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l Horizon

Blog Info

  • About
  • Chatroom
  • Weather ·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 전체적인 정리

2014. 12. 29. 19:18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을 보다 보면 특이한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볼 때랑 두 번 볼 때의 감상이 달라질 때가 있는 것입니다.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도 이런 부류의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12화로 완결된 이후 분분한 결말 관련 논란들을 보면, 해피엔딩에 대체로 만족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여태까지의 비극에 비해서 문제가 해결된 부분을 너무 볼품없게 그렸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부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암울한 과정을 극복하는 이야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논란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는 결말부의 대단원을 시청자에게 공감시키는데 있어 조금 불친절했다는 말로써 정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다시 한 번 감상할 경우 또 느낌이 달라질지 모르겠다는 생각 또한 해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용자의 이야기가 보여주고자 의도했던 흐름을 전체적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아래의 내용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설정 및 제작진의 비공개 설정을 바탕으로 전일담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와 그 후일담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를 연결시켜 정리한 것입니다. 이전에 작성한 12화 감상문의 마지막 부분이나 주요설정을 설명했던 글의 세계관 부분도 이러한 정리에 맞춰 약간씩 수정이 가해져 있습니다.

 

 

1. 비극의 시작과 연쇄

  • 신세기 298년, 파괴불가능한 적 버텍스의 시코쿠 침공에 대하여 대사의 가문에 속한 와시오 스미, 노기 소노코, 미노와 긴이 프로토타입의 용자가 되어 항전하지만, 미노와 긴이 전사하는 비극이 일어남.

  • 피붙이인 미노와 긴의 사망에 충격을 받은 대사는 용자가 죽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신수에게 청원하여 매우 강력하게 개량된 용자 시스템을 하사받음.

  • 신수는 개량된 용자 시스템을 통해 용자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고 강대한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변모시켜주는 대가로서 신체 기능을 제물로 받아가기로 하였으나, 대사는 당사자들에게 이 사실을 감춤.

  • 와시오 스미와 노기 소노코는 '세토대교 터의 전투'에서 당시의 버텍스를 모두 패퇴시켰지만, 제물을 바쳐야 하는 비밀조건으로 갑작스레 각자 기억상실과 불구가 되었을 뿐 아니라 뿔뿔이 흩어지는 비극을 맞게 됨.

  • '세토대교 터의 전투'에서의 결과를 토대로 버텍스의 파괴가 가능해지도록 용자 시스템이 더욱 강력하게 개량되나, 새로운 비극의 원인인 제물 조건은 그대로 유지됨.

 

2. 비극의 계승

  • 내부인원으로 용자를 유지할 수 없게 된 대사가 시코쿠 전역에서 적성치를 검사, 발견된 100여명의 용자 후보를 4~5명 구성의 조로 나누면서 각 조에 1명씩 대사의 말단을 포함시켜 관리하기로 결정.

  • 신세기 299년, 대사에서는 다음 용자가 될 것으로 확실시되는 유우키 유우나의 곁에 2년 간의 기억과 양쪽 다리의 자유를 잃은 토고 미모리(=와시오 스미)를 배치하고, 이누보자키 자매를 준비시켜 용자부가 결성됨. 

  • 전사한 미노와 긴의 용자 시스템은 다른 용자 시스템과 동일하게 개량한 후 적성의 성질과 수준이 비슷한 미요시 카린을 조정해 계승시킴.

  • 신세기 300년, 버텍스의 재침공으로 용자의 직무가 시작, 카린이 합류한 용자부는 12체 있던 적을 모두 섬멸하나 강대한 힘의 대가로 신체 기능을 하나씩 잃으며 영문도 모른 채 비극에 직면하게 됨.

 

3. 비극의 인식

  • 노기 소노코가 대사의 반대를 뚫고 2년 전의 친우였던 토고 미모리를 불러내는데 성공, 이후에 후회하지 않도록 토고 미모리 및 유우키 유우나에게 현 용자 시스템의 제물 조건을 알려 비극을 인식시킴.

  • 정령의 수상한 점을 깨달은 토고 미모리가 혼자서 노기 소노코와 다시 만나 세계의 진실과 현 용자 시스템의 제물 조건으로 인한 용자의 비참한 운명을 알고, 자신들의 비극을 완전하게 인식하게 됨.

  • 용자 시스템의 제물 조건을 전해들은 이누보자키 후우는 자신들의 처지와 여동생이 처한 비극을 인식하고 죄책감과 책임감에 못견뎌 폭주하다 토고 미모리를 제외한 용자부 4인의 노력으로 진정됨.

  • 용자의 비극을 완전히 인식하고 절망한 토고 미모리가 비극을 끊기 위해 신수와 시코쿠를 멸망시켜 다 함께 사라지는 것을 결의해 폭주, 신수 결계가 뚫리고 외부로부터 별가루 및 버텍스들이 들어오기 시작함.

 

4. 비극의 종결과 해결

  • 이누보자키 자매와 미요시 카린은 자신들이 처한 비극과 갑작스런 사태에 짓눌리면서도 오직 소중한 사람들만을 위해 각자 각오를 정한 채 재기하여 토고 미모리의 결의에 대항함.

  • 미요시 카린의 격려를 통해 마음의 방황을 마치고 용기를 회복한 유우키 유우나가 토고 미모리의 절망을 꺾는데 성공, 용자부가 합친 힘과 유우키 유우나의 헌신이 신수와 시코쿠를 멸망 직전에서 구해냄.

  • 제물로 인한 비극을 인식한 용자들의 절망에 멸망 직전까지 몰렸다가 유우나의 희생 덕에 살았기에, 신수는 대책과 보상을 겸해 이후 용자 시스템에서 제물 조건을 없애고 기존 용자는 모두 직무로부터 해방시킴.

  • 신수 혼자선 해방시키기 어려운 차원으로 동화된 유우키 유우나만 부득이하게 직무가 유지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연관된 그녀의 강한 마음이 동화상태에서 포기치 않고 계속 노력한 끝에 해방되는데 성공함.

  • 용자 시스템의 제물 조건으로 시작된 모든 비극이 막을 내리고, 용자부의 용자들은 박수를 받는 가운데 미래에 버텍스와 싸우게 될 후대의 다른 용자들에게 그들이 이룩한 새 용자 시스템과 의지를 물려주게 됨.

 

※ 전체적인 메시지 : 서로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고난이나 절망을 극복할 용기와 근성의 근원이다.

 

 

반복적으로 강조하거나 비판한 사항이지만,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의 내용을 파악할 때는 반드시 이 이야기가 애니메이션만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TVA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는 전일담 소설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로부터 뻗어나온 후일담이며, 전일담에서 시작된 비극을 끝마치는 일종의 해결편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봐야만 비로소 전체적인 흐름의 파악이 가능합니다. 

 

이 시리즈에서 종말론적 세계관은 배경일 뿐, 중심이 되고 초점이 집중되는 문제는 용자 시스템에 숨어 있던 산화의 비극입니다. 전일담에서 긴의 죽음은 용자 시스템에 만개와 산화의 기능이 생겨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나의 비극이 다른 비극을 연쇄시킨 셈입니다. 그리고 그 비극의 연쇄는 후일담까지 이어져, 유우나 일행이 고뇌하며 이룩한 10~12화의 과정과 결말을 통해 마침내 끊어지게 됩니다. 제작진의 인식을 빌려 표현하자면, 긴이 비극의 계기가 되었고, 소노코와 스미, 즉 토고는 비극의 무대를 만들었으며 유우나가 비극을 끝맺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마지막이 '유우키 유우나의 장'이 됩니다. 용자 시스템이 하나의 비극을 막기 위해 용자로 하여금 다른 방식으로 고통스런 대가를 치르게끔 변화하면서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된 과정을 그린 전일담과, 그렇게 계승된 비극 속에서 새 용자들이 혼란과 시련을 겪으며 극복한 끝에 대가의 필요성을 없애고 비극을 종결시키는데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 후일담의 관계에서 비로소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의 결말은 제대로 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TVA가 대사의 사고방식이나 내막을 일절 묘사하지 않고 오직 용자부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것도, 이러한 전일담과 후일담의 관계를 위해 의도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비극의 원인이나 용자 시스템의 변화 및 용자의 관리 등에 관련되는 '물밑'의 설명은 전일담에 몰아넣고 TVA에서는 전일담에서 이어진 비극 자체와 그 결말의 '표면'적 묘사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할까요. 따라서, 전일담과 후일담이 비록 각기 자체적인 완결성을 갖추고는 있다 할지라도, 전체적인 흐름의 측면에서 TVA만 본 감상자는 그저 장면으로 보이는 면면을 바탕으로 한 유추를 통해 생략부분을 보충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서 소위 머리로는 파악이 돼도 가슴으로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말처럼 전일담을 읽지 않은 시청자와 읽은 시청자의 반응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 격차가 작중의 제물 문제 해결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에 있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리가 되었다면 이제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에 담긴, 전일담으로부터 이어진 전체적인 메시지를 살펴보도록 하지요. 12화 연극에서 말한,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 및 그런 사람들과 나누는 마음이야말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용자가 용자로 있을 수 있는 진정한 용기와 근성의 발원이라는 내용 말입니다. 요약하면 '서로 소중히 배려하는 마음을 통해 절망을 극복할 근성이 나온다'입니다. 작중 토고가 폭주하고 멸망을 택한 것은 기억상실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공포 때문이었습니다. 반대로 그런 공포와 거리가 먼 다른 용자들은 절망 앞에서도 끝내 용기를 되찾습니다. 결국 토고도 유우나에게 설득돼 삶의 의지를 회복했고요. 2년 전의 동료인 소노코도 친우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전일담 때부터 그 뜻을 관철해왔습니다. 절망적인 세계, 시스템 안에 살고 있지만 소중한 사람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개선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게 바로 인생이지요. 특별히 유우나는 그런 마음들을 하나로 모았고, 멸망 직전인 세계와 용자들을 구해내며 신수가 제물 조건을 없애게끔 하는 여지를 마련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수만으로는 어찌 못할 동화 상태에서마저 좌절하지 않고 계속 매달려서 해방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럼으로써 2년 전 목숨을 부지키 위해 하릴없이 시작된 비극이 모두의, 소중한 이들을 생각하는 불굴의 의지를 통해 깨끗하게 해소된 셈입니다.

 

시청자들의 반응들을 살펴 보면 아직 풀지 않은 문제가 남았다고 보는 감상도 보입니다. 유우나의 현기증이 특히 애매해서 이야깃거리가 되지요. 궁극적으로는 제작진과 스폰서의 마음에 달려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일담과의 연결을 통해 바라볼 때,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의 이야기 자체는 12화로 완전히 종결되었다 봐도 무방합니다. 그녀들 덕분에 버텍스는 한동안 침묵하게 되었으며 용자 시스템도 제물을 바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용자의 직무는 후대로 넘겨졌습니다. 그리고 유우나는 그런 직무와는 상관 없는 진정한 용자로서, 후대의 용자가 될지도 모르는 아이들이나 친구들에게 자신과 용자부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바로 위에서 살펴본 메시지입니다. 그게 바로 12화 마지막에서 펼쳐지는 연극 '내일의 용자에게'의 의미인 셈입니다. 연극의 끝부분에 유우나가 잠깐 현기증으로 넘어졌다가 정신을 차리는 모습은, 말을 다 마치고 긴장이 풀렸거나 그동안 재활과 연극준비 등으로 지친 것도 있겠지만, 이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비로소 유우나의 용자로서의 마지막 할 일이 완전히 끝났음을, 그래서 거의 다 회복되어가던 신체 기능들이 그 순간 완전하게 원 상태로 돌아왔음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관객들의 박수야말로 그 종점을 확인시켜주는 신호이자 그녀들이 여태껏 이루고 완수한 일들에 대한 작은 보상인 것이겠지요.

 

용자부의 용자로서의 싸움은 완전히 끝났으며, 용자부 일동과 소노코는 제각기 자신들의 소중한 대상을 지키려 노력한 결과 2년 전부터 이어져 온 비극을 끝내고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그래도 남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녀들이 앞으로 걸어갈 일상에 있겠지요. 소노코의 경우 대사의 격식 높은 가문 출신인 만큼 향후 대사의 나쁜 점들을 바꿔나가는 길을 걷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길들은 더 이상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의 이야기가 아닌, 이미 용자로서의 할 일을 이루고 평범한 소녀로 돌아간 작은 영웅들이 함께 모여 새로이 일구어가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