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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 감상 후기

2015. 1. 9. 20:59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 본편의 번역이 일단락되었기에 나름의 후기를 간단하게 남기고자 합니다. 더불어서 일부 단어가 검열되어 있던 용자어기의 원문을 이 포스트 끝에 남겨 두겠습니다.

 

 해당 소설은 TVA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의 2년 전을 그린 전일담으로서, 토고 미모리의 사라진 기억에 관한 비극적인 사연을 당시 살아남은 동료인 노기 소노코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조명하는 동시에, 역시 그녀들과 같은 동료였던 긴의 죽음을 바탕으로 하여 시리즈의 세계관 등을 조금 더 자세히 밝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소설을 읽으신다면 시리즈의 뒤에 숨은 슬픈 느낌이라든지 여운 등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자와 관련된 설정 등의 세부 요소들을 더 잘 파악함으로써 TVA의 내용에도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평소의 와시오 스미 용자 상태의 와시오 스미

 

 소설의 주인공인 스미는 기억을 잃고 TVA에서 토고로서 활동을 계속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사라진 기억 속 경험의 흔적이 계속 남아 있습니다. 특히 소노코와의 추억은 알게 모르게 그녀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기억상실로 소노코를 잃은 아픔은 그녀의 마음 속에 응어리로 계속 남아 TVA의 반역 사건에까지 이릅니다. 모자에 비둘기를 넣는 마술을 배워보는게 어떻겠냐는 소노코의 제안은, 비록 기억은 남지 않았지만 그 기분 만큼은 토고 안에 계속 남아서 행동으로 옮겨졌습니다. 합숙 때 밤에 돌연 괴담을 시작한 것도 소노코와 함께 했던 합숙과 관련이 있습니다. 신경 써서 찾아 보면 이런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더 있습니다. 머리카락에 매는 소노코의 리본도, 유우나가 한 번 머리모양을 바꿔주기도 했지만 결국 리본을 매는 머리형태 그대로 유지됩니다. 소노코를 잃은 슬픔은 유우나가 치유해줬지만, 소노코의 흔적은 계속 남아서 그 관계성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 파트너인 소노코 역시, 스미와의 추억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었고 끝까지 그녀를 위해서 행동해 주었습니다. 사실 작중 전개에 있어 소노코의 비중은 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 독보적으로 큽니다. 이는 단행본의 번외편에서 자세히 드러나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녀는 선대의 영웅으로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친우로서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자 근성을 발휘하여 상황이 어떻게든 변하도록 관여했습니다. 용자부가 배려와 근성으로 용자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그 싸움을 끝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노코의 배려 및 근성 역시 함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번외편의 마무리를 볼 때 결국 그 행동들은 결실을 맞아 살아남은 선대용자 두 사람은 다시금 예전의 훈훈했던 관계를 회복한 것처럼도 보입니다. 조금 비약해서 생각하자면, TVA의 전일담으로 기획되었던 이 이야기는 오히려 TVA의 이야기를 액자식으로 포괄하는 더 커다란 범위의 이야기로서 끝을 맺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편 설정에 관한 정보의 예를 들자면, 본래 날 수 없는 용자가 만개를 하면 어째서 공중을 날아다니느냐 하는 별거 아닌 의문도 소설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만개형태로 구현되는 무기의 강력한 힘이 사용자를 띄운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시스템이 업데이트 되면서 용자는 기존의 영웅적 존재에서 오히려 무기의 플랫폼에 가까운, 제물로 쓰이는데 걸맞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늬앙스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세세한 암시는 제작진이 고의적으로 노리고 넣어 놓은 이 시리즈의 특징이기 때문에 놓치기에 아까운 점입니다. 물론, 소설 시점에는 주인공들이 진실을 모르는 부분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8화에서 스테미너가 모자라면 정령의 기능도 무력화될 것이라 착각했던 것에서 볼 수 있듯, 정령들이 용자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고 그것을 매개로 아예 용자에게 깃들어 숙주를 반드시 지켜낸다는 사실은 작중 시점에서 스미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일종의 해결편이 되는 TVA와 상호보완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은 TVA2화에서 토고가 변신도 하지 않았는데 정령의 보호를 받았던 장면도, 이런 면면과 연결되는 요소입니다.

 

평소의 노기 소노코 용자 상태의 노기 소노코

 

 타카히로 씨의 인터뷰에 따르면 본래 이 시리즈의 프로젝트는 TVA가 먼저 기획된 후, 이어서 TVA의 설정을 바탕으로 소설의 집필이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원본이 되는 기획은 TVA 쪽이 됩니다만, 그 TVA가 영상매체라는 특질에 치중해 자세한 설정이나 내막, 토고 미모리의 과거와 관련된 부분을 전개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암시로만 표현하여 시청자의 사고력에 맡겨 놓는 구성으로 만들어졌기에, 결과적으로 작중의 설정을 더 자세하게 드러내는 매체는 소설 쪽이 되었습니다. 이런 점은 몇몇 비판의 원인이 되기도 하여서 조금 아쉬움을 남겼으나, 엄밀하게 판단하자면 여기에는 의도적인 측면도 있는데, 제작진은 소설과 애니메이션 어느 쪽이든 독립적으로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고 하고 있지만, 인터뷰에서 소설과 TVA의 진행에 대해 서로의 스케줄을 참고하면서 내용 진행을 맞췄다고 하는 부분을 보면 결국 사실상 상호보완적인 구성을 노렸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을 읽으신 분들은 보다 더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를 다면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소설의 주연들이 지닌 매력이나 그녀들이 겪는 비극으로 인해, TVA만 접할 때보다도 더 큰 여운을 느끼게 될 터입니다. 소설의 결말이 감명 깊었다면, TVA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노기 소노코와 토고 미모리의 과거 및 관계와 이후 이야기 등에 관련하여 안타까움을 넘어서 가슴 한켠에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노코의 귀여운 점에서 매력을 느낀 팬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현지의 팬들도 대부분 그런 느낌이니까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러하기에 팬들은 더욱 더 이 시리즈의 후속 프로젝트나 후일담을 바라게 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후일담이 나온다면, 토고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스미 때의 일들을 회상하는 식으로,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의 전개를 진행시킨 후, 이후 번외편의 소노코와 이후 시리즈의 최종적인 후일담을 그리는 식으로 끝마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후일담을 만들어 줄지 어떨지부터 알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만 그래도 팬으로서 멋대로 바라게 되는 점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나마 상업 실적이 잘 나오는 것 같아서 다행인데, 그동안 꿈보다 해몽을 중시하는 관점과 여러 정보들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던 제작진의 의도에 맞춰 호의적인 감상을 하면서도 원반에 대해선 비공식 집계량으로 4000장 언저리가 아닐까 하고 다소 회의적인 생각을 내비쳤으나, 그 2배를 뛰어넘어 1만장에 가까워졌으니 경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물론 이 추세가 유지되면 좋겠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좋은 실적이 절대 기준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후속 매체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늘려줄 테니까 말입니다.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마지막으로 번역에 대해 언급할 부분이 있기에 여기에 남기겠습니다. 급하게 작업을 했고 몇몇 트러블이 겹쳐서 약간 미묘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그냥 즐기는 선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고, 번역 자체도 오탈자와 호칭 부분의 생략 외에 크게 걸릴 부분은 없다고 보나, 경험상 민감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림은 편집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 책 자체가 파본인지 인쇄가 잘못된 것인지 이상한 것도 있어서 다른 데서 그림을 따로 구해 때운 경우도 있습니다. 번외편의 그림은 부실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 블로그는 미련이 남으면 과거 포스트라도 수정해서 고치는 방식으로 쓰고 있기에 이후 수정이 가능하다면 하겠지만, 그런 문제가 크게 아쉬운 분은 마침 중판도 된다고 하니 단행본을 직접 구입하시는 쪽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