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26. 21:10ㆍ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이것은, 죽음보다도 잔혹한 운명과 직면할 수밖에 없는 소녀들의 이야기
그것은, 자기 희생과 깊은 우정의 우화
설령 아무리 고통 받더라도, 결코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그녀들은, 언젠가 희망의 꽃이 팔 것이라고 믿고 있다 - 그것이 그녀들의 동기
마치 크리스마스에 일부러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딱 타이밍 좋게 최종화 일정이 잡혔던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가 드디어 완결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훈훈한 일상과 싸울수록 커져가는 비극 사이에서 여러 의미로 시청자들의 감상을 들고 놓은 작품이 드디어 대단원을 맞은 셈인데, 이미 전일담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의 단행본 추가 에피소드에서 암시했듯 암울함 속에서도 희망이 존재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좀 아쉽다고 해야 할지, 그동안의 반향이 컸던 만큼 1화의 절반 분량만으로 서둘러 마무리된 감이 있는 결말에 대해서는 평이 크게 엇갈릴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적어도 한 사람의 진정한 용자와 그 동료들의 우애 및 활약에 관한 배려와 근성의 이야기로서, 그리고 2년전부터 시작된 비극을 끝내는 해결편으로서의 역할은 나름대로 잘 수행한 결말이었습니다.
1. 토고 미모리의 본심
지난 11화에서 카린의 헌신을 통해 결심을 굳힌 유우나는, 세계를 부수고자 사자자리의 버텍스를 끌고 온 토고의 앞을 가로막아 섰습니다. 소중한 친구로서, 함께 지냈던 자신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미래에 절망한 채 모두와 함께 자멸하려고 하는 친구를 다시금 되돌리고 지키기 위해서 일어섰지요.
하지만 완전히 절망해있는 토고는 세계와 모두를 지키려는 유우나와의 대립마저 감수하면서 버텍스를 보호하며 마침내 마음 속 깊이 품고 있던 본심을, 그녀가 자멸을 택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를 말합니다. 선대 용자였던 시절, 그녀의 2번째 만개의 대가였던 기억의 상실이야말로 그녀를 뿌리채 무너뜨린 요인이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본래 소노코와 둘도 없는 평생의 친구로 있으려 했던 스미는, 기억의 상실로 인해 그 모든 마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지금의 토고는 그저 소노코와의 과거를 슬픈 것으로 밖에 인식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만개와 산화를 거듭하다보면 결국 다시 기억을 잃어버릴 것이고, 소중한 마음이 있던 자리에는 슬픔만이 남을 것입니다.
소노코와 함께 있었던 소중한 마음을 잃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토고는, 이대로라면 아무리 유우나와 함께 힘내도 역시 똑같은 일을 겪을 것이고, 그후로도 계속해서 같은 일을 반복하며 오직 슬픔만을 쌓아나가게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해 모든 희망과 동기를 잃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이래선 아무리 세계를 지켜도 의미가 없습니다.
토고는 이제 세계를 지키는 용자로서의 의미조차 부정한 채,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소중한 사람에 대한 마음만으로 행동합니다. 그게 바로 세계를 지켜온 이유였기에, 이전의 애국심 넘치던 용모는 온데간데 없이, 다른 사람들이 어찌 되든 그저 자신의 소중한 사람만을 생각하는 것으로 한계인 연약한 소녀로서의 본모습을 드러냅니다.
기억을 상실한 그녀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은 찬란한 빛이었을 뿐 아니라 계속되는 싸움 속에서 유일한 버팀목이었고 삶의 원동력이었습니다. 그것을 뺏앗아가며 존재하는 세계란 있느니만도 못한 것이지요. 하지만 동시에, 이는 토고의 마음을 되돌릴 열쇠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2. 유우키 유우나가 도출한 답
더 이상 소중한 추억을 잃고 싶지 않다고 울며 조준조차 하지 않고 마구 포를 쏘아대는 토고의 모습은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비탄의 감정 그 자체입니다. 허나 동시에 그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됩니다. 소중한 마음마저 잃는다는 사실이 공포가 되어 절망으로 이어진다면, 그 공포를 끊을 수만 있어도 삶의 의지는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우나는 바로 거기에 딱 맞는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토고의 갑작스런 폭주에 자신감을 잃기도 했지만, 본질은 불굴의 끝 없는 용기와 모두의 행복 및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진정한 용자 기질의 소녀이지요. 토고를 무너뜨린 요인인 기억상실에 대한 공포마저 상쇄할 정도의 확신을 줄 수 있는 인물인 것입니다.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친구를 자멸로부터 지켜주려 하였고, 마침내 토고가 이성을 잃은 빈틈을 파고들어가 정신을 차리게끔 폭주의 맥을 끊는데 성공합니다. 동시에 쓰러진 토고를 끌어안으며 자신은 결코 잊지 않겠다면서, 죽 같이 있어주겠다고 안심시켜줘 무너진 마음을 다시금 세워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답이었지요.
토고가 필요로 한 것은 거창한 용자의 명분도, 이성적인 논리도 아닌, 감정을 치유해주는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기억상실의 가능성으로 인해 정신적 지주였던 유우나에 대한 확신을 상실한 것은 토고에게 있어 가장 큰 타격이었습니다. 버팀목이 없어졌으니 위태롭기만 하던 정신은 결국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선 잃어버린 유우나에 대한 확신을 재차 성립시키는 것으로 충분할 터입니다.
사실 유우나의 약속에 확실한 근거는 없습니다. 2년전의 소노코 역시 계속 같이 있고 싶어했지만, 어쩔 수 없이 떨어지고 말았으니까요. 다만 소노코는 스미를 보호하기 위해 혼자 모든 대가를 짊어지려 한 결과가 기억상실과 맞물려 이별의 원인이 되었던 만큼, 현재 함께 싸우는 유우나에게는 다른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있었던 비극을 자각하게 된 이상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유우나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유우나의 특별한 힘이었지요. 그러했기에, 낙담한 나머지 모든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버린 토고에게 맞부딪쳐 새로운 선택지로의 길을 열어줄 수 있었습니다.
전일담의 단행본 추가 에피소드에 따르면 소노코가 토고에게 진실을 가르쳐 준 이유는 용자들이 스스로 운명을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소노코가 토고에게 맡긴 그 소망은 유우나를 통해서 결실을 맺은 셈입니다. 그리고 그 용기로 가득찬 선택이 용자부의 최종적인 결말에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 토고를 설득하는데 있어서 유우나의 격투술로 싸운다는 특성이 빛을 발휘했다는 점입니다. 다른 용자라면 강력한 무기들 때문에 아무리 약하게 타격해도 정령이 방어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우나는 생명에의 위험이 없는 정도의, 기껏해야 너클을 낀 손이었기에 토고에게 닿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3. 용자부의 마지막 직무
유우나에 의해 겨우 토고가 제 정신을 차렸다고 해도, 폭주의 결과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토고가 데려온 사자자리의 버텍스는 엄청난 수의 별가루들을 흡수하여 마치 태양을 연상케 하는 에너지 덩어리의 폭탄으로 변화를 완료한 채 신수를 향하지요. 유우나와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택하는 쪽으로 마음을 되돌린 토고는 유우나를 따라, 자신이 초래한 파멸의 위기를 다시금 막으려고 합니다. 마침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이누보자키 자매에다가 용자 시스템의 보조 장치의 도움을 받은 카린까지 가세하면서 모두의 만개를 하나의 힘으로 합쳐 적의 전진을 억제하는데까지는 성공하지요.
거기서 마침내 뒤따라온 유우나가 전력을 쏟아넣으며 멈춰선 버텍스의 미타마에 닿는데 성공합니다. 본래 유우나는 토고를 설득하느라 체력을 소진해버려 마지막 적을 막는 도중에 만개와 변신이 모두 풀린 채 산화로 두 다리의 기능까지 잃어 일어서지도 못하는 상태여야 했습니다만 적성치 최고의 용자답게 오직 토고와 모두를 지키겠다는 불굴의 의지만으로 용자 시스템의 매개 없이 자기 자신의 의식을 직접 자기 몸에 깃든 신수의 힘-정령-에 동기시켜 기적적으로 만개를 이뤄냈고, 적의 강대한 힘과 만개의 힘을 쌍소멸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간 것이었습니다. 용자의 힘이 용자와 신수의 동화를 일으킨다는 점을 고려하면, 용자 시스템의 매개를 거치지 않은 그 대가는 의식 전체를 집어삼킬 정도로 위험한 행위이겠지만, 이론적으로는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할까요. 그런 발버둥 끝에, 당시 강대한 에너지 덩어리의 폭발 뇌관이 되어있던 미타마에 접촉하여 그대로 폭발시킨 것입니다.
이렇게, 폭주 끝에 다시 힘을 합친 용자부의 활약으로 적들은 모두 처리되어, 신수가 있는 숲에 해당하는 자리의 수해는 상당히 큰 피해를 입었지만, 신수만큼은 큰 문제 없이 살아남게 됩니다. 큰 위기였던 탓인지, 버텍스의 폭발 장면에서는 신수도 무언가 인지적인 반응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지요. 물론 신수결계의 구멍 문제가 있지만 버텍스측도 너무 많은 수의 별가루를 소비한데다가 지휘 역할을 맡고 있는 사자자리 버텍스의 미타마가 파괴된 탓인지 침공을 멈춰, 그 사이에 결계의 구멍도 복구되어 위기를 넘긴 모양입니다. 그럼으로써 정적 속에서 버텍스와 싸운 자리의 수해에 남은 것은 오직 5명의 용자들과 정령들 뿐이었고, 뒤이어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던 정령들도 점차 실체를 잃고 제각기 꽃잎들로 변하며 흩어져, 마침내 용자부의 직무는 끝을 맺게 됩니다.
4. 한 사람의 희생과 작은 구원
이전에 설정 설명에서 언급했듯, 정령은 용자에게 깃들어 있었던 신수의 힘의 실체화된 모습입니다. 이들이 소멸했다는 것은 그동안 용자에게 깃들어 있었던 신수의 힘이 떠나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즉, 싸움이 끝난 후, 일상으로 돌아간 용자부 부원들은 다들 용자의 직무로부터 완전하게 해방되었다는 뜻입니다. 후우와 카린도 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지요. 카린은 이제 완전히 용자부의 일원으로서 삶의 방향을 뚜렷하게 찾은 모양새입니다.
유우나를 제외한 용자부의 4인이 용자자격을 잃은 이유는, 대사의 연락에서는 단지 정령을 잃었기 때문이라 나오지만, 전일담에서의 언급을 참고로 한다면 신수가 그녀들을 포기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요. 만개와 산화로 인한 제물 때문에 용자가 폭주한 결과 멸망까지 당할 뻔했으니까요. 아무리 신수라도 일단은 나무이니 현실에 직접적인 간섭행위가 불가능한 이상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자신에게 반감을 지녔거나 그 계기가 된 이번 용자들은 후환을 생각해서라도 놓아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용자가 제물을 바쳐야 하는 규칙도 바뀌었다는 것 같지요. 덤으로 전일담에서의 결전 직후처럼 일련의 사태에 의해 버텍스들도 큰 피해를 입어 한동안은 침공해오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가 대사로부터 전해집니다. 이런 점에선 후우나 특히 토고의 폭주에도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용인되던 불합리한 체제에 그녀들이 항거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체제가 개선되는 날은 오지 않았을 테니까요. 단, 그 배경에는 소노코의 상냥한 배려가 있었으며, 더불어서 그녀들의 항거가 의미 있도록 해준 사람은 결국 모든 이들를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 희생마저 마다하지 않았던 유우나라는 점 역시 잊지 말아야겠지요.
또한 신수가 용자를 놓아주었으므로, 신수의 힘을 내려받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신수와의 동화도 없는 일이 됩니다. 동화해 있으면 해방시킬 수 없을 터이지요. 산화로 인한 신체 기능 상실이 신수와의 동화로 인한 것이니, 동화가 풀리면 당연히 제물로 바쳐진 기능들도 돌아와야 합니다. 그런 까닭으로 용자들의 장애도 모두 해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비록 작렬하는 불지옥과 버텍스에게 둘러쌓인 채 미래 없는 현상유지가 한계인 세상 자체는 변함이 없고 용자의 직무 역시 자신들만 해방된 것이지 몇 년 후면 다른 적성자들이 이어 받아서 싸움을 계속하겠지만, 어찌되었든 그동안 모두를 괴롭혔던 비극의 표면적 원인들만큼은 한꺼번에 대부분 제거됨으로써 현재의 소중한 일상만큼은 온전하게 지켜진 셈입니다. 이누보자키 자매가 기쁨을 나누는 모습에서도 그러한 일상의 소중함이 잘 드러납니다.
그저 단 한 사람, 유우나만이 예외였지요. 용자 시스템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 그 자체로 신수의 힘을 꺼내 만개를 발동한 유우나는 이후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사실상 살아있는 시체 상태가 계속됩니다. 세 번째 산화로 바쳐진 제물은 의식이었던 것이지요. 토고가 읽어준 대본의 '용자는 외톨이가 되었다'는 내용처럼, 혼자서만 여전히 신수에 바쳐진, 즉 동화된 상태라고 할까, 다른 모두가 신체 기능을 되찾아가는 와중에도 몸 자체는 깨어있지만 상실된 신체 기능은 돌아오지 않은 채 속은 텅 빈 폐인상태로서, 어느덧 다리의 기능을 다 회복한 토고와 입장이 반대가 됩니다. 토고나 용자부의 모두가 학교축제를 준비하며 병문안을 매번 오지만, 그녀는 홀로 만개의 대가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채 가을을 맞습니다.
마지막 전투로부터 두어달이 지나 낙엽들이 떨어지는 11월의 어느 날, 병원 마당의 가운데서 유우나가 깨어날 것이라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계속해서 용자 이야기의 각본을 읽어주고 말을 걸어오던 토고였지만, 결국은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인신공양의 암울한 싸움은 토고의 폭주를 계기로 유우나가 끝내는 형태로 마무리 되었지만, 그 결과 최종적으로 유우나가 희생되어버렸으니까요. 결국 토고는 또 다시 자기 자신 때문에 소중한 친구를 잃는 아픔과 직면하게 된 것이지요.
5. 용자의 기적
만약 마지막 싸움 이후로 유우나가 영영 깨어나지 않았다면, 심약한 토고는 결국 또 다시 마음이 꺾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토고가 슬피 울었던 그때 갑자기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작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마치 애타게 친우가 돌아오길 바라는 눈물 섞인 목소리에 반응한 것처럼 말입니다. 고개를 돌린 토고의 눈앞에는 기적이 일어나 있었습니다. 토고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었다고 말하며 유우나 역시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남은 용자부 부원이 돌아오고, 용자부 5명은 다시금 전원이 모이게 됩니다. 토고는 유우나가 돌아온 것을 유우나 자신의 힘에 의한 것이라 말하고 유우나는 그런 토고를 긍정하지요. 상사·상애라고 해야 하나요. 절친한 두 사람의 사이는 지금까지의 일들로 인해 더욱 더 굳건해진 느낌입니다. 더불어서 유우나가 깨어난 이유를 말하는 장면에서 토고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만, 토고의 경우는 그동안 애국심에 너무 매달리는 성향이었던 것이 배신당하는 결과로 돌아와 반역자까지 되는 지경에 몰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었는데, 그런 문제의 해답이라고 할지, 이제 국가가 아니라 유우나와 같은 선하고 올곧은 사람의 마음을 쫓는 쪽으로 변화한 점이 또 눈에 띄는 점이었습니다.
유우나가 돌아오면서 그동안 준비해왔던 연극도 무사히 진행됩니다. 그녀들과 멀리 떨어져 있던 소노코도 어느새 상실했던 신체 기능을 돌려받아 성한 몸으로 일어서고 있었습니다. 결국 살아남은 용자들 모두가 부조리한 세계의 현실 속에서 작게나마 구원을 얻은 셈입니다. 연극 중 유우나가 말한, 비록 어찌할 수 없는 세계에 있다 할지라도 일상의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근성이 솟아나오고 견뎌낼 수 있다는 대사처럼, 모두들 포기하지 않고 힘낸 결과 최선의 가능성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이야말로 바로 진짜 용기이고 의미 있는 희생의 조건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모든 기적의 중심에는 유우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결국 용자는 불굴의 의지로 기적을 파급시켜 모두의 행복을 지켜냈습니다. 유우나가 잠깐 현기증으로 넘어졌을 때 그녀를 걱정하며 달려와 모두 모이게 된 용자부 전원에게 관객들이 보낸 박수는, 그녀들과 유우나가 그렇게 힘써서 지키고 이룬 일들에 대한 작지만 감격스런 보상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 애니메이션과 전일담 소설과의 의미적 관계도 바로 이런 기적을 통해 대칭적으로 완전하게 성립하게 됩니다. 전일담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가 신수가 용자들로부터 인신공양을 받게 되는데 이르는 과정과 그 비극을 그렸다면, 반대로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에서는 신수가 인신공양을 더 이상 받지 않도록 용자들이 룰을 바꾸게 되는데 이르는 과정 및 전일담부터 계속되어 온 비극의 끝을 그렸다는 것입니다. 화면상에 자세히 드러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최종화의 결과를 통해 전일담에서부터 시작된 슬픈 이야기들이 대부분 일단락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누누히 언급했지만 주로 배경정보 이해 및 공감대의 형성의 이유에서 전일담을 미리 다 본 시청자와 그러지 않은 시청자 사이의 감상은 천양지차가 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용자 시스템의 변화와 그동안 바쳤던 신체 기능의 반환이라는 결과는 전자에게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실로 감명 깊고 대단원다운 결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12화까지의 이야기를 한 화 한 화 나눠서가 아니라 1~2화, 3~6화, 7~9화, 10~12화의 네 마디로 나눠서 각 마디를 하나의 묶음으로 감상해본다면 이러한 측면이 좀 더 확실하게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단, 개인적으로 12화에서 가장 비판을 받을 만한 부분을 고르라고 하면 B파트에서 바로 이 결말부분까지 연결되는 연결고리의 구성을 고를 것입니다. 하나하나의 컷은 분명 매우 좋습니다. 몇몇은 정말 감동적인 컷입니다. 허나 우려했던대로 그것들을 잇는데 있어서 역시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부정적인 방향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흐름이 상당히 난잡하다고 느껴지는 것이지요. 어떤 의미로는 에반게리온 TVA 마지막화를 봤을 때의 느낌 같기도 합니다만, 마지막에 버텍스를 막는 흐름까지는 좋은데, 이후가 마치 내용 요약 같은 흐름으로 빠르게 진행된데다 설명이 되는 묘사도 별로 없습니다. 뭔가 아직 숨겨진 내막도 있는 것 같은데 영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배드엔딩을 납득하고 싶은 시청자는 별로 없겠지만, 이전까지 전체주의적인 체제나 희생의 강요를 부정적으로 표현했으면서도 갑자기 근성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고 한다면 더 납득하기 어려울 터입니다. 아무리 작중에 언급되는 근성이 근성론이 아니라 근성의 근본 되는 마음가짐을 강조하기 위한 개념이라지만, 묘사의 생략이 많다 보니 난해하고 종국에는 상업적 결과에도 해를 끼칠 듯이 보이는 것이지요. 13화 구성이었으면 좋았을텐데, 12화 구성이라 그동안까지 잘 맞춰왔던 박자를 마무리에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해야 하려나요.
하지만 결말부에 관해 여러 가지 비판적 감상이 떠오르는 속에서도, 연극이 마지막 부분에서의 박수갈채처럼, 그 중심만큼은 치켜세우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해주며 행동하는 사람은 어느 순간에서도 빛나는 법입니다. 유우나는 용자로서 마지막까지 빛났고,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점은 있지만, 끝내 용자들을 구해냈습니다. 그리고 전일담에서부터 죽 친구를 생각하며 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려한 소노코 역시 정상의 몸을 되찾았습니다. 슬픔에 빠진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힘이 되어주려하는, 그리고 불합리한 통제 아래 이용당하는 당사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려고 노력하는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인간세계에 가장 필요한 '용자'가 아닐까 생각하는 입장에서, 적어도 이 두 사람이 나름대로 결과를 얻고 미래를 손에 넣었다는 점, 그리고 그녀들로부터 모두가 구원을 받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만큼은 마무리 과정의 부족한 점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위안을 얻게 됩니다. 여기에 여담을 더하자면 개인적으로 소노코를 마음에 들어했던 점에서, 더 등장하지 않는 점은 안타까웠지만, 소노코가 몸을 회복해 2년 전 자신들이 용자로서 싸웠던 장소를 바라보며 서있는 뒷모습에 내심 감동을 받았습니다.
6.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용자부의 연극이 끝날 무렵, 돌연 유우나가 의식을 잃다가 간신히 되찾습니다. 단순히 그동안의 재활과 준비에 지친 영향이라 생각하면 별 거 아닐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전이나 이후에 나온 몇몇 장면들과 연계해보면 꽤 무거운 암시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우선 애니메이션이 끝나는 부분을 보면, 마지막으로 용자부의 모두를 비추면서 이야기가 끝을 맺습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의 마지막에 하나의 문장이 나옵니다. '유우키 유우나의 장'이라는 챕터명과 같은 글이었지요. 여러 가지로 의미 심장한 느낌이라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편입니다. 분명한 것은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라는 이 애니메이션의 제목과 연결되는 문장이라는 점이겠지요.
12화에서 유우나만 용자부의 마지막 싸움 이후 깨어나지 않은 이유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위에서 묘사했듯 용자 시스템조차 거치지 않고 직접 신수와 이어져 만개의 힘을 발휘했다는 점을 볼 때, 산화로 바쳐져 동화된 그녀의 신체 기능이 신수조차 어찌하기 힘든 독립적 상태였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요. 즉, 본래는 용자 시스템의 매개를 통해서만 용자의 힘이 신수로부터 내려와 적성자의 몸에 깃들고 제어될 수 있는 것인데 반해, 유우나는 체력 고갈로 용자 시스템의 매개가 불가능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고 적성치의 용자로서 의지를 극한까지 끌어 올린 결과 그 의식이 자기 몸에 깃들어 있는 신수의 힘-정령-에 직접 동기되는 수준에, 다시 말해서 또 하나의 신수의 의지라 불릴만한 수준으로까지 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하여 신수로부터 힘을 내려받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그녀 쪽에서 정령을 제어해 신수의 힘을 억지로 끄집어내는 식으로 만개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만개 발동 묘사도 특이했지요. 이런 탓에 그녀의 용자 특질도 기존의 용자 시스템 및 신수의 통제로부터 어긋나, 신수 쪽에서 일방적으로 제물을 돌려주거나 간섭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이에 관한 또 하나의 암시가 정령에 있는데, 다른 용자들의 정령이 완전하게 소멸하여 꽃잎으로 흩어지는 장면에서 유우나만큼은 그런 흔적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 바로 전, 자신의 의식과 정령만을 통해 만개를 발동했을 당시 정령이 사라진 후부터 아예 나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마도 용자로서의 특질이 변질되면서 정령의 힘마저 유우나 쪽에서 상당량 끌어가게 된 결과 같이 일체화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이게 아니라면 정령도 없이 미타마의 자폭으로부터 별 외상 없이 살아남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겠지요. 물론 이후에 정령이 돌아다니지는 장면도 없습니다. 하긴 설사 나온다 해도 유우나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반응을 할 수 없고 더 이상 용자 후보가 아닌 용자부 부원들에게 보일 리도 없을 뿐더러, 제물을 바칠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하니 일반인들이 알아볼 수 있는 단서는 없습니다만, 장면 연출적으로 볼 때 이전의 용자 때와는 상태가 다르다고 판단할 여지가 큽니다. 결국 어느 쪽이든, 다른 용자들이 다 용자의 직무로부터 해방된 상황에서도 유우나는 정신을 잃은 채 얼마간 계속 그대로 기존의 용자 자리에 붙잡혀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제목과 같이 말입니다.
하나 더 생각할 만한 부분은 그럼 어째서 혼자 깨어나지 못하던 유우나가 갑자기 의식을 되찾았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토고나 유우나는 신수의 가호를 통해 깨어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근성으로 돌아왔다고 말했지요. 또한 그 전에 이제 다 틀렸다고 생각했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즉, 그녀는 의식불명 상태에서도 사실 내면적으로 의식이 있었고 주변의 상황을 나름대로 파악하면서 계속 깨어나려고 힘쓰고 있었다는 소리가 됩니다. 이를 위의, 산화로 바쳐진 신체 기능이 신수도 어쩌지 못할 형태로 동화되어 있었다는 상황과 결부시키면, 유우나는 용자부에서 유일하게 용자의 직무에 남겨진 채 그 의식이 신수에 파묻혀있으면서도 완전히 흡수되지 않고 자아를 유지한 채 남아있는 몸을 통해 토고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며, 더 나아가서 신수의 일부이자 독립된 인격체로서 토고와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끝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 결과 나름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러 마침내 신수로부터 해방되는데 성공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어쩌면 다른 용자들이 먼저 직무에서 해방된 내막에도 당시 신수 안에 의식이 동화되어 있었던 유우나의 숨은 공로가 있을지 모릅니다.
정리하자면 유우나는 맨 몸으로 만개를 사용할 수 있는, 심신 그 자체가 용자 시스템이나 다름 없는 최강의 용자인 동시에 어떤 시련 속에서도 폭주하지 아니한 안정된 용자로서 용자부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인류수호를 위한 직무에 잔류했던 소녀이며, 신수 쪽에서 해방이 어려울 정도로 의식이 동화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근성으로 자아를 유지한 채 소중한 모두를 위해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바란 끝에 기적적으로, 이전에 제물로 바쳐졌었던 미각이나 다리를 포함하여, 자신을 신수로부터 해방시키는데 성공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몸으로 신수의 힘을 직접 다루고 풀어낸 것인 만큼 꽤나 무리를 했기 때문에 마지막 부분의 연극에서 쓰러졌던 것처럼, 부작용이나 체력의 약화와 같은 후유증을 홀로 짊어지게 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혹은 일련의 일들로 용자 시스템이 필요없을 정도로 신수와 너무 밀접하게 연관되어 버렸기 때문에 당장 신체의 해방은 되었어도 여전히 용자의 속성은 사라지지 않은 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든 그녀는 연극이 끝난 그 순간까지도, 제목에서 말하듯, 작중의 모두에게 있어 용자임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12화로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TVA는 일단 완결되었습니다. 용자부원들 5명의 행복을 바랐던 분들이라면 그래도 안도할 수 있는 결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시에 약간은 아쉽고, 또한 축약적 마무리로 인한 여운이 심한 최종화이기도 했습니다. 남겨진 수수께끼가 너무 많다고 해야겠지요. 특히 소노코와 관련된 묘사나 단행본 추가 에피소드의 장면이 더 없다는 점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팬들조차 아쉬워하는 부분입니다. 그나마 희망이 가득하게 마무리된 용자부의 이야기도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씁쓸함을 남겨놓은 결말입니다. 용자부 일동의 싸움은 끝났지만, 버텍스는 앞으로도 계속 진화하며 침공해올 것이고 후대의 누군가가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12화를 보면 유우나는 이야기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용자로서의 메시지를, 어쩌면 이후 용자의 직무를 계승하게 될지도 모를 여러 아이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작중의 연극각본에서 용자는 혼자 외톨이라고 했지요. 최악의 경우, 비록 용자의 직무로부터 해방되었다 하더라도, 유우나는 아직도 혼자서 친구들을 생각하며 계속해서 무리를 할 셈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의의는 있습니다. 작중 인류와 용자, 버텍스의 이야기는 후대로 계속 이어질 터이지만, 더 이상 그 누구도 산화로 인한 슬픔을 겪을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는, 전일담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에서 시작된 산화의 비극을 드디어 해소했다는 전환점을 '용기'라는 테마로써 그려내고자 했던 이야기인 것입니다.
G's 매거진 3월호에서 12화 결말의 후일담에 해당하는 소설이 연재된다고 예고되었습니다만, 돌연 이전까지의 내용을 총정리한다고 문구가 바뀌었더군요. 다만 마지막에 '유우키 유우나의 장'이라는 글귀에서 다른 이야기가 더해질 수 있겠다는 예측은 다들 하셨을 것입니다. 용자부와 소노코의 앞날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나중에 이에 관한 정보들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또한 게임판과 더불어, BD에 뭔가 보충하는 매체나 혹은 13화가 추가되기를 한 번 소망해봅니다. 아직 숨은 설정도 많이 있고, 이후의 일상도 남았고, 소노코가 토고에게 만나러 가서 추억을 이어가는 장면도 보고 싶고 등등, 이대로 끝내기에는 역시 많이 아쉽다고 생각하니까요. 적어도, 3개월 동안 큰 즐거움을 준 애니메이션임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TV에서 용자부의 활약을 더는 볼 수 없게된다는 점은 아쉽지만, 캐릭터들에게도 많이 감정이입을 했었고 애착이 있었던 만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야기가 더 나와줘서 용자들의 밝은 앞날 및 유우나와 토고, 소노코의 훈훈한 일상이 계속되기를 빌며 이상 TVA 12화까지의 감상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