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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 와카바는 용자이다 7화

2016. 2. 2. 20:30취미 겸 번역

[대사서사부 무녀님 - 검열됨]

 

내 탓이다.
함께 싸우는 이들을 다치게 하고 말았다.
싸워 이겨나가는 사이에, 자만해져 버렸던 것일까.
지금의 자신인 채로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히나타가 말했었다.
애초에 세계가 이런 사태에 빠져버린 것은,
인류의
오만이 점점 심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신수님이 그렇게 알려주고 있다, 고.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인가……?

 

-용자어기 2019년 1월
노기 와카바 기록

  


와카바의 병문안을 온 히나타


 

제7화 새싹

 

 

 눈을 뜨자, 시야에 하얀 천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와카바는 한순간 자신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모르게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며 '아, 여기는 병원이었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깨어났나요, 와카바짱."
 와카바가 눕혀진 침대 옆에 히나타가 앉아 있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버텍스의 침공 후 용자들은 치료와 신체 검사를 위해 입원하게 되었다. 와카바를 포함한 전원이 싸움에서 부상을 입은 상태였는데다, 용자의 힘을 장시간 사용한 영향을 조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와카바의 몸에 외상은 있었지만 오래 끌만한 무거운 상처는 없다. 다만 근육, 관절 각각에 염증이 나고, 일부에 피로 골절도 생겨 있어 한동안 운동은 삼가야 한다고 했다. 외면적으로 큰 부상은 없지만 몸 속은 그렇지 않다는 것 같다.
 중학생이라는 연령으로는, 육체는 어른만큼 완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신수의 힘으로 강화시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몸의 혹사는 본래라면 좋은 것이 아니다.
 와카바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뭔가 먹을래요?"
 히나타는 '용자님의 병문안 선물'로서 시민들로부터 보내져 온 과일 중에 사과를 손에 들어 칼로 껍질을 벗긴다. 조각으로 썰어진 사과에 이쑤시개를 꽂아 와카바에게 내밀었다.
 사과를 두세개 받아먹은 뒤, 와카바는 침대에서 내려온다.
 "유우나의 상태를 보러 가야 해."
 "……그렇군요 "
 살짝 주저하는 듯 틈을 두고, 히나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걸으려고 하자 휘청거리는 와카바의 어깨를, 히나타가 지탱한다.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와카바는 몸 안쪽이 아팠다.
 
 히나타의 부축을 받아, 와카바는 특별 치료실 앞에 왔다.
 안즈와 타마코도 거기에 있었다. 타마코는 복도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안즈는 그런 타마코의 옆에 앉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듯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고 있었다.
 "아, 와카바상"
 안즈는 와카바가 온 것을 깨달아 말을 걸었다.
 "유우나의 상태는…… 어때?"
 무거운 어조를 한 와카바의 물음에 안즈는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런가……."
 유리창 너머로 치료실 안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유우나의 모습이 보인다. 붕대와 튜브에 둘러진 모습이 측은했다.
 "괜찮아요……. 이 병원에는 최선의 설비와 의사가 갖춰져 있어요. 검사에서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히나타의 어조는 어딘가 무겁다.
 언제나 요란스러운 타마코도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치료실 앞에 남겨진 4명은 모두 무엇을 말해야 할지 헤매는 듯 침묵하고 있었다.
 무언의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링거수액 거치대를 밀면서, 치카게가 모습을 드러냈다.
 치카게는 입을 다문 채 와카바의 옆을 지나 유리창 너머 유우나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분한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어째서……이렇게……."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듯.
 이 세상을 저주하는듯.
 치카게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와카바에게 시선을 향한다. 울고 있는 것인지, 수면 부족인지 치카게의 눈은 빨갛게 되어 있었다.
 "이게……네가 초래한 결과야……."
 와카바는 무언으로 치카게의 비난을 받는다. 유우나가 이렇게까지 상처 입은 책임을, 와카바도 자각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 넌 알고 있는 거야……?"
 "알고 있어. 나의 돌출과 무책임이 모든 것의 원인이다……."
 폭주라고도 말할 수 있는 단독 행동. 그것이 이 결과를 가져왔다.
 "틀려……!"
 치카게는 쥐어짜듯 외쳤다.
 "역시 넌 모르고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싸우는 이유라고……!"
 "싸우는 이유……?"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가, 와카바에게는 이해되지 않는다.
 "넌 항상 버텍스에 대한 복수만를 위해 싸우고 있어……! 그러니까……분노로 제 정신을 잃고 말아……! 자신이 주변의 인간을 위태롭게 하는데도 깨닫지조차 못해!!"
 "……."
 치카게의 말이 병원 복도에 울린다.
 타마코에게도 그 목소리는 들리고 있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였다. 그녀도 지금은, 와카바를 옹호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너한테……우리들의 리더로서의 자격따위, 없어……! 네가 싸우는 것으로 유우나상은 다쳤어……. 분명 앞으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거야! 그렇다면…… 더 이상……."
 "말이 너무 심해요!"
 치카게의 목소리를 멈추게 한 것은 안즈였다.
 "와카바상은, 지금까지 죽 선두에 서서 싸워왔다고요. 그 방식이 억지스러웠어도…… 전부를 부정하는 것은 잘못이에요."
 "……윽!"
 치카게는 안즈 쪽에 걸어가, 손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 손은 내려쳐지기 전에, 타마코에게 붙잡혀 멈춰졌다.
 "그만둬……. 안즈에게 손을 댄다면 가만 있지 않을 테니까 말야."
 공기가 얼어붙은듯이, 복도가 조용해졌다.
 침묵 가운데서, 히나타가 유우나의 방향으로 눈을 향하면서 중얼거렸다.
 "이런 식으로 모두가 싸워서……. 가장 슬퍼하는 건 도대체 누구일까요……?"
 
 그 후 말을 꺼내는 일 없이, 제각기 자신의 병실로 돌아갔다.
 치카게만이 특별 치료실의 앞에 남아 있었다.
 "노기상……. 네가 이대로 변하지 않는다면……더 이상 난, 너와 함께 싸울 수는 없어……."
 유우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치카게는 와카바에게 그렇게 고했다.
 
 취침시간이 지났어도 와카바는 잠에 들지 못한 채, 계속 병실의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낮에 치카게에게 들은 말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머리를 스친다.
 '복수만을 위해 싸우고 있어, 인가…….'
 적이 보복을 받게끔 하는 것—그것이 와카바의 행동원리였다. 죽임을 당해, 고통 받았던 사람들의 분노와 슬픔을 버텍스에게 되돌려준다. 그 일념으로 자신을 덮어씌운 채 전장에 서있었다.
 그것을 부정당해서야……. 도대체 지금부터 어떻게 싸워나가야 좋은 걸까.
 모른다.
 지금의 와카바는 걸음마조차 불안한 어린 아이 같은 상태였다. 자신의 설 자리가 보이지 않게 되어, 어디로 향해야 좋을지조차 몰라, 그저 그 자리에 계속 서있다.
 
 다음날, 검사와 치료가 끝난 와카바 일행은, 퇴원하게 되었다.
 용자로서의 훈련은 아직 불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다.
 하지만 아직 유우나는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그리고 와카바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망설임을 어떻게 해야 될지, 답을 내지 못한 채 있었다.
 타마코, 안즈, 치카게도 퇴원하고 학교에 돌아왔지만, 이전과는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모두들 말이 적다.
 만일 이 자리에 유우나가 있었다면 그녀가 모두의 관계를 중개해, 이 무거운 공기를 지워줬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유우나는 없다. 본래라면 이 공기를 바꿀 역할은 리더인 와카바가 해야겠지만 그녀는 그런 것이 가능할 정도로 요령이 좋지 못했다.


히나타를 찾아온 와카바


 그 날 밤, 와카바는 히나타의 방을 찾았다.
 불안한 마음을 꽉 쥐어짜듯, 베개를 안고서.
 방문을 열자, 히나타가 바쁘게 가방에 옷이나 노트 등을 챙겨넣고 있었다.
 "뭐 하고 있는 거야, 히나타?"
 "아아, 와카바짱, 어서 와요. 지금, 좀 짐을 챙기고 있는 중이에요."
 "……? 왜 그런 일을 하고 있어?"
 히나타는 짐을 다 넣은 가방의 지퍼를 닫으면서, 대답한다.
 "내일, 이 기숙사를 나갈 거에요."
 "에!? 왜, 왜 그러는데!?"
 와카바는 동요해서 베개를 꽉 안는다. 어째서 히나타가 기숙사를 나가는 것인가? 설마 '용자를 수행하는 무녀'라는 입장이 변해버린 것일까? 아니, 애초에 무녀의 본래 역할은 용자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니까, 지금까지 죽 히나타가 이 학교에 있었던 것이 이상했던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히나타는 본래 무녀의 역할로 돌아갈 뿐이고…….
 이리저리 와카바의 사고가 돌아가는 중, 히나타는 안심시키는 듯이 피식 웃는다.
 "와카바짱, 너무 동요하네요. 별로 죽 이 기숙사에서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아주 잠시뿐이에요. 대사의 본부에 호출을 받아서."
 와카바는 안심하여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런가……. 하지만 어째서 갑자기?"
 대사로부터 호출이라니,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와카바 일행의 학교에 대사의 직원이 출입하고 있으니까, 대개의 용무는 그들을 통해 소통하면 되기 때문이다.
 히나타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진다.
 "이유는 듣지 못했어요. 하지만 새해 들어서 여러가지 있었으니까요……. 저번의 버텍스 습격은 이전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대규모였고, 중상자도 나와버렸으니까……."
 버텍스의 시코쿠에의 침공이 시작된 때부터 수 개월—지금, 무언가가 크게 움직이려고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버텍스 측도, 인간 측도…….
 "그런데 와카바짱은 뭔가 용무라도 있었나요? 이런 밤중에."
 "아, 으, 그렇지……."
 와카바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듯 말을 더듬는다.
 소꿉친구의 그 모습을 보고, 히나타는 침대에 걸터앉아, 팡팡 하고 자신의 무릎을 두드렸다.
 
 와카바는 히나타의 무릎베개에 누워있으면서, 조금씩 이야기를 시작한다.
 히카게에게 들었던 것.
 자신이 지금부터 어떻게 싸워야 좋을지 모르게 되었다는 것.
 지금까지의 자신이 잘못되어 있었던 것이었나 하는 방황감…….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 와카바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어릴 때부터 와카바가 타인에게 눈물을 보이는 일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히나타에 대해서만은 다르다. 그녀의 앞에서만은, 와카바는 몸도 마음도 무방비해진다.
 "난 어떻게 하면 좋을까……?"
 "……."
 히나타는 와카바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와카바는 언제든, 방황할 때는 히나타에게 의지했었다. 히나타는 언제나 거기에 응해줬었다.
 세계를 지키는 용자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와카바에 대해서……. 그리고 어릴 때부터 죽 함께 지내왔던 제일의 친우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하게 기대어 주는 와카바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와카바에게 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정말로 올바른 것일까?
 와카바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그 해결법을 히나타가 말로 가르쳐주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이해가 빠른 와카바는 곧장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터이다. 
 그런 방법은 정말로 옳은 것일까?
 표면적으로 문제를 없애는 것은 가능했다고 해도, 와카바의 내면은 분명 변하지 않는다. 히나타 이외의 누구도 눈치채고 있지 못한, 와카바의 정신적인 유약함은 사라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것은 언젠가 와카바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
 와카바는 히나타의 말을 기다린다.
 하지만 히나타는 와카바에게 답을 해주지 않았다.
 "지금, 와카바짱이 안고 있는 문제는 스스로 답을 찾아서 스스로 넘어서는 수밖에 없어요."
 "에……."
 와카바는 귀를 의심했다. 히나타의 말은, 말투 자체는 상냥했지만, 와카바를 밀어내는 것이었다.
 히나타는 손수건으로 소꿉친구의 눈물을 닦는다.
 "자, 이제 울지 마세요. 우는 얼굴, 사진 찍을 거에요."
 스마트폰을 꺼내서, 와카바에게 향한다.
 "……맘대로 찍으면 되잖아."
 토라진 듯이 말하는 와카바.
 히나타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셔터 버튼을 눌렀다.
 "정말로 찍었어……."
 와카바는 히나타를 흘겨본다.
 "내일부터 잠깐 동안이지만 와카바짱하고 만날 수 없게 되니까요. 와카바짱 성분의 보충이 필요해요."
 히나타는 스마트폰에 찍은 와카바의 사진을 본다.
 그 우는 얼굴이 대사로부터 돌아왔을 때에는, 진취적인 표정이 되어 있기를…….
 그렇게 소원한다.
 "와카바짱이라면 분명, 지금 안고 있는 문제를 스스로 뛰어넘는 것이 가능해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다음날 아침 일찍,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사이에, 히나타는 대사의 사자에게 마중을 받아 기숙사를 나갔다. 출발시간은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히나타를 전송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도중, 몇번이고 마루가메성 쪽을 돌아봤다.
 와카바에 대해서도, 험악한 분위기가 되어버린 채인 용자들을 남겨놓고 가는 것도, 불안했다.
 하지만 대사관리 하에 놓여져 있는 무녀인 히나타에게 소집을 거부할 권리는 없다.
 미련을 떨치지 못한 기분으로 히나타는 기숙사를 떠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우연히 아침 일찍 눈을 뜬 안즈가 기숙사의 창문으로부터 내려보고 있었다.
 "히나타상……."
 멀리서 보는 것이긴 하지만 히나타의 표정은 보인다. 와카바를 포함한 지금의 용자들의 상태를 생각하면, 하나타가 안고 있는 불안이 무엇인지 안즈에게도 상상은 가능했다.
 
 그 날, 학교가 시작되어도 와카바는 계속 침울해 하고 있었다. 수업 중에도 쉬는 시간에도, 자리로부터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더욱이 때때로 아주 깊은 한숨을 쉰다.
 "하아아아~……."
 점심시간에는 모두 함께 식장에 가기로 되어 있지만, 타마코가 몇 번 와카바를 불러도 대답이 없다.
 "시체냣!"
 라고 타마코가 태클을 걸어도, 와카바는 눈치조차 못챈 채 넘어가고 말았다.
 타마코는 어깨를 움츠리면서 안즈에게 말한다.
 "안되겠어 이건. 완전히 혼이 빠져나갔어."
 "……어쩔 수 없어. 유우나상의 건도 있고, 지금은 히나타상도 없으니까……."
 "하지만 저대로 놔두는 것도 말이지……."
 낙천가인 타마코도 지금의 와카바는 아무래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결국 와카바는 방과후까지 누구와도 이야기하는 일 없이, 계속 고개 숙인 채 지내고 있었다.
 '히나타마저도 나한테 정나미가 떨어지고 만 걸까…….'
 오늘 아침, 와카바가 눈을 떴을 때, 히나타는 이미 기숙사에서 없어져 있었다. 이미 대사 본부에 가버렸다는 것 같았다. 전송하는 것마저 할 수 없었다.
 어째서 히나타는 출발하는 시간을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일까. 지금까지의 그녀라면 적어도 와카바에게만큼은 시간을 가르쳐주었을 것이다.
 어젯밤의 일도 있었기에, 와카바는 히나타에게 거부당해버린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어쩔 수 없나……. 나는 용자의 리더이면서도 다른 용자를 돕기는커녕,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어. 이젠 조리돌림, 채찍질, 책형, 효수……. 어떤 처벌이라도 받지, 후후후…….'
 그런 것까지 생각해내버리고 있던 때, 안즈가 와카바의 책상 앞에 섰다.
 "와카바상."
 "……왜 그래?"
 고개를 들어, 패기 없는 표정으로 안즈를 보는 와카바.
 "잠깐 나가죠!"
 
 안즈에게 끌려나가듯이 해서, 와카바는 학교로부터 도회로 나왔다.
 마루가메성 주변에는 예부터 성시로서 번화해, 현재에도 시가지로서 많은 사람이 생활하고 있다. 버텍스가 출현했던 3년 전 이후, 시코쿠의 밖으로부터 이주해온 사람도 많다.
 '갑자기 밖에 데려와서 어쩔 셈이지……?'
 안즈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와카바는 걷는다.
 그리고 안즈는, 어느 민가 앞에 멈춰섰다.
 "이 집에 사는 대학생 언니는 3년 전, 히로시마의 대학에 다니고 있었어요. 버텍스가 나타난 날……. 시코쿠에 피난해 올 수는 있었지만 천공공포증후군이 발생. 가족도 본인도 죽 괴로워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용자가 버텍스에게 이겼다는 뉴스를 들은 날부터, 조금씩 마음이 안정되서 상태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 같아요."
 와카바는 안즈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채,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안즈는 다시금 걸어 나가, 또 다른 집 앞에 멈춘다.
 "이 집의 가족은, 죽 옛날부터 마루가메시에서 살아서, 지역에 강한 애착심을 갖고 있어요. 만약 용자가 시코쿠를 지켜주지 않았다면 소중한 고향을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듯해요."
 그리고 다시 걸어, 이번에는 어느 아파트 앞에 선다.
 "여기 살고 있는 건, 대부분이 혼슈나 큐슈에서 이주해온 분들이에요. 시코쿠 밖으로부터 피난해온 사람들 중 많은 수는 버텍스 때문에 가족을 잃고 직장도 집도 잃어서 살아갈 기력을 상실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용자의 싸우는 모습을 보고 전향적인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것 같아요."
 시코쿠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3년 전의 비극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시코쿠를 지키는 용자 덕분에 지금을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저, 가끔씩 시가지 안을 산보하거나 해요. 그랬더니 도시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제가 용자라고 알아차리고 이야기를 걸어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가……."
 와카바는 도시로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루가메성과 기숙사만으로 생활은 완결되고 있고, 와카바는 용자 중에서도 특히 시민들에게 얼굴이 알려져 있기에, 외출은 극력 삼가도록 말을 듣고 있었다.
 안즈는 걸어다니면서, 종종 멈춰서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이야기한다.
 도중, 유모차를 밀면서 걷고 있던 여성과 마주쳤다.
 그녀는 오카바의 얼굴을 보고 멈춰서서,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저기……. 설마 노기 와카바님인가요?"
 와카바가 당황하면서 고개를 끄떡이자, 유모차의 여성은 머리 숙여 '고맙습니다'라고 고했다. 진심으로 그리 말하고 있다는 것이 전해지는 말투였다.
 "저는……. 3년 전, 시마네의 신사에 노기님과 함께 피난했던 사람이에요."
 그녀와 그 남편은, 와카바가 시마네로부터 시코쿠에 피난자를 데리고 돌아온 때에 동행하고 있었다고 했다.
 와카바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것이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와카바가 구해준 두 생명으로부터 다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다.
 "이 아이에게는 '와카바'라고 이름 붙였어요. 용자님의 이름을 기념해서…….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드디어……. 직접 감사를 전하게 되었네요."
 와카바는 그 아기를 안았다.
 생명의 따스함과 무거움을 느낀다.
 여성은 눈에 눈물을 띄우면서 몇 번이고 감사의 말을 입에 담았다.
 그리고 여성이 떠난 후, 안즈는 와카바에게 고한다.
 "이것이, 와카바상이 지키고 있는 것이에요."
 "내가……. 지키고 있는 것."
 안즈의 말을 와카바는 멍하게 서서 되뇐다.
 무언가가…….
 무언가가 와카바의 마음 속에서 변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가…….'
 와카바는 눈을 감는다.
 버텍스 습격 날의 광격은 지금도 선명히 떠올릴 수 있다. 뇌리에 새겨져 있다.
 눈 앞에서 잡아먹히는 사람들.
 시체로 되어 버린 급우.
 꿈틀거리는 괴물들의 모습.
 황폐해진 국토.
 그 기억은 긴 시간이 지나도, 악몽과 같이 와카바의 몸에 얽혀 있다.
 '그 날의 기억에 죽 사로잡혀 있었어…….'
 트라우마였던 것이다.
 3년 전의 참극은 어렸던 와카바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아무리 굳세게 행동해도, 괴물들을 일소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어도, 그 상처는 계속 남아있었다.
 상처는 와카바에게 죽은 자의 복수를 계속해서 요구했다. 버텍스를 앞에 두고 분노로 자기자신을 주체치 못하는 것도, 복수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그 상처가 깊게 깊게 남아 있으니까.
 '하지만……. 이젠, 뛰어넘어야 해.'
 언제까지고 과거에 붙잡혀있어서는 안 된다. 와카바는 지금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짋어지고 있다.
 죽은 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없어진 사람이 아닌, 곁에 있는 사람에게 시선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먼 곳만이 아니라, 좀 더 가까이를……. 자기 주변 사람들을 살펴주는 쪽이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날 밤 히나타가 말했던 말의 의미가, 이제야 와카바에게 이해되었다.
 "그래서 히나타는 나를 떨쳐 버린 것이구나……."
 자신이 안고 있는 약함에는,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히나타는 와카바를 생각해주고 있기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안즈는 고개를 끄떡이며 미소지었다.
 "기숙사를 나가던 때의 히나타상을, 우연히 봤어요. 굉장히 걱정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분명 와카바상을 걱정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고마워……. 안즈, 넌……좋은 녀석이구나."
 "아니에요. 저, 용자로서는 조금 믿음직스럽지 못해도, 동료니까요!"
 안즈는 가슴을 피고 말한다.
 "……믿음직스럽지 않다니 그렇지 않아. 안즈의 저격의 정밀함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점이고 장거리로부터의 원호에 도움을 받는 일도 많아. 게다가 전의 버텍스와 싸웠을 때에는 안즈의 기지가 있었으니까 승리할 수 있었다고."
 "으……. 와카바상에게 칭찬받으니까 굉장히 부끄럽네요……."
 그렇게 와카바와 안즈가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더니, 돌연 두 사람의 사이로부터 쑥 하고 타마코가 얼굴을 드러낸다.


뒤에서 튀어나온 타마코


 "둘이서만 뭘 즐겁게 하고 있는 거야, 타마도 끼워달라고."
 "타맛치 선배? 어째서 여기에?"
 안즈가 놀라고 있으니까, 타마코가 입술을 삐쭉 내민다.
 "안즈랑 와카바가 심각한 얼굴 해서 학교를 나갔으니까 걱정해서 뒤를 쫓아왔어. 설마 싸움이라도 하려는 건가 하고. 그랬더니 싸움은커녕, 뭔가 둘이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고!"
 "……미안, 걱정시켜 버린 것 같네."
 "벼, 별로 사과하는 걸 바란 건 아니지만 말야!"
 오히려 사과 받아서 쑥스러운 것인지, 타마코는 외면을 한다.
 "타마코는 우리들을 걱정해준 거구나……. 타마코는 열렬한 싸움방식으로 모두의 사기를 높이고 있는 것에 더해서 그렇게 다른 동료를 살피는 것도 할 줄 알아. 넌 정말로 둘도 없는 동료야."
 "하아!? 뭐, 뭐얏 갑자기!  계속 칭찬해서 뭔가 꾸미고 있는 거냐!? 타, 타마는 그런 심리적 술수에 속아넘어가지 않으니까 말얏!"
 타마코는 얼굴을 붉히며, 와카바를 향해서 수수께끼의 권법 비슷한 자세를 취한다.
 "아니, 타맛치 선배는 곧잘 속아넘어갈 것 같아……."
 라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안즈.
 "……뭔가 말했어? 안즈."
 "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니, 절대로 말했엇! 굉장히 실례 되는 말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엇!"
 언쟁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와카바는 생각한다.
 자신의 곁에는 믿음직스런, 따뜻한 동료가 있다고.
 이 동료들이 있다면 반드시 과거의 상처도 극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타마코, 안즈."
 와카바는 함께 싸우는 동료인 두 사람에게, 머리를 숙였다.
 "너희들이 곁에 있어준다면, 더 이상 나는 자신의 약함에 져서 폭주하거나 하지 않아. 그러니까……. 계속 함께 싸워주겠어?"
 와카바의 말에 타마코와 안즈는 고개를 끄떡인다.
 "물론이에요, 와카바상은 리더니까!"
 "당연! 타마에게 맡기라고!"
 
 그 날 밤.
 와카바는 치카게의 방에서, 그녀와 정좌한 채로 마주보고 있었다.
 "……."
 "……."
 두 사람 다 말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이윽고…….
 "미안했어, 치카게."
 와카바가 깊게 머리를 숙였다.
 "나는 우쭐해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 혼자서만 싸우고 있을 작정을 하고 있었어. 혼자만으로 버텍스를 쓰러뜨리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과거에 붙잡혀있었던 탓에, 주변의 사람들을 살피는 것도 못한 채, 분노에 자신을 주체하지 못할 때도 있었어. 이게, 내 마음."
 "……."
 치카게는 와카바의 말을, 무언으로 계속해서 듣고 있었다.
 와카바는 얼굴을 들어, 치카게의 눈을 진지하게 응시한다.
 "이제부터는, 혼자서 싸우고 있다는 따위의 자만은 하지 않아. 죽은 사람보다도 살아 있는 사람을 생각해서 싸우겠어…….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와 함께 싸워줬으면 해."
 치카게는 잠시 침묵해,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물 말해도, 의미 따위 없어……. 말로는……. 네가 정말로 변하는 것이 가능할지 어떨지……. 모르는 걸……."
 "……."
 "그러니까…….행동으로 증명해. 나는……. 그것을 곁에서 보고 있어 주겠어."
 "……! 그건, 즉……."
 치카게도 와카바와 함께 계속 싸워주겠다는 것이다.
 "나도……. 조금 말이 심했을지도 모르니까……."
 치카게는 쑥스러운듯 와카바로부터 눈을 피해, 그리 말했다.
 
 유우나가 깨어난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의식도 확실히 있고 상태도 안정되어 있기에, 얼마 있지 않아 일반병동의 1인실로 옮겨졌다. 후유증이 남을만한 상처도 일절 없어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는 듯하다.
 "모두를 굉장히 걱정시켰는데 아무 일도 없이 나아버리다니……. 소동이 나게 해서 미안."
 와카바가 병문안을 갔을 때, 유우나는 면목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잘 낫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야. 게다가……. 사과하는 건 내 쪽이야. 유우나가 이렇게까지 다친 건 내 탓이니까."
 유우나는 건강한 양 행동하고 있지만 아직 몸에는 붕대가 남아있다.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고는 하나……. 역시, 결코 가벼운 상처는 아니었던 것이다.
 와카바는, 유우나가 의식을 잃고 있는 동안에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했다.
 치카게와의 싸움도. 자기 마음의 약함을 깨달았다는 것도. 동료들의 온기를 안 것도.
 그리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곁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와카바가 하는 말을, 유우나는 조용히 듣고 있다.
 "아직 심신 모두 리더로서 미숙하지만……. 이제부터도 함께 싸워줬으면 해."
 와카바가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숙이자, 유우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미소지었다.
 "물론이야. 왜냐하면 난 와카바짱의 친구인걸. 와카바짱은 혼자서 뭐든 해치우려고 하는 점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그 모습이 모두가 기운을 내는 밑바탕이 되었다는 건 절대 틀림 없으니까. 그러니까 난, 이제부터도 죽 함께 싸울 거야."
 "고마워……. 그 말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머리를 숙인 와카바의 표정에는 망설임이 사라진 상쾌함과 새로운 결의가 드러나 있었다.
 "그럼, 유우나는 아직 회복중이니까 너무 오래 있는 것도 안돼겠지. 슬슬 돌아갈게."
 하지만 유우나는 잡고 있는 와카바의 손을 놓지 않고, 멈춰 세운다.
 "아직 면회시간은 있으니까 괜찮아. 이렇게 둘이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다지 없고, 좀 더 곁에 있어줬으면 하는데……. 와카바짱, 뭔가 전보다도 부드러워진 것 같아. 난 지금의 와카바짱 쪽이 좋아."
 
 서력 2019년.
 인류가 황혼의 때를 맞았어도, 세월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소녀들은 그 시간 속에서 변하며, 성장해 간다.
 그리고…….
 소녀들의 시련은 이제부터 시작인 참이었다.



(7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