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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 용자의 장 - 5화 감상

2017. 12. 23. 11:49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모두를 구하려는 유우나


2기에서도 여전히 예상할 수 없는 전개를 보여주면서 1기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용자의 장-도 이제 완결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5화는 다소 충격적인 부제로 인해 수많은 시청자들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는데요. 물론 그 의미는 충분히 예상하던 범위내의 이야기이긴 했습니다만 역시나 그 내막은 예상보다 더 스케일이 큰, 심각한 전개였습니다. 이로써 더욱 이야기의 향방은 오리무중이 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1. 유우키 유우나, 결혼합니다



다소 놀라운 제목 및 대사와 함께 시작한 용자의 장 5화입니다만, 사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대사의 설명이 나오기 전부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대강 파악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용자가 신수의 은총을 받은 소녀라는 점 및 1기 최종화 이후 회복된 유우나의 신체가 신수의 분신이나 다름 없는 상태라는 묘사 등을 고려할 때 유우나가 말한 혼인의 대상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음 없었지요. 더욱이 1기부터 신수는 '로리콘'이라는 의혹 아닌 의혹이 팽배했으니까 말입니다. 


대부분이 예상할 수 있었던 그대로, 유우나의 혼인이라는 것은 신수에의 의식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유우나의 대사의 설명을 풀어보자면, 어차피 저주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몸이니 차라리 그 목숨을 신수에 바쳐 인류의 대표로서 신수와 짝을 맺음으로써 최후까지 용자로서의 역할을 다 하게 한다는 이야기였지요. 다만 그 내막에는, 단순히 유우나가 희생된다는 것 이상으로, 이전의 예상보다도 훨씬 심각한 이야기가 또한 존재하고 있었으니 역시 1기부터의 암울한 전개는 어디가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요. 



2. 결혼이라는 말 뒤에 숨겨진 진실



역시 유우나가 행하는 신혼의 의식이라는 것은 그저 신과의 결혼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인류의 대표역으로 유우나가 인간의 몸—즉 목숨—을 버리고 신수와 무사히 결합하여 사람들의 소원을 신수에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면, 신수를 신앙하는 시코쿠의 생존인류 또한 마찬가지로 유우나를 통해 신수의 일족이 된다는 계획이 뒤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인간이 인간의 그릇을 버리고 신의 권속이 되어 하늘의 신이 지상에 내린 처벌을 회피한다는 일종의 편법적 해결방법으로써의 결혼, 그것이 바로 시코쿠의 멸망을 막기위해 대사가 세운 최후의 수단이었습니다. 


정략적인 혼인관계를 통해 출신성분을 바꾼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일화입니다. 옛 한반도 역사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이야기이지요. 한국인이라면 다들 아는 단군과 곰의 일화처럼, 신화적으로도 이러한 관계가 유효한 경우는 조금 있어 보입니다. 대개는 그 다음 대의 이야기를 위한 배경설정 정도로 쓰일 뿐이나 단군신화처럼 동물이 인간이 된다거나 인간이 신과 같은 영적존재가 된다거나 하는, 종의 변화 수준으로 큰 변모도 어쨌든 찾아볼 수 있지요. 특히 가장 큰 종교인 기독교의 경우는 본격적으로 인류의 구원과 변화를 가리켜 구세주와 인류의 혼인 관계로써 체계적으로 매듭짓고 있습니다.

 

유우나가 행한다는 신혼의 의식도 결국은 인류라고 하는 종의 변화를 위해 대사와 신수가 취한 일종의 수단으로, 아마도 현실에 존재하는 여러 사례와 몇 가지 창작물 등에서 개념을 취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현실의 종교들과는 다르게 1기에서부터 있었던 반강제적인 인신공양의 문맥에서 모티브를 채택하여 부정적인 소재로 사용했다 할 수 있겠지요. 전작 설정과의 일관성을 고려할 때,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에서 있었던 용자 시스템의 변천처럼, 신혼의 의식도 아마 대사 쪽에서 요청하여 신수가 승낙한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3. 절망해버린 대사



대사가 설명하는 유우나의 결혼 의식은 얼핏 그럴싸하지만, 잘 들어보면 아주 절망스런 이야기입니다. 결국 인간은 버텍스를 이길 수 없었다는 결론을 전제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버텍스를 이길 수는 없으니 하늘의 신에게 공격받지 않기 위한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그 결론으로 스스로 인간의 생을 버리고 신수의 권속으로 종족을 바꾸자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하늘의 신이 버텍스로 공격하는 것은 인간 뿐이고, 인간만 없어지면 신수가 물질계에 결계를 펼 이유도 없어지니까요. 


4화까지의 감상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유우키 유우나의 장'에 이르러 사실상 인류는 버텍스에게 패전한 상태입니다. 반격은커녕 결계를 유지하기도 버거워진 상황에서 대사는 정신적인 궁지에 몰렸고 토고를 바치는 항복선언을 한 것만으로 모자라 인류로서의 희망까지 몽땅 잃어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늘의 신을 속인다거나 하는 잔꾀는커녕 이미 인간의 생존은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리고 있음이 5화에서 잘 드러나고 있지요. 그리하여 그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 수단으로, 아예 인간의 형태를 버리고 신수의 일족, 즉 일부가 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2기에서 대사가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1기 후반부에서 절망한 토고가 폭주한 행위와도 비슷해보입니다. 신수를 파괴하려 했다는 방향성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토고 역시 인류의 역사를 끝내려 했지요. 대사의 계획이 용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반강제적인 방식임을 볼 때, 내세를 추구하는가 아닌가 수준의 차이일 뿐, 스스로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점은 같은 것 아닐까요. 이렇게 보니, 그나마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중인 것 같았던 대사도 결국 겉만 그랬을 뿐 속은 여전히 스미 시절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4. 복잡해진 용자들의 사정



대사와 달리 아직 어린 용자들은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런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기에서의 상황이 자신들의 입장에선 잘 해결되었으니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지요. 접할 수 있는 정보가 극히 제한된 입장상 상황을 이해하는 것도 벅차지만, 어떻게든 용자로서, 동료로서, 인간으로서 용기와 근성을 가지고 발버둥을 치려고 합니다. 과연 그녀들의 결의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만,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기에는 이쪽이 훨씬 나은 편입니다. 아마 초현실적인 존재인 신수에게도 그렇겠지요


낙관주의를 비호하거나 현실주의를 비판할 것까진 없지만, 작중 세계를 주관하는 신수가 이미 초현실적인 존재인 이상, 작중에서 현실주의에만 머무르는 것은 전제에 맞지 않는 행태가 됩니다. 제각기 어울리는 상황에 적용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신세기 300년대의 대사는 본질을 크게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기적을 다루어야 하는 조직이 기적을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니, '그후의 소노코'에서 신수가 대사의 태도를 보고 거의 자포자기했었다는 늬앙스의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 2기의 신수도 마찬가지로 인류를 포기한건 아닌가 의심될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남은 건 용자들 뿐인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2기에서는 이전까지 그녀들의 축이었던 유우나가 거꾸로 혼자 궁지에 몰려서 더욱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토고에게 새겨진 저주를 유우나가 대신 받아버리면서 이야기가 꼬인 이래, 그녀 특유의 여유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지요. 이는 저주의 전염성과 더불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영향이 클 것입니다. 너무 빠르게 악화되는 몸 상태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없는 것이지요.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에선 무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평소답지 않게 무리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애석하지만 그런 시도는 대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지요.


유우나가 1기에서 보여준 긍정적인 모습은 우연스럽게도 당시 대사의 의도와 아귀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이번 2기에서 유우나가 무리하는 모습도 역시나 대사의 의도와 방향이 같습니다. 단지 이번에는 억지로 괴로운 일을 도맡고 있다는 느낌이 크지요. 심지어 대사의 설명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도 못하는 상태처럼 보이는데, 사실 유우나의 학습 수준에 비해 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군요. 그저 시간이 없으니 그럴듯한 동아줄이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인 것이고 용자들 눈에는 그 동아줄이 썩은 줄처럼 보이니 말리려고 하는 것이고, 이렇게 복잡한 사정 가운데서 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입니다. 



5. 유우나와 용자들의 향방



이제 정말 1화 밖에 남지 않은 종막에서 이야기가 크게 벌려지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시청자들도 더욱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손쉬운 해결책으로 유우나를 하늘의 신과의 거래 재료로 사용할 수도 있지 않겠나 싶었지만 대사가 하늘의 신이 가장 싫어하는 방향으로 거취를 정한 이상 협상은 불가능한 상태지요. 5화 끝에서 이미 신혼 의식은 시작되고 있었고, 거기에 분노한 하늘이 신이 그동안 버텍스 갖고 뭐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주 거대한 원반형의 무언가로 신수의 결계를 찢는 장면까지 나왔습니다.


당장 죽느냐 사느냐 문제가 되어 버린 이상, 용자들은 유우나의 희생이 싫어도 억지로 하늘의 신에 대항해 싸워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유우나를 보호하기 위해 싸워도 유우나가 희생되고, 싸우는 것을 거부해도 다 죽습니다. 설령 의식이 성공해도 인류는 신수의 일부로 흡수되어 어쨌든 멸망하네요. 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합리적으로 유우나와 인류를 다 구하려면 팀을 나누던가 빨리 움직이거나 해서 먼저 유우나를 설득하거나 혹은 신수와 담판을 지어야 하겠지요. 허나 그럴 여유도 없다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면서도 결국은 전적으로 유우나의 변심이라는 불확실한 가능성 하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문제가 됩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용자들이 사고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문제입니다. 본능적으로 이 모든 선택지를 임기응변처럼 섞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수 밖에 없겠지요. 대사는 이미 손을 놓은 상황이고 남은 용자들끼리 상황을 제어해야 한다는 조건이니 어떻게 보면 그게 가장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다행인 점은 유우나의 긍정적인 사고관에 부스트를 걸어줄 수 있는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할지, 토고의 존재라고 해야할지, 아직 몇 가지 불확정 요소가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필사적으로 모두 함께 살기 위해 싸우는 동료들을 보게 되면서 다시금 자신만의, 모두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지요. 물론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6화를 봐야만 알 수 있겠습니다.



절정을 맞은 동시에 결말 직전의 분기점에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유우키 유우나의 장'의 향방은 관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짧은 분량 때문에 우려될 수 있는 불완전 연소의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오히려 분량에 맞는 깔끔한 결말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혹은 성공한 애니메이션들이 곧잘 시도하는 극장판 같은 새로운 진출도 희망해볼 수 있겠지요. 어찌되었든 그동안 이야기가 비극적이었던 만큼, 이제는 좀 희망이 있는 쪽으로 확정적인 마무리가 날 수 있기를 바라며 최종화를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