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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네타] 나이트위저드 12화 - 애니판과 소설판의 비교

2007. 12. 21. 18:07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



어!?


...... (분명 원작설정상에는 큰 뱀의 묘사였는데)

애니판이 처음부터 소설판과 꽤 다르긴 했습니다만, 초반에는 일부 원작설정을 설명없이 반영하면서 초면의 시청자들을 무시하더니, 이제는 초면의 시청자에게 너무 다가온 것인지 설정파괴를 하고있네요. 덕분에 어색한 점이 많이 생겨버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하듯 샤이마르의 코로네 같은 외형은 넘어가더라도, 뭐 포스가 너무 약하죠. 그런 의문들 일부를 소설판과 비교해 나열해보는 것도 괜찮겠군요.

소설판 네타있습니다.


- 12화에서 나타난 몇가지 어색한 점

1. 대마왕: '황제' 샤이마르가 너무 약하다?

소설판에서는 완전히 각성한 샤이마르가 세계결계를 완전 침식해버리고 전세계의 프라나를 몽땅 흡수, 프라나가 강한 위저드들만 살아남습니다. 그야말로 이계제국의 '황제'의 면모를 보이지요. 헌데 이것조차도 '갓 완전각성한 상태'였습니다.

애니에서는... 설정변환에 따른 문제일까요? 아니면 연출의 문제일 뿐일까요?

2. 게이저의 '절망했다!' !?

애니에서는 게이저가 소설보다 조금 일찍 정체를 드러내면서, 인류에 절망했으므로 마왕을 이용해 세계를 재창조하려는 매우 '소박한' 의도로 그 음모를 설명하고 있더군요.

원작에서는 제8세계의 신(=환상신)이 잠을 자는 사이, 다른 세계(제1세계)로부터 일어난 고대신과의 싸움이 곧 모든 세계들을 말아먹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 이르자 환상신을 깨워서 빨리 대처하자는, 즉 지구의 멸망을 '대를 위한 소의 희생'으로서 게이저가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애니의 게이저는 감찰자 실격이라 문제가 되고, 소설의 게이저는 감찰자로서는 합격이지만 너무 냉혹했기에 문제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애니의 게이저는 창조주도 아닌 감찰자 주제에 오버하고있는 찌질이 역이 되어버렸네요.

덧붙여서 애니는 아무래도 '8개의 세계'에 대한 원작세계관 자체를 과감히 버리고, 오리지널 단일세계관으로 진행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3. 쿠레하와 히이라기 간의 관계

오프닝 전에 히이라기와 쿠레하의 어린 추억이 나오는데 이건 본래 '프레이스의 불꽃요새'에 있는 회상이지만 애니에 삽입되었군요.

사실 쿠레하는 소꿉친구 사이인 히이라기에게 호감을 갖고있었으나, 히이라기는 둔탱이라 그런 거 모릅니다. 소설판에서는 에리스의 성격도 원인이 되어서 쿠레하의 질투를 자극하게 되는데, 히이라기가 '그냥 소꿉친구'라고 에리스에게 쿠레하를 소개하자, 쿠레하의 분노게이지가 상승해버릴 정도. 뭐, 오해는 단번에 해소되지만 그후부터 에리스는 쿠레하를 매우 부러워합니다. 애니에서는 어째선지 그런 플래그가 약화되었더군요. 없진 않지만 매우 희미합니다.

오히려 애니에서는 에리스쪽 플래그가 더 눈에 띕니다. 소설판의 에리스는 후반에 히이라기에게 동경 비슷한 호감을 갖습니다만, 쿠레하에게는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해 스스로 포기하고있는 모습인데 비교되죠.

결론을 말하자면 애니는, 다 즐기고 싶으면 PS2판 게임 사라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즉 애니에서 히이라기와 히로인의 결말은 내지 않겠다는 심산이겠죠.

4. 어라, 샤이마르가 키리히토를 공격 안하네?

분명 바벨탑에서 키리히토를 공격하는 샤이마르. 이번에는 공격 안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같이 다니는군요. 이상하죠.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소설판에서는 이런 전개가 아니기 때문에 말이지요.

본래는 에리스가 가진 팔찌, '아인 소프 아우르'가 보옥의 힘을 끌어내는 도구(=추)이고, '7보옥'은 샤이마르를 봉인을 푸는데 사용할 힘으로서 '트리거' 역할이지요. 최종적으로 에리스는 잠자는 샤이마르를 담은 전생체고요. 헌데 애니를 보니 '아인 소프 아우르'는 아예 샤이마르의 '그릇'처럼 보이더군요.

소설에서는 7보옥의 힘을 쿠레하 살리는데 쓰면서 샤이마르가 완전각성합니다만, 애니에서 7보옥의 설정은 물건너 갔고, '아인 소프 아우르'에 키리히토가 장난을 쳐놨다거나 식으로 생각해봐야겠군요. 물론 억지입니다.

5. 게이저의 직접개입에 문제는 없는가?

애니에서는 자기부정으로 연관해서 게이저의 직접개입을 룰위반으로 단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설정하면, 게이저 위에 '세계에 개입할 수 있는' 상위존재를 암시하는 식이 됩니다. 하지만 애니상에 이 '상위존재'는 언급이 없어서 하위존재가 깽판을 부리는데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이 없죠.

사실 이미 예전에 네타를 했지만, 게이저는 제8세계를 관리하는 신(=환상신)의 분신입니다. 그렇기에 진짜 힘을 발하지 못하는 감찰자의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한 소설에서는 게이저 말고 천칭의 반대쪽에 자리하는 또 다른 분신 TIS가 있습니다. 이 두 분신이 서로의 개입을 제한합니다.

본래대로라면, '샤이마르 이용계획'에 게이저가 직접 개입을 못한 이유는 TIS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이저가 개입을 할 수록 천칭의 균형을 유지하기위해 TIS도 개입을 많이 하고 견제해올 수 있기 때문에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게이저의 힘이란 일종의 양날의 검인 셈이지요. 게다가 개입으로 인한 틈에 자신이 예상이상의 손상을 입으면 본체인 환상신도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면 (소설판의) 자신의 목적과 반대의 결과를 부를 수 있으므로 벼랑에 몰리기 전까지 행동을 자제했던 것이지요. 물론 세계결계의 영향도 큽니다.  

애니는 설정을 바꾸고 TIS를 제외하다보니 자가당착에 빠진 면이 좀 있습니다.


- 그외 12화의 궁금점들

1. 안젤롯 너무 멍청한 거 아닌가?

네, 안젤롯은 원래 그렇습니다. 단순히 게이저빠였거든요. 그러니까, 회사 팔아버리려는 사장을 믿고 그의 지시를 따라 열심히 일하는 불쌍한 중간관리직의 느낌입니다. 밑에 있는 중견하부직원(히이라기 등)들의 신임도 잃은지 오래고, 하는 일이 거의 매번 그렇습니다.

딴에는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만, 워낙 사장 스케일이 큰 인물이라 중간관리직 따위는 도구로 여기고 있는데 그것도 모른채 일하는 그런 인물상이지요. 사건의 결말부에서는 바뀌지만요.

사실 원작에는 좀 더 깊은 사연이 있습니다. 안젤롯은 본래 제3세계의 수호자에 해당하는 여신이었고 거기서 좀 실수를 많이 범합니다. 예를 들어 유일했던 남신 하나에 홀딱 빠져 하나 더 있던 여신(=익스임)과 경쟁하면서 구애를 하는데 그 남신이 하필 우유부단했던 바람에 두 여신이 화나서 지상계를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그 결과에 분노한 제3세계 관리신(=지신)은 우유부단한 남신을 부숴버리고 두 여신에게 일 똑바로 하라고 했죠. 그러다가 고대신과 관련된 쟁란에서 두 여신끼리 또 싸움붙어서 다시 제3세계는 멸망직전까지 갔습니다. 뭐 세계는 멸망하지는 않았지만 안젤롯은 그때 익스임과 함께 죽었지요.  

이런 불량한 수호자이니 본래대로라면 안젤롯의 영혼은 더 이상 쓸모가 없었겠지만, 그걸 당시 잠자던 환상신이 주워서 제8세계의 수호자로 스카웃한겁니다. 그때 안젤롯을 데려온 것이 게이저였고 따라서 안젤롯은 자신을 구해준 게이저를 연모하며 충실히 따랐던 것이죠.  

2. 벨이 어째서 교복을 입고있는가?

벨이 예전에 히이라기의 학교에 들어갔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인간으로 전생한 자신의 주인이자 연인이었던 대마왕 '아스테이트'를 부활시키려고 잠입한 시나리오인데 결국 실패로 끝났지요. 이후부터 그녀는 자주 교복차림으로 나타났습니다. 어차피 분신이니 옷차림은 뭘로 하든 자유죠. 어떤 마왕은 수영복을 입는데요 뭘.

3. 샤이마르가 월갑을 안쓰고 있다!

'제3천사나팔사건*' 후 월갑전개가 용이해지면서 에뮬레이터들이 출몰한 설정입니다만, 이후 벨이 세계결계를 만진 후 마왕은 세계결계내를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허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마왕이 자기 힘을 쓸만한 정도로 전개하려면 월갑을 써야만 합니다. 세계결계 내에서 월갑안쓰고 마왕이 큰 힘을 억지로 꺼낼 경우 소멸합니다.

그런데 애니판에서 샤이마르는 월갑을 안쓰고 있습니다. 이건 샤이마르가 세계결계를 눌러버릴 정도로 매우 강하다는 의미입니다. 소설판에서도 샤이마르가 세계결계를 거의 완전침식해버릴 정도이니 굳이 월갑을 표현할 이유는 없겠군요. 헌데 이러면 애니의 그 파괴력은 좀 모순적이죠.

*제3천사나팔사건: 나이트위저드세계관에서는 체르노빌원전사고를 다르게 각색하고 있습니다. 즉, '정의의 보옥'을 동력으로 무한한 에너지(=프라나)를 생산하는 마동로가 흑해연안에 있었는데 그게 그만 폭주하는 바람에 세계결계를 흔들 정도로 프라나가 넘쳐 대마왕 '루 사이퍼'를 현현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위저드가 발악을 해서 대마왕의 현현은 몇초내로 억제되었지만, 그때 루 사이퍼는 마동로의 무한에 가까웠던 프라나를 탈취해갑니다. 발전소 일대는 큰 피해를 입었으며 사건은 원전사고로 은폐됩니다만, 때문에 사람들이 과학을 불신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상식'의 힘이 약해져 '세계결계'도 덩달아 약화됩니다. 때문에 잡어 에뮬레이터들도 월갑 전개해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는 설정이지요.

4. 샤이마르에 대한 추가설명

소설에서도 샤이마르는 절망 그 자체이고 자기자신을 포함해 세계가 무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는 존재로 보입니다. 하지만 설정들 찾아봐도 거의 언급이 없습니다. 아마도 그노시스종교에서 '사탄'의 다른 이름으로 사용했던 '사마엘'의 이름을 변형시켜서 적용한 것 같습니다만.  
 
본래 절망 때문에 세계를 파멸시키려다가 환상신에 의해 잠들어버린 대마왕으로 여겨지는데, 그걸 에리스로 전생시켜서 7덕의 보옥을 이용해 게이저가 다시 깨우려고 한 겁니다. 어쩌면 고대신 출신이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그외 설정은 없군요.

참고로 '사마엘'도 그노시스종교에서 언급된 후, 판타지를 좋아하는 신비주의집단들이 악마의 한 종류로 끼워넣었는데 그러다보니 다른 악마들보다 유래도 제각각이고 정체도 확실치 않습니다. 나이트위저드의 샤이마르와 여러모로 닮았다고나 할까요.  

5. 에리스의 오드아이(?)

에리스가 힘을 쓸때 발현하는 오드아이에 대해선 설정상 별 언급이 없으나, 엄밀히 말해서는 에리스의 존재와 관계 있습니다. 에리스는 환상신의 힘의 조각인 '보옥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승자'인 동시에 샤이마르의 전생체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까 파란 눈은 보옥의 계승자로서의 힘을 뜻하고, 붉은 눈은 마왕의 전생체로서의 힘을 뜻합니다.

그녀가 착용한 팔찌는 '계승자'로서의 증표이며 보옥의 힘을 사용하게 하는, 에리스의 일부나 다름없지요. 물론 '쿠레하'도 '별의 무녀'라는 그릇의 특성상 쓸 수는 있습니다만, 게이저는 보옥의 절대적인 힘을 트리거로 해서 샤이마르의 봉인을 깨뜨리기 위해 이런 귀찮은 방법을 쓴 겁니다. 하지만, 애니에서는 설정이 바뀌어버렸기 때문에 의미없는 오드아이가 되고말았습니다.

6. 소설판이랑 전개가 달라져버렸는데 마지막화는 어떻게 될까.

소설판 네타는 이미 예전에 썼으니 생략하고, 애니에선 아마 히이라기의 설득으로 에리스가 제정신으로 돌아가서 모두가 게이저를 상대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화밖에 없으니 샤이마르 잡고 키리히토 잡기도 뭐하고 TIS도 없으니 애초에 스케일 큰 전개는 불가능하죠. 소설판에서는 샤이마르가 해놓은 깽판 TIS가 협조해서 겨우 복구해주는데 말입니다.

가장 무난한 건 모두가 힘을 합치고 특히 에리스의 '샤이마르'의 힘과 히이라기의 '마검의 힘'이 키리히토를 무찌르는 겁니다.

사실 고대신 출신인 샤이마르의 힘은 게이저에 미치지 못하겠으나 본설정을 먹은지 오래이니 소화까지 시켜야겠죠. 게이저에게는 직접개입의 약점도 있으니까요. (본래 108주의 고대신 VS 8주신 => 대등, 키리히토는 8주신 중 하나의 분신)

더 막장으로 만들자면, 에리스는 원래대로 돌아오고 키리히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도망친다. 그리고 나머지는 PS2판으로 즐겨주세요. (희망을 가슴에...) 이렇게 만들진 않겠죠 설마.


그럼, 적지만 이 정도로 나열은 마치지요.

뭐, 소설판에 비하면 다소 아쉽지만, 처음보는 시청자에게는 '왕도적'인 이야기로 수정함으로서 어느 정도 설득력이 생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아예 '시청자방치애니'로 불렸으니 그것보다는 나으려나요. 어차피 팬층을 넓히려면 이런 방법도 필요하겠죠. 그리고 '애니는 소설과 달리 원작과 궤를 달리해서, PS2게임쪽으로 이어지는 듯 합니다' 라고 생각했는데 정보를 보니, 게임은 또 다른 평행세계라는군요. 똑같은 것을 소재로 3번 우려먹기 하려는 걸까요.

애니로만 치면 작화도 좋고, 스토리는 왕도인 어느 정도 잘 만든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