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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 와카바는 용자이다 19화

2017. 1. 29. 20:30취미 겸 번역

[대사서사부 무녀님 - 검열됨]

 

우리들은 나라를 양도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휴전에 불과하다.

우리의 국토를 반드시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부흥시킬 것이다.


반드시.

몇 대가 걸리더라도.


-용자어기 신세기 원년 1월
노기 와카바 기록

  


다이텐구의 힘을 품은 와카바


 

제19화 근절 (후편)

 

 

 "하아아아아앗!!"

 다이텐구의 힘을 몸에 머금은 와카바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전투를 계속했다. 와카바의 주위를 둘러싼 것은, 통상 개체의 버텍스들, 그리고 3체의 대형 버텍스—몸이 여러 마디로 갈라진 것, 4개의 뿔을 가진 것, 그리고 거대한 2개의 물거품을 거느린 것의 3체이다.

 비장의 수 중의 비장의 수를 사용한 와카바에게 있어 통상 개체들은 더 이상 적이 아니다. 그러나 대형 개체는 이야기가 다르다.

 와카바를 공격하고 있는 3체와 별도의, 또 다른 3체의 대형 개체가 신수 쪽으로 향해 가 버렸다. 그것들은 유우나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함께 싸워 온 동료를 와카바는 믿는다.

 "으, 우욱……!!"

 와카바는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려 토혈한다. 날개를 통해 고속으로 공중을 이동해 가는 와카바지만 그 싸우는 방식은 그녀의 몸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었다. 고속 비행으로 인해 생기는 막대한 중력가속도가 내장과 뇌에 타격을 준다. 그저 싸우고 있는 것만으로 와카바의 몸은 시시각각 손상되어 간다.

 하지만 그녀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싸웠다. 버텍스와의 싸움은 시간과의 승부이기도 하다. 버텍스가 결계 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수해가 부식되고 시코쿠에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와카바는 몸에 마디를 가진 대형 버텍스를 순식간에 다섯 번 베었다. 하지만 적은 분단된 부분으로부터 몸을 재생시켜 6체의 같은 대형 버텍스가 된다.

 6체가 일제히 전방위로부터 와카바를 덮쳐 왔다. 와카바는 비상하여 공격을 피하면서 적을 관찰한다. 이전, 비슷한 성질을 지닌 진화체와 싸웠던 덕분에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잘 보면 갈라진 6체 중 하나만 다른 것과 다른 움직임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5체는 와카바를 공격하면서도 다른 움직임을 하는 1체를 지키고 있다. 아마도 그 1체가 사령탑인 것이다.

 "……여기닷!!"

 와카바는 그것을 일도 양단했다. 사령탑을 잃은 다른 5체는 재생 능력을 잃었는지, 와카바가 각개격파로 벨 때마다 분열하는 일 없이 소멸한다.

 그러나 마지막 1체를 베려고 했을 때, 그녀는 거대한 물거품 속에 사로잡혔다.

 "…?"

 두 물거품을 거느린 버텍스의 공격이다. 와카바는 날개를 움직여 물거품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4개의 뿔을 가진 대형 버텍스가 와카바를 구속한 거대 물거품 속으로 뿔을 찔렀다. 다음 순간, 뿔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우욱!?"

 뿔의 진동에 의해서 물이 굉장한 속도로 뒤섞여, 날개를 아무리 움직여도 물거품에서 탈출할 수 없다.

 호흡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져 와카바의 체내 산소가 감소해 간다. 뇌가 산소 결핍에 빠져 사고가 희미해진다.

 '크……윽!'

 물거품 속으로부터, 벽을 넘어 또 새로운 대형 버텍스—거대한 입과 거기로부터 나온 거대한 화살을 가진 개체—가 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와카바의 뇌리에 과거 괴물들에 의해 살해당한 사람들의 모습과 파괴된 도시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끔찍하게 죽임을 당한 타마코, 안즈, 치카게의 시신도. 증오와 분노로 구역질이 난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죽여 버리겠어.

 네놈들 괴물은 한 마리도 남김없이 섬멸한다. 응보를 받게 하겠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죽여 없애겠다.

 하지만 아무리 와카바의 분노가 커져도 물거품을 벗어나는 힘으로는 되지 않는다.

 이윽고 한계가 와 와카바의 의식이 사라져 간다…….

 

 마지막으로 머리에 떠오른 것은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함께 있어 주었던 소녀—우에사토 히나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유우나, 타마코, 안즈, 치카게와 함께 지냈던 나날들이 뇌를 지나간다.

 '나……는…….'

 예전의 와카바는 버텍스에게 죽은 자에의 복수심만으로 싸워 왔다. 하지만 히나타나 동료들 덕분에 살아 있는 자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을 배웠다. 와카바가 싸우는 것은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히나타나 유우나나, 그리고 시코쿠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다.

 '정령의 영향에 사로잡히지 마……!'

 분노가 아니라 지켜야 할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통해, 와카바는 냉정을 되찾는다.

 '나는……. 이 괴물들에게서 시코쿠를 지키겠어……. 다시 친구가 있는 일상으로 돌아갈 거야……!'

 싸움이 끝나면 또 유우나와 히나타와 함께 놀러 가자. 저번의 하루만으로는 아직 전혀 충분히 놀지 못했으니까. 여름 축제에도 함께 간다고 말했다. 분명 굉장히 예쁜 불꽃이 쏘아올려지겠지. 노점들도 보고 돌아다니자. 유카타는 움직이기가 어려워서 입기에 불편하지만, 히나타가 기뻐할 거라면 입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싸움이 끝나면 꼭 시간이 잔뜩 생길 것이다. 3명이 함께 여러 곳에 가 보자. 좀 멀리 나가도 좋다. 그러고 보니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었다. 타마코와 안즈, 치카게의 고향을 찾아가면 어떨까? 유우나의 고향은 머니까, 지금은 아직 갈 수 없구나. 그렇지만 언젠가 꼭 셋이서 들려보자. 

 싸움이 끝나면 어떤 생활을 보내게 될까. 용자의 직분이 없어질 테니까 보통의 중학생들과 같은 생활이 되는 것일까. 공부와 진로 문제로 고민하거나 하게 될지도 모른다. 졸업식이 다가와서, 조금 서글퍼진다든지. 하지만 언제까지나 모두 친구라고 이야기하고 함께 웃고.

 그런 나날도…….

 '저기, 히나타, 유우나. 그런 날들도, 분명 즐거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까 절대로 이 세계를 부수게 놔두지 않는다. 

 

 다이텐구. 그것은 불꽃과 관련이 깊은 정령이다. 전승되는 이야기에 있어서, 하늘을 하룻밤만에 불태우고 일찍이 교토의 절반을 큰 불로 멸했다. 3대 악요괴의 일각 되는 대요괴의 불꽃은 신조차 위협하는 있을 수 없는 힘. 

 와카바는 의식을 집중시킨다.

 다이텐구를 품은 때부터, 힘의 사용법은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옷!!"

 와카바의 기합 소리와 동시에 그녀를 구속하고 있던 물거품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몇초 지나기도 전에 물거품은 증발하여 소멸했다.

 와카바를 둘러싸, 그녀를 지키려는 듯이 불꽃이 출현해 있다.

 하늘을 불태운 다이텐구의 불꽃이 지금, 하늘로부터 출현한 괴물을 노린다.

 "하아아아앗!!"

 가장 가까이에 있던 물거품의 대형 버텍스에 접근, 칼집에서 뽑힌 와카바의 칼이 번뜩인다. 베인 대형 버텍스는 불길에 휩싸여 소멸했다.

 그리고 일순의 틈도 없이 바로 근처에 있던 4개의 뿔을 지닌 대형 버텍스도, 와카바는 단칼로 양단했다. 불꽃에 태워지면서 그 대형 버텍스도 사라져 간다.

 와카바를 중심으로 발생한 열과 불꽃은 한없이 크고 강해지고 있었다. 수해화한 세계 전체를 덮어 버리려고 하는 듯이…….

 그 열 속에서 통상 개체 버텍스들은 차례차례 불타 사라져 간다.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와카바는 남은 2체의 대형 버텍스로 눈을 돌렸다. 방금 미처 쓰러뜨리지 못한, 분열하는 대형 개체의 마지막 1체. 그리고 거대한 입과 화살을 지닌 대형 개체. 

 불꽃의 열은 와카바 자신마저 상처입히고 있었다. 용자 복장은 녹아 떨어져, 피부는 화상으로 인해 헐어 간다.

 "우리 인간은……. 약하다. 겁쟁이고, 연약하고 그리고 악의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그래도 와카바는 믿고 있다. 사람의 강함을.

 왜냐하면 사람은 지켜야 할 것을 위해서라면 무한히 강해질 수 있으니까.

 지금의 와카바도, 아무리 상처 입더라도 지켜야 할 사람을 위해서라면 싸울 수 있다. 전의를 잃지 않고 맞설 수 있다.

 그것이 이 괴물들과의 차이.

 "그것이……. 약한 인간이, 강한 네놈들에게 이길 수 있는 이유다!!"

 와카바는 칼을 쥐고 불꽃을 두른 채 나머지 2체의 대형 버텍스에게로 육박한다.

 

 와카바는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수라처럼 싸웠다.

 칼과 불꽃이 모든 버텍스를 멸해 없애 간다. 대형 개체도, 무수한 통상 개체도, 일절 구별 없이.

 이윽고 와카바가 다시 서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다쳐 땅에 쓰러져 엎드린 때…….

 그녀는 수해 안에 단 혼자 남아 있었다.

 버텍스는 모두 섬멸당한 것이다.

 '히나타……. 유우나……. 지켜……냈어…….'

 그리고 그녀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다시 와카바가 눈을 떴을 때, 그곳은 병원의 한 방이었다. 용자로서의 직분이 시작되고나서부터 완전히 눈에 익어 버린 하얀 방.

 그리고 와카바가 자고 있던 침대 옆에는 히나타가 앉아 있었다. 와카바가 눈을 떴다는 것을 깨닫자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안겨 왔다.

 "와카바짱!! 다행이다……. 깨어난 거군요……!"

 "히나타……."

 "침공한 버텍스는……. 와카바짱과 유우나상의 활약으로 모두 격퇴되었어요. 시코쿠는 지켜졌어요. 하지만 와카바짱은 계속 눈을 뜨지 않아서……. 벌써 일주일이나 잠든 채라서……."

 "그렇게……. 지난 건가……. 아팟!"

 "아, 미안해요!"

 히나타는 황급히 와카바로부터 떨어진다. 버텍스와의 전투로 온몸에 상처를 입었기에, 강하게 끌어 안겨지면 아프다.

 와카바의 몸은 여러 군데의 골절, 내장의 손상, 그리고 화상을 포함한 전신의 부상—용자로서 신수의 가호로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었을 정도의 중상이었다.

 "괜찮아……. 그것보다 유우나는?"

 "……윽."

 유우나의 이름을 듣고 히나타의 몸이 굳는다. 그 반응을 보고 최악의 상상이 와카바의 머리를 스친다.

 "……설마……."

 히나타는 얼굴을 끄떡여, 씁쓸한 어조로 대답한다.

 "유우나상은……. 버텍스와 교전 중, 생체 반응이 두절되었습니다…….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생존의 가능성은 없다, 고……."

 "……!"

 스마트폰의 맵에는 용자가 있는 위치가 표시된다. 대사는 용자들의 생체 반응을 항상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사라졌다는 것은…….

 "유우나가……. 죽었어……."

 떨리는 목소리가 와카바의 입으로부터 새어 나온다.

 "하……그, 런……. 모두, 죽어 버린 건가……. 나 이외……. 모두……. 이제, 용자는……. 아무도 살아 있지 않은 건가……."

 유우나. 언제나 밝게, 주위를 신경 써서, 얼마나 그녀에게 도움을 받았는지 모른다.

 타마코. 요란스러워서 항상 겨뤄 오면서, 얼마나 그녀에게 힘을 얻어 왔는지 모른다.

 안즈. 얌전해서 싸움에 맞지 않는 성격인데도 항상 노력하고 있었다. 긍정적인 모습이 눈부셨다.

 치카게. 싸움도 했다. 다투기도 했다. 하지만 와카바는 인간다운 그녀가 싫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지금은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우우……윽, 우우우우……윽!!"

 와카바의 입으로부터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와카바는 장기간의 입원과 치료를 어쩔 수 없이 받게 되었다.

 히나타는 매일 와카바의 병문안을 왔다.

 와카바의 침대 옆에 위문품으로 받은 사과 껍질을 깎으며 히나타는 말한다.

 "잃은 것은 컸지만……. 그래도 모두의 덕분에 시코쿠의 방위는 성공했어요. 결계는 강화될 수 있었고 통상 개체의 버텍스 정도로는 통과하지 못할 만큼 견고해졌다고 해요"

 "그런가……. 디행이다……."

 "이 시코쿠를, 신수의 뿌리에 의해 지켜진 나라……. '네노카타스쿠니'로 명명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대사 안에서 나오고 있다는 듯해요."

 "……응……."

 히나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와카바는 건성으로 대답한다. 모든 말이 자신을 통과해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꼈다.

 그런 와카바를, 히나타는 필요 이상으로 격려하지도 않고, 그저 그녀 곁에 계속 머물렀다.

 히나타는 살짝 와카바의 손을 잡았다. 와카바의 온몸에 아파보이는 화상이 남아 있다.

 "이렇게나, 무리를 한 거네요……."

 현대의 피부이식기술이나 성형의료를 사용하더라도, 이 화상의 상흔을 모두 완전하게 고칠 수는 없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다행이라고 와카바는 생각한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이 싸움 자체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함께 싸운 동료가 있었던 기록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오히려 슬프다.

 "……."

 히나타의 눈은 와카바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그 눈동자에는 어딘가 지나치기까지 한 투명함이 있었다. 감정을 상실한 듯한 공허함과 차가움이 동거하고 있었다. 눈앞의 와카바를 보고 있는 것 같으면서,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는, 의식이 이 자리에 없는 것 같은 눈동자.

 "히나타, 왜 그래……? 뭔가 생각하고 있는 거야?"

 "네, 그러네요……. 시코쿠도 향후 평화로워질 테니까 앞으로 와카바짱하고 뭘 할까 하고, 생각하고 싶어요. 저기."

 "……왜?"

 "빨리 건강해지세요. 분명, 이제……전부, 괜찮으니까요……." 

 

 결계의 강화가 성공한 덕분인지, 대사가 말했던 대로 그 후 버텍스가 시코쿠를 침공하는 일은 없었다.

 싸우는 일 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던 덕에 와카바는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어 간다.

 시간은 흘러간다.

 일정하게, 변함 없이.

 이윽고 와카바는 퇴원하여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단 2명 밖에 없는 이 교실은 이미 존재의의를 잃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어느 날, 와카바는 대사로부터 용자로서의 임무를 지시 받았다. 용자로서 직분은 상당히 오랜만인 느낌이 들었다.

 대사에서 말하기를, 결계 밖의 버텍스에 평상시와 다른 움직임이 보인다, 라고. 침공이 아닌, 무언가 미지의 현상이 발생하려 하고 있다는 것 같다. 그것을 조사해줬으면 한다는 지시였다.

 지금, 와카바와 히나타는 세토 내해의 벽 위에 서 있다. 와카바는 용자 복장을 둘러 칼을 잡고 무슨 일이 있을 때 히나타를 지킬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이전에 벽 밖의 초거대 버텍스의 조사 임무가 있었을 때 히나타는 용자들의 짐이 될 거라면서 동행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히나타 자신의 희망으로, 함께 가기로 했다. 바깥 세상을 바두고 싶다, 라고.

 지금, 결계의 시야를 가로막는 힘에 의해 장벽 너머에는 아무 특이할 것도 없는 평화로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간다, 히나타. 참혹한 광경이니까 분명 보는 게 괴로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괜찮아요. 각오는 되어 있으니까요."

 와카바와 히나타는 함께 벽의 바깥쪽으로 발을 내디딘다. 벽 위의 어느 위치를 넘은 즈음에서, 급격하게 시야에 비치는 광경이 바뀌었다.

 세계가 진실의 모습을 드러낸다.

 벽 주변에는 무수한 통상 개체 버텍스가 있었다. 그것들은 한데 모여 대군을 이뤄 결계에 돌격해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지만, 모두 튕겨지고 있다.

 확실히 결계는 강화된 것 같다. 이제 통상 개체 정도로는 얼마나 많은 수가 모이더라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와카바 일행의 존재를 눈치챈 몇 체의 통상 개체가 덮쳐 온다. 와카바는 다가오는 괴물들을 계속해서 베어 넘겨, 히나타에게는 전혀 다가가지 못하게 한다.

 '이제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 적어도, 히나타만은…….'

 통상 개체들을 쓰러뜨리며 세토 대교 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대교 인근에는 예의 초거대 버텍스의 모습이 보였다. 저번 침공에선, 결국 그것은 시코쿠 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쳐들어온 것은 다른 대형 버텍스 7체였다.

 초거대 버텍스를 잘 보면, 통상 개체들에 의한 융합은 이미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몸은 이미 완성된 것이겠지만, 움직이는 기미가 없다. 그 거체는 과거에 시코쿠 안에 침입해 온 대형 개체들의 몇 배나 된다.

 그리고 초거대 버텍스뿐만 아니라, 곳곳에 형성 도중인 대형 개체의 모습이 보였다. 과거에 쓰러뜨린 대형과 아주 똑같은 모습을 한 것도 다시 출현해 있었다.

 "이게 대체……뭐야……."

 와카바의 입으로부터 절망스럽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용자들이 그만큼이나 다쳐가며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쓰러뜨린 대형 버텍스들. 하지만 녀석들은 몇 체든, 몇 번이든 무한히 발생을 계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출현한 대형 개체들은, 이전과 동일하진 않다. 과거에 쓰러뜨린 대형 개체는 체내가 공동이었다. 하지만 지금 형성 도중인 것들은, 신체의 안쪽에서 무언가가 빛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껍데기 안에 무언가가 들어간 것이다……. 버텍스는 더욱 진화하여, 강화되었다.

 히나타는 그 광경을 무언으로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잔혹한 광경에 와카바마저도 무릎을 꿇고 말 지경인데도 히나타는 그저 계속 바라보고 있다. 세계 그 자체를 확인하는 것처럼.

 ……!

 ……!

 ……!

 돌연, 섬뜩한 소리가 초거대 버텍스로부터 울리기 시작했다. 인류가 아는 어떠한 소리와도 다른 소리. 동시에 그 거체가 불가사의하게 빛난다. 규칙성이 없는, 고르지 않은 간격과 광도로 차례차례 색을 바꾸면서 명멸을 반복한다.

 "뭐야……!?"

 세계에 불쾌한 소리가 계속해서 울린다. 초거대 버텍스의 소리와 명멸에 호응하듯 다른 대형 버텍스들도 명멸을 시작했다.

 더욱이 바다 너머로부터 고동과 같은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대기가 떨며 바다가 거칠어진다.

 고동과 같은 소리는 점점 크고 강해진다.

 '뭔지 모르겠어……. 하지만 엄청나게 무서운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어……!'

 와카바는 주먹을 꽉 쥐었다. 히나타를 데리고 바로 도망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어디에? 이 이상은 세계 규모로 일어나고 있다. 도망갈 장소 따위는 없다.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와!?"

 "꺄악!"

 서있는 것이 힘들 정도의 진동. 대지의 흔들림은 시간이 지나도 진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커져간다.

 "히나타, 내 손을 붙잡아!"

 "네!"

 와카바가 뻗은 손에 히나타가 잡혔다.

 바다 너머로부터 고동 외에 울음 소리 같은 소리도 울리기 시작한다. 세계가 기분 나쁜 불협화음으로 가뜩 채워져 간다. 

 버텍스들의 명멸이 격렬해진다.

 하늘로부터 몇 개의 빛의 기둥이 바다에 내려와, 빛 기둥을 중심으로 바닷물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바다의 바닥이 가라앉은 것처럼.

 "아메노누보코……."

 히나타가 멍하니 중얼거린다.

 그리고 수평선으로부터 거대한 불꽃 덩어리가 나타났다. 태양? 그러나 너무나 거대한데다가, 이미 태양은 하늘에 있다.

 두 번째 태양은 점차 커지며 광채도 강해져 간다.

 빛의 기둥이 바다를 계속 휘젓는다. 대지는 계속해서 흔들린다. 끔찍한 불협화음이 울리기를 계속한다.

 제2의 태양은 팽창하여 하늘을 뒤덮은 후, 천천히 낙하를 시작했다.

 

 하늘이……. 떨어져 내린다…….

 

 세계가, 떨어져 내려온 태양의 빛과 열에 물들여져 간다.

 이미 와카바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얀 세계. 빛만의 세계.

 세계는 하늘에 먹힌 것이다.

 그저……. 와카바의 오른손에는, 잡고 있는 히나타의 손의 감촉이 있다.

 "히나타앗!!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순간의 판단으로 와카바는 히나타의 손을 끌어 그녀를 끌어안고 뒤로 도약했다.

 와카바의 배후는 결계 안이다.

 결계 내에 돌아오니, 세계가 변한다.

 다시 평소 세토 내해의 풍경이 시야에 펼쳐지고 있었다.

 "뭐였지……. 아까 것은……?"

 끌어안은 히나타를 내리면서, 와카바는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히나타의 안색도 나쁘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결계 밖에는 나가지 않는 쪽이 나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아……."

 와카바는 전신으로부터 힘이 빠져 버려,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이 세계에서 무엇이 일어나려 하고 있는 것인가.

 

 잠시 시간이 흐른 뒤, 와카바와 히나타는 주저하면서 결계 밖으로 나가 보았다.

 "……!!"

 와카바와 히나타는 눈을 부릅떴다. 거기에 펼쳐진 것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계. 대지가 붉고 불길하게 맥박치며, 용암과 같은 것에 휩싸여 있다. 때때로 튕겨 나오듯 붉은 불꽃이 대지로부터 솟아오른다. 그리고 세계는 우리 것이라는 듯, 대지에도 공중에고 무수의 통상 개체 버텍스들이 준동하고 있다. 다만 대형 버텍스들은 어째선지 모두 소멸해 있었다.


불바다로 변해버린 세계


 이전의 지구의 모습은, 이제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와카바는 망연자실하게 그 광경을 바라본다.

 "세계가……파괴되었어……?"

 "아니요……. 파괴 같은 것이 아니에요. 이건 세계의 이치 그 자체가 고쳐진 거에요……!"

 이미 이 세계에는, 인류가 남겨 온 것, 탄생시켜 온 것은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살던 민가도.

 대도시의 빌딩숲도.

 시라토리가 남긴 밭도.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완전한 근절.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끊어졌다.

 "인류의 재기 가능성을……. 철저하게 부수고 있는 거군요……."

 히나타는 주먹을 움켜쥐고 바뀌어 버린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이 세계에 남아 있는 것은, 결계로 지켜진 시코쿠뿐.

 "젠……장……."

 와카바는 이를 악물었다. 악문 힘으로 이가 부러져 버릴 것 같았다. 분노. 원통함. 후회. 절망. 비탄. 모든 감정이 서로 섞여서…….

 

 마루가메시에 돌아온 후, 히나타는 대사에 결계 밖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했다.

 세계가 변조된 것과 같은 시각에 다른 무녀들도 신탁을 받았기에, 대사도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결계의 강화가 늦지 않은 덕분에 그럭저럭 어떻게든 시코쿠는 붕괴를 면했다는 것 같다. 신수의 결계 안은 천적들이 고쳐 만들어낸 세계의 이치 밖에 있다. "네노카타스쿠니"라는 명칭은 적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와카바 일행 용자가 적과 싸워, 시코쿠에의 침공을 막고 있어준 덕분에 결계의 강화가 늦춰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인류는 전멸을 면했다.

 그러나……. 신수가 힘을 다한 순간에, 인류는 사멸할 것이다.

 

 결계 밖의 조사 임무를 마친 후, 와카바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단련에 몰두하게 되었다.

 다른 동료들은 없어져 버렸지만 와카바는 단 혼자, 계속해서 칼을 휘두르고 몸을 단련한다.

 대형 버텍스들은, 그 규격외의 초거대 개체도 포함하여 합계 12체 확인되었다. 대사는 편의상, 그 12체에 별자리의 이름을 붙였다. 하늘로부터 온 것에는 별자리의 이름을 따는 것이 적합하다, 라면서…….

 결계가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안전하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12체의 대형 개체들은 한 번 모습을 감추었지만, 버텍스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다시 녀석들은 발생할 것이다.

 그 때는 강화된 결계로도 침공을 막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만일…….

 그 12체의 괴물들이 일제히 공격해 온다면, 와카바 혼자서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 절망적인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돼. 내가 좌절한다면 지금까지 동료들의 싸움이, 목숨이, 모두 헛것이 돼……. 내가 이 세계와 사람들을 계속해서 지켜야 해……. 절대로…….'

 비장한 결의를 가슴에 담고, 오늘도 와카바는 마루가메성 본성 성곽에서 단련을 계속한다. 해가 저물 때까지 칼을 휘둘러 피로로 팔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히나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도 훈련을 하고 있는 거군요."

 "아아. ……살아남은 자의 의무야."

 히나타가 와카바를 바라본다. 그 눈동자에는 어딘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차가움이 있었다.

 "……조금 할 이야기가 있어요." 

 

 기숙사의 와카바의 방에서 히나타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와카바짱이 더 이상 싸울 필요는 없어졌어요"

 "……그렇지 않아!"

 와카바는 거의 반사적으로 부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결계가 강화되었으니까 이제 버텍스들이 공격해 올 일은 없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러나 결계의 힘도 절대적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내가 싸우지 않으면—와카바가 그렇게 말하려고 했을 때, 히나타가 담담하게 말을 계속한다.

 "지금은 결계에서 버티고 있어도, 신수님의 힘이 다할 때 우리들은 불바다에 휩쓸려, 모든 것이 끝나요. 이미 인류의 근절은 완료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래요……. 여기까지 절망적이기에……. 활로가 있었어요."

 "……뭐?"

 "첫 시도지만 성공했어요. 이 제사를 우리들은 봉화제라고 이름 붙였어요."

 "무슨 말이야……?"

 와카바의 의문에 히나타는 대답하는 일 없이, 감정을 죽인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한다.

 "대사는 제사를 실시했어요. 벽 밖에서……. 그리고 하늘에 이야기하여 기원한 거에요. 앞으로 이 땅에서 나가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침공을 면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이야기……라고? 그런 일이……."

 "신화 시대의 때, 그것으로 용서받았다고 하는 전례가 있어요. ……이 아시하라노나카츠쿠니는, 명령대로 바치겠습니다. 단 제 거처로서, 하늘의 신의 아들이 계승할 신전처럼, 소코츠이와네에 굵은 기둥을 세워 하늘에 드높이 솟은 신전을 세워 준다면, 저는 많은 모퉁이를 거쳐 저 멀리 있는 한 구석에 숨어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토지신의 왕이 하늘의 신에게 그렇게 맹세했던 일이 있어요. 자신의 거처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대가로, 그 땅을 불가침으로서 용서해 주었으면 한다고. 지금 우리들은 그 모방을 한 거에요."

 제사나 의식이란 신화의 재현이다. '국가 양도'로서 신화에 전해지는 일을 모방하여, 대사는 하늘의 신에게 용서를 구한 것이다.

 "땅에 사는 자들—즉 우리들의 근절이야말로, 아마도 적의 목적. 그것이 거의 성취된 지금, 이 타이밍이기에 가능했던 거에요. 우리들 무녀는 신탁을 받는 자. 신의 목소리를 듣는 자. 그 무녀들에게 이쪽의 이야기를 전달하도록 했어요……. 하늘에."

 "……어떻게……?"

 무녀는 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수와의 교신조차 신으로부터 사람에게의 일방통행이었다. 하물며 신수보다도 먼 존재인 하늘의 존재들에게 어떻게 사람의 말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인가.

 "……불의 바다 속으로"

 "……!?"

 "6명의 무녀가, 뽑혔어요."

 "설마, 제물로 삼았다는 거야……!?"

 "와카바짱이 절대 반대할 테니, 이렇게 끝난 후에 제가 이야기하고 있는 거에요."

 무감정으로 담담하게, 히나타는 말을 계속한다.

 "히나타……. 너!"

 와카바는 무심코 히나타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통증은 있었을 터지만 히나타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본래라면 저도 제물로 뽑혔을 거에요."

 "뭐……엇!?"

 "하지만 잘 처신해서, 인선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했어요. 죽는 것은 싫었고요. 교활해요, 저는."

 히나타는 그렇게 말하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평소의 우에사토 히나타와는 다른 사람인 것 같은 무자비한 얼굴. 차갑고, 사무적이고, 이기적인 소녀의 모습.

 하지만…….

 그렇기에 와카바는 이해했다.

 소꿉친구인 와카바만은, 이해했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히나타는……. 나잖아? 나를 신경 써서, 남아 준 거잖아. 만약 히나타까지 없어지면, 나는……. 미안해, 너도 괴로울 텐데……. 난 너한테 따지려고 했었어……."

 와카바가 그렇게 말한 순간, 히나타의 눈으로부터 한 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감정을 바꾸지 않은 채, 히나타는 운다.

 "……이젠, 이럴 수밖에, 길은 남아 있지 않았어요. 와카바짱이라도……. 혼자서 그 적들과 계속 싸워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지금까지는 용자가 힘내왔어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무녀가 힘냈던 거에요."

 와카바는 무언으로 주먹을 꽉 쥔다.

 "의식이 끝난 후……. 신탁이 왔어요. 이 땅에서 나오지 않는 채로 용자의 힘을 포기한다면, 다시 공격 받는 일은 없다, 라고"

 "……힘을 포기하라……인가."

 "사람이 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금기……라는 것일까요. 그들로부터 보면."

 "큭……!"

 와카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른 방법은 없었으니까. 자신에게 사람들을 지킬 힘이 없는 이상, 아무것도 말할 자격이 없다.

 "으으으……으으으으으,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와카바는 무릎부터 무너져, 절규하며, 울었다.

 용자로서 살아온 4년간. 얼마나 고된 훈련을 받았어도,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다. 싸움 속에서 얼마나 상처를 입었어도, 이렇게 아프진 않았다. 얼마나 앞이 보이지 않는 나날을 강요 받았어도, 이렇게 슬프지는 않았다.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말았다.

 빼앗긴 행복을 되찾는 것도 불가능했다.

 "……얼마나 무력한 거야……. 나는……. 윽! 우우우우우우……윽!!" 

 

 와카바는 오랫동안 계속 울었다.

 히나타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와카바의 옆에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밤이 되어.

 이윽고 와카바는 눈물도 목소리도 다 말라 버려서.

 일생 분량을 운 뒤에야 그녀는 얼굴을 들었다.

 어느새 밤은 밝아, 방 창문으로부터 아침 해가 비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와카바와 히나타는 둘이서 마루가메성 본성에 서있었다.

 아침노을의 가운데, 사람들이 사는 동네와 그 너머에 세토내해가 보인다.

 이제 와카바의 얼굴에는, 절망도 슬픔도 없었다.

 평생 분량을 울었으니 이제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다.

 앞으로도, 죽.

 "히나타. 우리들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어……."

 "네"

 "하지만 목숨은 이었어."

 "하이!" 

 "그렇다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야."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히나타는 의연하게 답한다. 그런 히나타를 보고, 와카바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두 사람의 의지는 같았다.

 "……좋아. 현재의 상황을 최신의 신탁 등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정리해 보겠어."

 와카바의 말에 히나타는 고개를 끄떡였다.

 "적은, 신이야. 하늘의 신. ……우리들 인간을 근절하려고 하고 있어.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람이 신의 힘을 쓰는 것을 싫어하고 있어."

 "그리고 아군도 신님이에요. 우리를 하늘의 신의 근절로부터 지키려 하고 있는, 토지신들. 그들이 모인 것이 신수님……."

 "4년 전—운명의 7월.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 하늘의 신과 토지신은 싸우고 있었어. 그리고 토지신은 패배했어……. 그 결과, 승자인 하늘의 신이 버텍스를 뿌렸어. 토지신들은 힘을 합쳐 신수가 되어, 사람에게 신의 힘을 내려주었어."

 "네. 그리고 신이 만든 버텍스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신의 힘을 지닌 용자 뿐."

 용자의 힘은 신수, 즉 토지신에서 유래한 힘. 토지신의 힘을 갖고 하늘의 신의 첨병에 대항한다……. 그것이 용자라는 존재이다.

 "우리는 버텍스에게 저항했지만, 여기까지 몰리고 말았어……. 그리고……. 화해라고 할까,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인가……."

 "압도적 열세네요. 하지만 많은 희생을 거쳐서……. 인류는 목숨을 건졌어요."

 히나타와 와카바의 말투는, 하나같이 무겁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비관이 아니다.

 "이건 일시적인 화해에 불과해. 절멸을 모면한 세력이 힘을 비축해 비원을 성취한다……. 역사상으로 드물지 않은 일이야. 확실히 지금의 우리들로는 이길 수 없어.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어. 그렇다면……. 그렇기에……. 이길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해."

 "네, 저도 이렇게 보여도 화나 있으니까요. 절대 만회하도록 해요. 신수님이 사라지면 시코쿠도 사라진다고는 하지만, 수명은 수백 년은 유지될 터에요. 그 사이에 대항책을 찾아내는 거에요."

 히나타는 강한 의지를 담아 말한다.

 인간이 하늘의 존재에 대항하는 힘을 얻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인가. 애초에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인가. 길은 끝없이 곤란하고, 너무나도 험하다.

 그러나 이루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유우나에 관해서인데……."

 "생체 반응이 사라진 후에, 신수님의 일부가 되었다, 로 틀림없다고 생각해요……. 신수님의 결계가 견고하게 된 요인에는 그녀를 흡수한 것도 있지 않은가, 라고."

 히나타는 말을 고르면서도 대답했다.

 "그렇구나……. 유우나는 굉장히 착한 녀석이야. 그 정신은 그야말로 신인가 부처인가, 하는 느낌이었지만, 설마 신에게까지 힘을 줄 줄이야."

 하지만 유우나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와카바도 히나타도 어딘가 납득하고 있었다. 용자였을 때, 유우나는 동료들에게 계속해서 힘을 주었다. 신수의 일부가 된 지금은, 신들에게 계속해서 힘을 준다.

 "그녀의 마음이 시코쿠를 지킨 거겠지요. 말 그대로 현인신이에요."

 "……있잖아, 히나타. 신수의 일부가 되었다면……. 혹시 무녀라면 대화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일말의 기대를 담고, 와카바는 묻는다. 그러나 히나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정말 좋겠네요……. 일어난다고 벌 받는 일도 아닐 텐데……. 잔혹하리만큼, 신수님의 상태는 예전과 변함이 없어요."

 "그런, 가……. 그래도 가능성을 모색해보자. 뭔가 신기한 힘으로, 모두가 돌아올 가능성을…….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하지만 둘 다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잃어버린 목숨은 돌아오는 일이 없다, 라고.

 와카바는 기분을 전환해, 이야기를 현실적인 쪽으로 되돌려 간다.

 "문제는, 이 흐름이라면 용자 시스템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공공연하게 대대적인 연구는 할 수 없게 되겠죠. 낌새를 감지하지 못하도록, 가늘고 길게 꾸준히 해나갈 수 밖에 없어요. 우선은 철저하게 복종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해요."

 "그렇구나……."

 인류는 싸우는 힘을 포기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버리지 않는다. 영원히 놓아 버리는 것은 아니다.

 "당장 우리는 무엇을 하면 되는 거야?"

 히나타는 이미 이후의 계획을 머릿속에 세웠두고 있었던 것인지, 와카바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우선은 대사의 이름 한자를 클 대(大)에 용서할 사(赦)로 고치겠어요. 용서받은 자로서의 자각을 나타내도록 해요. 그리고 겸허하게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거에요."

 "대사……. 굴욕적인 명칭이야. 하지만 그렇기에 잊지 않은 채로 있을 수 있어. 패한 것에의 절망을. 모든 것을 빼앗긴 비통을."

 "네. 그리고 이름을 바꾸는 것의 최대 목적은, 그것을 구실로 조직의 개혁을 하는 것이에요. 지금의 상태로는 너무나도 조직으로서 형편없어요. 좀 더, 비밀을 제대로 감출 수 있는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

 "이건 저나 아키상……. 남은 무녀들의 일이네요. 신탁을 받는 입장으로서 잘 처신해 보이죠. 저는 비겁한 여자니까."

 "……그렇다면 내 역할은 민심의 안정이겠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이끄는 사람이 되겠어. 그 뒤에, 우리들은 힘을 기르는 거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많네. 우선은 용자 시스템의 기초 전투력을 향상시키는 거야. 그것도 크게. 신수의 뿌리가 지키는 이계의 안쪽 깊숙이까지는 놈들도 들여다 볼 수 없을 거야."

 "시간을 들이면 인간의 학습력으로……. 분명 적을 쓰러뜨릴 수 있을 때까지 시스템을 진화시킬 수 있을 것이고, 세계의 이치를 되돌리는 기술도 찾을 수 있을 거에요. 이쪽에도 신님이 있으니까요."

 하늘의 신들을 속여 보일 것이다.

 언젠가 인류는 힘을 갖춰, 그들과 대등한 존재까지 오를 것이다.

 그 때를 간절히 기다린다.

 "지금은 강화를 맺겠어……. 하지만, 꼭……."

 "네. 꼭 되찾아요. 사람들의 일상을."

 와카바와 히나타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듯이 손을 잡았다.

 희생의 위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유지를 이어 미래의 길을 개척하는 것.

 아직 어린 소녀들에게는 너무나 무거운 사명이다.

 그러나 둘에게는 그 각오가 되어 있다.

 "……무서운 것은 오랜 싸움 속에서 이 반역의 뜻이 스러지는 것……. 지금 그것을 걱정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은 해놓자. 미래의 용자에게 뭔가 남긴다거나, 하는 거 말야." 

 

함께 미래를 다짐하는 와카바와 히나타


 그리하여, 노기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용자로서 계속해서, 아니, 지금까지 이상의 영웅으로서 인류의 선두에 선다.

 버텍스의 침공은 그쳐, 인간은 평화의 시대를 맞는다.

 

 신세기 원년.

 생존하는 것을 용서받은 인류는, 대사의 한자를 '大赦'로 바꾸고 연호도 신수를 중심으로 한 '신세기'로 고쳤다.

 

 신세기 72년.

 버텍스의 내습을 실제 체험한 최후의 생존자가 노환으로 사망.

 

 신세기 100년.

 평화의 시대는 100년째를 맞았다.

 신세기 이후 버텍스의 침공은 전무.

 버텍스와 용자, 천공공포증후군 등의 단어는 현실감을 잃어 역사상의 용어로만 사람들에게 전해지게 된다.

 다만 독특한 관습은 이어지고 있었다. 태어났을 때에 특정한 행동—예를 들어 머리 뒤로 박수를 치거나 하는 여자아이에게는 대사로부터 영웅 타카시마 유우나를 본따 '유우나'라는 이름이 주어진다. 하늘의 신에 대한 보잘 것 없는 반항일 것이다.

 또한 대사는 새로운 100년을 기념하여, 사람들의 정신적 안녕을 지키기 위해서도, 버텍스의 위협을 모든 기록으로부터 제거. 위험도 높은 바이러스에 의해 시코쿠 이외는 파멸했다고 하는 설을 유포하여 정착시켜 간다.

 

 하지만.

 인류조차도 대부분의 이들이 모르는 비밀리에, 용자 시스템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었다.

 긴 세월의 후, 그것이 커다란 의미를 지니게 된다. 희망은, 미래에 맡겨졌다…….



(노기 와카바는 용자이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