. 치카게는 기능훈련실에 가서, 출입구로부터 안을 훔쳐 보았다.

 "타카시마사……. 아……."

 하지만 치카게의 말은, 도중에서 목 안으로 들어가고 만다. 

 방 안에 있던 것은 유우나 뿐만 아니라 와카바도 함께 있었다. 유우나는 팔의 재활인지, 손바닥 크기의 공을 몇 번이고 쥔다. 유우나의 곁에서 와카바가, 공을 쥔 횟수를 세고 있는 모양이었다.

 치카게는 무심코 출입구의 벽에 드리워진 그늘에 숨었다. 

 '어째서……. 숨어 있는 거야. 나는……?'

 편하게 말을 걸면 될 터이다.

 그러나 어째선지 말을 거는 것은 주저하게 된다.


절망하는 치카게


 출입구의 그늘로부터 유우나와 와카바의 모습을 훔쳐본다.

 두 사람이 말하고 있는 내용은 확실하게 들리지 않고 단편적으로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러니까……."

 "정말, 와카바짱은……. 응, 나도……. 꼭 모두 함께…… 그렇지!" 

 와카바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기거나, 곤란해 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거나 하고 있다. 유우나는 팔의 재활을 하면서 와카바의 말에 웃는 얼굴로 맞장구를 친다. 와카바가 무언가 상담할 일을 꺼내 유우나가 거기에 대답하고 있는 것일 터이다. 그 광경을 보고, 치카게는 너무나도 깊고 커다란 단절을 느꼈다. 

 유우나와 와카바는 함께 용자였으며, 강하고 용감하고 매력적이며 대등한 입장이다. 

 '하지만……. 난 아니야…….' 

음울하고 약해서, 거기에 이제는 용자조차 아니다. 

 '나는……. 그녀들의 장소에 갈 수 없어…….'

 그 때, 와카바가 출입구의 낌새를 눈치 챘는지 고개를 돌려 치카게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아……. 치카게!" 

 "군짱!?"

 유우나도 치카게를 깨닫고 의자에서 일어서려고 한다. 그러나 몸이 다 나은 상태가 아니라서인지 비틀거리며 균형을 무너뜨렸다. 

 "위험……." 

 치카게는 반사적으로 유우나 쪽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바로 옆에 있던 와카바가 유우나의 몸을 지탱해 준다. 

 "괜찮아, 유우나?" 

 "응, 고마워, 와카바짱."

 그 모습을 보고.

 치카게는 도망치듯 그 곳으로부터 달려 나갔다.

 

 "치카게! 어디에 가는 거야!?" 

 와카바는 치카게를 불렀지만, 그녀는 멈추는 일 없이 달아나 버렸다.

 "무슨 일인 걸까, 군짱……?" 

 유우나가 의아해 하는 듯한 얼굴을 한다.

 "음……. 치카게와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근신 중이라서 죽 만나지 못했기에 와카바도 치카게를 걱정하고 있었다. 어째서 지금 병원에 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치카게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군짱은 나쁘지 않다고 모두 같이 대사에 말하러 가자고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오늘, 와카바가 유우나를 만나러 온 것은 그것이 이유였다. 유우나와 히나타와 와카바가, 다시 한 번 대사에 치카게의 처벌을 가볍게 하도록 진정을 내보자고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치카게는 물리치료실에서 달려 나간다. 몸을 숨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완전히 머릿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즐겁게 이야기하는 와카바와 유우나.

 유우나를 지탱하는 와카바의 모습.

 '그 장소에 있는 건……. 나였을 텐데……!'

 치카게는 용자의 힘도 칭찬도 신뢰도 모두 잃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자신의 있을 장소마저 와카바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증오가 치카게의 마음을 뒤덮어 간다.

 "너……. 코오리상!?" 

 복도를 달리던 도중, 간호사에게 발견되고 말았다.

 "어째서 여기 있는 거야!?"

 "코오리상, 기다려!" 

 "누구 좀 와봐!" 

 병원 직원들이 속속 모여들어, 치카게를 붙잡으려고 한다. 치카게는 경비원을 밀치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변신용의 앱도 커다란 낫도 없는 상태에서는, 치카게의 힘은 보통 소녀의 것에 불과하다. 간단히 잡혀 버리고 만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이고 붙잡혀서…….

 마치 도주범을 붙잡는 이야기의 장면 같다. 

 '어째서……. 왜 이렇게……. 되는 거야……!' 

 대사 직원에게 끌려가서, 치카게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치카게는 아무 말도 할 기분이 나지 않아 그대로 자기 방에 틀어박혔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바닥에 웅크리고 쥐어짜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 뒤 천천히 일어선 치카게는 방 안에 있는 것을 모조리 부쉈다. 휴대용 게임기와 고정형 게임기를 벽에 던져 산산조각내 파괴했다. 커터칼로 이불이나 침대를 찢었다. 책장을 끌어내 쓰러뜨리고, 흩어진 책들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짓밟았다. 의자를 상에 내던지고, 노트북 컴퓨터를 텔레비전에 내동댕이쳤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엉망진창이 된 방 안에서 치카게는 멈춰 선다.

 "……전부……. 잃어 버렸어……. 전부, 빼앗겼어……!"

 그리고 지금, 치카게가 잃어버린 것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되찾겠어……. 되찾는 거야……. 나는……."

 치카게는 스마트폰을 꺼내, 대사에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 근래에는 진정하고 있어 왔습니다. 지난 날, 제가 일으킨 사건에 대해서도, 지금은 깊이 반성하고 있고……."

 

 다음날…….

 마루가메성의 학교에는 오늘도 와카바와 히나타 밖에 오지 않았다.

 둘만의 교실이라도 수업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진행된다.

 점심 시간, 와카바와 히나타는 식당에서 우동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치카게상……. 아직 근신이 풀리지 않네요."

 "적어도 학교에 오는 거라도, 집에 계속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마음이 풀릴 텐데 말야……."

 "저는 걱정이에요. 이런 때……."

 히나타의 말을 끊는 듯이, 갑자기 스마트폰에서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와카바가 얼굴을 들어 보니, 히나타의 움직임이 경직되어 있다. 아니, 히나타뿐만 아니라 시계의 바늘도 멈춰 있다.

 "수해화인가……."

 와카바는 변신용 앱을 기동시켜 용자 복장을 두르는 동시에 식당을 뛰쳐 나갔다.

 밖에 나가니, 식물에 덮인 시코쿠의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다가오는 버텍스의 하얀 대군도 보였다.

 이제 싸울 수 있는 용자는 와카바 뿐. 단 한 사람만으로 저 괴물들에게 이길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패배는 허락되지 않아…….'

 와카바가 패배하면 버텍스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때, 한 소녀가 바로 옆에 착지했다.

 "나도 있어……." 

 빨강을 기조로 한 용자복, 사신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낫을 든 흑발의 소녀—코오리 치카게였다. 

 치카게는 근신이 풀려, 무기인 대형 낫과 변신용 앱을 반환받았다는 것 같다. 와카바 혼자만으로는 전투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대사는 치카게를 급하게 복귀시킨 것이다.

 "지금까지 폐를 끼쳤네……. 이젠, 괜찮아……."

 "그런가……. 다행이야." 

 와카바는 안도하여 웃었다.

 그리고 둘은 세토내해로부터 다가오는 버텍스의 대군을 바라본다.

 혼자서 싸운다면 곤란할지도 모르겠다고 와카바는 생각했다. 그러나 동료가 있어 주면 이야기는 다르다. 유우나가 입원한 후로부터 죽 와카바와 치카게가 둘이서 시코쿠를 방위해 왔었으니까.

 "먼저 간다!"

 와카바는 땅을 박차고 도약하여 하얀 괴물들에게로 접근. 칼을 뽑아 적을 차례차례 베어넘겨 간다.

 버텍스의 수는 과거의 습격에 비해서 특별히 많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결코 여유는 없다. 버텍스들은 수해를 부식시키는 힘을 지닌다. 그리고 수해가 부식되면 시코쿠의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단기 결전. 

 '비장의 수를 써야 할까……?'

 와카바는 갈등하지만 아직은 평소의 힘으로 대처할 수 있다.

 정령의 힘의 영향이 육체적인 것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안 이상, 단기 결전이 바람직하더라도 리스크가 너무 크다. 

 와카바가 버텍스들을 차례로 쓰러뜨리는 한편, 치카게도 커다란 낫으로 적을 해치우고 있었다.

 두 사람의 용자에 의한 맹공으로, 버텍스의 수는 엄청난 기세로 줄어들어 간다.

 승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좋아, 이대로…….'

 그 때, 와카바의 시야 끝에 검은 것이 비쳤다. 

 "!?"

 그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보다 먼저, 직감적으로 와카바는 몸을 피한다. 그 회피가 일순이라도 늦었다면, 와카바는 치명상을 입고 있었을 것이다.

 검은 것의 정체는, 치카게의 대형 낫이었다.

 치카게가 와카바를 향해서 낫의 칼날을 휘둘렀던 것이다. 

 "역시 대단하네……. 완전히 성공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 치카게 무슨 생각이야?!"

 "저기 말야, 노기상……. 부조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는 모두로부터 사랑 받고……. 나는 기피 당하고, 미움받고……." 

 치카게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지카게……? 어떻게 된 거야, 정신 차려!"

 와카바는 덮쳐오는 버텍스들을 베어 쓰러뜨리면서, 치카게를 부른다.

 "어째서, 이렇게 되는 걸까……? 나, 깨달았어……." 

 치카게는 눈을 감고, 기계와 같이 담담히 고했다.


 "그건 너가 있기 때문이야."


 눈을 감은 채 그녀는 말을 계속한다.

 "용자가 한 사람만 남게 된다면……. 나밖에 없게 된다면……. 네가 없어진다면……. 사람들은 내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돼……. 내가, 타카시마상의 곁에 있을 수 있게 돼……. 지금, 네가 받고 있는 칭찬을……. 사랑을……. 전부, 내가 받게 돼……. 내가, 지금의 네 입장에, 서는 거야……!"

 치카게의 용자 복장이 변화한다.

 그리고 다음 순간, 7명의 치카게가 출현해 와카바를 포위하고 있었다.

 "정령의 힘을 사용한 거야!?" 

 와카바는 격한 어조로 말한다.

 7명의 치카게 중 1명이 커다란 낫으로 와카바를 베려고 했다.

 "윽!"

 첫째의 공격을, 와카바는 칼로 튕겨냈다. 직후 이번에는 좌우에서 두 치카게가 동시에 낫을 휘둘러 왔다. 오른쪽으로부터의 공격을 와카바는 칼로 받아 세우고, 왼쪽으로부터의 공격은 몸을 틀어 피한다. 하지만 배후로부터 온 또 한 사람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해, 와카바는 등에 참격을 받았다. 

 "큭……!"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와카바.

 그 모습을 보고 치카게는 어두운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고향 마을에서 폭주할 때처럼 마음이 증오로 완전히 물들어, 흐물흐물 무너져 가는 것을 느낀다. '노기 와카바를 제거하면, 네가 사랑 받고 칭찬 받는 용자가 될 수 있다고.'—머릿속에서 또 한 사람의 자신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정령에 의한 영향은 치카게의 마음을 한층 더 좀먹어 간다. 

 "'오오하가리'……. 이 낫에 깃든 영력은 지금의 내게 딱 맞아……!" 

 토지신이 친구의 빈소를 베고 부수는 데에 사용한 꺼림칙한 날붙이, '오오하가리'.

 그렇기에 동료를 해치는 것에 걸맞는 무기.

 7명의 치카게는 커다란 낫을 휘둘러 와카바를 계속해서 공격한다.

 "큭!" 

 와카바는 도약하여, 치카게들에게 둘러싸인 상태로부터 이탈한다.

 하지만 치카게들은 와카바를 바싹 뒤따랐다.

 달아나는 도주에도, 버텍스들이 와카바에게 공격을 해온다. 버텍스에 대처하는 사이에, 와카바는 치카게들에게 따라잡혀 다시금 둘러싸이고 만다.

 "내가……. 네가 서있는 자리에 대신 서겠어……." 

 치카게의 대형 낫이 사정없이 휘둘러진다.

 와카바가 아무리 무술에 뛰어나다고 해도, 7명의 동시공격을 완벽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필사적으로 공격을 받아 넘기지만, 와카바의 몸에 상처가 늘어간다.

 "네가……. 너만 없었으면……!! 내가 사랑 받았었을 텐데……!!" 

 치카게의 비통한 절규가 울린다.

 낫의 일격 일격을 받아낼 때마다 치카게의 아픔과 슬픔이 전해져 오는 듯이 와카바는 느꼈다. 

 '나는……. 어떻게 했어야 했던 거야……?'

 뇌리에 그동안 치카게와 함께 지냈던 기억이 지나간다. 

 치카게와의 사이에는, 최초에는 불화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에는 친숙해져서, 동료로서 마음이 통하고 있었을 터였다. 

 그랬을 텐데……. 지금 치카게에게 있어 와카바는 증오와 살의의 대상일 뿐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치카게와 사이 좋게 지내는 방법이, 뭔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계속 친구로서 지내고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불행한 미래가 운명 지어져 있었던 것일까. 

 '어째서…….'

 치카게의 공격을 받으면서, 와카바의 사고가 돌아간다.

 그러나 답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나올 리가 없다.

 "잡았, 어……!"

 "!?"

 마음의 방황으로 움직임이 둔해진 와카바의 틈을 찔러, 3명의 치카게가 좌우 및 윗쪽로부터 낫을 휘둘렀다. 

 회피 불가능한 타이밍과 각도에서, 치명적인 참격이 와카바를 덮친다. 

 "에……!?"

 그러나 다음 순간에 벌어진 것은 와카바의 죽음이 아닌, 치카게를 경악케 하는 이상 현상이었다. 

 

 와카바에게 낫을 휘두른 3명의 치카게가……. 아니, 7명의 치카게 중 6명이 돌연 소멸한 것이다. 흡사 꽃잎이 한순간에 져버리는 것과 같이.

 

 '내……. 정령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치카게에게 이해되지 않았다.

 와카바도 상황을 이해 못했는지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관계, 없어! 정령의 힘이 없어도……!'

 치카게는 증오의 마음 그대로 낫을 휘두른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 이번에는 용자 복장이 사라져, 치카게는 제복 모습으로 수해의 안에 서 있었다.

 "무, 무슨……!?" 

 치카게는 자신의 몸에 일어나고 있는 일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무기인 대형 낫은 이제까지처럼 가볍게 휘두를 수가 없다. 쇳덩어리의 무게가 느껴져, 들고 있지 못하고 떨어뜨렸다. 

 '용자의 힘이……. 사라졌어……!?'

 "치카게!? 어떻게 된 거야!?" 

 와카바가 묻지만, 치카게 자신도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치카게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초조해 하면서 몇번이나 변신용 앱을 기동시키지만 변신할 수 없다.

 "어째, 서……!? 변신할 수가 없어……. 용자가, 될 수 없어……!!"

 원인은 불명이지만, 치카게는 용자로서의 힘을 완전히 잃어 버리고 있었다. 

 치카게에게 버텍스들이 몰려들었다. 무방비한 한 사람의 소녀로 변한 그녀는, 괴물들의 먹이가 된다…….

 그런 일은 없었다. 

 "하아앗!"

 치카게에게 몰려드는 괴물들을, 와카바가 칼을 휘둘러 모두 베어 해치웠다.

 와카바는 그녀를 지키려는 듯이 선다.

 "치카게,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

 "에……?" 

 멍하니 있는 치카게를 두고, 와카바는 그녀를 지키며 싸움을 계속했다. 치카게의 곁을 한순간도 떠나지 않는 채, 덮쳐오는 무수한 버텍스들을 전부 쓰러뜨려 간다.

 전혀 이동하지 않는 채로 버텍스들과 싸우는 것은, 이동하면서 싸우는 것보다 훨씬 곤란하다. 기동력은 용자가 버텍스에게 이기고 있는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전후좌우 모든 방향에서 집중공격을 받으니까. 

 용자로서의 힘을 잃은 치카게는 기동력을 거의 잃어버렸다. 와카바가 움직여 돌아다니면 따라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와카바가 치카게의 곁을 떠나지 않는 채로 싸울 수 밖에 없다.

 "어째서……? 어째서, 나를……. 지키는 거야……?"

 치카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와카바를 공격해 죽이려고까지 했는데.

 "어째서냐고? 정해져 있잖아, 동료니까!"

 "에……?" 

 "동료이기 때문이야!! 네가 무엇을 하든, 넌 내 동료다!! 그러니까 지킨다!! 무슨 일이 있어도!!" 

 "노기……상……."

 와카바는 버텍스의 맹렬한 공격을 견디기 위해 비장의 수를 발동하여 요시츠네의 힘을 몸에 품고 싸운다.

 그러나 그래도, 전황은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일부의 버텍스는 진화체를 형성하여, 무수한 화살을 날려 와카바를 원거리에서 공격한다. 화살을 칼로 튕겨내지만, 쳐내는 것만으로는 본체를 공격할 수 없다.

 "오오오오옷!"

 와카바는 적이 쏜 화살 중 하나를 맨손으로 움켜잡았다. 잡은 충격으로 손의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흐른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고 화살을 도로 던졌다. 와카바에 의해 투척된 화살은 진화체의 몸을 관통한다.

 "하아, 하아……!"

 와카바의 숨이 차오른다. 비장의 수는 체력 소모가 심한 데다가 집중공격을 받고 있기에, 한순간도 쉬지 못한 채로 와카바는 계속 싸우고 있는 것이다. 피로는 굉장한 속도로 누적되어 간다.

 그래도 와카바는 치카게를 계속해서 지킨다.

 치카게에게는 그녀의 모습이 그야말로 영웅 그 자체로 보였다.

 계속해서 싸우는 와카바의 모습을 보면서 치카게는 생각한다……. 

 '나는……. 어째서 이런 식으로 하지 못한 걸까…….' 

 정령의 힘의 영향으로 정신이 불안정하게 되었으니까?

 틀리다, 와카바도 치카게와 같은 정도로, 정령의 힘을 사용해 왔다.

 자라온 환경이 불행하니까? 틀리다, 버텍스 습격의 날을 살았던 지금의 사람들은, 누구라도 불행한 환경를 짊어지고 있다. 와카바도 마찬가지다. 

 '결국, 내가……. 약했을 뿐…….'

 치카게의 마음의 문제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다면…….'

 마음의 문제에 불과한 것이라면……. 

 '나도……. 노기상처럼……!' 

 피폐한 와카바의 집중력이 끊기면서 한순간의 틈이 생겼다. 버텍스의 하나가 와카바를 물어뜯으려고 덮친다.

 "노기상!"

 치카게는 와카바를 밀어내 적의 공격으로부터 그녀를 구해낸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와카바 대신 치카게의 몸이, 버텍스의 먹이가 됐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괴물에게 물려,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격통에 치카게는 절규한다.

 "치카게!!"

 곧바로 와카바는 그 버텍스를 베어 넘기지만, 치카게의 어깨로부터 옆구리까지 물렸던 부위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살이 도려지고 뼈가 부러져 노출되어 있다. 내장도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 

 '아아……. 위험하네……. 이런 상처, 인데……. 아픔을 느낄 수 없게……. 되서…….' 

 치카게의 의식이 멀어진다.

 포효와 같은 절규를 하며 싸우는 와카바의 모습이, 희미해져가는 시야 안에 비친다.

 와카바는 여전히, 치카게를 지키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계속 싸우고 있었다. 

 '……이제 괜찮아……. 나……. 살릴 수 없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 안 지켜도……. 미안……. 노기상……. 지금까지……. 계속……. 미안해…….'

 거기서 치카게의 의식이 끊겼다.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 주위로부터 수해는 사라져 치카게는 마루가메성 본성에 쓰러져 있었다. 

 이미 해가 지기 시작해, 주변은 저녁 노을에 물들어 있다.

 버텍스는 1마리도 없다.

 그리고 치카게의 눈앞에는 상처 투성이가 되어 선 와카바의 모습이 보였다. 

 '대단하, 네……. 정말로…….' 

 와카바는 버텍스를 섬멸해 버렸던 것이다.

 치카게를 지키며 그 자리로부터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채.

 "치카게, 바로, 병원에……!"  

 와카바는 양손으로 치카게를 안아 든다. 하지만 치카게에게는 와카바의 손의 감촉마저도 알 수 없었다. 이미 온몸의 감각이 마비되어 있는 것이다.

 와카바의 손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것은, 아주 조금, 쓸쓸했다.

 "……소용 없, 어……. 지금, 살아 있는 것도 기적 같은……. 걸……." 

 "그런 말 하지 마!"

 와카바는 외치지만, 치카게의 상처가 치료해서 어떻게 될 정도의 것이 아님은 분명했다. 

 안겨 들린 치카게의 시야에, 마루가메성으로부터 내려다보이는 노을의 거리와 바다가 보인다.

 와카바가 이 본성으로부터 매일과 같이 세토내해 쪽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치카게는 알고 있었다. 

 "……좀 더……. 이대로 쉬게 해줘……. 옮겨지는 거……. 괴로우니까……." 

 "그럼 여기로 의료반을 부를게!"

 와카바는 슬픔에 몸을 떨면서,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치카게의 최후


 '내가 죽어도……. 슬퍼해 줄 사람 같은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치카게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고 싶었다.

 용자로서 활약한다면,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아 타인으로부터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싸우고 싸워서…….

 이길 수 없는 버텍스가 나타났을 때, 용자의 힘을 잃었을 때,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던 것이 없어져서,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사실은 잃은 것이 아니었다.

 마루가메성에서 보냈던 나날…….

 함께 우동을 먹었던 것. 함께 버텍스와 싸웠던 것. 온천 여관에 투숙했던 것. 모두 함께 게임을 하고 놀았던 것. 아무렇지도 않은 시간들의 축적.

 동료들은 용자의 힘도 버텍스와의 싸움도 관계 없이, 치카게를 친구로서 사랑해주고 있었다.

 '……바보네……. 나는…….'

 그 것을 깨닫고 있었다면…….

 분명 치카게는 충분했을 것이다.

 친구가 사랑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타카시마상에게……. 전해줘……. 지금까지 죽, 고마웠어……. 라고"

 사실은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만나러 갈 시간도 자격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치카게는 생각했다.

 "치카게……!"

 와카바의 눈으로부터 눈물 방울이 흐르고,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치카게는……. 남은 힘을 쥐어 짜서, 고한다. 

 와카바에게 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말을.

 "……노기상……. 나는……. 네가 싫어……."

 "알고 있어……."

 "하지만……. 싫은 것과 같은 정도로……. 너를 동경해서……."

 "……."

 "네가, 좋았었어……."

 와카바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채, 그저 치카게의 몸을 강하게 부둥켜안았다.

 최후에, 너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 말은 미처 목소리로 나오지 못했지만.

 치카게는 미소지은 채로, 잠드는 듯이 눈을 감았다.



(16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