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7. 19:12ㆍ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최근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BD 1권이 발매되었습니다. 팬으로서는 다행히 최근의 전개가 화제가 되면서 상당히 인기가 올라가는 모습입니다만, 유감스럽게도 방송타이밍이 늦은 것도 있고 제작진측의 브랜드파워가 강한 것도 아닌데다가 애니메이션의 구성 자체가 천천히 구조를 쌓아올려나가다가 중반부터 확 반전해서 무너뜨리기 시작하는 형태라 인기몰이의 타이밍이 늦는 고로 판매량에 대해서는 아직도 좀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소설인 전일담을 보지 않으면 몇몇 부분에서 재미가 반감할 수도 있다는 점도 판매량 측면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 같군요.
한편 이 애니메이션의 BD 1권 초회판은 원래 초회판 1권 특전이 그렇듯 특별한 특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또한 팬들 사이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바로 용자부 부원들의 일상을 그린 ADV게임판이 함께 제공되고 있다고 합니다. 발매기념으로 성우 테루이 하루카 씨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 실황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제작진의 언급에 따르면 분량이나 구성의 문제로 애니메이션 본편에서는 다 다루지 못하고 생략되거나 빠르게 지나간 일상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다루기 위해 이러한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니, 이 시리즈에 상당히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 긍정적인 느낌이지요. 다만 이 시리즈가 주연들의 소중한 일상을 제시하면서 그것이 하나하나 상실되어가는 아픔을 시청자에게 맛보여주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제작진은 상당한 극S 취향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조금 섬뜩한 느낌도 있군요. 훈훈한 일상을 보는 것은 팬으로서 참 흐뭇하지만, 캐릭터들에게 애착이 생길수록 후반전개에서 받는 데미지가 극심하니 여러모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할까요.
이 특전 게임에 관해서 조금 이야기를 꺼내보자면, 특전다운 볼륨에 맞춰서 용자부의 일상을 그려 각 주연 캐릭터들의 매력을 강조하는 한편 애니메이션 본편에서 다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들의 특징이나 작품설정을 약간씩 보충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물론 작은 재미도 놓치지 않아서 올클리어 후 '신수님의 은혜'라는 모드를 작동시키면 모든 이벤트의 주연 복장이 학교수영복으로 바뀌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임 내에 담겨있는 이벤트들의 경우, 유우나와 토고의 이벤트에선 친근함을 넘어서 끈적한 느낌의 관계를 볼 수 있고, 이누보자키 자매의 이야기에서는 역시나 자매애와 함께 정령에 관한 설명 등이 살짝 제시되고 있으며, 유우나와 카린의 이벤트에서는 전형적인 츤데레 이야기와 더불어서 인간관계에 서투른 카린의 과거사 등의 숨은 이야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누보자키 자매와 유우의 이벤트도 온천 에피소드로 존재하고, 용자부 부원 전원의 이벤트 또한 있어서 무려 전원 변신한 채로 무대에서 공연하기도 합니다. 물론 해수욕장에서의 수영복 에피소드도 포함되어 있지요. 애니메이션에서도 약간 그랬지만 캐릭터별 이벤트들을 가만 보면 재미있는 것이, 유우나가 용자부 부원 전원을 모두 공략하고 있는 느낌이 있습니다. 토고와 키스 비슷한 이벤트가 있는가 하면 카린과는 같이 자거나 하면서 거리를 확 좁혔고, 이누보자키 자매와도 함께 목욕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그와 더불어서 강조되는 카린의 갭모에도 팬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입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게임 내용의 시간적 배경은 애니메이션의 3화와 4화와 사이의 시간대로 버텍스의 침공이 잠시 멎은 시기이기 때문에 본편의 처절한 전개가 마치 거짓말인 것 마냥 평화롭기만 합니다. 일상이 펼쳐지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기에 가능하겠지요. 향후의 본편 전개를 생각하면 이 게임에서 그리는 화기애애한 일상은 이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용자들의 추억이 되기에 서글프면서도, 그나마 이렇게라도 일상을 보충해줘서 다행이라는 생각 역시 듭니다. 본편이 어찌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런 추억들과 그로부터 꽃핀 서로 간의 친근한 관계가 그나마 용자들을 계속되는 불행 속에서 지탱해주는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대개 애니메이션 특전들이 본편 전개와 상관없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런 특전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차별화되어서 참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특전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특전게임에서 새로 드러난 카린의 숨은 이야기 및 정령에 관한 부분은 애니메이션 본편에서도 참고가 될만한 설정으로 생각되기에 아래에 관련 내용을 덧붙이는 것으로 포스트를 마치겠습니다.
1. 정령에 관한 이야기
전일담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에서는 정령을 신수의 분신과 같은 존재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후반부까지 진행된 애니메이션 본편에서는 더 많은 제대로 된 진실들이 밝혀지면서 정령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더해진 상태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정령이 하필 일본의 요괴나 혹은 신으로 받들어지는 옛 인물의 형태를 띠고 있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였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설명된 대로 신수가 단순히 '하늘의 신'과 대립하는 다른 신들의 집합체라면 정령이 굳이 일본 전승에 한정된 형태를 띨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이에 관해서 특전게임에서 비로소 설명이 나왔는데, 신수는 시코쿠의 땅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그 땅에 남아있는 전승이나 역사 등의 정보에 항시 접속된 상태라고 합니다. 즉, 신수는 시코쿠 땅에 남아있는 역사의 정보들을 바탕으로 은혜를 구현해주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전통이나 신토 등과 밀착된 형태를 보이게 되어 사실상 시코쿠의 토착신과 비슷해진 것입니다. 정령이 일본의 요괴나 신으로 받들어진 인물로 구현된 것도, 그러한 정보를 틀로 하여 신수의 힘이 실체화된 결과입니다.
2. 카린의 무기에 관한 이야기
전일담의 마지막에서 밝혀졌듯, 카린의 용자 시스템은 전일담에서 희생된 긴의 용자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정작 애니메이션 본편에서 카린의 무기나 그 사용방식이 소설의 긴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즉, 긴은 자기 몸만한 도끼를 양손에 잡고 공방 양면으로 사용하는 강력한 근접전투를 보여준데 비해, 카린은 비교적 작은 칼을 양손으로 사용하면서 여러 칼들을 생성해서 던지는 등 공격력과 특히 방어력을 약화시킨 대신 기동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밸런스를 잡고 있지요.
특전 게임에서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 카린의 무기는 긴과 같은 도끼로 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물론 카린이나 다른 용자들은 긴의 존재를 모르니, 그 도끼가 원래 누구의 무기였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긴이 희생되었을 때와 달리 새로운 용자 시스템은 정령이 공격과 방어를 크게 강화시켜주기 때문인지, 긴의 용자 시스템은 기동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개량된 모양입니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긴의 방식과 큰 차이를 보이게 되어서, 카린은 보다 가벼운 무장으로 민첩하고 날카로운 공격방식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3. 카린의 과거에 관한 이야기
TVA 11화가 카린 중심의 에피소드이기 때문에 어쩌면 조금 언급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특전게임에는 카린의 과거를 엿볼 수 있을 정도의 언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전부터 공식홈페이지의 4컷 만화를 통해 카린의 어린 시절이 쓸쓸하고 불행한 느낌이었는데, 바로 이 부분을 더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지요.
카린이 유우나와 같이 자는 데서 살짝 설명하는데, 그녀에게는 가족으로 부모님과 함께 오빠가 하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오빠가 품행방정이면서 문무를 겸비한 천재였다고 하는군요. 오빠가 너무나 천재인 나머지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그 오빠에게만 쏠렸고, 반대로 평범한 여자아이였던 카린은 완전히 소외되고 말았습니다. 아예 없는 사람이나 다름 없는 취급을 당한 듯한 늬앙스인데,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면 오빠 것은 집에 걸어주지만 카린의 것은 하나도 그런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족들에게 무시받고 자라다보니 대인관계도 좋았을리가 없고, 4컷만화에서 알 수 있듯이 밖에서도 외톨이로 지낸 모양입니다. 더욱이 그 오빠란 사람은 천재이면서 성격마저 좋다보니, 무시당하는 카린을 위해서 여러 모로 신경써줬다고 하며, 그게 카린에게는 오히려 열등감을 더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카린은 삶에서 아무런 가치나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 채 혼자뿐인 어린 시절을 보냈고, 타인을 경계하는 성격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대사로부터 용자후보로 선택되었다는 소식은 구원이나 다름없었다고 합니다. 무시당해오면서 삶의 목표도, 의욕도, 보람도 다 잃은 상태에서, 드디어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일을, 살아있을 이유를 갖게 된 셈이니까요. 애니메이션 본편에서 카린이 용자의 직무에 굉장히 목을 매며 자부심을 뽐냈던 것도, 오직 그것만을 위해 살아왔다고 하는 것도, 대인관계에 매우 서투른 모습을 보인 것도 다 이러한 배경이 이유였습니다. 카린이 다른 용자들과 달리 사실은 그저 긴의 용자시스템을 재활용하기 위해 용자후보로 선택되었다는 작중의 내막을 생각하면 조금 서글픈 부분이지요.
10화 시점에서 아직 카린은 충분히 실감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용자 시스템의 진실은 그녀에게도 엄청난 충격적인 것입니다. 소중한 사람과 관련해서 용자가 된 다른 부원과 달리 카린은 이렇게 용자 그 자체가 삶의 목표였으니까요. 망설일 여지 자체가 없이 오직 그거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나마 5화의 결전이 끝난 뒤 용자부에서 새로 삶의 목표를 찾으려 했지만, 시간이 별로 없었지요. 그러나 그렇기에, 11화에서 그녀는 활약을 할 것입니다. 그동안 오직 하나뿐이었던 자신의 목표와, 새로 찾을 목표 사이에서 용자부는 카린에게 둘 도 없는 보금자리가 되었으니, 위기 속에서도 용자부와 동료들을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불태우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본래 소중한 사람을 위해 용자가 되고자 했던 유우나에게 진정한 용자로의 길을 열어주는 새로운 빛이 되어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