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l Horizon

Blog Info

  • About
  • Chatroom
  • Weather ·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노기 와카바는 용자이다 11화

2016. 6. 3. 04:08취미 겸 번역

[대사서사부 무녀님 - 검열됨]

 

전원, 비참하게 죽어 있었다.

나는, 우리들은, 이렇게 되고 싶지 않다.

될쏘냐. 살겠어.


-용자어기 2019년 3
코오리 치카게 기록

  


망자의 일기를 보는 용자들


 

제11화 종자

 

 

 와카바는 다 읽은 일기를 덮었다.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다. 분노와 안타까움이 가슴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다른 모두도 와카바의 주변에 모여, 그 일기를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슬픔, 공포, 분노, 불안……. 여러 감정이 표정에 떠오른다.
 "와카바짱……."
 걱정하듯 히나타가 와카바의 얼굴을 살펴본다.
 "……괜찮아, 히나타."
 와카바는 머리를 옆으로 흔들며, 히나타를 안심시키듯 말한다. 하지만 제대로 평소대로의 행동거지를 취하고 있는지 자신은 없었다.
 와카바는 일기장을 사체가 쌓여있던 분수 앞에 살짝 갖다 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손을 모은다. 일기의 내용을 머릿속에 되새기면서…….
 
 2015년, 어느 날.
 우리들이 지하에 숨어있게 된 후로 며칠이나 지났을까. 이미 스마트폰의 전지도 다 닳아, 날짜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지하가의 가게에 놓여있던 전지나 모바일 충전기는 일부의 사람들이 독점해버려서, 우리들은 사용할 수 없다. 애초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 해도 통신은 되지 않는 것 같으니,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는 정도 밖에 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이대로는 날짜 감각을 상실해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오늘부터 일기를 쓰려고 한다. 게다가 우리들이 구출된 후, 여기서 지냈던 날들의 기록이 무언가 의미를 지닐지도 모르니까.
 
 2015년, 어느 날.
 먼저 상황을 정리해 두고자 한다.
 7월말, 하늘로부터 나타난 괴물들 때문에 우리들이 살고 있던 도시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잔뜩 죽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나와 여동생은 간신히 목숨을 건져, 우메다의 지하에 도망쳐 들어왔다. 지하가에는 우리들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도망와 있었다. 출입구를 전부 바리케이트로 막았더니 녀석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 후로 죽, 우리들은 지하가에 숨어 있다. 지상이 어떻게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무사한 것일까. 상상하는 것도 무섭다.


 2015년, 어느 날.
 오늘도 싸움이 일어났다. 지하가에서 지내는 사람들 속에서, 싸움은 매일 같이 일어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식량 쟁탈, 별거 아닌 의견 대립, 단순한 약한 사람 괴롭히기…….
 일부 정의감 강한 어른들이 룰을 만들어 노인이나 아이들이나 여자를 지켜주고 있다. 식량도 공평하게 나누게끔 해주었다. 그 사람들이 없다면 우리들은 분명 살아갈 수 없다.
 
 2015년, 어느 날.
 오늘 일어난 싸움으로 사람이 죽고 만 모양이다.
 괴물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틀어박혀 있는데, 인간끼리 싸워서 목숨을 잃는다. 바보 같다!
 하지만 사람이 죽고 말 것 같은 싸움은 이미 몇 번이나 일어났었다. 어른들이 룰을 만든 후부터는 줄어들었지만, 바리게이트가 만들어진 직후 쯤에는 정말로 심각했다. 식량도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것을 독점하기 위해 난폭한 녀석들이 폭력을 휘둘러서…….
 내 눈 앞에서 아기를 데리고 있던 여성이 살해당한 적도 있었다. 아이를 위해 우유를 받으려고 했을 뿐인데!
 죽은 사람들의 유체는 정해진 장소에 모아지고 있다. 그대로 방치해뒀다가는 위생에 문제가 있고, 정신적으로도 좋지 않다. 아아, 뭔가 나, 시체를 물건처럼 쓰고 있네. 내 감각도 조금 이상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2015년, 어느 날.
 여동생이 울음을 터뜨렸다.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엉엉 울었다.
 평소에는 얌전해서 억지도 부리지 않던 아이지만, 이제 한계인지도 모른다. 여동생의 울음소리에 신경이 곤두선 어른이 죽이든지, 밖으로 내쫓든지 하라고 말했다. 그런 일 당할쏘냐. 여동생은 내가 지킬 것이다. 애초에 바리케이트로 출입구를 막아놓고 있으니까 밖으로는 나갈 수 없다. 바리케이트를 치웠다가는 괴물들이 들어온다.
 
 2015년, 어느 날.
 이미 상당히 긴 시일 동안 이 지하가에서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든다.
 식량부족이 문제가 되어 있다. 새로운 식량이 들여지는 일은 없으니 먹을 것은 줄어들 뿐이다.
 어른들이 이야기를 나눠, 입을 줄이기 위해 노인이나 병자를 죽이거나 바리케이트를 치워 먹을 것을 찾으러 가거나 해야 한다고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2015년, 어느 날.
 오늘의 밥은 블록 형태의 영양보조식품 2개와 스낵 과자 반봉지뿐. 한끼분이 아니라, 1일분의 밥! 먹을 것의 부족은 생각한 것보다도 심각하다는 것 같다.
 어제부터 계속해서, 식량문제를 어떻게 할까, 어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인이나 병자는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하니까, 빨리 죽여서 식량을 절약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물론 그런 의견은 대부분의 사람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도다.
 바리케이트를 치우고 밖에 나가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그때로부터 긴 시간이 지나 있으니까, 괴물들도 이미 없어졌을 것이다, 라고. 하지만 정말로 지상이 안전해졌는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오늘도 결론은 나지 않는다.
 
 2015년, 어느 날.
 여동생이 기운 없다. 아침부터 계속 누워 있다. 불러보면 대답을 하기는 하지만, 멍하게 있다.
 뭔가 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슨 병인지 모른다.
 지하가에 도망쳐 온 사람들 중에 의사가 있었으니까 진찰받아 보았지만, 검사기구가 없으면 원인은 특정할 수 없다는 것 같다.
 약국에 있었던 영양제를 마시게 했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2015년, 어느 날.
 오늘도 여동생은 기운이 없다. 이대로는, 분명 위험하다.
 하지만 어쩔 방도가 없다.
 
 2015년, 어느 날.
 병원에 데려가지 않으면…….
 
 2015년, 어느 날.
 여동생이 대답이 없다. 어떻게 해야 돼 어떻게 해야 돼 어떻게 해야 돼 어떻게 해야 돼 어떻게 해야 돼 어떻게 해야 돼 어떻게 해야 돼
 
 2015년, 어느 날.
 심한 싸움이 일어났다. 식량절약을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던 사람들이, 멋대로 그것을 하기 시작했다. 노인과 병자가 몇 명이나 살해당했다.
 여동생도 살해당했다.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어!!
 하지만 멋대로 시작했던 강경파의 사람들도, 반대파의 사람들에게 곧 죽임을 당했다.
 이해할 수가 없어! 어째서 모두 협력하지 않는 거야! 이대론 전멸이다!
 여동생은 분수 근처의 시체 놓는 곳으로 옮겨졌다.
 나도 이제 죽어도 상관 없을지도 모른다.
 
 2015년, 어느 날.
 오랜만에 일기를 열었다. 여동생이 죽은 후로, 죽 아무것도 할 기분이 들지 않아서, 일기도 쓰지 않았었다.
 지하가에 있는 사람도 상당히 줄어들고 말았다. 여동생이 죽었을 때의 싸움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 후에도 싸움은 끊기지 않았다. 병으로 죽는 사람이나, 자살하는 사람도 많다.
 사람이 줄어도, 식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2015년, 어느 날.
 또 싸움이 일어났다. 지상에 나가자고 호소하는 사람과,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이. 나는 이제 어느 쪽이든 상관 없다. 어찌 되든 상관 없다.
 결국 여기에 틀어박혀 있어도, 아무 의미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인간끼리의 싸움으로 죽든가, 괴물들에게 죽든가의 차이뿐이었다.
 인간끼리 서로 죽일 거라면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쪽이 그나마 나았다.
 
 2015년, 어느 날.
 지상에 나가야 한다고 호소하던 사람이, 멋대로 바리케이트를 부수고 말았다. 전과 똑같은 패턴. 어쩔 도리가 없다.
 괴물들은 아직 지상에 남아 있었다. 부서진 바리케이트로부터 차례차례 들어왔다. 방화셔터를 내려도 의자나 테이블을 쌓아놔도 녀석들은 단순히 부숴버린다.
 분명 녀석들은 하려고만 했다면 처음부터 출입구의 바리케이트를 먹어 부수고, 지하의 사람들을 전멸시키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상을 부수는 것을 우선했을 것이다.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하에 도망친 인간이 전멸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어차피 인간이 추악하게 서로 싸워, 자멸할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나는 지금, 시체 놓는 곳에 있다.
 최후는 여동생과 함께 맞으려고 한다.

 
 "이것이……. 그 결과인가……."
 시체의 산을 앞에 두고, 와카바는 중얼거렸다.
 버텍스에게 쫓겨 정망적인 상황이면서도, 살려고 했던 사람들. 만약 지하가에 있던 인간 중에 용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그 장소에 있었다면…….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텐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나, 분한 마음이 가슴을 찌른다.
 다음 순간, 통로 저편의 어둠으로부터, 무거운 물건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뭔가가 서로 스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버텍스인가……!?"
 이런 곳에 나타날 것이라고 하면, 녀석들밖에는 없다.
 와카바는 칼자루를 강하게 쥔다. 괴물들에 대한 분노가 몸 안에서 솟구쳐 오른다.
 하지만 그녀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이 지하도에, 이미 생존자는 없어. 빨리 탈출하자! 히나타는 우리들의 곁을 떨어지지 마!"
 주변의 동료들에게 고하고, 와카바는 칼을 뽑았다. 다른 용자들도 차례차례 무기를 취한다.
 동시에, 지하통로의 안쪽으로부터 거체의 하얀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카바가 선두에 서서 버텍스를 쓰러뜨리면서, 지상을 향한다. 이미 지하가의 구조도는 거의 다 와카바의 머릿속에 들어있다. 전혀 헤매는 일 없이 그녀는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 중에, 치카게는 커다란 낫으로 괴물들을 쓰러뜨리면서 방금 전의 일기 내용을 다시금 떠올린다. 와카바는 일기의 내용으로부터 버텍스에 대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지만 치카게는 다른 마음을 안고 있었다.
 치카게가 느낀 것은 버텍스에의 분노보다도, 궁지에 몰려버린 인간의 무력함, 추악함, 비참함이었다.
 버텍스에게 대항할 힘도 용자도 없이 어두운 지하에 갇혀, 그저 떨면서 지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강대한 적에 대항할 수 없기에, 약한 인간끼리 다투고 서로 빼앗는다.
 아무리 위기적인 상황에 빠져도 결국 인간은, 진심으로 서로 협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지하가의 사람들의 모습은 언젠가 시코쿠가 다다를 미래의 축도와 같이 느껴졌다.
 시코쿠라고 하는 좁은 세계에 갇힌 사람들.
 지금, 상황은 안정되어 있지만 더 큰 위기가 온다면…….
 분명 그 지하가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추악하게 서로 다투게 된다. 궁지에 몰려 서로 빼앗으며 상처 입히고, 많은 사람들은 인간다운 존엄함조차 없는 비참한 종말을 맞을 터이다.
 '나는……. 그렇게는 되지 않아……!'
 커다란 낫을 휘들러, 괴물들을 베어 쓰러뜨리면서, 치카게는 지하통로의 깊은 어둠 앞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게는……. 용자의 힘이 있어……! 그런 비참한 죽음은 절대로 싫어……! 최후까지 용자로서 존경받으면서……. 살아갈 테니까……!'
 
 지하가를 나온 용자들은 습격해오는 버텍스들을 분쇄하면서 우선 오사카의 거리를 살피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역시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한 채,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로 하였다.
 도약하여 이동해가는 소녀들은 말수도 줄어들어 있었다. 입을 열면, 어두운 말밖에는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사카에 이어서, 이번에는 나고야에 간다.
 하지만 '다음에야말로'라고는, 이제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이윽고 와카바 일행은 나고야 역 앞에 세워진 대형 빌딩의 옥상에 내려왔다. 주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이이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본 도시 전체의 광경도 지금까지 죽 보아왔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무너진 건물. 파편더미에 묻힌 도로. 방치된 차량…….
 "어이어이……. 뭐야, 저거?"
 타마코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역의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역 주변과 그 너머 저편의 지역 전체가 무수의 거대한 알 모양의 무언가로 뒤덮여있었다.
 생리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불길한 광경.
 와카바는 눈에 힘을 주고 시계에 의식을 집중한다. 용자로서의 힘으로 오감도 강화되어 있기에 망원경으로 보는 것처럼 알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 알 껍질 안에,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런 거대한 알 따위, 와카바는 본 적이 없다. 저건 도대체 무슨 알인가…….
 "……윽!"
 상상하는 것만으로 와카바는 구역질이 났다.
 알이 슬어 있는 지역은 상당한 넓이에 달했다.
 안즈는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우, 으……."
 "괜찮앗, 안즈!?"  
 허둥거리며 타마코가 안즈를 부축한다.
 "괘……괜찮아……. 조금 깜짝 놀라서……."
 그렇게 말하면서도, 안즈의 얼굴은 새파랗게 되어,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안즈가 받은 쇼크의 크기는 와카바도 아플 정도로 이해가 되었다.
 '이것이……. 버텍스에게 침공당한 땅의 말로인가……?'
 사람이 만들어낸 것은 일소되어, 괴물들의 점령지가 된다. 여기는 이미 인간의 토지가 아니라는 말을 듣는 것 같았다.
 "……우리들의 시코쿠도……. 언젠가 이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안즈가 중얼거린다.
 "그런 일, 타마가 절대로 못하게 할 거얏!"
 그녀의 불안을 끊으려는 듯이, 타마코가 강하게 단언했다. 그것은 안즈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과 동시에, 스스로를 분발하게끔 하기 위한 말이기도 했을 터이다. 타마코는 고함지르듯 외친다.
 "그것을 위해 타마를 비롯한 용자가 있는 거잖앗! 이런 식으로 가만 놔둘쏘냣! 인간이……. 영문도 모를 괴물따위에게 가만히 지고만 있을쏘냣!"
 타마코의 말을 듣고 약간이나마 기운이 돋은 것인지, 안즈는 가냘프게 미소를 짓는다.
 "그러, 네요……. 우리들이 힘내지 않으면……."
 안즈는 눈물을 닦고, 자신의 힘으로 일어선다.
 그 때, 주변을 둘러보면서, 히나타가 거친 말투로 말했다.
 "여러분! 위험한 상황이에요, 포위당해 있어요……!"
 와카바는 빌딩 옥상으로부터 주변을 살펴보았다. 공중 여기저기에 버텍스가 떠있는 것이 보였다. 괴물들은 난데없이 차례차례 나타나 굉장한 기세로 수를 늘려간다.
 쓰디 쓴 표정을 지으며, 와카바는 입술을 깨문다.
 버텍스의 수가 감소되어 있다는 대사의 예상은 빗나가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녀석들은 단기간에 수를 늘리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
 괴물들은 넓은 원으로 와카바 일행을 둘러싸고 있다. 한꺼번에 덮칠 작정일 것이다.
 "……타마는 지금, 화가 나있어……."
 타마코는 날카로운 눈으로 버텍스들을 노려본다.
 "이 세계는 너희들따위한테 뺏기지 않겠엇! 그 때문이라면 무슨 짓이든 해주겠엇!"
 "타마코, 기다려……."
 와카바가 막으려고 한 때에는, 타마코는 이미 용자의 비장의 수를 발동시키고 있었다. 먼 시코쿠의 땅에 서있는 신수에 억세스해 정령 '와뉴도'의 힘을 이끌어 낸다.
 다음 순간, 거대화한 선인반. 타마코는 전신을 사용해 자신의 신장보다도 거대한 흉기를 버텍스들에게로 향해 투척했다.
 "가라아아아아아아앗!!"
 공중을 활주하는 거대 선인반은 둘레의 칼날을 전기톱처럼 회전시키면서 빌딩을 에워싼 괴물들에게로 덮친다. 회전하는 칼날은 불꽃을 둘러, 버텍스들을 무시무시한 기세로 치어 죽이고 소각해간다.
 공중의 적들을 섬멸한 후에는 지면을 뒤덮고 있는 알 모양의 것들에게로, 선인반은 덮쳤다.
 와뉴도의 힘을 품은 거대 선인반은 불길한 알 무리들도 다 태워버려 간다.
 "타마코, 경솔하게 비장의 수를 사용하지 마!"
 "미안, 와카바. 나도 모르게 욱했어……. 뭐 후회는 하지 않지만."
 정령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용자의 몸에 큰 부담이 걸린다. 사람을 넘어선 정령의 힘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와카바 일행은 웬만한 일이 아닌 한에는 정령의 힘은 사용하지 않기로 정하고 있었다.
 타마코도 앞뒤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기는 하지만 비장의 수를 사용하는 위험성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광경을 철저하게 때려 부수지 않으면 마음이 꺾일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타마코의 마음도……. 무엇보다도, 안즈의 마음도.
 버텍스와 지면을 덮고 있던 알을 모두 소각한 후 자신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선인반에, 타마코는 올라탔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여기에 타서 나고야를 둘러보지 않겠어? 하늘로부터 탐색하는 쪽이 손쉽잖아."
 "……아아."
 와카바를 시작으로 다른 모두도, 거대화한 선인반에 오른다.


선인반에 올라탄 용자들


 그리고 나고야에서도,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알 모양의 것들에 덮여있던 지역에는 생존자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기에 수색은 단시간에 끝났다.
 역 앞의 빌딩에 돌아오니, 역시 체력이 다한 것인지 타마코의 선인반은 원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아, 역시 빠듯하네, 비장의 수 사용하는 건."
 옥상에 주저앉아 타마코는 한숨을 쉰다.
 "더는 사용하지 않도록 해줘. 정말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 모르니까."
 "알았다고."
 와카바의 말에, 타마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리고 어째선가 침묵해, 생각에 빠지듯 선인반을 바라보았다.
 "……."
 "왜 그래, 타맛치 선배?"
 안즈가 걱정해서 말을 건다.
 타마코는 깜짝 놀라서.
 "아아, 아무것도 아니얏! 잠깐 멍하게 있었어. 그럼……. 언제까지고 쉬고 있을 상황이 아니짓. 예정으로는 오늘 중으로 스와까지 가지 않으면 안되잖아?"
 타마코는 히나타 쪽을 보면서 말한다.
 "네, 그렇지만……."
 히나타는 끄떡이면서도, 아까 일순 보였던 타마코의 표정이 조금 신경쓰이고 있었다.
 "만약 타마코상이 지쳐있다면 여기서 일단 쉬고 가는 쪽이……."
 "필요 없어! 타마가 발목을 잡는 것 같아서, 절대로 사양이닷! 자, 빨리 가자, 스와는 저쪽이었지!"
 히나타의 말을 끊고, 타마코는 곧바로 빌딩의 옥상으로부터 도악하려고 한다.
 "타맛치 선배, 기다려!"
 "뭐야, 안즈. 너도 막는 거야? 하지만 타마를 막는 건, 누구에게도 불가능햇!"
 "……으으응, 그쪽은 스와와 역방향이니까."
 "……과연."
 타마코는 조금 볼을 빨갛게 해서, 다음에는 제대로 스와 쪽을 향했다.
 다음에 와카바 일행이 향하는 장소는, 스와—나가노 현의 스와 호 주변이다.
 작년까지 시코쿠와 마찬가지로 결계가 존재하여, 시라토리라는 용자를 바탕으로 인류의 생존이 유지되고 있었던 지역이다.
 나고야로부터 중앙자동차도로를 따라, 동남쪽으로 나아간다.
 나고야, 나가노, 동경을 연결하는 장거리 도로는 아스팔트를 버텍스에게 먹혀 파괴되어, 너덜너덜해져 있다. 도로 위에는 역시 버텍스에게 먹히고 깔려 부숴진 차의 잔해가 무수하게 남겨져 있었다.
 나가노가 가까위짐에 따라, 와카바의 마음 속에는 기대와 동시에 두려움이 커져 간다.
 와카바는 통신을 통해, 스와의 시라토리와 몇 번이나 말을 나눴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그녀를 친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작년, 통신이 두절된 때로부터, 스와는 이미 파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볼 때까지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 시라토리가 죽었다고 결정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실제로 확인하는 것이 무섭다.
 "눈을 돌리면 안되요."
 그런 그녀의 심정을 간파한 것처럼, 히나타는 살짝 와카바의 볼을 건드렸다.
 "분명 시라토리상도 와카바짱에게, 스와의 결말을 알았으면 할 터에요. 설령 그 결말이 어떠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녀도, 와카바짱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히나타는 상냥한 말투로, 잔혹한 말을 한다.
 
 스와 호의 주변에 4개의 신사를 가진 스와대사. 예전에는 그 4개의 신사를 중점으로 결계가 형성되어, 인류의 생존지역이 지켜지고 있었다. 다만, 버텍스로부터의 침공이 격렬해짐에 따라 결계는 차차 축소. 작년 연락이 두절되었을 때에는, 무사한 지역은 스와 호 동남부뿐이었다.
 용자들은 스와 호에 도착하여, 거기서부터 남하하여 스와대사의 카미샤 본궁을 향한다.
 도중에 보인 나가노의 거리들도 역시 다른 지역과 똑같이 붕괴되어 있었다. 이미 그곳에 인류를 지키고 있던 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싫은 예상이 와카바의 머릿속에서 급격하게 강해져 간다.
 그리고 카미샤 본궁에 도착했다.
 그러나…….
 거기에 '신사'라 불릴만한 것은 없었다.
 토리이, 신락전, 사무소, 참집전……. 전부 목재나 돌의 잔해로 바뀌어 있었다. 모든 천재지변을 한몸에 받은 듯한……. 이제까지 보아 온 지역보다도 철저하게, 집요할 정도로 파괴당해 있다. 원형을 지키고 있는 인공물은 무엇 하나 없다. 물론 사람의 모습도 없다.
 버텍스가 그저 인간을 식량으로 포식하고 있을 뿐이라면 여기까지 파괴의 극단을 달릴 필요는 없었을 터이다. 하지만 천적들은 마치 인간의 흔적 그 자체를 몹시 싫어하는 듯이, 모든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려는 듯이, 온갖 것을 파괴하고 있었다.
 "크……윽!"
 말로는 표현 못하고 그저 신음이 와카바의 목구멍으로부터 새어 나온다.
 결계가 사라져 버텍스에게 유린당해……. 스와에 인간이 살아남아 있을 가능성은 한 없이 낮을 것이다.
 하지만 와카바는 얼굴을 들었다.
 "찾아보자……. 생존자가 없는지를."
 
 와카바 일행은 각기 분담하여 카미샤 본궁을 중심으로 수색을 게속했다.
 날이 저물어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을 무렵…….
 카미샤 본궁으로부터 가까운 모리야산 기슭의 주변에서 밭이 발견되었다.
 온갖 것들이 파괴당한 가운데서 미미하게 남겨져 있었던 사람의 흔적. 잡초에 뒤덮여,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그것은 분명 사람이 만들어낸 밭이었다.
 "어라……?"
 유우나는 밭 옆의 지면으로부터 무언가가 살짝 튀어나와 있는 것을 눈치 챘다. 그 장소로 달려가 지면을 손으로 파기 시작한다.
 다른 모두도 무언으로 유우나의 뒤를 이었다.
 손이 지저분해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땅을 파기 시작한다. 이윽고 묻혀 있었던 것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것은 사람의 신장 정도의 크기인, 나무로 된 관이었다.
 "누군가가 남긴 건가……?"
 와카바는 숨을 삼키며, 관 뚜껑을 열었다.
 나온 것은……. 한 자루의 괭이. 그리고 접혀진 1장의 편지.
 
 처음 뵙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걸 읽는 건 노기상일지도 모르겠으니까 처음 뵙는다는 말은 이상하네요.
 아니아니, 실제로 노기상과 만난 적은 없으니까 역시 '처음 뵙겠습니다'일까요.
 미안해요, 라고 서두를 쓰면 괜찮을지 고민되서, 아무래도 좋은 것을 길게 쓰고 말았습니다.
 만일 이 편지를 찾아낸 사람이 노기상이 아니라면 부디 이편지를 시코쿠의 용자인 노기 와카바상에게 건네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버텍스가 나타난 날로부터 이미 3년 정도가 됩니다. 어떻게든 스와를 지켜왔습니다만, 결계가 차차 축소되어 정말로 절박한 상황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본래라면 용자인 제가 약한 말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스와는 이제 길게는 버티지 못하겠지요.
 그래도, 스와가 끝장나도, 아직 노기상 일행의 시코쿠는 남아있어요.
 세계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렸지만 과거의 역사를 보건데 인간은 이제까지 어떠한 전쟁, 자연재해에 처해져도, 재흥하여 왔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어려운 시기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 괜찮을 거에요.
 노기 와카바상. 아직 만난 적 없는, 저의 소중한 친구.
 이러한 시대라도 당신과 만난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부디 부디, 당신이 버텍스와의 싸움 속에서도 무사히 있기를.
 이 세계가 당신들을 중심으로, 무사히 지켜져 가기를.
 최후까지 인류를 계속해서 지키는 것이, 설령 제가 아니라고 할 지라도. 그래도 누군가가, 노기상과 같은 용자가, 세계를 계속해서 지켜준다면 돼요. 그것을 잇는 역할을, 저는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천재를 넘어선 후, 대지를 경작하고 되살릴 때에, 이 괭이도 사용해준다면 행복하겠어요.
 저도 함께 되어, 경작하고 있다는 기분이 되니까요.
 
 "……윽."
 와카바의 시야가 눈물로 일그러졌다. 편지를 쥔 손에 힘을 들어가, 편지가 꾸깃꾸깃해진다.
 주위로부터 편지를 훔쳐보고 있던 동료들도, 말을 잃고 있었다.
 치카게는 애타는 듯이 주먹을 꽉 쥔 채 입술을 깨문다.
 "여기도……. 똑같이……. 전부, 파괴당하고……!"
 "으응, 전부가 아니야……."
 유우나는 고개를 옆으로 젓는다. 그리고 편지와 함께 목관에 들어 있었던 괭이를, 작은 아이를 안아들듯이 상냥하게 들었다.
 "이게 남아 있었어. 시라토리상으로부터 이어진 바톤이네, 분명……."
 유우나는 그 괭이를 와카바에게 건넨다.
 양손으로 단단하게 쥐어, 와카바는 그것을 받았다.
 다른 장소에서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았던 용자들이 지금 여기서 연결된다.
 "이제야……. 만났구나, 시라토리. 네 유지, 분명하게 이어 받았다."
 스와에서 죽 싸웠던 용자가 남긴 것은 틀림 없이, 어두운 세계 가운데서 빛나는 희망이었다.
 

시라토리의 괭이를 안아 든 유우나


 그후, 대사에의 보고용으로서 본궁 경내를 조사하고 있던 히나타가 파괴당한 사당의 흔적으로부터 작은 포대를 몇 개인가 발견하여 가져왔다.
 "무언가의 씨앗……. 일까요?"
 각각의 자루에는 종류가 다른 가는 알갱이가 들어 있었다.
 안즈가 기억을 돌이키려고 생각하면서 말한다.
 "……아마 이거, 메밀의 씨앗이라고 생각해요. 이쪽의 자루에는 무의 씨앗……. 이쪽은 오이일까? 지금의 계절에 심을 수 있는 것도 있네요."
 밭도, 씨앗도, 괭이가 여기에 있다.
 누군가가 말을 꺼낼 일도 없이, 와카바 일행은 남겨진 밭을 갈기 시작했다.
 이미 날은 저물어 달빛이 비추는 아래에서 소녀들은 대지와 마주 대한다. 모두 함께 잡초를 뽑아, 교대로 시라토리의 괭이를 사용해 땅을 다시금 일궈놓았다.
 익숙치 않은 작업이었지만, 불만을 말한 사람은 없다.
 밤이 밝아질 무렵에는, 밭의 일부를 갈아놓을 수 있었다.
 부드러워진 땅에 씨앗을 심는다.
 버텍스가 만연한 이 땅에, 심어진 씨앗이 자랄 가능성은 낮을 터이다. 그렇더라도 시라토리가 남긴 것을, 조금이라도 원형으로 되돌리고 싶었던 것이다.
 "이 괭이와 남겨진 씨앗은, 시코쿠로 가져가자."
 아침 햇살 속에서 밭의 광경을 보며, 와카바는 조금 쓸쓸한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 후, 장거리 이동과 농경작업으로 지친 소녀들은 밭 옆에서 잠깐이나마 잠이 들었다.
 눈을 뜬 후, 그녀들은 거듭하여 동경, 북방의 대지로 이동을 계속한다…….
 그랬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들의 조사원정은 생각치 못한 형태로 중단당하게 된다.
 휴식을 취하고 눈을 뜬 히나타가 무서운 표정으로 고했다.
 시코쿠가 다시금 위기에 처했다, 라고.



(11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