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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분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신작 - 롱 라이더스!

2016. 11. 28. 02:02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롱 라이더스


2016년도 어느덧 마무리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4분기 신작들의 대부분이 후반부 전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출난 히트작 브랜드가 없는 분기가 대개 그렇듯 대체적으로 평이하게 느껴지는 분기였습니다만, 그럼에도 역시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는 애니메이션 몇 가지는 눈에 들어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롱 라이더스!'라는 신작에 크게 마음이 기우는 느낌입니다. 인지도가 높은 화제작이거나 혹은 원작이 있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블로그로 포스팅할 흥미도 별로 솟아나오지 않습니다만, 특이하게도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이 있음에도 계속해서 흥미가 가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짧게나마 감상을 남기고자 합니다. 

 

TVA '롱 라이더스!'는 2012년 11월부터 코믹 REX에 연재 중인 미야케 타이시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여 액터스에서 제작한 2016년 4분기 방영 애니메이션으로서, 자전거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등장인물들이 빠져들고 즐기는 취미생활을 조명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 일종의 스포츠물입니다. 


원작만화는 동명의 자전거 장거리 주행 동아리팀이 활동했던 기록을 원안으로 하여 해당 팀 소속의 만화가에 의해 그려졌다고 하는데 이런 사정 때문인지, 기존의 흔하디 흔한 레이스 승부 중심의 이야기나 근래 유행하는 캐릭터 중심의 일상혼합물들과는 달리 보다 간결하게 자전거를 즐기는 문화 그 자체에만 초점을 두고 전개가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브레베[각주:1]와 플레쉬[각주:2]라는 다소 매니아적인 작중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스포츠물로서는 드물게 경쟁이 아닌 교감을 그린다는 점이 특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부류의 예시로는 야마노스스메가 있겠습니다만, 그보다도 더욱 취미 방면으로만 관련되어 집중된 형태의 이야기 구조라 보면 되겠습니다. 


사실 롱 라이더스의 애니메이션화는 비슷한 여러 사례들 중에서도 상당히 불운을 겪으며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 내적으로는 문제가 전혀 없었음에도 제작사인 액터스의 전 분기 오리지널작이었던 레갈리아가 연기되면서 가뜩이나 빡빡했던 제작 스케줄이 완전히 겹치는 바람에 그 악영향을 고스란히 받으며 큰 차질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지요. 그 탓에 작화붕괴는 물론 초반부부터 1주일의 방영연기까지 하게 되어 시청자들의 불만을 견뎌야 했습니다. 오프닝 영상마저도 5화에 와서야 대부분 완성되어 6화에서 다 마무리되었을 정도입니다. 물론 완성된 오프닝은 노래와 어울려 해당 분기에서 독보적으로 멋진 품질을 자랑합니다만, 이러한 상황들은 결과적으로 판매량에까지 손해를 끼치게 되겠지요. 허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역시 이번 4분기에서 가장 재미있게 즐긴 애니메이션으로서 역시 롱 라이더스를 꼽고 싶습니다.  


실제 코스실제 배경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언제나 생각되는 것은 참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겠다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부활동 일상물들처럼 캐릭터의 부각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거나 심지어는 삼천포로 빠지거나 하는 문제도 없고 레이스 등의 경쟁을 하면서 일반인들과는 동떨어진 딴 세상 이야기를 그리는 것도 아닌, 원작대로 정말 간결하게 현실에 실재하는 코스 위에서 이루어지는 취미생활로서의 자전거 주행을 중점에 두고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보통 모에물의 특징인, 주연이 다 여성뿐인 설정도 오히려 이야기를 간결하게 취미관련에만 집중시키는 쪽으로 긍정적이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자전거에 대해서는 그냥 타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모르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으며 어느덧 자전거에도 나름 눈이 가기 시작하더군요. 


이는 어떻게 보면 자전거에 박식한 사람보다도 오히려 자전거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더욱 어필하는 특성이라 할 수 있는데, 주인공인 아미가 친구 따라 자전거에 입문하고 같은 대학교의 같은 취미를 지닌 사람들과 만나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동아리팀을 만들어 더욱 더 자전거 문화에 빠져드는 전개는 동시에 시청자들에게도 관련된 흥미를 불러 일으킵니다. 즉, 등장인물들이 자전거를 즐기는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재미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대리체험을 주는 것이지요. 반대로 실제 자전거를 많이 타는 분이라면 아마 초보자 때 생각이나 당시의 경험 등이 회상되면서 옛날 이야기 보는듯한 느낌으로 감상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덤으로, CG로 그려진 여러 비싼 자전거들도 눈요깃거리가 되겠지요. 여하튼 어느 쪽이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내용일 것입니다.


물론, 작중 주인공의 자전거 타는 감수성이나 자전거 코스에 대한 미화는 조금 과장된 느낌도 있지만 그 정도야 픽션에서 다 있을 수 있는 허구이고 오히려 적당한 재미적 요소라고도 할 수도 있겠지요. 마찬가지로 캐릭터들도 적당히 귀엽고 구색도 있고, 그러면서 너무 심각하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고 딱 적당한 선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더해서, 자전거 주행이 중점이었던 본편과 취미생활과 관련된 일상이 그려졌던 외전들로 구분된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적절히 배합하면서 오리지널로 봉합시키는 방식도 좋은 구성입니다. 적절한 플롯에 재미를 돋구는 여러 요소들의 구성이 그 자체로 매력적이기에, 작화붕괴에도 상관 없이 일정 이상의 재미를 꾸준히 선사해주는 것이지요. 그야말로, 더도 덜도 말고 딱 주제에 맞게 잘 그려진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분기의 신작들이 후반부에 접어드는 상황에서도 롱 라이더스는 이전에 있었던 스케줄 차질로 인해 아직 절반의 분량이 남아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그만큼 즐길 분량이 많다고도 할 수 있지요. 앞으로 전개가 더 확장되면서 새로운 등장인물은 물론, 새로운 동아리팀을 만드는 이야기 및 브레베 및 플레쉬라고 하는 목표 등을 향해 자전거를 즐기며 이른바 내공을 쌓는 이야기가 더 진행될 것입니다. 이 전개 형태 역시 예전에 방영했던 야마노스스메와 닮은 꼴이라 하겠습니다만, 원작 특성상 보다 더 직관적으로 자전거를 즐기는 면면에 집중된 이야기를 보여주리라 기대됩니다. 동시에, 스케줄 문제로 마지막 에피소드가 어찌될지 미지수이긴 하나, 이제 레갈리아도 완결되었기에 그동안 죽 지적되어 왔던 작화 등의 문제 또한 점차 안정되리라 예상됩니다. 6화에서 다 완성된 오프닝 영상만 봐도, 늦긴 했지만, 오프닝으로서 정말 적절하고 멋드러지게 잘 만들어졌지요. 개인적으로 이번 분기에서 가장 좋은 오프닝 영상이라고 평가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 더 나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고 그런 만큼 더 크게 기대와 흥미를 갖게 되는 바입니다. 


앞으로도 최소한 지금까지의 추세를 유지하며 더 나아지는 형태로 1쿨이 마무리되기를 바라며, 가능성은 없겠지만 2기까지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자전거에 대해 잘 모르는 분, 궁금하신 분에게는 특히, 혹은 실제로 많이 타시는 분들도, 부담없이 즐길 만한 애니메이션을 찾는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추천해 드립니다.



  1. Brevet. 정해진 코스를 따라 최소 200km의 거리를 자전거로 달리는 장거리 라이딩 이벤트. [본문으로]
  2. Fleche. 5인 팀으로 이루어지는 브레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