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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II의 또 다른 마법사, 아이시아에 관한 이야기

2008. 7. 2. 01:12이야기들/미소녀 게임 이야기



애니판 D.C.S.S에 본격적으로 출연했던 또 다른 마법사, 아이시아.

마법사로서 지닌 힘은 강력하지만, 그 사용에 있어서 미숙했던 존재. 마법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했던 착한 마법사. 그로 인해 하츠네 섬에서 저지른 실수로 영원토록 고독 속에서 살아가게 된 가엾은 소녀.

D.C.II의 PS2 이식판인 D.C.II P.S.에서는, 그러한 아이시아의 이야기 또한 담고 있습니다.


새로이 추가된 아이시아 루트는 그녀 자신이 사쿠라와 맞먹는 마법사인만큼 D.C.의 세계관과 잘 맞물리는, 즉 마법의 벚꽃에 가장 깊숙하게 연관됩니다. 요시유키가 스스로 마법에 접근해 직접적으로 행동하는 루트이자, 기존의 D.C.II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여러가지 뒷배경들도 드러나는 이야기였던 것입니다.

D.C.II P.S.에서 새로이 드러나는 사실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요시유키의 이상형

D.C.II의 주인공 요시유키의 이성에 대한 이상형은 아이시아였습니다. 요시유키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던 어느 날, 아이시아와 처음 만났을 때 그만 한눈에 반하게 됩니다. 인형을 연상케하는 외형, 하얀 살결, 루비색의 눈동자, 은발 모든 면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물론 자신은 그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지만, 꽤나 둔감한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빠르게 가까워지지요.

다른 미소녀들에게는 별 다른 감흥을 그리 느끼지 못하는 요시유키가 아이시아에 대해서는 처음 만날 때부터 굉장히 두근거리는 묘사, 그 자신은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매일 상점가 구석에서 선물을 팔고 있는 아이시아와 만나는 것을 즐거워 하는 요시유키를 보면 꽤 신선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2. D.C.S.S.의 진실

아이시아는 요시유키와 달리, 타인과 가까워지는 행위에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그녀가 이전에 저지른 실수에 대한 벌이었으니까요. D.C.S.S.만 보면 아이시아와 관련된 결말이 별거 아닌 일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무거운 결말이었던 것입니다.

50년 정도 전, 아직 준이치와 네무가 학생시절이었을 때 모두가 행복한 세계를 만들고자 마법의 벚꽃나무를 다시 꽃피우게 한 순진무구의 마법사 아이시아. 불행하게도 그 행동은 오히려 폭주한 벚꽃나무에 의해 세계를 혼란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여기서 아이시아는 자신의 생각이 이상에만 치우친 환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마법의 벚꽃나무는 이미 D.C.에서 밝혀졌듯이 그 누구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습니다. 일단 벚꽃나무의 마법이 발동되면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거지요. 결국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을 희생하여 단 하나 남은 비장의 수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것은 사건의 원인을 없었던 것으로 하여 결과를 잠재우는 것, 벚꽃나무에 아이시아가 간섭했던 사실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아니 그보다도 근본적으로 아예 아이시아 자신이 그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역사를 바꾸어 벚꽃나무의 활동을 부정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아이시아는 벚꽃나무에 그러한 새 마법을 걸어 세계의 기록으로부터, 그리고 사쿠라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기억으로부터 삭제됩니다.

이것이 D.C.S.S.의 진실입니다. D.C.와 D.C.II의 세계에서 D.C.S.S.의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즉, 지지 않던 벚꽃이 져버린 것은 단 한번으로 묘사됩니다. 왜냐하면 그 사이 아이시아가 관여한 역사 자체가 그녀에 의해 지워졌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D.C.S.S.는 원작 D.C 시리즈에 엄연히 정식으로 포함되는 작품이었습니다.




3. D.C.와 D.C.II를 연결해주는 또 하나의 존재, 아이시아

아이시아는 그 존재가 세계의 역사로부터 완전히 삭제되어버린 사람입니다. 그녀는 세계라는 시공으로부터 유리되어 있기에 D.C.S.S.의 시점부터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또한 그녀는 혼자입니다. 세계에 속한 어떤 인간과도 연관되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그녀와 접촉하더라도 그 사람은 얼마 가지 않아 그녀의 존재, '그 사실'을 망각하게 됩니다.

준이치 일행과 헤어진 후 50여년동안 아이시아는 세계의 도처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마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때 그녀가 주로 사용한 마법은 선물을 만드는 마법으로, 싼 값에 장난감 등의 선물을 만들어 팔면서 살아갑니다. 하츠네 섬에도 한 번은 들렸던 것으로 보이는데 D.C.S.S.의 결말에 부케를 복제했던 마법도 그런 행동의 일부였겠지요.

이 와중에는 친해질 계기가 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녀를 기억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언제나 고독 속에서 혼자 여행을 계속할 뿐. 이 과정에서 아이시아는,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그 상태로 세계를 전전하다가 D.C.II의 때에 다시 하츠네 섬에 들린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유난히 자신을 오래 기억해주는 소년을 만납니다.

이미 밝혀진 사실이지만, 요시유키는 벚꽃나무에 의해 세계에 존재하게 된 존재로서 불완전한 벚꽃관련 마법사이자 마법의 유물입니다. 그는 세계와 그 역사에 정식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만, 벚꽃나무의 마법에 의해 그 힘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만 세계에 고정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수성이, 그가 아이시아를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아이시아와 요시유키는 둘 다 세계에서 유리된 존재이자 모순관계에 있는 사이입니다. 즉, 벚꽃나무와 관련된 마법을 통해 아이시아는 본래 세계에 존재하는 사람이지만 존재할 수 없는 상태, 요시유키는 본래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존재하게 된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 루트가 마법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다른 루트처럼 사쿠라의 간섭으로 사건이 해결되기보다는, 아이시아와 요시유키 두 사람의 관계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진행되는 상이성을 보이는 것도 이런 특수성이 관계되어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아마도 D.C.II의 루트 중에선 가장 주인공이 능동적인 모습을 보인 시나리오였을 터입니다.




4. 요시유키의 존재를 가능하게 했던 마법

이번에 밝혀진 마법의 설정에서는 양자역학적인 이야기를 조금 덧붙이고 있습니다. 물론 엄밀한 의미에서는 양자역학과 다르지만, 여하튼 주논리는 '세계 내에서 어떤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다른 존재로부터 인식되는 것'이며 그것을 관리하는 섭리로서 '세계의 상식'이라는 강대한 개념이 작용하고 있는데, 이 '인식'과 '상식'의 사이에 간섭할 수 있게 하는 특수한 힘이 바로 '마법'입니다.
 
본래 요시유키는 타인에게서 인식될 수 없는 환상에 불과합니다만, 벚꽃의 마법에 의해 억지로 타인에게 인식시킴으로서 존재하게 된 형태지요. 따라서 벚꽃이 없다면, 그는 세계의 '상식'에 의해서 타인의 인식으로부터 떨어져나가게 되어 없어지게 됩니다. 사실 이는 아이시아도 비슷한데, 다만 아이시아는 일단 정상적인 생명체이므로 자기자신이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그나마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고, 그녀에 관해 존재하는 타인의 '인식'만 '상식'에 의해 삭제될 뿐입니다. 허나 요시유키는 자기자신에게조차 존재근거가 없으므로 완전히 소실되는 거죠.

따라서 요시유키를 존재하게 하는 방법은, 이론적으론 간단합니다.

벚꽃의 마법이 아닌, 다른 순수한 힘으로 그를 세계에 고정시키도록 인식하는 겁니다. 허나 아무리 사람의 마음이 강해도 일반인의 마음은 세계의 '상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잘 것 없는 것입니다. 누군가 그를 세계에 고정할 수 있는 정도로 인식하려 애를 써도 세계의 '상식'이 그것을 부정하면 존재는 불가능합니다.  

기존루트에서 오토메나 유메, 사쿠라 등이 아무리 애를 써도 요시유키를 간단히 구할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결국 D.C.루트에서는 사쿠라가 자신의 의식을 완전히 희생하면서 벚꽃나무에 융합해 마법의 힘으로 요시유키를 구합니다만, 과연 그것이 해피엔딩일지는 의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다른 강한 마법사, 비슷한 상황에 처한 아이시아의 존재는 새로운 가능성이라 할 수 있겠지요. 벚꽃나무에 가장 가까운 존재에 속하는 두 사람의 팀이라면 어쩌면, 사쿠라나 오토메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희망 말이지요.

덧붙이자면, D.C.II P.S.의 아이시아 루트는 기존 D.C.II의 메인스토리를 다시 한 번 풀어나가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기존과 달리 오토메, 유메 루트 이후 에필로그가 바로 이어지지 않고 D.C.즉 다카포 루트를 보도록 되어있지요. 이를 클리어한 후에야 비로소 al fine으로 이행되어 오토메 및 유메 루트의 에필로그를 보게 됩니다. al fine이란 D.C.의 반복을 끝내는 기호지요. 기존 D.C.II의 결말인 al fine을 끝내야만 아이시아 루트가 진행 가능해집니다. 이미 언급했지만, 이는 곧 아이시아 루트가 D.C.II의 '다카포알피네'를 넘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희망으로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증거라 할 수 있겠지요.

위와 같이 새로운 뒷배경들이 D.C.II P.S.에 나타나면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나리오가 진행됩니다.
 

아마도 아이시아는 요시유키가 없었으면 끝내 홀로 세계를 배회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는 타 루트에서 절대적으로 불행해지는 존재가 계속 남는 것을 의미하지요. 하츠네 섬의 지지않는 벚꽃나무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마법사만이 그녀를 기억할 수 있고 연관될 수 있으며, 약간의 예외적 존재인 준이치를 제외하면 그 조건에 맞는 사람은 사쿠라와 요시유키 밖에 남지 않는다는 이야기…….

결국 아이시아를 영원의 고독으로부터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도 요시유키 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이 두 사람은 D.C. 세계관에서 가장 어울리는 한쌍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서로 닮은 동시에 서로를 의지하고 또한, D.C.의 중심인 벚꽃나무의 마법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이야기인 것이지요. 또한, 오랜 시간동안 불쌍했던 소녀 두 명이 구원받고, 거기에 주인공 역시 존재를 인정받기에 확실히 가장 행복한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