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 19:03ㆍ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2014년 4분기 애니메이션 중 시작이 늦었던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도 어느덧 4화까지 방영되었습니다. 이미 알려진 예고대로, 이번 화에서는 크게 나가는 내용 없이 깔끔하게 용자부의 일상을 보여줬습니다만, 엔딩 이후 위기상황으로 빠르게 전환되며 끝나는 것이 드디어 도입부가 끝나고 본격적인 전개로 이행되는 느낌입니다. 물론 개그 또한 빼먹지 않고 군데군데 들어가 있습니다. 단 하나 의외라면 오프닝 영상에 카린이 추가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만, 카린의 변신 뱅크샷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이 원인일 수 있기에 이 시점에서 언급하기엔 이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1. 확연해지는 캐릭터성
4화에서는 다시 한동안 버텍스가 출현하지 않는 상황에서 용자부의 평범한 일상이 그려지고 있으며, 역시나 일상의 장면들을 그렸던 3화에 이어서 어느새 무리에 녹아든 카린의 모습과 언제나 그렇듯 즐겁게 친구들과 학창시절을 보내는 주연들을 통해 각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다시금 살펴볼 수 있습니다. 후술할 이누보자키 자매는 물론, 모두와 사이가 적당하게 좋은 유우키 유우나, 내향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약간 중2병 느낌의 독특한 특성이 뚜렷한 토고, 전형적인 츤데레 성격의 카린이 적절한 배합으로 파티를 이루고 있지요.
특히 캐릭터 특징에 있어서 카린과 토고가 더욱 부각되었는데, 덕분에 카린의 과도한 건강관련 행태가 드러나는 한편, 1화부터 팬덤에서 흘러나오던 토고의 밀리터리 매니아 설도 실제로 판명되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토고는 이상한 방향의 지식에 몰두한다거나 군가 비슷한 노래를 노래방으로 부른다던가 그녀의 취미가 용자부 공인이라는 것까지 드러나는 등 부원들 중에서도 뚜렷하게 유별난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러다 보니 어째 옆에 있는 유우나가 공기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제작진이 토고라는 캐릭터를 작정하고 밀어주는 것 같습니다만 와시오 스미와의 숨은 관계도 있는만큼 이후 전개가 기대되는 바입니다.
2. 이누보자키 자매의 내면
이번 에피소드의 주역은 이츠키를 중심으로 한 이누보자키 자매였습니다. 그런만큼 그녀들의 숨은 일면이 제시되고 있는데 외형적으로는 단순히 이츠키의 노래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언니인 후우에게 의존하면서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츠키의 마음이 드러남과 동시에 버텍스에 의해 희생된 부모의 복수라는 개인적 목적에 본의 아니게 동생을 말려들게 한 후우의 후회 섞인 마음이 대비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여기서의 중요한 전환이라면, 장래에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용자의 직무 역시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언니와 함께 하고 싶어서 하고 있었을 뿐인 이츠키가 가창시험을 위해 부원들의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드디어 자신의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것에 있겠지요. 말하자면 언니에게 의존하던 동생이 홀로 서기를 시작한 시점이라고 할까요. 동시에 언니인 후우로부터도 자신의 편치 않은 운명으로부터 이츠키를 놓아주고 싶어서 고뇌하는 마음이 엿보였습니다.
3. 너무나도 불길한 분위기
4화의 마지막, 이츠키의 문제가 해결되고 후우가 한창 고민중인 무렵에, 드디어 예고된 버텍스의 총공격이 시작되면서 이번 이야기는 끝납니다. 작중에서도 타로의 사신 카드가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었습니다만, 격렬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싸움을 앞두고 보란 듯이 이누보자키 자매의 내면이 다루어졌기에 보는 사람 입장에선 나쁜 예감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제작되었겠으나 예고까지 너무 불길한 분위기가 강하다 보니 거꾸로 그런 분위기를 뒤집어버리는 전개가 되지 않을까도 생각될 정도로 불편한 느낌이 팽배해있지요.
다만, 이번 화에서 나온 사신카드를 결정적인 사망 플래그로 단정하는 관점에는 거부감이 듭니다. 타로 점 자체의 특성도 그렇지만, 마지막 사신카드의 경우 실제 암시라고 한들 그게 버텍스와 싸움을 가리키는건지 오디션 결과를 가리키는지조차 알 도리가 없습니다. 이츠키의 노래도 사신카드가 4연속 나왔어지만 오히려 나쁜 현실이 종결되고 새로운 희망을 얻는 쪽으로 처리되었으니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되고 시청자 농락에만 딱 좋은 느낌이군요. 그저 분위기가 원체 어둡다 보니 마지막 카드가 그냥 신경 쓰이는 정도랄까요.
4. 향후 전개의 암시
4화 마지막에 시작된 버텍스의 침공을 보면 최소 6체가 동시 침공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긴 용자도 5명인데다가 봉인 기술이 있는 만큼 처음에는 좋은 분위기로 흘러갈 것 같습니다만, 전형적인 1쿨 전개 방식을 놓고 보면 5화 쯤은 주인공의 각성 이벤트가 나와야 하는 시점이고 관련 잡지에서도 유우나의 '만개'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으로서의 고난은 뻔한 만큼 5화 전투의 중반은 상당한 위기 구간이 되겠지요. 부원들 중 부상자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최소 6체의 적이 상대라는 점에서 걸리는 부분입니다만, 2화에서 버텍스 3체를 처리하는데 시간이 촉박했음을 생각하면 도중부터 소모전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버텍스들이 친절하게 아군이 봉인되서 파괴되는 꼴을 구경해줄 리도 없고, 토고의 저격도 적의 숫자가 많으면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 7화 말부터 시작되는 전투와 상황이 비슷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시코쿠도 피해를 입겠지요. 허나 5화라는 시점이나 '곤란을 극복한다'는 제목을 보면 '만개' 등으로 어떻게든 물리칠 것은 자연스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웹상의 반응을 보면 시청자들은 5화에서 누가 희생될지에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근접무기면서도 유우나나 카린에 비해 활약상이 떨어지는 후우가 희생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데 후우랑 항상 붙어다니는 이츠키도 성격상 언니를 죽게 내버려둘 리 없는고로 이런 상황에선 서로 대신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마저 커지는군요. 그나마 두 사람이 같이 다칠 경우 어느 한쪽이 즉사할 가능성은 다소 내려가겠습니다만 어떨지요. 누가 죽지 않더라도 비극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으니 말입니다. 어찌되든 특별상영회가 있는 내일은 되야 밝혀질 일입니다.
여담이지만 토고가 보여주고 있는 독특한 정신세계와 더불어서 포스터의 영어오타가 묘하게 재미있더군요. 시코쿠만 고립된지 300년이 지난 시대다 보니 영어에 관한 언어지식도 사라진 것일까요. 단순한 오타일지도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