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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 용자의 장 - 4화까지 감상

2017. 12. 19. 22:52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용자의 장


TVA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1기의 프리퀄 및 시퀄을 다룬 TVA 2기의 방영도 어느덧 후반부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프리퀄에 해당하는 '와시오 스미의 장'의 이야기가 다 끝나고 시퀄, 즉 소노코가 추가된 용자부 용자들의 1기 이후 이야기가 절정에 이른 시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1. 예상외의 전개



이미 후기를 적은 '와시오 스미의 장'은 원작 소설이 있었던 바 미리 내용을 완전하게 파악한 채 감상할 수 있었던 반면에, 시퀄에 해당하는 '용자의 장'은 애니메이션 오리지널로 진행하는 이상 어떤 내용이 나올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이전에 공개되었던 소설들, 특히 '그 후의 소노코'라든지 '노기 와카바는 용자이다'를 참고로 하여 불타는 대지를 인류가 되찾고 고생한 용자들이 보상받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살짝 예상해보는 것에 머물렀지요. 헌데 뚜껑을 열어보니 작중의 상황은 도로 악화되어, 더욱 결말을 알 수 없는 예상외의 전개가 되어 있었습니다.


본래는 유우키 유우나의 장 직후의 짧은 이야기인 그 후의 소노코에서 대사가 화염에 휩싸인 세계를 원상복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언급이 있었기에, 그에 대한 반격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많은 팬들이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용자의 장에 들어와서 그 계획은 파기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토고의 폭주로 인한 신수의 소모가 너무 커서 불타는 세계의 법칙에 저항하는 힘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작중에서 설명되는데, 신수의 결계가 시들고 있는 듯한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인신공양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방어력을 한정적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용자시스템이 이미 완성된 상태이고 토고를 구하기 위해 쓰인 것을 보면, 대사 쪽에서도 진지하게 버텍스와 하늘에 대한 반격을 준비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이는 외전인 쿠스노키 메부키는 용자이다와 관련된 전개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방인들의 임무가 불타는 외부세계를 인류가 되찾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기 때문이지요. 대사 쪽에 대해서야 자업자득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메부키 일행 쪽에게는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사태였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1기 후반부의 사건에 의해 세계수복 노력은 거의 다 물거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단락된 줄 알았던 용자들의 소모전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용자의 장의 작중상황은 최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나마 토고가 책임을 지겠다며 모두에게서 잊혀져 하늘의 신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무녀로서 희생하면서 세계를 유지시킨 모양입니다만, 용자부의 동료들이 기어코 기억을 되찾아 토고를 구해내면서 이야기는 더욱 꼬인 상황입니다. 신수의 결계 대신 제물인 토고의 목숨을 불태우던 저주가, 토고를 구해낸 유우나에게로 숙주를 갈아타버렸기 때문이지요. 더욱이 이 저주는 전염성까지 가진 상태라 어떻게 대처하기도 힘들고, 다른 용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유우나의 삶은 토고를  대신하여 시한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용자의 장 4화까지의 이야기는 1기 끝에서 희망을 되찾았던 용자 일행이 다시금 절망에 잠기는 과정을 그립니다. 특히 심리적으로 취약한 용자 중 하나인 토고에게는 치명적인 전개일 것입니다. 세계를 위기에 빠뜨린 책임을 지겠답시고 희생했더니 이번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대가를 현재 가장 친한 친구가 치르게 되었고 정작 자신은 빠져나온 상태이니 정상인이라면 죄책감이 심하게 들겠지요. 냉정하게 보자면 동료로서 토고를 구한 선택이 과연 옳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겠습니다만, 구출작전은 대사측에서도 승인했었다는 점에서 역시나 이런 결과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고 밖에 결론내릴 수 없겠습니다.



2. 전작들과 연관된 흐름



최악으로 치닫은 2기 후속편 전개로 인해 그 의미가 희석되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용자부의 일상이나 대사 및 용자시스템의 변화 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묘사가 작중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밝은 성격의 유우나, 특이한 취향의 토고와 착한 여동생 이츠키 및 좋은 언니인 후우, 성실한 카린 등과 함께 용자부의 활동은 1기와 마찬가지로 잡일이나 사회봉사 등을 돕는 형태가 계속되 와중에 그 후의 소노코 소설에서 나왔던 그대로 전학온 소노코가 추가되어 뒤늦게나마 즐거운 일상을 함께 보내는 바람직한 모습을 보였었지요. 토고의 특이한 취향도 표출되서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그런 1기 해피엔딩의 흐름은 단절되고 말았습니다. 약화된 결계의 힘으로라도 세계를 유지시키기 위해선 토고의 희생이 필요했고 이럴 때마다 대사는 계속해서 더러운 역할을 하고 있지요.


2기 들어 대사의 정책이 좀 더 전향적으로 변화한 묘사는 있습니다. 아직 더러운 느낌은 남아있지만 예전 같으면 정보를 숨기고 독단적으로 취했을 여러 행동들을 제한적으로나마 용자들에게 알리면서 대응하고 있지요. 이런 변화에는 특히 대사에 큰 영향을 가진 가문 출신인 소노코의 존재가 결정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용자부 일행들도 1기의 트라우마 때문에 대사를 신뢰하지 못하지만, 소노코를 매개로 어느 정도 소통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러고보면 버전업한 용자시스템도 소노코가 대사로부터 가져왔지요. 어떻게 보면 여전히 소노코를 제외한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고압적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1기 때보다는 나아진 관계입니다. 그럼에도 작중의 상황은 악화일로라는 점에서 안타깝지요.


버전업한 용자시스템에 대해서도, 공물을 받지 않는 대신 1회의 전투당 방어막의 한도와 만개의 제한조건이 생겼다고 나오는데 이는 신수로부터 직접적으로 힘을 끌어오는데 한계가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공물을 받지 않으니 이제 일방적으로 신수가 힘을 소모해야 하니, 한도가 생길 수밖에 없지요. 아니, 한도가 생겼더라도 신수 쪽의 부담이 매우 커졌다고 여겨집니다. 와시오 스미의 장에서 만개를 사용한 결과 세토대교를 감싼 수해가 시들어버리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를 보면 만개로 소모되는 신수의 힘이 이전의 예상보다 훨씬 큰 것 같습니다. 암울하게 보자면 2기의 용자시스템 버전업은 앞으로의 전투에서 신수의 여력이 더욱 줄어들 것임을 암시한다고도 볼 수 있겠군요. 작중 시코쿠의 미래는 더 어두워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언급이 봉화제, 즉 무녀를 바치는 의식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의식은 단순히 급한 불을 끄는 용도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소설 '노기 와카바는 용자이다'의 결말을 보면 봉화제는 일종의 항복선언입니다. 작중에서 반격계획을 파기했다는 언급이 나오기도 했음을 감안할 때, 인류는 또 다시 패전을 인정하고 하늘의 신에게 반항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서 자멸할 때까지의 시간이라도 벌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살 수 있는 것은 버텍스 역시 1기에서 소모가 커서 침공할 여력이 아직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만, 결국 노기 와카바는 용자이다의 결말과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간 셈이지요. 이렇게 보니 와카바와 히나타가 계획한 장대한 반격의 유지도 몽땅 물거품이 된 듯 합니다. 즉 이전 소설에서 언급된 모든 타개책이 용자의 장에서 한번에 다 도로묵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와카바와 히나타의 계획으로 변모한 대사인만큼, 겉으로 항복해놓고 속으로 칼을 가는 행태는 계속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버텍스측도 한 번 속았으니 똑같이 속아줄리는 만무하지요. 마침 몇 번이나 비춰진, 신수의 결계에서 잎이 계속 떨어지는 장면은 낙엽이 지는 나무를 연상케 합니다. 세계가 불타는 법칙으로 덮어씌어진 상태가 계속되는 한 신수는 계속 소모될 수밖에 없고 언젠가는 힘을 다할 터인데 반격의 계획도 실행할 수 없게 되었으니 뭔가 새로운 혁신적 계기가 나타나지 않는 한 작중 시코쿠의 인류는 멸망을 피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전개의 향방도 극단적으로 이 새로운 혁신적 계기가 나타나느냐 마느냐에 달린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유우나를 비롯한 용자부 일행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3. 후반부 전개의 향방



2번째 특전게임에서도 어느 정도 암시가 있었습니다만, 작중 유우나가 쓴 용자어기를 통해 신수에게 공물로 바쳐졌던 신체부위가 어떻게 돌아온 것인지 제대로 설명이 나옵니다. 바쳐진 신체는 이미 신수에 흡수되어 되돌릴 수 없었기에, 본래의 인체 대신 신수가 직접 새로운 신체 부위를 만들어서 대체시켜준 것이라고 하지요. 사이보그나 강화인간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쉬운데, 신수가 토지신의 집합이니, 그들이 만든 몸 역시 초자연적인 것이 됩니다. 1기 끝에서 유우나가 비틀거렸던 것 등 각 용자들이 회복된 몸에 대해 적응이 필요했던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신체 대부분이 공물로 바쳐진 유우나나 소노코는 사실상 인간을 넘어서 신수에 더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고 봐도 되겠지요. 그 중에서도 유우나는 의식이 버텍스측에 끌려가버린 상황에서 사실상 몸 전체가 다 만개를 위한 공물로 소모된 상태였기에 새로 회복된 그녀의 몸은 말 그대로 신수의 분신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여겨집니다. 


신수의 분신이나 다름 없는 유우나의 몸은 토지신 뿐만 아니라 하늘의 신에게 있어서도 노릴만한 가치를 지닌 것처럼 언급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는 귀하게 여긴다기보다 적대한다는 의미가 강해서 토고가 감당하던 저주가 유우나에게로 옮겨지는 등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사태가 흘러가지요. 유우나뿐만 아니라 신수의 손이 미친 몸을 지닌 다른 용자들도 역시 정도는 달라도 비슷한 입장일 것입니다. 그 예로 유우나가 저주에 대해 알리려 하자 그 상대방에게까지 저주가 옮아가려고 했지요. 그런데 이것이 용자부에는 불행한 사태이지만 오히려 인류나 대사에게 있어서는 타개책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전까지는 없었던 사례인만큼 하늘의 신 측과 거래를 성사시킬 열쇠가 될 수도 있을테니까요. 최소의 희생으로 인류를 지킨다는 대사의 기존 행동방침과도 일치합니다. 단지 용자 중 누군가가 희생될 수밖에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2기에서 희생될만한 용자로 계속 손꼽힌 인물이 유우나였지요. 우선 1기 레오 버텍스와의 최종전에서 유우나가 미타마에 닿았던 장면이 있었습니다만 이번 2기에서 당시 정신이 미타마에 흡수되었었다는 진실도 밝혀지는 등 하늘의 신측 세력과 접점이 추가된 상태입니다. 여기에 그녀에게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는 비밀이 있습니다. 소설 '노기 와카바는 용자이다'에서 나온 초대 용자들 중에 그녀와 완전히 똑같은 것으로 여겨지는 인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타마에 흡수된 유우나의 정신을 인도한 푸른 까마귀도 꽃 문장 등으로 유추해보면 노기 와카바로 여겨지기는데 역시 의문가 가는 장면이었지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용자의 장 오프닝 영상에도 치카게가 삭제된 초대용자의 그림이 잠깐 비추어진 것을 보면, 어떻게든 이와 관련된 비밀 역시 이번 2기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아직은 예상일 뿐이지만, 그녀가 정말 초대용자 일행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면, 이야기의 열쇠가 될 명분은 충분해질 것입니다. 특히 동일인물이라면 초대 용자들 중에서도 직접적으로 몸이 신수에 흡수되었던 인물이 되기에, 신수의 분신으로서 역할을 지니는 것도 필연적인 흐름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신수에 의존하는 시코쿠의 향방을 바꿔놓을 존재가 되기에는 충분한 포석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2기에서 미묘하게 유우나를 둘러싼 인물관계에도 작은 변화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1기에선 토고와 유우나 둘이 매우 강하게 묶여있는 관계였는데, 2기 들어 이 관계에 소노코가 추가되었지요. 여기에 카린과 유우나의 관계 진전이 크게 강조됩니다. 토고와는 더 진전될 것이 없다보니 카린 쪽이 더 부각되지요. 소설에서도 소노코와 토고가 같이 있는 상황에서는 유우나가 묘하게 카린 쪽에 붙기도 합니다. 그런데 카린에게는 후우도 가까운 관계이지요. 이렇게, 2기 들어 복잡하게 묶인 구도가 되었지만 동시에, 유우나를 빼도 나머지가 남지 않는 관계도로 변한 것처럼도 보입니다. 토고에게는 소노코, 카린에게는 후우가 여전히 묶이게 되므로 유우나를 떠나보낼 수 있는 구도인 것이지요.


소노코의 언급을 볼 때 대사는 유우나의 운명에 대해서 이미 손을 놓아버린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다만 유우나를 참고로 하여 대책을 세울 생각은 있는듯, 용자어기를 써달라는 부탁은 했다고 나옵니다. 대사측의 입장에서 보자면 유우나가 사망한 후 대책을 세워서 인류가 살아남을 길을 찾는 결말이 정석인가 봅니다. 물론 용자측이 주연인 작품인 이상 대사의 입장과는 다른 전개로 향할 가능성도 크겠으나, 5화의 다소 충격적인 부제를 보면 어째 유우나를 떠나보내는 쪽으로 흐르는 전개가 계속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남은 분량이 2화밖에 없다는 점도 반전을 꾀하기 어려워보이는 근거 중 하나가 되겠군요. 그렇다면 유우나가 희생을 하긴 하지만, 용자들에게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어떻게든 기회를 만드는 전개 정도로 흐르는 것이 아마 현재까지의 전개를 바탕으로 하는 전형적인 결말 예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극장판 같은 후속편이 또 나온다면 예상을 또 뒤엎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방영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용자의 장'은 과연 어떠한 마무리를 맺게 될까요. 이후가 어찌될지 읽어내기 힘든만큼, 이후 이야기들을 빨리 보고 싶으면서도, 끝나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도 2기까지 나아온 만큼 좋은 결말을 맞았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그런 기대를 안고 다음 화를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