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7. 15:59ㆍ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앞서 특별상영회로 일부 시청자에게 먼저 공개되었던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5화가 TV에서도 방영되었습니다. 상영회 전후부터 관련정보가 흘러나왔습니다만, 일부 세세한 부분의 왜곡을 제외하면 대강 당시의 정보와 비슷하게 최종회 비슷한 전개를 보여준 5화였습니다. 덕분에 현지 팬들은 벌써부터 다음 전개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나름의 여러 생각들을 서로 교환하고 있는데, 이런 점이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 매 화마다 팬들과 안티 사이에 가타부타 말이 오가고 있는 내용 쪽을 보면 전체적으로 작화도 좋았고 진행도 조금 급하다 싶을 정도로 시원시원하게 흘러가서 24분이라는 분량제한이 조금 아쉬울 정도의 5화였으나, 마도카 마기카 같은 전개 쪽으로 기대를 배팅한 시청자는 실망할 수도 있겠더군요.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딱 기대한 정도였고 괜찮았다고 평하겠습니다만, 전개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면면이 있기에 그러한 틀에 맞춰서 아래에 잇도록 하겠습니다.
1. 용자들의 승리
5화는 간단히 말해서 용자들이, 더 나아가 인류가 버텍스에게 승리한 기점이 되는 에피소드입니다. 2년전 스미 일행을 상처 입히고 소중한 동료마저 앗아갔던 버텍스들이, 5화에서 새로운 용자들에 의해 드디어 구축된 것이지요. 물론 3화 감상문에서도 썼습니다만, 가뜩이나 만개라는 수가 있는 상황에서 봉인기까지 새로 추가되었기에 버텍스가 용자들에 비해 불리한 느낌마저 있었는데 머릿수마저 비슷하니 결과는 예상가능했습니다. 허나 아무도 부상당하지 않고 제한시간내에 깔끔하게 적들을 한번의 싸움에서 몽땅 해치운 것은 엄연히 예상외였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버텍스가 약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개중에 약한 것도 있긴 했습니다만, 수적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양동작전으로 신수를 공략하는 전술을 사용하는 등 충분히 지능적인 모습을 보여준데다가 마지막 버텍스로부터 적출된 미타마의 거대한 크기를 보면 확실히 단순한 괴물 레벨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강화시켜온 동료 간의 결속력과 함께 신수의 초자연적인 힘을 최대치로 발현한 '만개'에 힘입어 용자들은 어려움을 극복해 강대한 적들을 소멸시켰고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성공합니다. 이거 최종화 아니냐고 비꼬는 것도 이해할 법한 전개지요.
2. 여전히 불온한 분위기
버텍스의 싸움만 보면 충분히 모든 것을 해결한 것 같은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5화가 끝난 시점에서 여전히 작중 이야기에는 불온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적이라고 알고 있었던 대상이 너무 일찍 전멸해버린 것도 그렇습니다만 주연들의 대사에서 몇몇 복선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5화의 전개 내에서 나온 중요한 암시에는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벽 너머에 접근하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다는 언급과 둘째, 미타마가 파괴될 때 나오는 빛 알갱이들의 흐름에 대해서 묘하게 흩어진다고 평한 토고의 발언이 그것인데, 일반적으로 무언가 감춰진 비밀이 있음을 드러내는데 자주 쓰이는 암시입니다.
이들 언급으로 인해 작중 주민들이 봐서는 안되는 비밀이 벽 너머에 있음은 거의 확실해졌고, 버텍스의 정체나 벌어지고 있는 싸움에 대해서도 역시 관련된 비밀이 신수와 대사에 의해 의도적으로 은폐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5화의 승리는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 실상 근본적인 부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입니다.
앞으로의 전개는 평화를 되찾은 듯 보였던 일상에서 시코쿠 밖의 동태와 더불어 신수와 대사가 숨기던 중요한 비밀이 드러나 용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는 수순으로 흐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프닝 대사의 한 구절인 진실의 잔혹함이라는 말대로, 충격에 직면하면서도 더욱 그것을 파고들며 시련을 겪을 후반전개가 벌써부터 예상되는군요.
그외로, 버텍스로부터 계속 태양의 이미지가 드러난다는 점도 기억해볼 점인데 역시 신토의 요소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고에서 언급된 '만개의 후유증'이라는 단어도 흥미가 갑니다만, 이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예고의 분위기는 그다지 믿을게 못된다고 할지 정보가 터무니없이 적다고 할지, 그렇게 결정적인 단서를 잡기는 힘들군요.
3. 여전히 수수께께인 토고
5화에서도 토고는 여전히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평범한 소녀가 아님을 시청자에게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중2병 비슷한 눈에 거슬리는 이상한 행태들은 일단 차치하고, 다른 용자부원들을 압도할 정도로 엄청난 활약상을 보여준 것도 그러합니다만,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를 아는 시청자에게는, 그러한 활약이나 버텍스에 대한 태도 등이 아무래도 그녀에게 숨은 과거와 연관되어 있을 법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더욱 인상이 깊어지는 것이겠지요.
이전에 제작진의 비공식적인 언급에 의하면 토고의 과거에 관해 어느 정도 연관성 있는 이야기가 다뤄질 것이고 그 이후 그녀가 보여주는 행동이 주목할 부분이라고 합니다. 예상하기는 이르지만 충분히 기대 가능한 전개입니다. 이미 버텍스들이 다 사라진 이상, 용자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은 필연적이니까요. 게다가 작중에서 유우나에 대한 토고의 깊은 감정이 강조되는데 이 부분을 뒤집어 보면 9화 이후 두 사람이 갈등을 겪는 전개도 충분히 생각해볼만 합니다.
헌데 이렇게 토고가 자꾸 부각되는 것을 보면, 역시 전일담인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를 먼저 애니메이션화하거나 좀 더 잘 알려지게끔 완성해놓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점은 확실히 아쉬운 점을 넘어 부족한 점이라 생각하는데, 전일담을 모를 경우 본편인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를 충분히 즐기기가 힘들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5화도 냉정하게 보면 전일담을 아는 시청자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내용입니다만, 그렇지 않은 다수에게는 빠른 흐름의 전투가 어색하게도 느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 애니메이션의 상업적 결과에도 큰 해가 될 요소로 보입니다.
4. 의외로 활약이 적었던 카린
그다지 주목되지 않는 부분입니다만, 카린에 대해서도 일정한 수준의 관심은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여러 측면이 에반게리온과 비슷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그런 점에서 카린은 에반게리온의 아스카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에반게리온 TVA 후반부에서 큰 사고를 쳤던 아스카처럼, 카린도 향후전개에서 용자부의 앞날을 좌우하는 사건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5명의 용자 중 토고와 함께 강한 축에 속하는 용자임에도 불구하고 5화에서 혼자서만 만개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이 되는데, 앞으로 그녀가 어떤 미래를 겪게 될지 역시 흥미로운 바입니다.
5화부터 오프닝에 카린이 추가된 것도 있고 해서 적는 여담이지만, 오프닝 싱글의 자켓의 용자부 부원들의 그림을 보면 앞을 보라보고 있는 유우나, 후우, 이츠키와 반대로 토고와 카린은 뒤를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보기 좋으라고 그렇게 그려진 것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본편의 이야기와 관련해서 캐릭터 구도 자체가 그렇게 짜여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은 제작진이 두 사람 다 유우나와의 구도를 밀어주는 분위기라 상상이 잘 가지 않는 구도이긴 하지만, 토고가 전일담의 스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의외로 대사의 정식 용자인 카린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된다거나 기타 구색이 잘 맞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런 점 또한 이후의 전개에 기대해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