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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초대규모 언어 처리 모델 AI의 한계

2021. 5. 26. 00:54이야기들/과학·기술 이야기

최근 갑자기 초대규모 자연어 처리 AI 모델에 대한 뉴스들이 자주 보이는 것 같다. 특히 앞뒤 잘라먹고 초대규모 AI라는 생소한 용어까지 써가면서 차세대 AI라며 국내 언론에서 강조하는 기사들이 눈에 띈다. 실제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 비지도적으로 학습하는, 그래서 초대규모 컴퓨팅 자원이 필요한 대형 언어 처리 모델을 이르는 것인데 그것을 마치 인간처럼 생각하는 AI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조금 어이가 없어지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아마 그 대부분은 해당 언어 처리 AI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제공받은 보도 자료를 그대로 읊은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언론에서 초대규모 AI 운운 하며 조명하는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기계학습 모델 방식의 하나일 따름이다. 다만 종래의 딥러닝 기반 모델과 달리, 지도를 위해 사람이 정리하거나 라벨링해 제공하는 데이터에 그치지 않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온갖 자연적 데이터들을 총망라하여 스스로 학습에 사용하게끔 인식하는 단계까지 발전한 것이다. 시냅스 구조를 모사한 신경망 처리 체계를 통해 방대한 문자 데이터들의 나열을 비교하여 문장과 문단의 문맥 및 활용을 익힘으로써 인간의 언어를 주어진 상황에 맞춰 알맞은 형태로 가공하는 능력을 갖춘다고 생각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인공 지능이 아니다. 사람처럼 생각하기는커녕 말에 담긴 대강의 의사를 인지하고 고려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접근 가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황과 맥락을 인식하고 그에 맞춰 언어 패턴을 가공하고 조작하여 출력하는 시스템에 지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쪽과 비슷할 것이다. 아니, 엄청난 에너지와 비용을 소비하여 기억력과 처리 속도를 높인 앵무새라고 해야 하겠다. 윤리를 판단하는 능력도, 특정 가치 기반을 범용적으로 해석해 전체 학습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패턴의 인식과 가공의 일변도이다.

 

물론, 인간 지능에 비하면 인지 기능 측면에서 실망스럽기만 한 현 인공 지능 기술에 있어선 그것도 대단한 진보임에 틀림없다. 인지 단계에 이르진 못했어도 휴리스틱 단계까지는 간신히 발을 들여놓은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한계도 명확할 터이다. 현재의 자연어 처리 모델로는 결코 일반인들이 꿈꾸는 사고 처리 능력에 도달할 수 없다. 특정 업무나 비즈니스의 자동화 도구로서 기능적으로 유용할 수는 있겠지만, 전인적으로 신뢰하고 의존할 수 있는 부류는 전혀 아니다. 단순히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AI 모델 자체가 불완전하다. 결국 범용적 인공 지능은 아직도 멀기만 한 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