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l Horizon

Blog Info

  • About
  • Chatroom
  • Weather ·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암호화폐의 무서움

2017. 7. 29. 20:19이야기들/사회·문화 이야기

최근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가 잠시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아마도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갑작스런 투기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시세폭등과 폭락이 이어져 시장이 초토화되었다는 뉴스일 것입니다. 이로 인해 크게 이익을 본 소수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다수의 신규진입자들은 손실을 보았다고 하지요.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저 역시 그런 부류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암호화폐란 그리드컴퓨팅의 일종인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데이터 조작에 대한 보안성을 구현하여 중앙시스템의 통제 없이 유통가능하게끔 한 암호화된 전자화폐를 의미합니다. 분산형 시스템으로 데이터의 임의조작에 대한 보안성을 확보하는 대신 중앙집중형 시스템의 효율성을 희생시킨 일종의 방법론적 전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개중에는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집중형과 분산형을 섞어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도 있는 등 현재도 기술적으로 변화하는 중이라고 알려집니다. 


그 본질적인 개발이념으로 인해 중앙이나 특정 세력의 강제개입을 거부하는 성향이 강하기에, 중앙의 통제 없이 시장참여자들이 직접 교환가치를 부여하는 체계로서 외부요인에 의한 충격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으나 일단 다수에 의해 가치가 인정된 다음에는 더 편리한 대체수단이 나오기 전까지 존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즉, 시장참여자들은 각각 개인계좌에 해당하는 지갑을 소유하거나 혹은 거래소의 지갑에 자신의 암호화폐를 보관시키며, 중앙은행의 가치보증 없이 순전히 시장의 결정만으로 화폐의 가치를 매겨 거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저 또한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거래해보면서 지갑도 만들어보았는데, 지갑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비트코인: 1BuFmMrWXGs73kxnw2twSQ6jkquQh5shzf

이더리움: 0x25232F3963822D731A0852669deE4ebD2fe5BD64


위처럼 암호화폐의 지갑주소들은 보통 복잡한 문자열로 만들어집니다만, 중앙통제시스템이 없기에 잘못된 주소로 송금하면 돌려받을 길 없이 그 코인은 증발하게 되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 정도로 강제개입이나 시스템 조작의 가능성을 막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앙의 통제가 없다는 특질은 일반화폐와 다르게 가치변동폭을 제한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덕분에 암호화폐의 가치에 거품이 한계까지 끼는 것을 방지할 수도 없었고 점차 투기의 대상으로 변하게 되었지요. 비트코인이 대체화폐로서 공개된 초기에 투자한 이들을 제외하면 근래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은 이러한 중단기 이익을 위한 투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암호화폐 시장, 즉 코인 시장은 이른바 선물시장과 외환시장을 결합한 형태에 가깝다는 점인데, 이 두 시장 모두 주식시장과는 다르게 제로섬 법칙이 적용되는 시장이기에 필연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누군가가 이익을 얻는 만큼 누군가는 잃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만 의외로 이 사실은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저 역시 이번에 시장에 늦게 들어가면서 시장특성을 다 파악하지 못하고 일부 코인을 샀다가 결국 크게 데어버리는 경험을 겪게 되었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라는 메이저에 속하는 코인들에 투자를 했는데 시기부터 제대로 못맞춘데다가 결정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몇 번 하면서 여러 가지 손해를 보게 되었지요. 그나마 쓸데없는 잡지식만 생겨서 오히려 행동을 더 방해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상술한대로 지갑까지 만들어놓았지만 정작 넣어야 할 코인은 현금과 함께 다 날아가버렸으니 의욕이고 뭐고 정신적으로 큰 부담만 남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도 들었습니다만 제대로된 정보를 얻기 힘들어서, 결정적으로는 시스템의 중핵을 이루는 커뮤니티의 내분 이야기 때문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관심을 끈 사이에 오히려 시장은 몇 배로 커졌고,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소식을 접하고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시장에 들어가고 말았던 것이지요. 처음에는 약간 이익을 보았는데 전체적으로는 모두 악수였다고 할까요. 하락장 직전의 상승기에 들어간 셈인데 결과적으로 이익을 모두 잃고 손해까지 보는 상황에 빠지는 바람에 요즘은 취미생활도 못하고 우선 손해를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에만 집중하는 상태입니다. 아직도 1btc만이라도 더 남아있었다면 미련없이 빠져나왔을텐데 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다보니, 더 스트레스라고 할까요. 이런 일들이 겹쳐서 블로그 관리도 더욱 뜸해지게 되서 아쉽게 생각합니다.


자본시장에서 흔히들 기술적인 유망성과 투자손익은 별개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요. 들리는 이야기로는 5월초까지만 해도 암호화폐시장은 매우 돈을 벌기가 쉬웠다고 회자되고, 덕분에 블록체인 기술의 유망성과 결부되어 이른바 우상향의 환상이 시장에 횡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시장참여자가 적고 자본이 작은 초기의 시장이 급성장하는 과정 중에 흔히 오해할 수 있는 사항들이지요. 저 역시 소문만 믿고 이 점을 오해했습니다만, 결국 경쟁이 심화되면 시장은 급격하게 구조조정을 겪으며 적대적인 환경으로 변하는 법입니다. 누가 적절한 종목에 먼저 참여하느냐, 누가 큰 자본을 움직이느냐가 성패를 가른다는 자본시장의 철칙에선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쪽은 제로섬 게임이 지배하는, 잠재적으로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의 시장입니다. 따라서 신규진입을 생각하는 이라면 언제나 미리 시장의 특성 파악 및 리스크 관리방안의 확보와 함께, 적절한 종목을 적절한 때에 선점할 수 있는 안목이 있는지 자기자신에게 먼저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급격한 조정을 겪는 중이며 분명 앞으로도 때가 오면 어느 정도 발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단, 최종적으로는 외환선물시장의 장외시장 비슷한 전문투자자 위주의 시장형태로 정착될 수밖에 없겠지요. 일종의 새로운 파생상품 시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 세계의 경제형태를 보건데 암호화폐시장 자체는 주식시장만큼의 규모로 성장하기 힘들며, 특히 암호화폐 중 주식과 비슷한 지분형태의 코인들은 결국 국가규제에 의해 사라지거나 주식시장으로 재흡수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도 국가권력의 규제가 정비될 것으로 예측되는만큼 이러한 보수적 전제 속에서 투자의 행보 및 리스크 관리방법을 정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파생상품시장에 적합한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하여 크게 실패를 하고 말았지만, 앞으로 이런 실패를 겪는 일이 저나 다른 이들에게 없기를 바랄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