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28. 17:38ㆍ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지난 번에 스쿨데이즈 12화 다른 방송사들이 휴방했을 때 맨 처음 보여준 것이 그 유명한 '나이스보트~'였습니다. 이후 치바에서도 취소하면서 보여준것이 '고기 해체-햄 만들기'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AT-X에서 보여준 스쿨데이즈 최종화.
말 그대로 고기해체에 나이스보트.
대체편성을 그런 것으로 한 것도 다 방송국에서 생각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군요. (...)
여하튼 스쿨데이즈 최종화는 치정극을 주제로 한 애니에서 정말 한획을 긋는군요. 방영하기엔 너무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고나 해야할까요.
세카이의 연애는 자기자신을 주체로 설정한 사랑. 이른바 주도적 연애.
코토노하의 연애는 자기애인을 주체로 설정한 사랑. 이른바 의존적 연애.
마코토의 연애는 자기중심이면서도 의존적인, 유아기 수준의 이성애.
그리하여 그 결말은…….
무시무시한 엔딩이 되어버렸군요. 주요인물 3명이 몽땅 불행해졌으므로 무겁습니다.
헌데 이 애니 스토리를 잘 보면 확실히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조강지처에 대한 이야기랄까, 흔히 한 남자가 조강지처 버리고 여자들에 빠져 살다가 된통당해 결국 뉘우치고 조강지처에게로 돌아간다는 그런 늬앙스가 풍기더군요. 거기에 제작진이 나름대로 자신들의 판단을 덧붙인 느낌입니다.
- 파국의 원인
생각해보면 1화 때만 해도 마코토는 순진하다고 할까, 연애에도 선뜻 나서지못하는 남자였습니다. 그러다가 세카이의 보조로 인해서 비로소 연애에 입문하죠.
그럼, 문제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파국의 시작은 코토노하와의 조그마한 갈등이었습니다. 마코토는 연애의 개념을 세카이라는 창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세카이와는 전혀 다른 행동양식을 가지는 코토노하에 대해서 적응하는 것이 필요했겠지요.
본래 연애라는 것이 이런 위기 때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서로 맞춰가야하는 것입니다만, 이 점에 대해 마코토는 너무 몰랐어요. 연애에 너무 무지했죠. 보통 이럴 때 사람들은 경험자의 충고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여기서 단추를 잘못 꿴 것입니다.
연애에 대한 충고가 필요했던 마코토는 세카이에게 의지하려고 하는데, 실은 세카이 그녀자신도 무지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녀가 마코토를 도와준 것은 그저 마코토와 좀더 가까이 있으려는 수단에 불과했던, 자기만족행위일 뿐이었으니까요.
결국 세카이가 자기만족을 위해 마코토를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 파국의 원인인 겁니다.
- 마코토의 행동에 관한 분석
마코토는 정신적인 성숙이 덜되어있어서 좀 어린애 같습니다.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지 잘 몰라서 버둥대고 곧잘 남에게 의지하죠. 허나, 일단 하나의 개념을 인식하게되면 그 기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맞춰서 행동을 하는 면도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런 점이 문제원인이 되었지만요.
마코토는 여성들에 대한 시각을, 세카이를 기준으로 갖게 되었기에 시간이 갈수록 코토노하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고, 오히려 세카이와 비슷한 부류의 여자애들과만 가까워져버립니다. 그런데 세카이의 행동패턴-도둑고양이-가 불륜에 가까운 (비록 그녀는 진심이었겠지만) 워낙에 틀려먹은 종류라서, 마코토는 난잡한 길로 빠져들고말죠.
더욱이 끼리끼리논다고, 하필 그 학원설정은 어찌 된것인지 그런 성격의 여자애들이 많았어요. 오토메부터 세츠나까지, 목적을 위해서라면 난잡한 관계도 마다않지요. 물론 마코토는 자신이 연애에 대해 인식한대로 극도의 '자유연애'를 추구합니다. 애초 세카이와의 관계가 그러했으니까.
- 마코토가 코토노하를 선택한 이유
애니에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세카이가 임신했다고 했을 때 마코토의 거부행동에 대해 설명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임신시켜놓고도 H밖에 모르는 놈 정도로 치부되겠지요. 뭐, 맞기는 한데 마코토의 개념을 그 모양으로 만든 건 바로 세카이입니다.
아기가 생겼다는 상황이 되자, 세카이는 돌변합니다.
물론 변하기 시작한 것은 코토노하와 헤어졌다는 것이 거의 확정되었을 때부터이나 그녀가 마코토를 본격적으로 독점하려 마음먹은 건 임신증상 때이지요. 이것은 여성에게 있어선 현실적으로 당연한 일이지만, 남자인 마코토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세카이와의 관계는 그가 하는 자유연애 중에서 '다소 비중이 높을 뿐인 하나'에 불과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세카이가 진지하게 변화했으니, 가뜩이나 애같은 마코토는 즉시 적응을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이르러서야 마코토는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애 때문이 아니라, 세카이의 변화 때문이죠. 그동안 생각했던 기준이 갑자기 붕괴했으니 어떻겠습니까. 더욱이 그 기준인 세카이(의 임신발언)에 의해서, 그동안 이어지던 자유연애관계도 모두 파괴되어버립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둔한 남자라도 이상함을 눈치채겠죠.
그렇습니다. 이 사건이 바로, 마코토로 하여금 그간 자신이 생각했던 기준-세카이와의 관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계기인 것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가며 방황하는 마코토에게 나타난 것은 코토노하였습니다.
변함없이 그를 찾는 코토노하. 처절할 정도로 일편단심의 그녀를 보고서야 마코토도 연애관을 바로잡습니다. 이제사 '소중한 사람'이라는 개념을 깨달았어요.
- 비극적 결말에 대한 소고
위와 같이 엄청난 방황 끝에 겨우 연애에 대한 개념을 완성한 마코토였습니다만, 이미 늦었습니다. 일은 다 벌려놨고 그런 상태에서 올바른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한들 죄값은 받을 수밖에 없어요. 일단 진짜든 가짜든 세카이의 아기가 문제고, 세카이의 심리도 문제입니다. 옛날이야기처럼 쉽게 끝날 수는 없죠.
불행히도 여기서 마코토는 연달아 실수를 범합니다.
일단 머릿속에 개념으로 인식한 것은 그대로 행동하는 마코토이기에, 이후부터 그의 마음은 굳게 코토노하로 향합니다. 이제 '잘못된 관계'로 정해진 세카이는 거부하지요. 더욱이 잘못된 관계의 근본원인인 세카이를 원망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마코토가 자신의 잘못마저 세카이에게 모두 내맡겨버리는 행태를 보여줬다는 겁니다. 아무리 근본원인이 세카이라고 해도, 마코토가 잘못을 한 것은 지울 수 없는 사실입니다만 마코토는 이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네요. 역시 애군요.
그리고 둘째는 죽음으로 직결되는 실수인데, 아기를 낙태시키자는 문자였지요. 마코토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개념을 안 이상, 세카이의 마음은 알고 있었을 터입니다. 그러다보니 마주보기가 더욱 어려웠겠지요. 세카이에게 있어 '사랑의 결정체'라는 점에서 아기에 대한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건데 이걸 난데없이 문자로 보냈다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대면한 상태에서 사죄하며 대화를 해도 모자랄 판이고, 충격 때문에 카운셀러도 필요한 일인데 말이죠. 코토노하에게 돌아가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자신의 죄로 남게될 것이 세카이의 임신인데 그 점을 너무 무시했습니다.결국 모두 마코토의 어린애(라기보다도 초딩?) 같은 인성이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봐야겠죠.
세카이가 마코토를 살해한 건 결국, 불안정한 심리속에서 총제적으로 그런 배신감이 애증으로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해 한순간 정신이 날아가버렸다고 하죠.
- 세카이의 마지막 선택
세카이의 행위는 제정신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그녀자신을 중심에 두고 실행된 것입니다. 살인 역시 마찬가지로서, 미치기까지 한 건 아니기에 마코토를 죽인후 곧 이성을 되찾고 극도로 불안해하게 된 겁니다. 아마도 자신이 마코토를 죽였다는 것을 믿고싶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요.
마지막에 마코토의 폰으로 문자를 받은 세카이가 또다시 식칼을 들고 옥상에 간것도 사실 어쩌면 마코토가 살아서 자신에게 복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결국 코토노하가 마코토를 대행해서 복수하고 말지만.
- 모든 것을 끝맺는 코토노하
코토노하는 세카이보다 더욱 불행합니다. 대인관계가 서투른 그녀에게 있어 마코토는 마음의 보주입니다. 따라서 자기중심이 아니라 마코토 중심입니다. 그것도 한번 배신당해 붕괴했다가 겨우 그를 되찾은 비운의 히로인. 그렇게나 우여곡절 끝에 되찾은 마코토인데 어이없이 파괴당한 상황.
이미 죽은 사람을 머리만 잘라가지고와서 계속 있다고 하는 것을 볼때, 코토노하에게 있어 마코토는 숭배대상입니다. 마음의 보주를 파괴당한 이상 그녀는 붕괴할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마코토의 머리로 최소한의 자아유지는 하네요. 이 상태에선, 자신의 모든것을 앗아간 세카이를 살해하려는 게 당연한 수순입니다.
세카이를 죽인 코토노하는, 요트를 탄 채 마치 두 사람만의 낙원으로 향하려는 듯 마코토의 머리를 들고 뭍을 떠나갑니다. 아마 그녀도 오래지않아 마코토를 따라가겠지요.
개인적으로 구슬펐습니다.
그녀만은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마치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을 거부당한 존재가 안식을 찾아 떠나가는 것 같은 그 모습이 말이지요. 애초에 마코토를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은 그녀뿐이었는데, 결국 마코토는 죽어서야 그녀에게 안식을 줄 수 있었군요.
-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등장인물들의 죄질 정도
마코토 > 세카이 >> 그외 듣보잡 >> 세츠나
위에 비하면 코토노하는 홀로 깨끗하군요. 그 점이 더욱 슬픈 애니의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