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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더이상 진보 정당이 아니다

2022. 1. 17. 22:39순간의 생각들

5년 전만 해도 진보 정당 중 가장 두각을 드러냈던 정당은 정의당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러한 정체성이 붕괴하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그 시작점은 극단화된 대안우파적 페니미즘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때부터였을 것이다.

 

한국의 극우 기득권 세력은 다른 서구 국가의 극우 세력과 마찬가지로 사회 불만을 왜곡해 문제의 근본 원인과는 상관없는 대상에 증오를 조장하는 전략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꾀하려고 한다. 외국에서는 소련 붕괴 이후 그러한 움직임이 이민자 이슈에 주로 집중되었다면 아직까지 분단 국가인 한국에서는 주로 반공, 즉 매카시즘으로 표출되는 경향이 계속되어 왔다.

 

허나 온힘을 다해 국정을 농단한 이명박 및 박근혜 정권으로 극우 기득권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저들은 새로운 세대에서 더 이상 반공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진 상황에 직면했다. 거기서 그들이 새로운 증오의 아이템으로 찾아낸 것이 바로 젠더 이슈이다. 성별을 갈라치기 하면서 신세대의 양 진영을 극단화시켜 서로를 적으로 만들어 거기서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획책한 것이다.

 

한참 전부터 극우 진영은 남초 및 여초 커뮤니티나 단체 등에 손을 대며 마수를 뻗쳐왔다. 미러링으로 유명한 극단적 여초 커뮤니티의 운영진에마저 저들이 침투했을 정도이다. 물론 남초 커뮤니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천천히, 분명하게 커뮤니티들과 단체들을 하나씩 포섭해 극단화시키고 서로간의 갈등을 격화시키는 작업에 몰두, 본래 순수했었을 권리 평등 운동의 양상을 양 극단에서 변질시킨 것이다. 이것이 현재 폭발하고 있는 젠더 갈등의 실체이다.

 

그런데 정의당은 어리석게도 그런 조작된 대안우파적 극단주의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채 오히려 그 중의 한 쪽, 그것도 극우 세력이 함정으로 남겨둔 쪽을 새로운 정치적 입지로 오판하여 적극적으로 당내에 받아들였다. 당연히 그러한 전략에 휘말린 정당이 이들 하나뿐은 아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정의당은 아예 노동 문제가 주력이었던 자신들의 정체성을 뒷전으로 내팽개쳐 버리는 수준으로 극단적이고 불가역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어느새 이들은 자극적인 이슈나 찾아다니며 빌붙는 정치 장사꾼 수준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본래 진보 정당이었던 정의당 내부는 최근 5년, 짧게는 2년 사이 급격히 구태화되었다. 페미니즘 하나에 신경쓰는 척하면서 다른 의제들은 암묵적으로 포기하는 사이 그들의 구성원 성향은 중도 성향인 민주당보다도 더 해이해져, 이윽고는 썩어빠진 보수 기득권에 유사한 정체불명의 상태로 변화했다. 노동 의제나 분배 정의에 대한 애성은 사라져 립서비스나 하면 다행인 수준이 되었고, 수구보수 정당이 활용하는 억지 반페미니즘에 이용당할 뿐인 극단적 유사 페미니즘 이외에는 비현실적이거나 쓸데없는 이슈에만 매달리기 바빴다. 아니, 그것마저도 정치적 득실만 계산하면서 선택적으로 손대는데, 알고보면 그런 계산도 다 사이비였다.

 

어느덧 정의당은 국민의 힘을 위시한 극우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정당이라 부르기도 부끄러울 지경이 되었다. 그래도 전에는 노회찬 전 의원과 같은 과거가 있었기에 그나마 미련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이다. 천박하게 표나 구걸하는 정치 장사꾼, 약장수 같은 인상밖에 남지 않았다. 진중권 같이 기만으로 가득한 기회주의자마저도 걸러내지 못하고 복당을 허용하는 꼴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잘 알 수 있다. 정치적 득실에 따른 선택적 분노도 모자라, 진보의 적인 현 국민의 힘 세력의 의중대로 끌려다니며 자신들의 진짜 지지층이 어디 있었는지조차 파악 못하는 한심한 수뇌부에게서 더 이상 자정의 희망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껍데기만 진보의 탈을 썼을 뿐 내부는 온통 기득권에 침윤된, 극단 우파 세력들의 노리개이자 진보의 장애물에 불과해진 그 몰골 앞에서 이제는 단언할 수밖에 없다. 정의당은 더 이상 진보로부터 지지받을 자격이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민주당을 극우 세력에 대항하는 진보 진영의 방패로서 지지하는 편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안이 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