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5. 00:48ㆍ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어느덧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도 전체분량의 절반인 6화까지 왔습니다. 이미 분량의 절반도 채 안되는 5화에서 12체의 버텍스를 모두 섬멸하는 특이한 전개로 흘러갔기에 이후 전개가 어떻게 될지 팬들의 궁금증이 큰 상황이었는데, 이번 6화는 바로 그 모두가 궁금해하던 방향성을 확실하게 제시해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주는 느낌의 에피소드였습니다. 연극으로 비유하자면 1막의 종료인 동시에 2막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허나 새로운 전개는 역시 밝은 방향이 아니었습니다. 6화를 기점으로,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부터 시리즈를 즐겨왔던 팬들이 우려하던 암울한 전개가 본격화된 것이지요. 2년전보다 훨씬 강화된 전력을 통해 12체의 예언된 버텍스를 모조리 무찔렀건만, 본격적인 시련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용자의 직무를 마치고 기존의 밝은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는 유우나 일행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가혹한 현실과 직면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1. 드러나기 시작한 진실
와시오 스미의 때부터 계속 이어져 온 용자 시스템의 어두운 비밀이 이번 6화에 들어서 드디어 뚜렷해지기 시작했습니다. 2년전 버텍스와의 싸움 막바지에 용자 시스템에 도입된 '만개'라는 기능의 후유증을 통해서 말이지요. 전일담에서부터 계속 풍겨오던 불길한 내막, 그리고 오프닝 가사에서 강조되는 잔혹한 진실의 전모가 막 드러난 셈입니다.
예고편에서 만개의 후유증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일전의 낚시도 있고 해서 반신반의했습니다만 이번에는 정말 온전한 예고였습니다. 이츠키의 대사만 없는 것도 그런 이유였는데, 만개를 통해 신수로부터 단시간에 엄청난 힘을 끌어쓴 이후 만개경험자들에게 각기 신체적 장애가 생긴 것이지요. 마치 토고의 움직이지 않게 된 다리처럼 말입니다.
버텍스의 총공세에 승리하고 모두 생존했지만, 그 대가라고 해야할지 유우나의 미각, 후우의 좌목, 이츠키의 성대, 토고의 좌이가 기능을 잃었습니다. 모두 불행한 일이지만 특히 이츠키의 경우 4화에서 보여준 노래의 꿈이 산산조각날 위기에 처해있어서 더욱 암울한 느낌입니다. 더욱이 위에서는 진상을 은폐하는 느낌마저 있어 불길하기만 합니다.
전일담 1화를 읽은 팬이라면, 서두 용자어기 발췌글로, 용자 시스템이 사용자의 몸을 제물로 신의 힘을 사용가능케 하는 부류의 무구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입니다. 그 암시대로, 만개에 후유증이 있고 그것이 용자의 대가라면 아무것도 모른채 싸웠던 유우나 일행에게는 너무나도 잔혹한 진실이 됩니다. 진실을 깨달을 때 다들 붕괴를 겪겠지요.
2. 새로운 출발
후유증이나 계속 해서 좋지 않은 예감만 드는 복선들의 향연으로 마음이 불편한 시청자들과 달리, 용자들 본인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밝고 명랑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실을 깨달아가고 있는 토고나, 뭔가 좋지 않은 낌새를 느낀 후우는 내적으로 고뇌를 하고 있는 상황이겠지만, 겉으로는 어쨌든 모두를 위한 용자부로서 계속 밝은 내일을 살아가고자 다짐하는 모습입니다. 그 와중에 자신의 거취에 고민 중이었던 카린도 이제 동료로 완전히 녹아들었고요.
이미 버텍스를 쓰러뜨렸으니 평화가 지속된다면 다소 장애가 있더라도 대사의 보이지 않는 지원 등으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허나 이제 겨우 6화라는 시점에서, 그렇게 좋은 미래를 예상하기는 힘든게 사실입니다. 전일담의 시대부터 대사는 수상한 조직이었는데다 유우나의 시기에 와선 아예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있고, 버텍스와 신수를 포함한 세계관의 비밀도 여전히 베일 속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평탄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는 않지요.
7화는 대사측이 알선해서 용자부 일동이 온천에 가는 에피소드라고 합니다만, 뒤편으로는 속된말로 뒷통수를 강하게 후려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전일담에서도 희생이 확정된 용자들을 대사측이 친절하게 위해주었다는 언급이 있기에, 대사에서 뭔가 해주는 것을 절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것이 공인화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진실 앞에서 절망할, 혹은 그 전에 '처리'될 용자들을 위한 최후의 만찬이라고 표현하면 되려나요.
더 나아가서 버텍스라는 외적이 완전히 구축되었는지도 의문입니다. 버텍스를 없앴어도 벽 밖으로 나가선 안된다는 규율이 여전히 유효한 이상, 외적이 상존할 가능성은 높기 때문이지요. 내부상황도 다 정리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외적과의 싸움이 시작된다면, 이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유우나 일행은 더더욱 극한상황에 몰릴게 뻔합니다. 최악의 경우 외적과 신수, 대사가 서로 연관돼 안팎으로 주연들을 압박할 수도 있는데 이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게 문제입니다.
3. 전일담과의 연속성
이번 6화에서 토고가 만개의 후유증에 대해 알아채면서 용자 시스템의 진실을 깨달아가기 시작한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만개의 후유증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는 그녀의 행동은 대사측의 뜻과 명백히 어긋납니다. 병원의 진단이나 후우가 받은 문자에서 보이듯 대사에서는 후유증에 대해 감추는 태도를 취하는 등 용자들이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지요. 6화 시점에서는 토고에게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작중에서 만개에 대해 대사도 잘 모르는게 아닌가 하고 언급합니다만, 전일담을 아는 팬이라면 그럴리 없다는 것쯤은 알 수 있을 터입니다.
헌데 대사측이 만개의 후유증을 숨기고 있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납니다. 어차피 후유증이 토고의 다리처럼 1년 이상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는다면, 유우나 일행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시간만 지나면 뻔히 드러날 일인데, 더욱이 후우가 문자로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사실을 말하지 않고 굳이 현 시점에서 감추려고 하는 건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유우나 일행이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가만히 내버려둔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말입니다. 결국 후유증을 감추는 대사의 태도는, 직무를 끝낸 용자들에게 조만간 어느 조치가 행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암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일담 '와시오 스미는 용자이다'에서 드러난 것처럼 2년전에 용자가 있었다는 사실과, 2년 전의 용자 와시오 스미와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토고 미모리의 존재, 그리고 그녀의 마비된 다리 및 기억상실은 작중의 진상을 파악하는 핵심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토고의 다리 장애는 2년전 세토 대교의 결전에서 만개를 사용한 후유증일 가능성이 높은데, 대사측이 당시에도 똑같이 진실을 감추려 했다면 그대로 가만놔뒀을리가 없을 터이니까요. 토고가 첫 용자활동 시기에 한정해서 기억상실 상태라는 것을 연관시켜본다면 대사가 어떠한 식으로 용자들로부터 진실을 숨기는지 예측할 수 있겠지요.
그렇기에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 6화에서 진실에 점차 다가가고 있는 토고의 모습은 그녀의 향후에 관한 의미심장한 암시가 됩니다. 마침 전일담 서두의 용자어기 발췌글의 작성시기가 유우나와 용자활동을 하던 시기보다도 이후일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에 더욱 그렇지요. 대사측의 수상한 행동에 의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진실을 밝히는 발단의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며, 더 나아가 스미의 기억을 되찾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다소 예상이 빗나간다 할지라도, 용자 시스템에 숨은 어두운 진실에 다시금 접근하고 있는 토고가 과연 자신의 과거에 달하는 진실에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만약 자신의 사라진 기억에까지 닿는데 성공한다면 그 때 과연 그녀는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그 행동이 성공할 수는 있을지 등등은 향후전개에서 충분히 기대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