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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 와카바는 용자이다 1화

2015. 8. 4. 20:00취미 겸 번역

[대사서사부 무녀님 - 검열됨]

 

오늘 오후,
마루가메성으로부터 세토내해를 향한다.
여기에 설 때마다, 나는 스스로의 맹세를 되새긴다.
빼앗긴 세계를 반드시 되찾겠다고.
우리들 용자는 그것을 위한 창.
숫자는 적을지라도 완수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동료들 중에서도,
유우나의 긍정적인 모습은 이 세계에서는 귀중한 것이다.

코오리 같은 쪽은 불안정한 면이 보이지만…….

 

-용자어기 서력 2018년 8월
노기 와카바 기록

  

 

14살의 노기 와카바


 

제1화 발아

 

 

 2018년 7월 30일.
 
 노기 와카바는 카가와현 마루가메성의 주성 석단 위에 서서, 세토내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은 한 자루의 검. 철이 들 무렵부터 거합을 갈고닦아 온 와카바에게 있어, 그 무게는 몸에 친숙하다.
 한 여름의 햇볕이 머리 위로부터 내리 쬐어, 피부에 땀이 맺힌다. 주위에는 매미가 떠들썩하게 울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는다.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 그날의 절망과 분노가.
 


*     *     *


 
 2015년 7월 30일, 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노기 와카바는, 시마네현에 있는 신사의 신락전에 피난해 있었다.
 수학여행으로 카가와현으로부터 시마네에 와 있었던 와카바는 거기서 강한 지진을 당했다. 지진은 그 후에도 단속적으로 일어나, 교사들이 비상사태라고 판단하여, 지역의 피난소였던 신사에 학생들을 이동시켰던 것이다. 신사에 피난한 사람의 수는 근처 주민도 합쳐서 꽤나 많았다.
 수업일수의 관계로 와카바의 학교는 여름 방학 중에 수학여행을 가지만, 설마 이런 재해에 휩쓸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반장인 와카바는 반의 점호를 하여, 전원이 모여있음을 담임교사에게 전했다. 교사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지진은 시마네뿐만이 아니라, 전국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듯하다. 그 영향으로 해일이나 땅이 갈라지는 사태 등도 일어나고 있어, 일본 전역에서 피해가 나고 있다고.
 하지만 피난해 온 와카바와 동학년의 학생들은, 수학여행 중에 일어난 이 이벤트를 오히려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친구끼리 이야기한다거나,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은 뉴스 사이트를 본다거나 하고 있다.
 "내일도 여기 있지 않으면 안되는 걸까?"
 "에~, 모처럼 수학여행인데."
 "누구 트럼프라든가 갖고 있지 않아?"
 3인조의 여자아이 그룹이 잡담을 하고 있었다.
 와카바는 그녀들 쪽으로 눈을 향한다.
 '주의 주는 게 나을까……. 아니, 거기까지 할 필요는 없군. 오히려 이렇게 잡담하는 것으로, 불안은 풀릴 테니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으면.
 "……아, 노기 상이 여기 보고 있어."
 "우리들 좀 너무 시끄러웠나?"
 "화낼 테니 조용히 하자."
 아까까지 이야기하고 있었던 그녀들은, 싹 조용해져 버렸다.
 '아……. 별로 화낼 생각은 없었는데. ……내 얼굴, 그렇게 무섭게 보이는 걸까……?'
 "와~카~바 짱"
 뒤로부터 말을 걸어오기에 돌아보니, 찰칵 하고 카메라 플래시가 빛났다. 동급생이자 소꿉친구인 우에사토 히나타가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울적한 표정의 와카바 짱……. 응~, 그림이 되는군요. 풍경이 신사 건물 안이라는 것도 좋아요. 나의 와카바 짱 비장의 사진 컬렉션이 또 1장 늘어났습니다."
 "히~나~타~……. 내 사진 같은 거 모으지 마, 지워!"
 "싫어요! 이 사진 컬렉션은 내 라이프 워크니까요!"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당당히 선언하는 히나타.
 "그런 무서운 얼굴을 하지 말아주세요. 미간에 주름이 잡혀버려요, 문질문질."
 "……남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건 그만둬 줘."
 "조금 풀어줄까 하고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 엄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아까처럼 동급생이 무서워하는 거에요."
 "보, 보고 있었던 건가."
 와카바는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뜨거워졌다.
 "뭐, 와카바 짱은 너무 고지식하니까 말이죠. 1학년 때부터 죽 반장으로 초 우등생. 같은 반 사람들로부터 '철의 여자'라는 이미지로 보이고 있고요."
 "윽……."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었지만, 새삼 그렇게 들어보니 쇼크이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 부숴버리면 되는 거죠!"
 히나타는 방긋, 하고 웃으며 와카바의 손을 잡아, 아까의 여자 동급생의 그룹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 어이, 기다려!?"
 "안녕."
 머뭇거리는 와카바를 무시하고, 히나타는 그녀들에게 말을 걸고 말았다. 그녀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멍하니 있다.
 "미안해요, 실은 와카바 짱이 여러분과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해서."
 "히, 히나타, 무슨!?"
 "뭘 부그러워하나요. 아까도 말이죠, 모두를 주의 줄까 생각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 라는 귀여운 고민을 안고 있었던 것 뿐이에요."
 "무, 그, 그런 건~"
 부정하려 하니, 히나타가 손으로 와카바의 입을 막아버렸다.
 "읍~, 읍~!"
 여자아이들 3인조는 잠시 동안 멍하니 있다가, 얼마 안 있어 웃음을 터뜨렸다.
 
 "헤~, 뭔가 노기 상의 이미지 변했어."
 "언제나 단정하게 있었고, 굉장히 우등생이었고."
 "그래 그래, 좀 더 엄하고 무서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었어!"
 "그렇죠. 그리고, 와카바 짱은 무뚝뚝하니까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묘한 전개지만, 와카바와 히나타는 여자아이 그룹 3명에 섞여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히나타로 말할 것 같으면, 마치 몇 년은 사귄 친구와 같이 친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와도 사이 좋아질 수 있는 그녀의 싹싹함은, 와카바에게는 없는 것이었다. 와카바는 너무 고지식한 성격 탓에, 반 안에선 조금 붕 떠있었다.
 "하지만 본래는 굉장히 귀여운 여자아이에요. 그건 이 우에사토 히나타가 보증해요. 그러니까 사이좋게 지내주세요."
 "귀, 귀귀, 귀여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와카바가 노려봐도, 히나타는 "자자"하며 주눅들지 않는다.
 "아하하, 재미있다. 괜찮아, 우리들, 이미 노기 상하고 친구고."
 그녀들은 와카바와 히나타의 대화를 보고,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와카바와 히나타

 

 잠시 잡담을 한 후, 와카바는 신락전의 바깥에 나왔다. 밤이라도 말해도 7월의 더위는 상당한 지라, 조금 밤바람을 쐬고 싶었다.
 예로부터, 신사의 도리이는 외부세계와의 경계라고 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아직 사람들이 신앙심을 잊지 않았던 시대, 신사는 이계로서 여겨지고 있었던 것이다. 와카바는 신사가 지닌 그런 의미 같은 건 몰랐지만, 이곳의 고요하고 편안한 공기를 느낄 수는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무수한 별이 빛나고 있다.
 "와카바 짱, 이런 데에 있었군요. 이미 상당히 늦은 시간이에요. 자지 않을 거에요?"
 히나타도 밖으로 나와, 와카바의 곁에 선다.
 "자고 있는 동안 뭔가 문제가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말야. 만약을 위해 일어나 있으려고 해."
 "선생님들이 일어나 있어줄 거에요."
 "난 반장이니까, 책임이 있어."
 "하아~ ……정말 와카바짱은. 너무 착실하다고 할까 뭐라 할까."
 조금 질렸다는 듯 히나타는 미소짓곤,
 "그럼, 저도 일어나 있을게요."
 "같이 어울려줄 필요는 없다고."
 "아니요, 전 와카바 짱의 소꿉친구니까. 죽 함께 있을 거에요."
 뚜렷한 말투로 히나타가 그렇게 웃어넘기자, 와카바도 그 이상 강하게 말하지 않았다.
 "……히나타."
 "왜요?"
 "아까는 고마웠어. 히나타가 있어주지 않았다면, 방금 전에도 또 반 아이들하고 거리가 벌어지게 될 뻔했어."
 "아니요 아니요, 저는 와카바 짱이 오해당하는 것이 싫었을 뿐이에요."
 당연한 일이라는 듯 히나타는 그리 말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와카바의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지 응보를. 그것이 노기의 삶이다."
 그것은 와카바의 할머니가 자주 입에 담던 훈계의 하나. 할머니의 뒤를 좇고 있는 와카바는, 그 말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히나타의 우정에 보답하고 싶어. 해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해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으~응, 그럼 저는 와카바 짱 비장의 사진 컬렉션을 늘리기 위해, 뭔가……. 이왕 이런 김에 조금 과격한……."
 히나타가 불온한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실수한 것인지도 모른다……하고 와카바는 아주 조금 후회했다.
 "뭐, 뭘 해달라고 할까는 나중에 차분히 정할게요. 어쨌든, 와카바 짱은 좀 더 마음 편하게 반 아이들에게 말을 걸면 되는 거에요. 그러면, 모두도 와카바 짱에 대해 알아 주게 되서, 더욱 사이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혹시 혼자서 말을 거는 것이 어렵다면 아까처럼 제가 도와줄테니까."
 히나타의 말이 천천히 와카바의 몸에 스며들어온다.
 '더욱 모두와 사이 좋게 될 수 있다……인가'
 와카바는 반에서 조금 붕 떠 있지만, 그녀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다른 급우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까도 실제로 이야기해보았더니, 간단히 사이좋게 되었으니까.
 "아아, 하지만, 그렇게 와카바 짱이 반에서 인기있는 사람이 되어버리면, 더 이상 제게 신경써주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과거의 여자로서 버려지는 거네요……. 흑흑흑."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히나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제일 친한 친구야!"
 당황해서 말하는 와카바에게, 히나타는 이상하다는 듯 웃는다.
 "농담이에요. 와카바 짱도 참-"
 
 돌연, 지면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건……. 지금까지의 지진과는 차원이 다르게 커……!'
 서있는 것조차 곤란할 정도로 흔들렸다. 와카바는 엉거주춤한 채로 넘어지지 않도록 자세를 잡는다. 곁에 있던 히나타는, 작은 비명을 지르며 지면에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다.
 흔들림은 십수초 정도 계속된 후, 점차 진정되어 간다.
 "굉장한 진동이었군……. 히나타, 괜찮아?"
 와카바는 히나타에게 손을 내민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손을 잡는 일 없이, 새파래진 얼굴을 하고 중얼거렸다.
 "무서워……."
 "에?"
 히나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와, 와카바 짱……. 뭐……뭔가, 굉장히, 무서운 일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뭔가 있는 건가 하고 생각하여, 와카바도 고개를 올린다.
 그것은 일견, 별 특별할 것도 없는 밤하늘 같았다.
 하지만, 다르다.
 무수의 별들은, 마치 수면을 떠다니듯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별과 같이 보였던 '그것'은 새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아닐까, 하고 와카바는 생각했다.
 하지만, 움직임이 불규칙한데다가 밤에 저 정도로 많은 새가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은 이상하다.
 그리고 별들 중 몇 개가 차차 커져 와서-
 
 절망이, 하늘로부터 내려왔다.
 
 별처럼 보였던 것의 하나가, 신락전의 지붕에 낙하했다. 그것은 역시 새 따위가 아니었다. 전신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희고, 인간보다도 훨씬 거대하여, 기분 나쁘게 생긴 입과 같은 기관을 가진 존재. 육지에서 사는 생물과는 동떨어진 진화를 거친 심해생물이거나, 아니면 불완전한 상태로 태어나고 만 무척추 동물과 같이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인간이 아는 그 어떤 생물과도 달라, 고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적절한 명칭을 붙인다면, 이렇게 불러야 할 것이다. - '괴물'이라고.
 그것은 1마리가 아니었다. 2마리, 3마리……. 이렇게 점점 떨어져 와, 신락전의 지붕이나 벽을 갉아 먹어, 안으로 침식해 간다.
 "뭐야, 저건……?"
 이상한 광경에 와카바는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스륵 하고, 히나타가 일어섰다. 그녀의 눈에는 무언가 이상한 빛이 깃들어, 입으로부터 주문 같은 말이 새어나온다.
 
 "-…-……-……-"
 
 왜 그러는 건가 하고 와카바가 물으려 한 순간, 신락전의 안으로부터, 비명과 함께 튕겨져 나오듯 사람들이 도망쳐 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뭐, 뭐, 뭐야, 저 괴물은!?"
 '큭!'
 바로 와카바가 신락전으로 뛰어가기 시작한다. 그 손을 히나타가 잡았다.
 "저도 갈게요."
 히나타의 눈으로부터는 아까의 이상한 빛이 사라져, 그 대신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말투도 제대로 되어 있다.
 아까의 이상한 모습은 무엇이었던 건가……. 하지만 생각에 빠질 여유는 없다. 지금은 어쨌든 급우들을 지켜야 한다고- 와카바는 그리 생각했다.
 
 와카바와 히나타는 신락전에 달려 들어갔다.
 거기서 두 사람이 본 것은- 먹히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이었다.
 하얀 이형의 생물들은, 그 입과 같은 기관으로, 미처 도망치지 못한 이들을 먹고 있었다. 입은 사람의 피로 붉게 물들어, 거체의 아래에는 먹다 남은 인간의 파편이 남아 있었다. 그 중에는 와카바와 같은 학년인 학생들의, 변해버린 모습도 있었다.
 "아……. 아아……."
 와카바의 입으로부터 신음이 새어나온다.
 눈 앞의 공경이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나도 현실감이 없다. 바로 몇 분 정도 전까지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던 친구들이 지금은 차마 말할 수 없는 모습으로 전락해 있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와카바는 이형의 생물들을 향해 달려갔다. 친구들이 살해당했다는 분노와 그 이상 아무도 죽이게 하지 않겠다는 사명감이, 소녀를 움직이게 했다. 달려가면서, 지붕이 파괴된 때에 떨어졌을 목재 조각을 손에 들어, 괴물 1마리를 그 선단으로 찔렀다. 
 하지만……. 어째선가 손에 느껴지는 반응이 전혀 없다.
 벌레라도 쫓는 것처럼, 하얀 거체에 의해 와카바는 날려져버렸다. 그녀의 작은 몸은, 신사 건물 안쪽에 있는 제단의 위에 낙하한다. 제단이 부서져, 와카바의 전신으로 충격과 고통이 덮쳤다.
 "으……. 윽……."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머리만을 움직여, 이형의 생물들 쪽을 본다. 반응이 빨랐던 사람들은 이미 건물 밖으로 도망쳤지만, 와카바와 동학년의 아이들 일부는 겁에 질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도망……쳐…….'
 와카바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목이 매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도망치지 못한 아이들과, 그리고 와카바의 쪽에도, 각기 괴물들이 덮쳐온다.
 그때, 히나타의 소리가 울렸다.
 "와카바 짱, 오른손을 뻗어주세요! 거기에 있을 터에요!"
 '손을……?'
 들은 대로 오른손을 뻗는다.
 무언가에 닿는 감각이 있었다.
 
 칼이다.
 
 연년을 묵어 녹슨 낡은 칼과 칼집이, 부서진 제단의 안에 있었다.
 '어째서……. 이런 곳에 칼이……?"
 끌어당겨지듯 와카바는 칼의 손잡이를 쥐었다.
 두근, 하고 급격하게 피가 전신을 돌기 시작한다.
 몸이 뜨겁다.
 숨이 막힌다.
 동시에- 신체가 다른 존재로 다시 만들어져가는 것 같이, 지금껏 느낀 적 없는 힘이 넘쳐나오기 시작했다.
 옛날, '무수한 무기'의 이름을 지닌 땅의 신의 왕이 있었다.
 그는 동료 신과 함께, 자신들의 나라와 자식들을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 왕이 지닌 무기 중에는, 명부에서 유래된 한 자루의 칼이 있다.
 단순하고. 그렇기에 아름다우며. 견줄 것이 없을 살상력을 지니는 무기.
 그 이름은- '이쿠타치'.
 
 정신을 차렸을 때, 와카바는 그 칼을 가지고 일어서 있었다. 녹슬어 있었을 터인 도신은, 어느새인가 살아있는 것처럼 윤이 나고 생생한 광채를 두르고 있다.
 와카바는 도신을 칼집에 넣어, 왼발을 내딛으며 손잡이를 쥐고, 적의 모습을 응시했다.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거합을 갈고닦아왔다. 거듭 쌓아온 수련이 자연히 몸을 움직였다.
 하얀 괴물의 거체가 닥쳐온다.

 

별가루를 베는 와카바

 

 칼집으로부터 뽑아져나온 와카바의 칼은, 빛 그 자체였다. 그 간격에 들어온 존재를 한 순간에 양단한다.
 칼날을 넣는 와카바의 앞에, 갈라진 괴물은 형용하기 힘든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소멸했다.
 그리고 차례차례 습격해오는 이형의 생물들도, 와카바는 전부 한 자루의 칼 아래 베어 쓰러뜨려 간다. 신기한 감각이었다. 칼은 팔의 일부처럼 다루기 쉽고, 신체는 바람과 같이 빠르게 움직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신락전 안에 있던 괴물들은 일소되었다.
 "와카바 짱! 밖에도 그 이상한 게 넘쳐나고 있어요!"
 히나타가 와카바에게 달려오면서, 그렇게 외쳤다.
 
 어느새 이 정도로 생겨난 것인지, 신락전의 밖은 대량의 괴물들로 둘러쌓여 있었다. 도망가려 했던 사람들은, 퇴로를 잃은 채 절망에 빠져 있다.
 신락전으로부터 나온 와카바는, 칼을 꽉 쥐었다.
 설령 적이 몇 십 마리일지언정, 질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뭐, 뭐지……?"
 괴물들의 이변이 일어났다.
 복수의 개체가 한 곳에 모여, 점토를 뭉치듯 거대화하며 형체를 변화시켜 간다…….
 어떤 것은 지네 같이 긴 체형이 되고.
 어떤 것은 체표면에 화살과 같은 것을 발생시키고.
 어떤 것은 체조직의 일부가 뿔과 같이 경질화하여 튀어나오고.
 '……진화……하고 있어……?'
 1개체로는 노기 와카바에게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학습했을 것이다. 그들이 자신보다 강력한 존재에 대항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은, '진화'였다.
 생물의 진화는, 가장 단순한 형태인 단세포 생물부터 시작하여, 단세포 생물이 집합하여 군체 생물이 되고, 군체 생물로부터 복잡한 신체기능을 지닌 다세포 생물에 도달했다고 한다.
 하연 괴물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생물의 진화 그 자체. 하지만, 그 속도는 굉장했다. 지구상의 생물이 단세포 생물로부터 다세포 생물에 다다르는데 소비한 시간은. 10억년을 넘는다. 그것을 그들은, 겨우 몇분으로 이루어내고 있는 것이다.
 어느 의미로는, 그 괴물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초월한 존재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자면 '신'이나 '악마'라고 불릴만한…….

 

별가루의 진화

 

 집합하여 대형화한 개체의 하나가, 그 몸에 발생시킨 화살을 사출했다. 화살은 진행방향에 있던 인간 다수를 뀌뚫어, 그 앞에 있는 신락전을 파괴한다. 단 1발로, 신락전은 3분의 1 정도 붕괴되고 말았다.
 그 사이에도 괴물의 소형 개체는 차례차례 수를 늘려, 집합과 변형을 반복하여, 무수의 대형개체가 태어난다.
 와카바의 머릿속으로부터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월등한 파괴력을 지진 채 무수히 출현하는 적에게, 무슨 수로 이길 수 있을까.
 절망으로 전신의 힘이 빠져나갈 것만 같았던 때-
 그녀를 떠받쳐준 것은 제일 친한 친구였다.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와카바 짱."
 "……히나타……."
 "와카바 짱과 모두를 죽게 하지 않겠어요."
 분명하게, 무언가 확신을 지닌 듯한 말투로 히나타는 그리 말했다.
 히나타는 그 장소에 있는 사람들 전원을 향해 외쳤다.
 "이제부터 저를 따라와 주세요! 안전한 장소로 유도할게요!"
 그리고 히나타는 망설임 없는 보조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 모습은 10살의 소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의젓한 분위기가 있었다.
 "히나타, 어디에……?"
 "와카바 짱은 선도를 부탁해요."
 지금의 그녀에게는, 이렇고 저렇고를 따질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
 "……알았어"
 망설이고 있을 틈은 없다. 지금은 이 친우를 믿을 뿐.
 "살고 싶은 사람은, 우리들을 따라와!"
 선두에 서서 달리기 시작하는 와카와 히나타를, 머뭇거리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동행했다. 히나타가 나아가는 앞에 있는 적들은, 와카바가 베어넘겨 간다.
 
 두 사람을 선두로 하는 한 무리가 도달한 곳은, 신사의 본전이었다. 본전은 주변을 문과 벽으로 둘러쌓여 있어, 그 안에 하얀 괴물들은 어째선지 1마리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은, 여기에는 들어오지 못해요."
 히나타는 짐을 내려놓은 듯,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와카바와 히나타에게 동행한 사람들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힘이 빠진듯이 그 자리에 주저않고 있었다.
 "어째서……. 여기가 안전하다고 안 거야?"
 와카바는 히나타에게 물었다.
 히나타는 고개를 비스듬히 하여, 조금 생각하는 것 같은 몸짓을 하며 대답한다.
 "으~응……. 왠지 모르게, 에요."
 "왜, 왠지 모르게……?"
 와카바는 쓴웃음을 짓고 만다. 그렇게나 자신만만했었는데……. 하지만 그것도 히나타답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여기에 머물러 있어선 안되겠죠."
 "그렇지……."
 이 좁은 장소에는 일시적인 피난 밖에는 불가능하다.
 "괜찮아요. 여기 이후로도, 안전한 길을 아니까."
 "그것도, 왠지 모르게, 인가?"
 "네."
 히나타는 미소지은 채 고개를 끄떡였다. 그 망설임 없는 말투는, 신기하게도 믿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싸울 힘이 깃든 것처럼, 그녀에게도 어떤 힘이 깃든 것인지도 모른다.
 와카바는 칼을 본다. -설령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싸울 힘이 있는 것이다.
 
 휴식을 취한 후, 와카바 일행은 피난민들과 함께 본전을 나왔다. 히나타의 지시대로 나아가자, 어째선가 하얀 괴물들과 조우하는 일은 거의 없어서, 가끔씩 만나도 와카바의 힘으로 소탕할 수 있었다.   
 무리는 남동쪽으로 나아갔다. 몇 날 며칠을 계속 걸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한번도 해가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세계 전체가 깨지 않는 악몽에 뒤덮인 것 같았다. 
 온갖 건물이 붕괴되어 버린 거리, 반은 수몰되어 버린 마을, 그 괴물들에게 먹혀 죽임을 당했을 무수한 시체를, 와카바는 보았다. 지평선 저편에는 거대한 불꽃이 잦아들지 않고 계속 불타고, 하늘은 어둠과 하얀 이형들로 가득 메워져, 대기는 죽음의 냄새로 충만해 있다.
 와카바는 깨달았다. -아아, 우리들의 세계는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라고.
 얼마나 걸었을까.
 와카바 일행은 바다에 당도했다. 그 저편은 고향인 시코쿠다. 혼슈와 시코쿠를 잇는 대교는, 사람들을 인도하듯, 파괴되는 일 없이 원래의 위용을 지키고 있었다.

 
*     *     *

 
 그로부터 3년의 시간이 지나……. 노기 와카바는 중학교 2학년생이 되었다.
 "와~카~바~, 짱."
 배후로부터의 목소리에, 와카바는 핫 하고, 정신을 차린다.
 뒤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찰칵 하고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난다.
 스마트폰을 쥔 채 웃고 있는 우에사토 히나타가 있었다.
 "칼을 들고 주성으로부터 바다를 향한 미소녀……. 그림이 되네요. 와카바 짱의 비장의 사진 컬렉션이 다시 한 번 충실해졌어요."
 "히~나~타~……!"
 와카바는 히나타의 스마트폰에 손을 뻗지만, 그녀는 날쌔게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훗훗후, 이걸로 손을 댈 수 없게 되었네요."
 히나타는 이겼다는 것마냥 말한다.
 '큭……. 히나타의 얼토당토 않은 사진 컬렉션은, 언젠가 절대로 지워주겠어.'
 와카바와 히나타의 관계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제일 친한 친우 사이다.
 홀연히, 히나타는 진지한 표정이 되어, 바다의 저편을 봤다.
 "오늘도 여기에 와있었던 거네요."
 "……응."
 3년 전의 그 날.
 와카바 일행이 본 하얀 이형의 생물-이후 '버텍스'라 이름 붙여진 그것은, 세계 도처에 출현하여 인류를 유린했다.
 시코쿠나 나가노의 일부 등, 극히 한정된 지역만이, 어째선지 그 침공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외의 토지는 이제 인류의 것이 아닌, 버텍스의 지배 하에 놓여지고 말았다고 해도 된다.
 그 이상사태 속에서, 극히 일부의 소녀들이 특수한 힘을 발동했다. 와카바와 히나타도 그러한 사람이었다. 그 힘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신사에 피난해 있었던, 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 때, 잃어버리고 만 생명도 있었다.
 신락전에서 미처 도망치지 못해, 버텍스에게 살해당한 사람들.
 그 대부분은 와카바 일행과 같은 학년의, 수학여행에 와있던 학생들이었다. 그날 밤, 와카바가 사이좋게 된 급우들도 죽어 있었다.
 -괜찮아, 우리들, 이미 노기 상하고 친구고.
 그렇게 말해준 그녀들의 웃는 얼굴을, 와카바는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살아남은 학생들도, 눈 앞에서 친구를 참살당한 정신적 충격은 커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카운셀링을 계속 받고 있는 사람도 많다.
 "……버텍스는 내 친구들을 죽였어. 죄도 없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어."
 그것은 용서할 수 없는 대죄다.
 무슨 일이든 응보를……. 노기의 삶이다.
 "반드시 버텍스에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 그리고 빼앗긴 세계를 되찾겠어."
 "응. 저도, 와카바 짱과 함께 하겠어요."
 
 서력 2018년.
 노기 와카바는, 신의 힘을 사용하는 '용자'.
 우에사토 히나타는, 신의 목소리를 듣는 '무녀'.
 그 직분을 짊어지고 있다.
 
 
(1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