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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다수의 민중은 진보와 거리가 멀다

2020. 9. 8. 19:00이야기들/사회·문화 이야기

사회가 어려움에 쳐할 때마다 변혁이나 진보와 같은 구호가 거리에 넘치게 되지만, 정작 제대로 그러한 외침이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으며 성공한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희귀하다.

 

아무리 관용과 박애를 외치고, 포용과 존중을 강조하며, 생존과 조화의 보장을 속삭여도 끝내는 공허한 메아리만 남을 뿐이다.

 

못살겠다며 일어선 민중들의 혁명들이 실패로 끝나 초라한 몰골만 남거나 도중에 변질되거나, 점점 처음의 이상과는 전혀 딴판으로 돌아가는 사회를 맞이하게 되는 이 인간 법칙은 역사로 증명된다.

 

어째서인가.

어째서 진보를 향한 시도는 결국 좌절되는가.

 

도출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바로, 인간이 그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진보를 외치는 주도자들까지 포함하여, 대다수의 민중은 진보를 바라지 않는다.

자기자신의 진보도, 사회체계의 진보도, 미래를 향한 그 어떠한 이상의 실현도 사실은 바라지 않는다.

 

바라는 것은 오직 현실의 안위뿐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곧잘 현실 고통과의 직면·혁파를 거부하고 시한부의 안정과 타협한다.

그러하기에 당장의 사탕발림에 속아넘어가고, 약육강식의 수라도로 돌아가며, 미래의 가능성을 외면하고 포기한다.

 

종국에 남는 것은 이전과 변화없는 챗바퀴의 운명, 허망하게 타고남은 잿더미외에 아무것도 없다.

그 안에서 인간들은 마침내 새로운 의지의 발현마저 잃어간다.

 

이것이 현실 인간의 본성일진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를 이룬 사례가 있다면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가능성이라 할 수 있을 터이니, 어찌 경탄을 금할 수 있을까.

 

역사 속에 기록된, 그리고 지금도 남아 계속해서 미래를 향하고 있는, 지극히 희소한 그 진보의 발걸음에 성공한 무리는 찬사와 존경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는 그 진보가 개개인의 삶을 넘어 공동체의 실재 그 자체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지는 입으로 나불거리기만 하는 값싼 사상이나 이념이 아닌, 실존의 형태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은, 애초에 진보를 원하지 않는 공동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런 공동체는 계속되는 혼란과 투쟁 및 위선 속에서 역사를 쌓을 수밖에 없다.

통탄스럽기 그지없으면서도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류의 결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