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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을 보며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2020. 1. 28. 03:21이야기들/사회·문화 이야기

최근 해외에서 명성을 높이며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영화 '기생충'. 

특이한 소재와 개그 및 기괴함으로 관객의 흥미를 끌었던 영화이니만큼 그 감상과 메시지의 해석도 사람마다 다양하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어찌 보면 가장 당연하면서도 단순한 사실이었다.

우리 모두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


좀 더 잘 살려고 발버둥치는 하류 계층에 속한 두 가족이 우연히 겪게 된 갈등과 비극 사이에서, 엉뚱하게도 아무것도 모른채 딴 세상 같은 호화롭고 존경받는 삶을 살며 단지 하류 계층의 두 가족을 부려먹었을 뿐이었던 한 상류 계층 가족까지 죄없이 화를 입는다는 영화 내용 그대로의 감흥이다.


작중에서 부자 가족은 특별히 부조리를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들이 부리는 하류 계층에 대해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듯 서로의 세상을 나누고 선을 그어 넘지 말라는 주문만 한다. 그러나 정작 자기 영역 안에 부려먹기 위한 하류 계층을 항상 필요로 했고 그렇게 업신여기는 서민을 이용하면서 믿음의 벨트 같은 허무맹랑한 잣대나 들이대다 본의 아니게 기생 관계의 심화를 자초하고 만다.


아무리 상류층, 하류층 간에 선을 나누고 가난한 계층끼리 서로 대립하게 유도하면서 부자들은 유유히 기득권을 유지하고 하위계층을 비웃으며 서로의 세계를 갈라놓는다 하더라도 지배하는 자와 지배 당하는 자, 고용하는 자와 고용되는 자의 관계는 남듯이, 기생 관계든 아니든 결국 현대의 이익사회는 모두가 얽힌 채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즉, 철저히 승자와 패자의 사회 구조를 만들어 서로를 구별해 다른 존재인 것처럼 꾸미고 아래 계층의 하루하루 위태로운 삶을 더러운 것으로 여겨 무관심하게 방치하면서 다른 세상의 일인 것처럼 외면하고 있을지라도, 그렇게 꾹꾹 눌려 계속해서 악화되는 하위 사회의 혼란은 언젠가 고귀한 삶에 젖은 상위 사회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전체적인 파국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바로 그러하기에 서민층 이하 계층들이 점점 나락으로 빠져 들어가는 오늘날의 현실 앞에서 모두가, 아무리 비참한 삶과는 아무 관계 없는 것 같은 상류층마저도, 사회적인 관점에서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해 제도적인 생존권의 보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언젠가부터 품게 되었던 생각을 다시금 이 영화는 떠올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