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3. 00:13ㆍ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2014년도 어느덧 12월에 접어든 시점에서, 마지막 분기 애니메이션인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역시 단 4화만을 남겨놓게 되었습니다. 1쿨 분량임을 감안할 때 끝으로부터 4화 분량은 딱 후반부라고 말할 수 있지요. 그렇기에 여태껏 암울하기만 했던 전개가 후반부에서 어떤 방향으로 정리되어 마무리될지 팬들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우선 현재 알려진 남은 에피소드의 제목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해당화수 |
에피소드명(원문/해석) |
해당 꽃 |
꽃에 해당하는 용자 | |
09화 |
心の痛みを判る人 |
마음의 아픔을 아는 사람 |
둥굴레 |
이누보자키 이츠키 |
10화 |
愛情の絆 |
애정으로 맺어진 인연 |
나팔꽃 |
토고 미모리 |
11화 |
情熱 |
정열 |
주황철쭉 |
미요시 카린 |
12화 |
君に微笑む |
너에게 미소짓는다 |
산벚꽃 |
유우키 유우나 |
주요설정정리에서 이미 밝혔듯, 각 에피소드 제목은 일본에서의 꽃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설정상 용자형태의 형상도 꽃을 본딴 것이라고 하지요. 잘 보면 절반을 넘기는 시점부터 제목들은 각각의 용자가 본딴 꽃의 꽃말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7화의 경우는 노랑제비꽃으로 후우, 8화의 경우는 푸른 장미로 소노코였지요. 따라서 그 화의 해당 캐릭터가 주요사건과 연관되어 이야기를 진행시킬 것입니다.
8화까지의 전개로 용자시스템의 비밀은 명확히 밝혀졌습니다. 설정에서, 만개 상태는 용자 시스템의 꽃잎으로 표현되는 만개 게이지가 가득 차면 자연스럽게 발동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발동타이밍을 어느 정도는 임의로 조정가능하다지만, 결국 조건이 되면 자동으로 사용되고마는 것이니 강제적인 것이나 다름없지요. 이대로라면 용자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으니만큼, 정석적인 전개방법을 따른다면, 향후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혹은 이해하기 위한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이 펼쳐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세계관에 관한 진실도 더 밝혀질 것입니다.
9화부터 진행될 후반부 전개에 있어서 바탕이 될 부분도, 바로 이러한 숨어있는 세계관 설정들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8화까지의 진행을 통해 남겨진 작중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버텍스와 신수의 정체 및 그 관계란?
전일담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에서 서두마다 있는 용자어기의 글을 읽어보면, 버텍스는 대사가 용자들에게 알려준 것과는 근본부터 다른 존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마치 바벨탑으로 인해 인간에게 내려진 징벌과 같은 존재로서 재앙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유력하지요. 그리고 용자들의 신체를 공물로 받는 신수 역시 이러한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신수가 바로 그 바벨탑에 해당하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의혹도 팬덤에선 나돌고 있으니까요.
허나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8화를 보면, 이와 관련된 진실을 알고 있을 소노코가 토고와 유우나에게 용자 시스템의 진실을 가르쳐주는 와중에도 버텍스에 관해서는 함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신탁으로 예언된 버텍스 12체를 유우나 일행이 모두 쓰러뜨렸다는 것에 대해서 뭔가 더 있다는 늬앙스로 말이지요. 더욱이 용자 시스템의 비밀이나 그것을 숨긴 대사의 행동에 대해선 원망 섞인 말을 말하면서도 용자를 공물로 삼는 신수는 전혀 책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버텍스와 싸웠던 친우를 자기 몸보다도 소중히 하는 소노코의 입장에서조차, 버텍스와 신수에 관한 비밀만큼은 그 친우에게 감출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지요. 친우가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기를 희망한 그녀로서는, 아마도 그 비밀을 친우가 알면 더 큰 상처를 입고 남은 시간마저 즐겁게 지낼 수 없게 될 것이라 판단한게 아닐는지요. 그리고 이렇게 비밀을 지켜 현상을 유지하는게 차라리 낫다는 것은, 그녀의 친구를 포함하여 시코쿠에 있는 인류의 입장에 있어 버텍스는 반드시 물리쳐야 과제이며 신수는 인류수호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전일담에서 적의 수는 별만큼 있다는 것과 더불어서 버텍스를 하늘의 존재로 표현하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러한 '하늘'의 존재의 침공에 대하여 신수는 '땅'의 주관자로서 용자를 공물로 받아 대사로 하여금 자신의 토지와 그곳의 인간을 지키게 하고 있습니다. 고대로부터 동아시아에선 하늘이 땅보다 더 위대하게 여겨졌고, 일본도 그와 별 다르지 않음을 생각하면 뭔가 의미심장하지요. 어쩌면 신수는 본래 인류와 적대관계에 있었던 존재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대립되는 존재를 용서하고 친구로 받아들인 소수집단은 결국 적대를 지속하는 주류집단에게 신수와 같이 공격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물론 이 또한 가능성의 이야기입니다.
버텍스가 인류의 병기이든 하늘의 징벌이든, 신수가 주민들의 친구이든 인간들이 만든 바벨탑이든, 어찌되었든 간에 친구가 해를 입는 일만큼은 죽어도 싫어하는 소노코의 성격을 생각하면 버텍스와 신수의 관계에는 단순히 선악이라든지 재앙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있음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신수가 아무리 제물을 걷어간다 해도 그것을 용서해야 할, 신수의 존재를 용서하지 않는 버텍스로부터 신수를 지키기 위해 자신과 자신의 친구 및 인간의 소녀들이 어쩔 수 없이 희생되어야 하는 명분이 말입니다. 그리고 이는 대사측이 외부의 세계와 버텍스의 정체를 철저하게 숨기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2. 벽 밖의 세계는 어떻게 되었나?
역시 전일담의 용자어기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만, 작중에서 벽 밖의 세계, 즉 시코쿠 바깥의 세계가 바이러스로 멸망했다는 이야기는 대사와 정부에 의한 거짓말입니다. 물론 바깥 세계가 뭔가 큰 재난을 겪었다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만, 인류를 괴롭힌 것은 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무언가였다고 나옵니다. 하지만 그 무엇의 정체는 대사의 검열로 인해 불명인 상태입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대사가 반드시 숨겨야하는 무언가가 바깥 세계에 있다는 것은 확실한 셈이지요.
버텍스가 오고 있는 벽 밖의 세계는 대체 어떤 상태인 것일까요. 원인이 무엇이든 바깥 세계의 인류가 멸망했다는 대사측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요. 그리고 인류를 괴롭힌 진짜 흑막은 무엇일까요. 상황이 어찌되었든 작중에서 바깥 세계에 관한 정보나 역사는 용자 시스템의 비극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향후 전개에 관해서 큰 이슈 중의 하나이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하는 설정임에 틀림 없습니다. 또한, 전일담의 용자어기를 통해 관련 정보를 이미 암시한 이상, 누군가가 분명 그에 관한 정보를 어느 정도 밝혀내겠지요.
3. 대사는 악의 조직일까?
방영 초기에는 대사야말로 악의 조직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팬들 사이에서 많이 돌았습니다. 알고보니 우리편이 나쁜 편이었다는 식의 구도는 최근에 전형화된 악당의 컨셉트 중 하나이기도 해서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지요. 허나 여태까지 주어진 정보들을 조합해보면 이러한 예상에 그다지 도움이 될 근거는 전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대사가 거짓말로 용자들을 우롱하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사가 절대악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반대되는 정황이 더 많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지요.
8화에서 소노코는 대사가 용자 시스템의 진실에 대해 숨긴 것을 원망했고 그런 방침에 반대하는 행동으로서 자신의 친구를 직접 소환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대사가 나쁘다고는 일절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사측도 용자들을 생각해서 진실을 숨겼다는 투로 말하며, '어쩔 수 없는 걸'이라는 말로 체념의 뜻을 전하고 있을 뿐입니다. 더욱이 대사가 숨기고 있는 위의 다른 비밀들은 소노코 역시 함구합니다. 즉, 소노코도 인정할만큼의 명분을 대사측은 일단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대사는 일반인들이 편안하게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여 아무도 모르게 용자를 육성해 시코쿠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물일 터인 용자조차 처음에는, 일반인들 중에서 찾았다면 더 많이 용자를 뽑을 수 있었음에도, 대사 내부의 가문에 한하여 자신들의 딸들 중에서 뽑았고, 그렇게 3명만을 용자로 투입하켜 큰 희생까지 치렀습니다. 단순한 악의 조직이라면 이런 자기희생은 하지 않겠지요. 대사측 역시 소녀들의 희생에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을 터이며, 용자들을 속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작중조직인 대사(大赦)의 단어 뜻은 일반사면과 같은 의미입니다. 조직 이름이 왜 하필 이 것인지, 용서가 누구의 무엇에 대한 용서인지에 관해선 팬덤에서도 오랫동안 의문이 이어져왔습니다만, 용서라는 것은 결국 거부당하던 존재를 받아들여줬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인간이 신수에게 용서를 받은 것인지, 신수가 인간에게 용서를 받은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대사라는 조직은 이기적인 목적이 아니라 시코쿠의 인류가 신수와 화해했다는 의미로서 존재하고 활동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바로 반대편에 있는 것은 신수와 그 휘하 인간들의 존재를 거부하는, 즉 용서하지 않는, 버텍스측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