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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11화 감상

2014. 12. 19. 20:30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지난주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10화의 충격에 이어 최근 문제의 11화가 방영되었습니다. 10화의 폭주하는 내용도 그렇고 특히 성우 테루이 하루카 씨의 트위터 글 때문에 대부분 11화가 어떤 내용일지 대강 예상을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극중 구도가 거의 다 드러나는 느낌이면서도, 역시나 참혹하기 그지없는 전개를 보여주며 다시 한번 시청자들에게 정신적 데미지를 안겨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의도적인 연출인지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잔혹함이나 충격의 강도가 심해지고 있는데, 특히 카린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다른 그 누구보다도 더욱 가혹한 에피소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도무지 미래가 안 보이는 사면초가 상황에서 어느 선택을 하든 희생을 피할 수 없는 용자들에게 과연 구원의 길은 있는 것일까요.

 

 

1. 가혹한 진실과 마주하는 용자부



지난 10화에서 신수와 대사에게 반역한 토고가 스스로 결계의 벽을 깨버린 사건은 결계 밖 세계의 실태와 더불어서 많은 시청자에게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이번 11화에서는 용자부 부원들이 바로 그러한 충격을 맛보게 되면서 각자의 특성에 맞물려 다른 반응을 보여주게 됩니다.

 

개중에서 가장 빨리 반응을 보여준 사람은 유우나였으니, 무수한 수의 버텍스 무리들이 다가오는 가운데 시코쿠를 둘러싼 벽 위에 토고가 있음을 확인한 유우나는 바로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단, 가장 절친한 사이인 토고를 구하려고 하는 그 행동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데, 문제는 거기서 유우나로서는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뭐니뭐니해도 시코쿠를 지켜야 할 용자인 토고 자신이 벽을 부수고 있으니까요.

 

핀판넬이 연상되는 새로운 무기로 무수한 버텍스로부터 몸을 지키면서도 신수를 파괴하려 버텍스를 불러오고 있는 토고의 모순적 언행에 유우나는 아연실색합니다. 이어서 유우나를 지키기 위해 카린이 따라오고 역시나 경악하지만, 그나마 그녀는 다른 부원들보다 유우나를 더 우선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자신만의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바로 토고에게 칼을 겨누지요. 그 두 사람에게 토고는 결계 밖의 상황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심정을 설명합니다. 10화에서 보여줬던 그 절망감을, 죽음으로써 모두를 해방시키겠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을 말이지요.

 

그렇게 이미 절망해 파괴자가 되어버린 토고와, 세계의 진실과 더불어 친구의 그런 절망을 감지하지 못하고 내버려둔 자신을 자책하는 유우키 유우나, 그리고 그 유우키 유우나의 모습에 가슴 아파하며 격려하고 지켜주려 하는 카린, 무수한 수의 버텍스의 출현에 마지막 희망마저 잃은 채 주저앉는 후우, 주저앉은 언니를 지키려고, 그리고 언니가 재기하도록 힘이 되어주고자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이츠키 등 각 주연들이 가혹한 진실에 대하여 저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개는 클라이막스로 옮겨갑니다. 


 

2. 처음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유우키 유우나



상술하였듯 유우나는 토고의 변모를 목격하면서 급격한 심경변화를 겪게 되어, 용자 변신마저 불가능해질 정도로 불안정해집니다. 물론 그녀의 가치관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 10화에서 보여준 그 올곧은 모습에 걸맞게 세계의 진실이 지옥이든 뭐든 지금 당장은 용자부의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일상이 그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임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소중히 여기고 둘도 없이 가까이 지내던 사이였는데도 상대의 좌절을 알아채지 못했는데다가, 이상 행동을 보여주는 와중에도 별 위안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크게 충격을 받으면서 자신의 행동이념에 대한 당위성을 잃어버렸다고 할까요. 


토고와의 대면을 통해 결계 밖 세계를 본 후 버텍스의 공격을 받아 기절한 채 카린과 함께 수해에 떨어진 유우나는, 지금까지 행해온 자신의 방식이 그녀가 특히 관심을 집중해왔던 토고의 폭주로 인해 부정되어버린 상황이기에 심리적인 정체에 빠져버린 채 끝내 하릴없이 흐느끼기 시작합니다. 예고에서 나온 친구실격이라는 말도 여기서의 한탄이었지요. 여태까지 자신이 행해왔던 행동이 옳았던 것인지, 자신의 가치관에 의미가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되어 고뇌하는 사이에도 버텍스는 몰려오고, 결국 용자변신도 못한채 도움이 안되는 자신을 자각하고 그에 대한 죄악감에 크게 흔들리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들을 본 일부 버텍스 무리에게 공격을 당하게 되지요. 만약 카린이 곁에 같이 있지 않았다면, 유우나는 거기서 완전히 좌절하여 가치관마저 무너진 채 영영 재기할 수 없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3. 미요시 카린의 장렬한 활약



제목의 꽃말에서 드러나듯 11화는 카린이 중심이 되는 에피소드입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여태까지 카린이 스스로의 말에 비해 그다지 활약을 보이지 못했기에, 이번 에피소드에서 한꺼번에 활약해줄 것이라 예상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완전히 맞아떨어졌지요. 그 활약은 실로 엄청나서, 절망하기 직전까지 몰려 위태로운 심리에 처해있던 유우나의 마음을 붙잡아준 것은 물론, 버텍스의 전력 상당수를 깎는데까지 성공합니다. 물론 모두가 걱정하고 불안해한 대가와 함께 말입니다.


앞서 함께 토고와 대면한 후 수해로 추락하면서 유우나와 같이 있게된 카린은 기절해있는 사이에 어렴풋이 유우나의 한탄을 들은 모양입니다. 그렇기에 몰려온 버텍스 앞에서 정신을 차리고 적들을 처리한 후 곧바로 유우나에게 와서 다독여주려고 한 것이고 대사의 용자가 아닌 용자부의 용자로서 유우나가 울지 않게끔 하고 싶다며 만개의 대가마저 각오한 채 싸움터에 홀로 나간 것이지요. 이 장면에서 그동안 카린이 얼마나 유우나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는지, 그런 유우나를 통해 얻언 용자부의 인연이 그녀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드러나지요. 돌격 직전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것도 용자부와 함께 찍은 생일사진이었습니다.


물론 이전에 포스팅한대로 불행한 과거사의 영향도 있어서 자신의 직무에만큼은 누구보다도 착실한 그녀이니만큼 여차할 때 스스로를 던지려는 성향도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11화에서의 활약은 단지 그런 이유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유우나는 대인관계가 서투른 카린에게 줄곧 관심을 갖고 친구로서 용자부의 일원으로 녹아들게 해주었으며, 용자부에서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게끔 해주었습니다. 과거 토고에게 삶의 의지를 되찾게 해줬던 것처럼, 카린에게 있어서도 유우나는 은인이나 다름 없는 소중한 친구인 셈입니다.


다른 용자들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활약할 수 없는 가운데서, 카린은 용자부의 일원으로서 용자부 5개조를 외치며 그야말로 몸을 던져서 수많은 버텍스들을 베어넘기고 새로 막 재생해서 침공해온 거대 버텍스 5체까지 혼자서 상대합니다. 역시 긴의 후계자라고 할지, 5화의 전투도 엄청났다고는 하지만, 그때는 5명이 같이 싸웠는데 반해 이번에는 혼자서 싸우는 상황이니 장렬함의 차원이 다릅니다. 더욱이 자기 고유의 용자 시스템이 아닌, 선대용자 긴의 것을 편법으로 이어 쓰고 있다는 페널티마저 붙어 있지요. 그나마 적들이 아직 재생을 다 끝마치지 못한 미완성 형태라는 것과, 미타마의 존재가 알려져 있어서 적의 무한한 재생능력을 봉할 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여겨야겠지요. 전일담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에서 소노코는 완성체였던 물고기자리 및 사자자리의 버텍스 2체를 미타마 파괴 없이 물리치는데 무려 20번이나 만개를 거듭했을 정도니까요.


결국 그렇게 대군과 싸우면서 필연적으로, 카린은 희생을 감수하게 됩니다. 현란한 검무와 돌진력에 더하여 첫번째 만개로 처녀자리와 게자리를 해치우고, 전갈자리에게 공격받는 와중에 만개가 풀려 첫번째 산화로서 오른팔의 기능을 상실합니다. 그럼에도 공격을 재개하며 두번째 만개를 거듭, 전갈자리를 해치우고 사수자리의 공격을 받지만 방어해나가며 다시 산화, 오른쪽 다리의 기능을 신수에게 바치게 됩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세번째로 만개를 발동해 사수자리를 섬멸하며 그 와중에 물고기자리의 공격을 받고 날아가며 산화로 청각을 잃어버립니다. 허나 전혀 의지를 굽히지 않은채 거기서 네번째까지 만개, 마침내 마지막 남은 물고기자리를 파괴하며 시력마저 산화로써 내어준 채 의식을 잃고 수해 속으로 추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활약은 전일담에서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를 위해 결과를 알면서도 스스로 희생을 택한 소노코와 너무나 유사합니다. 거대한 적들은 물리쳤지만, 가혹한 싸움 끝에 남은 상황은 정말로 참혹하기 그지 없습니다. 아직 토고를 되돌리지 못한 것도 문제겠지만 그보다도 당장, 토고를 절망시킨 만개의 대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추락장소를 찾아 달려온 유우나의 눈에 보였던 것은 더 이상 볼 수도, 들 수도 없게 되어버린 친구의 모습이었지요. 유우나가 안아올리자, 누구인지도 못알아보고 유우나냐고 묻는 모습은 정말 팬들의 마음마저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그저 왼손의 촉감으로 상대를 가늠해 말하는 카린에게 유우나는 눈물을 흘리며 슬픔에 복받쳐 웁니다. 그제서야 유우나도 자신들 용자의 처지가 어떠한 것인지, 토고의 마음을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러나 카린은 그런 몸이 되었으면서도 오히려 유우나를 절망하지 않게끔 격려합니다. 전일담에서 불구가 된 몸으로도 친우인 스미, 즉 토고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소노코처럼 말입니다. 이쯤 되면 유우나와 카린의 관계가 전일담의 스미와 소노코의 관계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지요. 오히려 고맙다고, 용자의 직무가 인생의 목적이었던 이전의 자신을 바꿔준 유우나에게 감사를 표하며, 유우나라면 분명 토고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불어넣어주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가장 친했던 친우의 폭주로 인해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게 된 유우나를 강하게 긍정해주며 용자에의 확신을 되찾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자신을 불태우는 불빛처럼 말입니다. 용자를 향한 길에서 헤매게 된 유우나에게 있어서 카린의 그 감사의 말은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는 답이었습니다. 여태껏 남에게 도움만을 주고 의존 받는 존재이기만 했던 유우나가 처음으로 다른 이의 도움에 의지해 일어서게 된 장면이지요. 유일하게 유우나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토고처럼, 카린 역시 어느 의미 유우나에게 있어 둘도 없는 존재가 된 셈입니다.



4. 서로를 지탱하며 재기한 이누보자키 자매 



이번 11화에서 이누보자키 자매는 엎친데 덮쳤다고, 후우의 폭주를 겨우 멈춰놨더니 더 심각한 대사태가 터진 상황입니다. 이제 버텍스의 침공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겨우 위안을 얻었건만 눈앞에는 무수한 버텍스가 있으니, 후우가 전의를 상실할만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이츠키는 필사적으로 버텍스들과 싸우며 주저앉아버린 언니를 지키려고 싸웁니다. 언니가 있는 한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 정신은 이런 상황에서조차 눈부시게 빛을 발휘한 셈이지요. 그리고 그런 여동생을 바라보면서 후우도 이윽고 삶의 의지를 되찾아가게 됩니다. 결국 이들 자매는 서로가 서로를 지탱함으로써 계속해서 가혹한 현실에 맞서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된 것입니다.  


카린이 희생을 치르며 결계의 구멍으로부터 들어오는 엄청난 수의 버텍스 군세와 거대 버텍스를 처리할 때, 이누보자키 자매들은 이미 수해 쪽으로 들어온 버텍스의 무리들을 처리한 모양입니다. 물론 작은 버텍스들은 신수에 피해를 입힐 힘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녀들의 보이지 않는 활약으로 인해 그나마 방어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마침 이전의 만개로 인해 이츠키의 대형 배리어 같은 새로운 무기도 생겼고요. 카린이 4번 만개를 거듭하고 추락한 시점에서 자매들은 어느새 토고가 있는 결계의 구멍 지점까지 도달하여, 이츠키가 버텍스의 침입을 봉쇄하는 동시에 후우가 토고를 막고자 대치하는 상황이 되지요.



5. 토고 미모리와 나머지 용자부 부원들의 대립



침략해오는 외적 버텍스를 섬멸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용자부였건만 어느덧 토고와 나머지 용자들의 대립으로 싸움의 양상이 크게 변해버렸습니다. 특히 이전까지 그렇게나 애국심 넘쳐나던 소녀가, 충성하던 대상으로부터 배신당했음을 깨닫고 좌절하여 반역으로 돌아선 모습은 보는 입장에서 참으로 오싹할 지경입니다. 용자가 어느새 마왕이 되어버린 꼴이지요. 그녀, 즉 토고가 갖고 있던 신수에 대한 신앙은 극심한 증오로 바뀌었고, 증오의 대상이었던 버텍스는 여전히 적이지만 동시에 이제 자신과 친구들의 해방을 위한 도구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동료들과 처음 대치하게 되었을 때만 해도, 토고는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하면서도 용자부 동료들의 저항에는 주춤거리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로가 서로의 방식대로 용자부를 위해 행동하다가 대치하게 되어버린 것이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 아니러니한 일입니다만 그런만큼 자신의 손으로 동료들을 상처입히는 일은 꺼릴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 빈틈을 노려서 이츠키가 토고의 무기를 봉한 사이에 후우가 그대로 토고를 날려버리기까지 합니다. 여담이지만 이런 상황에서조차 소노코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점이 조금 의아할텐데,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 단행본 추가 에피소드에 따르면, 사실 소노코는 후우가 폭주할 때부터 대사로부터 단말이 지급돼 진압요청을 계속 받았지만 친우와는 절대 싸울 수 없다며 오히려 대사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토고의 편을 들어서 끝까지 변신하지 않았기에 등장하지 않은 것입니다. 
 

여하튼 토고는 이제 웬만해서는 마음을 바꿀 리가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설령 토고가 행동을 멈춘다한들 가만히 넘어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지요. 반역만 해도 국가에 있어서 큰 문제행위가 되는데, 아직 그녀들은 모르지만 카린은 더 이상 토고의 폭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장애를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토고 자신마저도 만개를 발동해버리고 말았으니 무슨 장애가 더해질지 모릅니다. 물론 이러한 장애누적은 토고의 폭주가 없었어도 앞으로 버텍스와 계속 싸우다보면 결국 맞게될 운명이니, 오히려 토고의 태도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 요소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부정적인 피드백밖에 없는 상황이니, 동료들이 방해를 하더라도 기필코 모두 죽는 것으로 생지옥으로부터의 해방을 완수하고자 마음을 더욱 굳게 먹은 토고는 그동안 쌓인 게이지를 활용해 만개를 발동한 후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는 최대이자 최강의 버텍스까지 몰아옵니다. 전일담의 결전에서도 싸웠던 적인 사자자리의 버텍스가 그것이지요. 물론 5화에서 등장한 버텍스들이 합체한 형태인 스타 클러스터보다는 약합니다만, 공식설정에서 버텍스 12체 중 으뜸이라고 언급되는 녀석입니다. 거기에 어차피 죽을 작정이라서 그런지 이제 토고는 자신의 만개에 망설이지도 않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자신을 가로막는 동료들을 좀 아프게 할수 밖에 없더라도 우선적으로 신수파괴를 노릴 뿐이지요. 그 과정에서 신수의 힘이 근원인 용자의 힘으로는 신수 본체에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는 사실까지 알아내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사자자리의 버텍스에게 공격을 유도하여 신수를 파괴하려고 합니다. 


이누보자키의 자매의 저항을 힘으로 분쇄시킨 토고가 버텍스의 강력한 포격을 신수쪽으로 발사하도록 유도했을 때, 후우는 어찌할 도리 없이 절규합니다. 허나 버텍스로부터 뿜어져나온 거대한 불덩어리가 그대로 신수쪽에 날아가는, 한 순간에 돌연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카린의 희생을 보면서, 그리고 카린의 결정적인 한 마디였던 감사의 말을 통해 용자로서의 길을 완전히 확립한 유우나가 돌아온 것입니다. 그리하여 가장 높은 용자적성을 지닌 용자로서, 적이 뿜어낸 거대한 불덩어리를 정면에서 맞부딪쳐 파괴해버리며 동료들 앞에 서서, 더 이상 망설임 없는 늠름한 모습으로 자신이 용자부를 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그리고 가장 친한 친우인 토고를 깊은 절망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이제 유우나가 토고의 앞을 가로막는 가운데 이야기는 12화로 넘어가게 됩니다. 



6. 진정한 용기의 의미를 규명하며 결말로 향하는 이야기



이전 감상글에서도 한번 언급했습니다만, 이 시리즈의 전체적인 테마는 다름 없는 '용기'입니다. 그렇기에 용자가 소재가 되는 것입니다. 특히 전일담의 제목에 쓰인 용자가 작중 조직인 대사의 직무로서 용자를 그대로 의미했다면 애니메이션 편의 제목에 쓰인 용자는 진정한 용자의 의미로 쓰임으로써, 이름뿐인 용자개념으로부터 진실된 용자개념으로 촛점이 옮겨감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전일담부터 시작해서 애니메이션 본편까지, 지금까지의 처참한 전개는 감정이입할 경우 시청자들의 마음에마저 영향을 줄 정도로 암담했습니다. 허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진정한 용기라는 것은 결국 그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휘하는 법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암울한 운명과 거짓 속에서도 계속해서 빛나는 용기를 그려내고 있는 용자의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작중에서 용자는 그저 어느 시스템의 특수한 고유명사에 불과합니다만, 용자부는 그 뜻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로 포장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후우가 대사의 명령에 따라 팀원을 모으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이나, 그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유우나는 특히나 용자가 된다는 말 그대로의 의미에 계속해서 집착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용자가 되겠다'거나 '용자니까' 등 일반적인 의미의 '용자'를 강조하는 말도 꽤 했었지요. 순진한 성격이나 용자부에 가입할 당시의 모습을 고려할 때 평소부터 용자나 히어로 같은 것에 동경심을 품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그러다보니 용자부 부원들 중에서도 가장 그럴 듯한 이상적 행동방식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꼭 용자의 직무 뿐 아니라, 평소에도 남을 위해 몸소 나서서 행동을 실천한다든가 자청해서 토고를 도와주는 모습이나 대인관계가 서투른 카린을 끝내 친구로 사귄다든가 등 활약이 컸지요. 


동시에 작중에는 유우나와 대조적이면서도 유사한 캐릭터로 카린이 등장합니다. 카린은 용자의 직무에 정말로 인생을 걸고 있는, 오직 그것 하나밖에 없었던 소녀지요. 카린이 말하는 용자는 대사에서 규정하는 고유명사 그대로의 의미라는 점에서 유우나의 그것과 확연하게 다르며, 그녀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립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에선 유사하며 그 정도는 오히려 유우나보다 더 심합니다. 더욱이 첫 등장 이후 유우나를 통해 감화되어가면서 어느새 용자부에 동화되어 가지요. 작중에서 유우나가 가장 신경을 쓴 사람은 토고였지만, 유우나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은 결국 카린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대사에 의한 도구로서의 가짜 용자의 대표격이었던 카린은 어느새 유우나가 지향하는 진정한 용자 쪽으로 변화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카린과 닮은 포지션에 있으면서도 반대되는 인물이 바로 토고입니다. 토고는 이미 2년전에 용자의 직무를 수행했던 선대용자로서 비록 기억은 남아있지 않지만 강력하고 든든한 전력이라는 점에서 지원군으로서 대사로부터 증원된 카린과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카린에게 있어서 유우나는 토고에게 있어서 유우나와 비슷한, 잃어버린 삶의 가치를 되찾게 해준 대상이 되며, 카린과 토고 둘 다 유우나에게 큰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나타났지요. 토고는 세계의 진실 앞에서 완전히 절망한 끝에, 유우나가 말하는 용자의 의미마저 완전히 부정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차회예고에서도 이런 늬앙스의 대사를 토고가 외치지요. 비유하자면 그녀는 유우나가 동경하던 진정한 용자의 길을 따라가지 못했으며, 거꾸로 그 반대편에 서있는 존재인 마왕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던 존재가 완전히 반대의 속성이 되어버렸고, 가장 멀리 있던 존재가 가장 닮은 속성이 되어버렸으니 운명의 장난이라고밖에는 표현하지 못하겠군요. 


이번 11화에서 카린은 용자부와 유우나를 위해서, 대사의 도구인 용자가 아닌 용자부의 용자, 즉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의 용자가 되겠다고 유우나에게 고합니다. 절대적인 신의 힘에 의해 멸망이라는 미래가 확정되어버린 세계의 진실을 목격했음에도, 자신의 은인인 유우나가 있는 현실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고자 참혹한 길을 헤쳐나가며 계속해서 운명에 맞섭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토고는 멸망의 미래에 완전히 잠식된 채 여태껏 소중히 해왔던 현실조차 동료들과 유우나에게 무의미한 것이고 오히려 고통을 주는 요소일 뿐이라 판단하여, 그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다는 이유로 파멸의 미래를 앞당기려고 합니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는 이유는 같으면서도, 이 둘은 완전히 정반대의 입장에 서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서 유우나는 선택을 강요받는 위치가 됩니다. 11화에서 잠시 변신할 수 없게된 유우나의 모습이 바로 그런 상태라 말할 수 있겠지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용자의 가치관을 부정하느냐, 아니면 계속 지켜가느냐 하는 문제에서 말입니다.


토고의 폭주와 더불어 카린의 엄청난 신체적 희생은 유우나를 절망시키는데 충분한 요소입니다. 전개상으로도 카린을 안아 울면서 유우나는 아마 절망직전까지 몰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 카린의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꿉니다. 자신을 변화시켜줘서 고맙다는 말이었지요. 그렇기에 토고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준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에 의해 마침내 유우나는 카린이 택한 길과 토고가 택한 길의 두 선택지 사이에서의 짧은 방황을 끝내고 자신의 입장을 확정합니다. 그동안 동경해왔던 용자의 길을 계속 따르기로 말입니다. 카린에게 영향을 주어 변화를 이끌어낸 원조로서 처음으로 친구에게 의지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여태까지 그녀가 따랐던 가치관처럼 현재의 소중한 일상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토고마저도 구해내기 위해, 밝은 미래를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멸망 앞에 맞섭니다. 그리고 그 입장은 어느새 토고를 제외한 용자부 전원의 선택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누보자키 자매는 자매애를 통해 그런 결론에 도달했지요. 유우나는 같은 뜻을 지닌 다른 부원들 모두의 대표까지 된 셈입니다.


미래의 암울한 운명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소중한 일상을 수호하기로 결의한 용자와, 미래의 암울한 운명으로 인해 현재의 모든 것마저 부정하게 된 마왕의 구도라고 정리할 수도 있을 법한 이 관계야말로, 토고와 나머지 용자부 부원들 간의 대립관계 및 토고와 유우나가 맞서고 있는 현 구도의 상세입니다. 유우나와 토고는 이제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에 서있는 것이지요. 동시에, 개인적인 감상이기는 하나, 바로 이러한 구도를 통해 이 애니메이션에 담겨있는 메시지의 하나가 드러나는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전일담에 이어서 이 애니메이션이 그려내고자 하는 진정한 용기란 작중에서 유우나가 대표하게 된 용자로서의 길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즉, 불확실하거나 심지어 어두운 '미래'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하더라도 결코 그 미래에 좌절하지 않고 소중한 '지금'을 지키려고 하는 굳세고 올곧은 의지야말로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하고 이 애니메이션은 되묻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이 주제가 결국 최종화의 결말로 이어지는 마지막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이 애니메이션도 마지막 1화를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11화까지 암울한 미래를 어찌할 도리가 없는 참담한 전개로 계속되었기에 안타깝게도 희망 가득한 결말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현상를 유지하면서 희생에 굴하지 않고 용자부의 용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 정도가 그나마 가장 확률 높은 긍정적 가능성이겠지요. 어쩌면 그쪽이 전체적인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마무리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제목에 쓰인 용자의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결말을 끌어내야 할테니까요. 그래도 팬으로서는, 적어도 주연캐릭터들에게는 좋은 결말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한가지 위안이라면, 최근 발매된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 단행본의 마지막 추가 에피소드가 애니메이션 최종화 이후 시점으로 보이는데 명확하게 드러낸 것은 아니나 토고와 소노코가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장면으로 끝맺어졌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