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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상권) 번외편: 시라토리 우타노는 용자이다

2016. 7. 10. 02:19취미 겸 번역

밭에 있는 우타노와 미토


 어떠한 괴로운 상황과 맞닥뜨리더라도,
 인간은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 말이 버팀목이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언제나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 밝게 웃고 있었다.
 이 닫혀버린 세계에서, 부조리한 세계에서,
 그녀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도 눈부셨다.



 뻥 뚫린 듯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여름 햇살이 자비 없이 대지를 내리쬔다.
 후지모리 미토는 친구인 시라토리 우타노가 괭이질 하는 모습을 밭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우타노의 주변에는, 마찬가지로 괭이를 써서 밭을 갈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이 있다. 모두 땀을 흘리면서 작물을 길러내는 대지와 마주보고 있었다.
 이곳은 나가노현 모리야산 기슭 부근에 있는 평지.
 우타노와 어른들은 야채를 생산하기 위한 밭을 갈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 슬슬 휴식하죠!"
 우타노의 말에, 주변의 어른들도 작업하던 손을 멈추고 땀을 닦는다. 금년의 야채는 잘 될 수 있을까, 경운기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런 건 사치스런 소리지, 따위의 잡담을 하면서 나무 그늘에 들어간다. 나가노는 피서지로서 유명하기에 시원할 거라고 생각되기 일쑤지만, 사실 기온이나 일조량은 일본의 다른 지역과 다르지 않다. 한여름의 농작업은 조심하지 않으면 일사병에 걸리고 만다.
 '나한테는 절대로 무리네…….'
 미토는 쓴웃음을 짓는다. 밭을 가는 작업은 특히 힘이 필요하기에, 애초에 여자 중학생에게는 어렵다. 그것을 즐거운 듯 해내고 있는 우타노가 특이한 것이다.
 '용자의 가호도 있겠지만, 뭣보다도 우타농이 밭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더니, 볼에 봉과 같은 것이 닿아온다.
 "아파 아파, 가시가 없다고 오이로 찔러대지 말라고, 우타농.'
 "시원해서, 좋잖아?"
 미토가 뒤돌아보니 오이를 갖고 있는 우타노의 모습이 있었다. 안고 있는 바구니 안에, 오이와 토마토가 잔뜩 들어 있다. 오늘 수확된 야채일 것이다.
 "금년도 맛있게 됐어. 다른 야채도 상태가 좋네."
 우타노는 식칼을 꺼내, 칼등으로 긁어 오이의 가시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팍 하는 소리를 내며 둘로 나누고 그 중 하나를 덥석 물었다.
 "응, 맛도 좋아! 미짱도 먹어봐!"
 둘로 쪼개진 다른 한 쪽의 오이를 미토에게 내밀어 준다. 미토는 그것을 받아 작은 입으로 덥석 깨문다. 여름 야채 특유의 기분 좋은 차가움과 싱싱함이, 입 안으로 퍼져나간다.
 "마시쎠."
 "그렇지!"
 우타노는 기쁜듯이 웃는 얼굴을 해보인다. 그 밝은 얼굴을 보고 있으면 미토는 기뻐진다.
 미토는 입 안의 것을 삼키고 말한다.
 "우타농은 정말 밭 만지는 걸 좋아하네."
 "언젠가는 농업왕이 될 여자이기에!"
 "농업왕……. 뭔가 대단한 것 같은 울림이야."
 "하지만 농업왕의 위에는 농업대왕, 그리고 그 위에는 농업신이 있어. 농업도는 심오해서, 엔들레스……."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우타노.
 "아하하, 우타농이 생각하는 농업계는 어떤 조직도로 되어 있는 건지. 애초에 농가의 자녀도 아닌데 잘 하고 있네."
 "그런 내가 농작업을 좋아하게 되는……. 그것이 데스티니. 미짱도 같이 밭을 갈아보면 분명 농업의 멋짐을 알게 될 거야."
 "됐어, 나는. 벌레, 질색이고."
 "그런가, 유감."
 그렇게 말하면서도, 우타노는 특별히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오이를 아작아작 먹고 있다.
 '밭일 하고 있는 우타농을 보는 건 좋아하지만 말이야.'
 미토는 수통으로부터 종이컵으로 보리차를 따라, 우타노에게 건넸다.
 "고마워."
 우타노는 컵의 보리차를 마시면서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본다. 한여름의 농작업으로 피로하긴 하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충실감이 만연해 있다.
 "모두, 밝은 얼굴을 하게 되었구나."
 미소 지으며 말하는 우타노에게 미토는 고개를 끄떡인다.
 하지만 그들도, 처음부터 이렇게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 날……. 3년 전, 하늘로부터 그 괴물들이 출현한 때로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미토는 회상한다…….
 
 2015년, 7월말.
 각지에서 지진이나 이상호우 같은 여러 자연재해가 빈발하여 일본 전토가 혼란에 빠졌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 듯 출현한 버텍스들은 사람들을 자비 없이 죽여, 인류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던져졌다.
 버텍스 출현 직후, 나가노는 스와호 주변에 결계가 형성되어 결계 안에서의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운 나쁘게도 결계의 밖에 있었던 사람들은 피해를 면할 도리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 와중에, 용자로서 각성한 것이 시라토리 우타노. 그녀는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무릅쓰고, 결계 밖에 나가 버텍스들과 싸워 많은 사람을 구해냈다. 
 미토가 우타노와 만난 것은 그 때다. 나가노의 사람들이 혼란해 하면서 결계 안에 도망쳐 오는 중, 그녀는 괴물과 싸우는 우타노의 모습을 보았다.
 이후 우타노와 미토는 유일하게 버텍스에 대항할 수 있는 존재—'용자'와 '무녀'라고, 시코쿠의 대사로부터 통신으로 고해졌다. 두 사람이 스와의 사람들을 지키고 이끌어라, 라고.
 하지만 우타노도 미토도, 결국은 14세의 소녀에 지나지 않는다. 나가노의 주민은, 어린 그녀들의 힘을 신용하는 일 같은 것은 불가능했다.
 절망하여, 살아갈 기력마저 다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우타노는 호소했다.
 "지금은 괴로운 상황이지만, 분명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거에요. 인간은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을 터에요! 지금은 그 때에 대비해서 모두가 힘을 합쳐 살아가요!"
 우타노는 스스로 괭이를 써서, 밭을 갈았다.
 "결계의 안에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활이 필요해요. 밭을 갈고, 물고기를 낚아보아요! 살아가기 위해서!"
 처음에는, 우타노에게 동조하는 사람은 적었다. 이런 좁고 폐쇄된 지역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리가 없다. 얼마 못 가서 자신들은 전멸한다……라고 모두가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타노는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호소를 계속했다. 단 혼자서 밭을 계속해서 갈았다.
 "지금까지 인간은 어떠한 재해와 맞닥뜨려도, 살아남아 왔어요. 분명 우리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에요!"
 더욱이 버텍스는 결계를 파괴하려고, 집요하게 공격을 해온다. 그 때마다 우타노는 싸웠다. 또한 밖으로부터 스와에 피난해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결계를 나가, 그들을 구했다.
 그녀는 한 번도 약한 소리를 내지 않았다.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다.
 상처 입어도,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어도.
 그녀는 1명의 희생자도 내지 않고, 스와를 계속 지켰다.
 그렇게 해서 1년이 지났을 무렵…….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힘내던 우타노에게 한 사람, 또 한 사람, 주민들은 협력을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우타노와 함께 밭을 갈고, 또 다른 사람은 스와호에 어선을 띄워 물고기를 낚게끔 되었다.
 이윽고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비관하고 있는 것보다도, 몸을 움직이고 있는 쪽이 어두운 기분도 잊을 수 있다. 현실도피같은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들은 앞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어떠한 괴로운 상황과 맞닥뜨리더라도, 인간은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것이 스와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표어가 되었다.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토는 생각한다.
 '결국 우타농 혼자서, 스와의 모두를 이끌고 있는 거지.'
 버텍스와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스와 사람들을 북돋워 줘서 살아갈 기력을 준 것도 모두 우타노이다.
 토마토를 물고 있는 친우의 모습을 보면서, 미토는 그녀를 솔직하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용자와 무녀라는 입장이 거꾸로였어도, 미토는 우타노와 같이 행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돌연, 귀에 거슬리는 사이렌 소리가 주변 일대에 울려 퍼졌다.
 어른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이 사이렌 소리는 버텍스의 습격을 알리는 경고다.
 하지만 우타노는 허둥대지 않고 밝은 말투로, 주변 사람들에게 고한다.
 "스크램블! 용자 시라토리 우타노, 갔다 오겠습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달려나간다.
 평상시 그대로인 우타노의 모습을 보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으로부터 곧 두려움과 긴장은 사라졌다. 달려가는 용자에게 모두가 말을 건넨다.
 '힘내' '무사히 돌아와줘' '믿고 있어' '부탁한다'
 그 말들을 들으며, 아타노는 힘차게 대답한다.
 "네! 절대 스와의 여러분들을 지킬 테니까 결계의 경계에는 가까이 오지 않도록 피난해 주세요."
 "기다려, 우타농! 나도 갈게!"
 달려가는 우타노의 뒤를 쫓아, 미토도 달려 나갔다.
 
 우타노와 미토가 온 곳은 밭 바로 근처에 있는 스와대사 카미샤 본궁. 그곳의 신락전에는, 용자 전용의 무기와 전투복이 보관되어 있다.
 스와를 통치하는 신은, 무신이자 땅의 신의 왕자. 일찍이 그 신은, 대립하는 신과 싸울 때마다 등나무 덩굴을 무기로 하여 싸웠다고 한다. 신위의 힘을 품은 그의 등나무 덩굴은, 적의 신이 휘두르는 철제의 무기마저도 쳐부쉈다.
 우타노의 용자 전용 무기인 채찍에는, 무신의 등나무 덩굴과 같은 영력이 깃들어 있다.
 더욱이 우타노는 농작업용의 옷을 벗고 신의 가호가 깃든 전투복을 몸에 두른다. 다소 움직이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육체에의 대미지가 경감된다.
 "미짱! 버텍스가 와 있는 장소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묻는 우타노.
 적습의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한 때부터 미토의 뇌리에 추상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무녀가 받는 신탁이다. 스와의 토지신이 적의 침공장소를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동남쪽 방향! 노리는 것은 아마, 카미샤 전궁이야!"
 "녀석들, 전궁의 '기둥'을 노리고 있는 거네. 흐흥, 그럼 여기서부터가 내 무대라는 거로! 쇼의 시작이다!"
 갈아입기를 끝낸 우타노는 신락전을 뛰어올라 나갔다.
 "아아~, 가버렸어."
 우타노의 뒷모습을 보면서, 미토는 한숨을 쉰다.
 용자인 그녀가 달리는 속도에 무녀인 미토가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그저 가만히 있을 수만도 없어서, 사람의 발로 우타노를 쫓아가는 것이다.
 
 '기둥결계'—스와를 지키는 결계는, 그렇게 불리고 있다.
 토지신이 머물고 있는 스와대사는, 카미샤 본궁, 카미샤 전궁, 시모샤 춘궁, 시모샤 추궁의 4개 신사로 나눠져서 스와호 주변에 세워져 있다. 4개 신사의 경내에는 거대한 기둥이 솟아 있으나, 3년 전의 버텍스 습격 때, 그것과 동시에 기둥이 4개 신사를 잇는 선상에 대량으로 출현했다. 기둥은 결계를 형성하여, 그 내부에 버텍스가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버텍스는 대군을 이뤄, 결계를 형성하고 있는 기둥에의 공격을 반복했다.
 기둥의 내구력도 무한은 아니다.
 만약 부러져 결계가 파괴된다면, 스와는 파멸하고 만다. 기둥을 지키기 위해서 버텍스를 격퇴하는 것은, 용자인 우타노의 책무이다.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다. 습격하는 버텍스의 수는 점점 불어나, 토지신은 결계의 범위를 축소하여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격화하는 습격에 견디려 했다. 2018년 현재, 이미 시모샤 춘궁과 추궁의 2개 신사는 파괴되어, 결계가 지키고 있는 범위는 스와호 동남쪽 일대뿐이다.


버텍스를 해치우는 우타노


 숨가빠하면서 겨우 미토가 카미샤 전궁의 경내에 도착했을 때, 이미 우타노는 대부분의 버텍스를 다 쓰러뜨려 놓고 있었다.
 우타노의 무사한 모습을 보며 미토는 안심한다.
 '……다행이야, 이번에도 괜찮은 것 같아.'
 우타노가 휘두르는 채찍은 공중을 종횡무진 맴돌며, 기둥에 덮쳐오는 버텍스들을 차례차례 때려 눕히고 있었다. 타격당한 괴물들은 몸이 부식되어 부서져내리며 소멸한다.
 "너로, 라스트!"
 최후의 1체를 쳐부순 후, 우타노는 후웃, 하고 숨을 내쉬고서 미토 쪽을 돌아봤다.
 "아, 미짱. 왔었구나."
 "뭐, 응……. 걱정이 됐으니까."
 "흐흥, 이 내가 질리가 없다고. 보이는 대로 빅토리! 미짱이야말로 위험하니까 피난하는 쪽이 좋을텐데."
 결계의 경계인 기둥 근처는 버텍스가 아슬아슬하게 침입할 수 있는 장소이다. 미토가 습격받을 가능성도 있다.
 "뭐, 미짱 한 사람 정도, 내가 지킬 테니까 괜찮지만 말야! 그럼, 돌아가서 밭 일 남은 걸 계속해야지."
 태연하게 말하고는 발길을 되돌리는 우타노에게, 미토는 조금 놀란다.
 "에, 밭일, 아직 더 하는 거야!? 버텍스하고 싸운 때 정도는 쉬어도 되는 게."
 "논 논. 작물은 인간에게 맞춰서 기다려주진 않아. 게다가……."
 용자 소녀는 웃는 얼굴로 말한다.
 "밭을 간다고 하는 '일상'을 소중히 하고 싶어."
 버텍스와의 싸움으로부터 돌아오니, 우타노와 미토는 사람들로부터 성대하게 감사 받는다.
 특히 우타노는 주민들로부터 입을 모아 기려져 칭찬받았다.
 "훗훗후, 그 정도 되는 일이죠! 좀 더 칭찬해주세요!"
 우타노는 꽤나 자신가로, 튀어 보이고 싶어하는 성격인 것이다.
 그 후 우타노는 다시 사람들과 같이 밭을 갈고, 미토는 그것을 지켜본다.
 이것이 우타노와 미토의……. 아니, 스와의 일상이었다.
 괴물들의 위협에 떨면서도, 사람들은 신과 용자와 무녀에게 기도를 바치면서 매일을 열심히 살고 있다.
 스와는 시코쿠에 비해 신의 은총이 적기에, 물자도 자원도 부족하여 생활은 어렵다. 그래도 사람들은 자급자족의 사소한 삶으로부터 행복을 발견해내고 있었다.
 청공의 아래에서 괭이질을 하는 우타노의 모습을, 미토는 언제까지고 웃음 지으며 응시하고 있었다.
 
 후지모리 미토는 매우 마음이 여리고 얌전한 소녀였다.
 철이 들기 전부터 양친이나 조부모의 사이가 나빴던 탓에, 주변 사람의 눈치를 너무 살피게끔 되어버린 것일 터이다. 자기주장이 서투르고 성격이 어두워,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라고 자주 다른 사람으로부터 말을 들었다. 그 탓에 자신감을 잃어, 너무나 소극적인 성격이 되서, 다시 자신감을 잃고……. 끝없이 침전되어 간다.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에는 의지도 존재감도 희박한 소녀가 되고 만 상태였다.
 "너, 그래가지고는 장래에 고생할 거야."
 어머니는 미토의 성격에 성을 내서는, 차갑게 그렇게 말했다.
 이런 자신의 장래 따위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지금과 마찬가지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 쥐 죽은 듯 살아가다 일생을 끝낼 것이다.
 하지만 미토에게 있어서 우타노와의 만남은 충격이었다.
 우타노는 전혀 겁이 없는 성격으로, 모두의 선두에 서서 타인을 이끌어 간다.
 주변으로부터 어떻게 생각되든 망설이지 않는다. 자신이 믿는 길을 당당하게 돌진한다.
 그리고 어느샌가 모두의 중심에 서 있다.
 마치 자신과는 정반대……. 미토는 그렇게 생각했다.
 
 8월도 끝이 가까워져 온 어느 날.
 카미샤 본궁의 참집전에 설치된 통신설비에서 우타노는 시코쿠와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시코쿠는 스와 이외에 유일하게 인류생존이 확인되고 있는 지역이다. 노기 와카바라고 하는 소녀를 리더로, 5명의 용자에 의해 방위되고 있다. 지금, 우타노와 통신하고 있는 것도 와카바다.
 "네, 오늘도 습격은 있었지만 무사히 격퇴했어요. ……저, 강하니까, 이렇게 보여도. 라고 해도, 이 통신으론 보이지 않죠. ……에에, 그 밖에는 언제나처럼 밭을 경작하고 있었어요. ……야기 자랑인 신슈 야채를 노기상한테 보내주고 싶을 정도에요."
 통신하고 있는 우타노를, 미토는 방 모퉁이에서 책을 읽으면서 힐끔 본다.
 와카바와 이야기하고 있는 우타노는 즐거운 모양이다.
 이런 때, 미토는 뭔가 잘 모르겠는 기분이 된다. 마음이 술렁거려서, 진정되질 않는다.
 "그럼 다음 또 이 시간에. ……통신을 마치겠습니다."
 우타노는 시코쿠와의 통신을 끊는다. 그리고 미토 쪽을 돌아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미짱, 왜 그렇게 삐진 눈으로 쳐다봐?"
 "……우타농, 시코쿠하고 통신하고 있을 때의 말투, 이상해. 뭐뭐에요 라거나, 경어로 어른스러운 척 해서. 어울리지 않아."
 "일단 시코쿠와의 통신은 용자의 공식적인 일이니까, 정중한 말씨를 써야겠지. 그렇다고 할까, 전화라든지 편지에선 왠지 모르게 정중한 말이 되지 않아?"
 "안 그래."
 미토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한다.
 "에, 온리 나? 하지만 노기상도 정중한 말씨 같은 거 사용하지 않았었지. 그렇다고 할까, 노기상의 말투, 무사 같아서 뭔가 재미있어. 평소에도 그런 말투인 걸까. 그러고 보니 이전에는……."
 "나, 밥 먹고 올래."
 우타노의 말을 끊고 미토는 일어선다. 어째선지 이 이상 우타노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기다려 기다려, 미짱!"
 우타노는 당황해서 미토의 손을 잡아 세운다.
 "나도 갈게. 미짱하고 같이 먹는 쪽이 밥도 맛있는 걸."
 "……."
 대범한 우타노의 웃는 얼굴을 보면, 미토의 마음 속 웅성거림은 가라앉아 간다.
 "……응, 같이 가."
 
 해가 져 공기가 노을빛으로 물드는 가운데, 우타노와 미토는 단골인 메밀국수 가게에 들어갔다.
 신슈 메밀국수. 그것은 나가노가 일본에 뽐내는 향토요리이다. 메밀가루의 원료가 되는 곡물 '메밀'은 고랭지에서 기르기 쉽기에, 나가노의 풍토에 적합하다. 그 때문에 메밀국수는 나가노에서 많이 만들어지게 되어 주민들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식품이 되었다. 높은 기술로 만들어진 손국수인 만큼, 면에 들어가는 메밀가루의 사용량이나 수분 함량이 일정기준을 만족하고 있는가 하는 것 등의 엄격한 조건을 통과한 것만이 '신슈 메밀국수'의 이름을 칭할 수 있다.
 "응, 맛있어!"
 냉메밀국수를 후루룩 먹으며, 우타노가 감탄의 목소리를 낸다. 거의 매일 먹고 있는데도 질리지 않는 것은 신슈 메밀국수가 훌륭한 요리라는 증거이다.
 "따뜻한 국물로 만든 메밀국수도 좋지만, 여름은 역시 냉메밀국수지. 정말로 쿨 디시야."
 "우타농은 언제나 곱배기네."
 "밭을 가는 체력은, 우선 먹지 않으면 나오지 않으니까! 특히 메밀국수는 무려 아미노산 스코어가 100이라고."
 "아미노산 스코어……?"
 "메밀국수는 좋은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거!"
 그렇게 말하면서 우타노는 미토보다 2배 빠른 속도로 먹는다.
 "하지만 메밀밭을 늘리지 않으면 메밀가루가 부족해질 것 같아. 메밀은 성장이 빠르니까 1년에 2번 수확할 수 있지만, 실상을 말하자면 결계 밖의 고지가 재배하는데 적합하지……."
 먹으면서도, 우타노의 머릿속은 정말 좋아하는 농작업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모양이다.
 "……우타농, 아까는 미안."
 "에? 뭐가?"
 "화난 듯한 태도 보여서……."
 미토가 기분이 나빠지고 말았던 것은, 우타노가 자기 이외의 누군가와 매우 사이좋게 있었기 때문이다. 유치한 독점욕.
 "나한텐 우타농이 눈부셔. 언제나 긍정적이고 열심이고, 모두의 중심에 있어서……. 나가노의 모두나 시코쿠의 노기상도, 우타농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고."
 그와는 반대로, 미토는 부정적인 성격 탓에 친구라고 부를만한 존재는 우타노밖에 없다. 그러니까 우타노가 자기 이외의 누군가와 사이좋게 있는 것을 보면 불안해진다. 자기만 남겨져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짱도 모두로부터 대인기라고 생각하는데. 나가노 사람들은 누구든 미짱을 좋아하고, 굉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그건 내가 어쩌다가 무녀로 선택받았으니까……. 그러니까 우타농과도 친구가 되었고, 특별시되고 있는 것뿐이야."
 우타노는 용자라고 하는 입장과 관계 없이 원래부터 긍정적이고 노력가로서, 그러니까 누구든지 그녀에게 호의를 갖게 된다. '무녀니까', '시라토리 우타노의 파트너니까'라고 하는 이유로 사랑받고 있는 미토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나는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아……. 어쩌다 무녀로 선택받은 게 아니었다면, 분명 아무도…….'
 "얘, 미짱!"
 우타노는 야단치는 듯 말하면서, 미토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 미짱은 자신의 굉장한 점을 눈치 채지 못했을 뿐이야. 왜냐하면 나, 알고 있으니까. 미짱이 사람을 구한 걸."
 "에……?"
 "예전에, 결계 밖에서 피난해 온 아이를 버텍스로부터 구해냈잖아? 미짱이 스스로 결계 밖에 나가서 버텍스를 자기 쪽에 끌어들여서……. 그 덕분에 그 아이는 무사히 피난할 수 있었어. 정말 대단한 일이야."
 "그건……. 결국 그 후, 우타농이 와줬으니까 살 수 있었어. 나뿐이었다면 그 애도 나도 죽었었어……."
 "하지만 보통은 못해. 싸울 힘을 받은 내가 사람을 구하는 것보다, 훨씬 훨씬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그러니까 미짱도 용자야."
 "고마워……."
 미토는 수줍어서 눈을 돌리며 말한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힘내서 사람을 구하려 생각하게 된 건……. 역시 우타농이 앞장서서 힘내고 있으니까 그런 거야.'
 우타노의 존재가 미토에게 용기를 준다.
 우타노가 있으니까, 미토는 아주 조금이나마 특별해질 수 있다.
 
 스와와 시코쿠는 날이 갈수록 통신이 연결되기 힘들어지고 있다.
 "물론, 우동 쪽이 나아……. 치직……. 비교할 필요도 없어."
 "네, 비교할 필요도 없이, 메밀국수 쪽이 낫다는 것은 명백해요."
 "……치직……. 카가와의 우동을 먹은 적이 있는 거냐? ……치직……. 빛나는 듯한 순백……."
 나가노의 토지신의 힘이 약해지고 있는 것을, 우타노도 미토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우타노는 변함 없이,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계속해서 보였다.
 매일, 밭을 갈면서.
 버텍스가 습격해 오면 싸우면서.
 정기적으로 시코쿠와 통신하면서.
 그렇게 해서 버텍스 출현의 날로부터 4번째의, 나가노의 여름은 지나간다.
 
 그리고 9월.
 대규모의 습격이 일어났다.
 적의 수는 너무나도 많아, 우타노는 상당한 부상을 입었다.
 대량의 버텍스에 둘러싸여 몸통 박치기로 쳐 날려져, 입과 같은 기관으로 물려……. 그래도 최종적으로는 전부의 적을 쓰러뜨려, 스와에 일절 피해를 내지 않았다.
 전투가 끝난 후, 우타노는 병원에 가기보다도 먼저 통신설비가 있는 카미샤 본궁의 참집전에 왔다.
 "우타농, 뭐 하는 거야!? 상처를 치료해야 한다고!"
 우타노의 뒤를 쫓아온 미토는 그렇게 외치지만, 우타노는 무리하며 지은 미소로 대답한다.
 "오늘은……. 시코쿠와의 통신일이잖아? 조금 시간, 지났지만……."
 평소의 정기연락 시간보다 2시간은 늦어져 있었다.
 "상처 치료가 먼저야."
 "시코쿠와의 연락도 내 소중한 '일상'인걸. 그러니까 지켜 나가지 않으면……."
 그 때, 시코쿠로부터 통신 호출이 걸려왔다.
 우타노는 통신기를 켠다.
 "……시코쿠의 노기다. 오늘은 연락이 늦어……치직……."
 통신의 노이즈가 평상시 이상으로 크다. 말도 거의 다 띄엄띄엄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미안해요, 노기상. 좀 이 쪽에서 큰 전투가 일어나서, 어지러운 상황이라서."
 "……치직…….괜찮아. 무슨 일이 있었어……치직……."
 "오늘 오후, 버텍스와의 교전이 있었어요."
 "……치직……. 피해는……치직……."
 "문제 없어요. 전 부상을 입고 말았지만, 적은 격퇴. 인적피해는 없어요."
 때때로 상처의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우타노는 평소대로의 상태로 가장해 말한다.
 그런 우타노를 보면서, 미토는 안타까운 기분이 되었다.
 결계는 좁아져, 토지신의 힘은 약해져, 버텍스의 공격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우타노도 알고 있을 터이다. 스와는 분명 길게 버티지 못한다.
 '이제 한계야……. 토지신님…….'
 미토는 호소하듯 마음 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신에게 닿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무녀라고 해도, 신과의 대화는 항상 일방통행—신으로부터 무녀에게로 신탁이 내릴 뿐이니까.
 이전의 신탁에서는, 시코쿠에서 버텍스에의 반격 준비가 갖춰졌을 때, 시코쿠와 스와에서 협공해서 국토를 되찾을 거라고 전해졌다. 시코쿠에는 버텍스 대책기관인 '대사'가 있어서, 더욱이 용자가 5명이나 있다. 준비만 갖춰진다면 분명 전황을 호전시킬 수 있으니까 그때까지 기다리도록, 이라고. 하지만…….
 '이젠 기다릴 수 없어……! 스와가……. 우타농이……. 이 이상은 무리야…….'
 
 미토에게 새로운 신탁이 내린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전에 없었을 정도의 대습격이 일어난다.
 버텍스에 의한 총공격이 될 것이다.
 아마도 결계는 파괴될 것이다. 스와 내부에의 침공은 피할 수 없다……라고.
 
 하지만 신탁이 내린 후에도, 우타노는 변함 없었다. 밭에 여문 수확직전의 야채를 보면서 우타노는 기쁜듯이 말한다.
 "호박, 무, 옥수수. 응응, 굿 그로잉 상태. 슬슬 다음에 심을 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겠네……. 저기, 미짱. 본궁에 보관하고 있는 씨앗, 뭐가 남아 있었더라."
 "……여러 가지 남아 있었다고 기억해. 메밀이라든가 무라든가……."
 미토는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억누르는데 필사였다.
 "아아, 잘됐네. 메밀하고 무라면, 씨앗을 심는데 저스트한 계절이고."
 "……우타농은……!"
 밝게 대답한 우타노에게, 미토는 목 메어 말한다.
 "우타농은, 어째서 그렇게 평소대로인 거야……? 무섭지 않은 거야!? 우리들은, 이제, 내일……!"
 죽게 될 것이라는 말이, 목구멍으로 나올 뻔 했다.
 우타노가 아무리 강해도, 저번 싸움 이상의 규모가 되면 분명 이길 수 없다.
 더욱이, 결계가 파괴되면 괴물들은 스와에 쇄도할 것이다.
 그리고 스와는 파멸한다.
 우타노는 평소와 변함없는 웃는 얼굴로…….
 "무서워. 사실은 굉장히 무서워."
 그렇게 말했다.
 웃는 얼굴은 점차 무너져, 우타노의 표정에는 확실하게 공포가 드러난다. 미토가 우타노의 이런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무서워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은 절대 싫어. 떨면서 아무것도 못해서…….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은, 더 무서우니까……."
 분명 우타노의 본심이었을 것이다.
 우타노도 무리해서 힘내고 있었던 것뿐이었던 것이다. 미토에게도 그것이 이해되었다.
 용자인 소녀는 곧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간다.
 "괜찮아, 나는 혼자가 아니야. 미짱이 있어. 떨어져 있지만, 시코쿠에도 용자 동료들이 있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힘낼 수 있어."
 "……윽!"
 미토는 울음이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참는다. 우타노가 울고 있지 않은데 자신이 울 수는 없으니까.
 "그래! 미짱, 하고 싶은 것이 있어. 우리들이 여기에 있었던 증거를……. 추억을, 언젠가 분명 여기에 올 사람들을 위해서, 남겨두고 싶어."
 
 우타노는 커다란 나무 상자를 가져와서, 안에 괭이와 1장의 편지를 넣었다.
 그 후, 우타노와 미토 두 사람이서 밭 옆의 지면을 파서, 나무 상자를 묻었다.
 "언젠가 누군가가, 이걸 찾아준다면……. 우리들의 마음은 이어져 나가게 될 거야. 소망은 맡길 수 있을 거야……. 분명."
 우타노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저녁 노을의 가운데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최후의 날이 시작되었다.
 "……피니시!"
 우타노는 카미샤 본궁의 기둥을 습격해 온 버텍스의 마지막 1체를 채찍으로 쳐서 쓰러뜨린다. 하얀 괴물은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며 소멸했다.
 "하아……. 하아…….  나 정도 되는 사람도, 괴롭네……."
 쓰러질 것 같이 된 우타노를 미토가 달려와 지탱한다.
 "우타농! 정신 차려!"
 "으……. 고마워."
 방금 쓰러뜨린 무리까지, 오늘 몇 번째의 습격인 걸까. 아침부터 죽 버텍스 습격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
 인간을 넘어선 체력을 지닌 용자라고는 해도 우타노의 피로는 한계에 달해 있다. 온 몸의 상처도 뚜렷하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싸움은 버텍스의 총력이 아니다. 신탁이 알려준 정도에 비해선 적의 숫자가 많지 않은 것이다. 어디까지나 정찰한 것이거나, 우타노의 체력을 깎기 위한 선견대일 것이다.
 돌연, 미토의 뇌리에 추상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아……. 또, 신탁이…….'
 그 것이 의미한 것은…….
 스와의 결계를 둘러싸듯이, 엄청난 수의 버텍스가 출현하고 있다, 라는 것.
 "왔어……. 이게, 총공격이다……."
 미토의 몸의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
 스와의 종말이, 시작된다.
 하지만 우타노는.
 "……슬슬, 시코쿠와 통신할 시간이네. 가봐야겠어……."
 만신창이가 되서, 절망이 눈 앞에 육박해 있어도, 우타노는 일상을 지키려고 하고 있었다.
 미토도 더 이상 그녀를 말리려고는 하지 않는다.
 우타노를 부축하면서, 함께 참집전으로 걸어간다.
 
 "……아니요, 조금 끈질긴 버텍스를 퇴치하고 왔을 뿐이에요……. 오늘은, 아침부터 죽, 계속 싸우고 있는 꼴이라서……. 버텍스 습격의 영향으로 통신기가 망가지고 만 것 같네요. ……당분간 통신은 못하게 될 것 같아요."
 참집전의 안에서 상처나 피로를 참아 숨기면서 통신하는 우타노의 모습을, 미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응시하고 있었다.
 통신기가 망가졌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스와는 오늘로 끝난다. 그러니까 통신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그쪽도 큰일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힘내주세요. 포기하지 않으면, 분명, 어떻게든 되는 법이에요. ……저도 무리가 있는 직분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예정보다 2년이나 더 계속할 수 있었기에. 많은 야채를 기를 수 있었고……. 노기상과도 친구가 되었고요……. 굉장히 행복했어요. 아아, 이미 노이즈 뿐이라……. 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네요."
 우타노는 마지막으로, 이를 악물듯이 하며 고했다.
 "와카바상, 이후는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그녀는 통신을 끊었다.
 더 이상 이 통신기가 시코쿠와 연결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미토는 우타노의 곁에 다가와, 가만히 껴안았다. 이제는 참으려 해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고 만다.
 "울지 마, 미짱."
 곤란하다는 듯이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우타노. 이런 때에도 우타노의 태도는 언제나와 변함이 없다.
 "……지금, 또 신탁이 있었어. 마지막 신탁이래……."
 "어떤 계시였어?"
 우타노는 미토에게 상냥하게 묻는다.
 "용케 3년이나 스와를 지켜와 줬다고……. 우타농과 내가 적을 붙잡고 있어준 덕분에, 시코쿠는 적에게 대항할 기반이 갖춰졌다고……."
 "그런가……."
 스와는 시코쿠에 전투태세가 갖춰지기까지의 미끼였던 것이다.
 우타노도 미토도,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지만.
 "이런 건……!"
 너무나도 부조리하다고, 미토는 생각한다.
 하지만 우타노는 안심한듯이 미소짓고 있었다.
 "다행이다……. 정말로. 우리들이 힘내 온 3년간은, 헛수고가 아니었던 거네."


최후의 신탁

 

 우타노와 미토는, 카미샤 본궁의 경내에 서 있었다.
 하늘을 메워버릴 정도로 대량의 버텍스가 결계의 주변에 떠 있는 것이 보인다. 일부의 버텍스는 융합하여, 원래의 개체와는 다른 형태로 거대화하여 간다. 얼마 있지 않아, 괴물들은 일제히 밀어닥쳐 올 것이다.
 "저기, 우타농."
 "왜?"
 "우타농은 장래, 농업왕이 되는 거지?"
 "응. 내가 만든 야채를, 많은 사람들에게 먹게 할 거야. 그게 내 꿈."
 "그런가. ……나는 말이지, 꿈 같은 거 가진 적이 없었어."
 "……."
 "분명 그 무엇도 되지 못할 것 같은, 보잘것 없는 인생을 보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꿈 같은 건 없었어."
 "미짱……."
 "하지만 말야, 우타농하고 만나서 변했어. 우타농이 곁에 있었 준다면, 나라도 뭔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어."
 "응……."
 "저기 말야, 나는 장래, 택배기사가 될래. 그래서 우타농이 만든 야채를 일본 전국에, 으으응, 세계 전체에 전해주는 거야."
 "……세계? 월드인 거야!?"
 "그래, 세계 전체."
 "엑셀런트네!"
 "처음에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우타농과 방침의 차이로 다툰다거나, 좀체 잘 되지 않는 거야."
 "응."
 "하지만 다퉈도, 곧 화해해서. 점점, 잘 택배 일을 할 수 있게 되서."
 "응응!"
 "우타농의 야채는 평판이 좋으니까, 입소문으로 여러 사람들로부터 주문이 쇄도하는 거야. 난 매일 바쁘게 일하고, 잔뜩 야채를 배달하고."
 "응."
 "그러는 사이, 어른도, 아이도, 가난한 사람도, 부자도, 모두 우타농이 만든 야채를 먹어서, 웃는 얼굴이 돼."
 "……."
 "그게……. 내 꿈."
 "……그럼……."
 우타노는 하늘을 가득 메운 버텍스들에게로 시선을 향한다.
 "미짱과 내 꿈을 위해서, 이 세계를 파괴하게 놔둘 수는 없겠네!"
 하얀 과물들이 일제히 카미샤 본궁에 밀어닥치기 시작한다.
 "미짱. 나도 말이지, 네가 같이 있어 줬으니까, 오늘까지 힘내 올 수 있었어."
 그렇게 말하고는 미소 지으며.
 용자인 소녀는 지면을 박차 도약했다.
 "응……. 마지막까지 같이 있을게, 우타농. 죽 여기서 보고 있을 거니까……."
 괴물들의 무리를 향해 가는 우타노 최후의 모습을, 미토는 그 자리로부터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언제까지고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번외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