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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가 빚 때문에 망한다?

2008. 2. 19. 00:31이야기들/사회·문화 이야기


현재 몇몇 커뮤니티의 이야기들을 보면, 일본정부가 재정적자 때문에 곧 망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꽤나 많은 것 같다. 확실히 일본의 재정적자는 엄청나서 800조엔을 넘어선 상태이다. 만기일이 곧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 일본정부는 곧 빚 때문에 파산할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정부가 보통 재정적자를 어떻게 관리하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략적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부양정책을 시행했거나 그 밖의 공익사업을 위해서 일시적으로 커다란 지출을 했을 때, 또는 방만한 국정운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생긴 재정적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국채로 충당하게 되며, 이후 국채의 만기일까지 예산의 적자발생분을 메우고 국채로 충당했던 금액을 회수하여 최종적으로 해결하게 된다.

헌데, 여기서 만약 정부가 국채만기일까지 해당금액을 충당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심각한 문제에 몰렸을 경우 개인들은 흔히 '돌려막기'의 수법을 사용한다. 즉, 다시 돈을 빌려, 예전에 빌린 돈을 갚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역시 적자상태에서 채권만기일을 맞았을 때는 흔히 이러한 방법을 사용한다. 즉 빌린 돈을 다시 빌린 돈으로 갚아 '돌려막는' 것이다.

채무에는 이자가 있고 금융에는 신용이 있으므로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돌려막기'는 어리석은 일이다. 헌데 빌린 존재가 '정부'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부가 망한다는 것은 국가가 망하기 직전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힘들다. 특히 일본같은 선진국이라면 더욱 그러해서, 정부가 망하면 오히려 자국내 은행, 기업과 같은 채권자들이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자국은행 및 기업이 정경커넥션으로 연결되어 정부국채를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일본정부는 무한히 '돌려막기'를 하면서 빚을 관리할 수 있고, 실제로 지금껏 그렇게 해왔다. 게다가 일본은행의 대출금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0%에 가깝다. 국가채권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GDP증가율, 즉 국가경제성장을 통한 재정수입증가가 이런 이자율을 감당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이자는 애초에 큰 문제가 없고 관리만 제대로 하면 재정적자가 전체경제를 갉아먹을 수준에는 이르지 않는다. 따라서 적자가 순환하면서 유지되고 정부기능은 계속해서 작동하도록 된다.

일본정부의 현 채무는 800조엔이 넘는다. 하지만 그 채무는 외환채무가 아닌 자국내 채무이고, 더욱이 그 만기일도 한꺼번에 오지 않는다. 쉽게 말해 '무한궤도'인 것이다. '무한궤도'가 여러 평판을 반복순환시켜 계속 돌아가는 것처럼, 정부 역시 적자 속에서 계속 움직일 수 있다. 돈을 빌려주는 일본의 주요기업들이 한꺼번에 위기를 겪지 않는 한, 그리고 적자규모가 경제순환을 파괴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한  일본은행은 유지될 것이고 그 정부는 계속 존속할 것이다.

결국 넷상의 몇몇이 떠드는 일본부채위기론은 과장된 '개인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아직 일본정부가 적자로 망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사카 같은 지방정부의 경우는 신용도가 중앙정부에 비할바 못되므로 적자로 인해 파산할 수 있어도, 중앙정부자체가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일본정부는 재정적자의 '증가'에 대해선 적절한 대책을 준비하여 통제가능한 범위내로 계속 유지해야만 할 것이다. 정부에 있어 적자는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지 무조건 피해야 할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다른 희생 없이 착실히 줄일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일본이 1순위로 걱정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미국발 세계경제위기이다. 이는 일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들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둔화는 미국경제에 의존하는 많은 아시아국가경제에 영향을 주게되어 있다. 중국이나 유럽이 막아주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있을 듯 한데, 실제로 예전에만 해도 미국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중국 등 신흥시장국가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어 왔으나 실상은 다르다.
 
신흥시장국가의 경제들 대부분이 미국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모기지론 위기로 인해 중국이나 베트남 주가까지 폭락했던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터이다. 한국이나 일본도 다를 게 없어서 각국에 엉킨 경제망까지 고려할 때 받는 영향은 굉장히 크다. 즉, 일본정부의 재정적자관리능력의 많은 부분은,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자국은행과 더불어 기업들이 의존하고 있는 세계경제상황 및 미국경제의 흐름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현 일본정부가 미국과의 공생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는 이유의 하나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