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l Horizon

Blog Info

  • About
  • Chatroom
  • Weather · Calendar
«   2024/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노기 와카바는 용자이다 4화

2015. 11. 2. 20:00취미 겸 번역

[대사서사부 무녀님 - 검열됨]

 

그 기술을 쓰면, 어쨌든 간에 지쳤어요.
굉장히 강하지만,
한 번의 싸움에서 몇 번이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라고,
몸으로 알았어요.
사전에, 기술의 리스크…….
체력의 소진이나 피로감의 설명은 없었지만,
체험해보니 달라요.
 
이번에는 이치모쿠렌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저로서는, 힘이 강화되는 것도 원한다고 할까.
'슈텐도지' 언젠가 시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요.

 

-용자어기 2018년 10월
타카시마 유우나 기록

  


버스에서 게임 중인 치카게


 

제4화 그늘진 꽃

 

 

 논과 밭에 둘러싸인 좁은 길을 1대의 버스가 달린다.
 치카게의 좌석 옆에는 전용무장인 커다란 낫이 포대에 넣어진 채 놓여 있었다. 이 큰 낫은 접어서 휴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녀는 특별휴가를 이용하여, 고향인 고치에 돌아와 있었다.
 창문 밖에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본다.
 계절은 이미 10월.
 가을 바람이 논밭의 황금색 벼 이삭을 흔들고, 멀리 보이는 산들도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
 곧 치카게는 창으로부터 눈을 돌려, 주머니로부터 휴대용 게임기를 꺼내들어 전원을 켰다.
 습격해오는 좀비나 산양뿔의 괴물을, 총으로 쏴죽이며 움직이는 FPS.
 이어폰을 귀에 꼽고 있으면, 버스의 주행음도 들리지 않게 된다. 화면에 집중하고 있으면, 그 이외의 광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게임은 치카게의 유일한 취미이다.
 치카게가 조작하는 총이 화면 안의 적을 차례차례 쏴 쓰러뜨려 간다.
 총에 맞아 죽은 괴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붉은 피를 흘린다.
 치카게의 기술은 굉장하다. 초기장비 한정, 회복 아이템 불이용, 세이브 및 슬립 금지라고 하는 제한 플레이로도, 스테이지를 차례로 돌파해간다.
 '내가 용자가 된 거……. 이미 시코쿠 사방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거네…….'
 시코쿠에의 첫 버텍스 습격 이후, 소란스러웠던 수일간을 생각한다.
 
 치카게 일행의 첫 싸움이 승리로 끝난 후, 버텍스에 대항하는 '용자'의 존재는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대사는 매스미디어의 취재를 받아들여, 오히려 용자의 존재를 어필하는 것으로, 시코쿠의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방침을 취했던 것이다. 인류는 버텍스에게 이길 수 있다, 용자가 사람들을 지켜준다, 라고.
 TV, 신문, 인터넷, 주간지 등으로, 연일이나 다름 없이 5명의 용자의 뉴스가 실명 그대로 흘러나갔다. 용자들이 모두 아직 어린 소녀라는 것도 화제가 되어, 시코쿠 사방의 아이들로부터 어른들에게까지, 누구든 용자라는 존재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국가의 비밀병기.
 이를테면, 인류의 희망.
 이를테면, 최후이자 최강의 방패.
 "이 잡지랑 신문, 와카바 짱의 인터뷰 실려 있어."
 점심 시간, 유우나가 식당에 대량의 잡지와 신문을 가져왔다. 어느 것이든 용자의 특별기사가 지면을 채워, 특히 리더인 와카바는 얼굴 사진과 함께 크게 다루어지고 있다.
 "굉장한 소동이 되어 있네요……."
 안즈는 잡지를 손에 들면서, 감탄하는 듯이 한숨을 쉰다.
 히나타는 신문의 한 면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으으음, 못쓰겠네요. 이 사진으로는 와카바 짱의 매력이 표현되지 않고 있어요. 다음부터는 각사에 제가 고른 베스트 샷을……!"
 "하지 마! 절대로 하지 마!"
 "그거 코미디 도입부인가요, 와카바 짱?"
 타마코도 신문을 보며, 질렸다는 듯 어깨를 움츠린다.
 "그렇다고 할까, 이것도 저것도 지멋대로 쓰여져 있지. 타마들은 병기도 희망도 방해도 아닌, 인간인데 말야."
 그리고 얼마간, 어느 종류의 축제 비슷한 '용자 데뷔' 소란이 계속되어, 그 후 그녀들은 순서대로 휴가를 받는 것이 허락되었다. 용자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정신상태에도 좌우되어, 전부 소모된 상태로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적당한 정도의 휴양은 빠뜨릴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유우나는, 정령의 힘을 스스로의 몸에 깃들게 하여 싸운다는 바장의 수를 사용했기에, 그 영향을 검사하기 위해 입원할 필요가 있었다.
 
 버스의 문이 열리는 벨소리가, 이어폰을 넘어 들려왔다. 게임화면으로부터 얼굴을 들어보니, 어느새 목적지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있다.
 게임의 스코어는 기록을 갱신하기 직전이었으나, 치카게는 어쩔 수 없이 전원을 껐다.
 "……내릴 게요……."
 그녀는 주머니에 게임기를 넣고, 낫을 안아 든 채 좌석을 떠났다.
 
 버스를 내려 몇 분을 걸으면, 1층 건물의 셋집에 도착한다. 여기가 치카게의 생가이다.
 현관문을 열어 안에 들어가니, 악취가 풍겨왔다. 복도는 가장자리에 먼지가 쌓여, 빈 캔이나 빈 병이 굴러다니고 있다. 모퉁이에 놓인 쓰레기 봉투는, 회수일에 내어놓아야 할 것을 잊혀져, 이미 몇 주일이나 방치되고 있는 것일 터이다.
 "다녀왔습니다……."
 대답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복도에 올라가, 빈 캔을 피하면서 걷는다. 약을 마시고 잠든 모양이다. 백발 섞인 머리카락, 움푹 패인 눈, 여위어서 마른 피부……. 아직 30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연로해 보인다.
 맞은편 미닫이문이 열려, 아버지가 방에 들어왔다.
 "치카게, 돌아온 거냐! 오랜만이구나, 건강하게 있었어?"
 야단스럽게 양팔을 벌려, 딸의 귀성을 기뻐한다. 일부러 밝은 표정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피로한 기색이 보였다.
 아버지는 치카게가 갖고 있는 큰 낫의 포대를 보고, 일순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곧 다시 일부러 만든 듯한 웃는 얼굴로 포장한다.
 "그게 용자의……. 큰일이었겠구나?"
 무엇에 대해서의 '큰일'인 것인가. 용자로서 싸우고 있는 것에 대한 것일까, 이런 위험하고 무거운 걸 휴대한 채 귀성한 것에 대한 것일까. 치카게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보다 아빠……. 청소 정도는 좀 해……. 현관에도 복도에도 쓰레기가 쌓여 있어."
 "아, 아아. 하지만 말야, 엄마의 간병으로 바빠서 말이다."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 말을 계속 하면서, 치카게로부터 눈을 피하는 아버지. 그는 가사를 전혀 할 줄 모르고,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미안하다, 치카게. 엄마가 이렇게 되서."
 아버지는 잠들어 있는 어머니를 내려다보고, 한숨을 쉬었다.
 "으응……. 조금 휴가 받았으니까……."
 치카게가 생가에 돌아온 것은 어머니의 용태가 악화되었기 때문이었다.
 버텍스 습격의 날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발병한 '천공공포증후군'. 상공으로부터 습격해온 버텍스에의 공포에 때문에 일어나는, 정신적인 병이다.
 천공공포증후군은, 증상의 경중에 따라 4단계의 스테이지가 있다. 가장 가벼운 스테이지1에선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을 무서워해서 외출을 싫어하게 되는 것 정도지만, 스테이지2 이후로는 버텍스 습격시의 플래시백 등이 일어나, 정신불안정이 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치카게의 어머니도 지금까지 스테이지2였지만, 바로 전날, 스테이지3까지 병세가 악화되었다. 그 단계까지 진행되면, 플래시백이나 환각이 빈번하게 일어나, 약을 뗄 수 없게 된다. 물론 일하는 것도 외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더욱이 병이 진행되면, 스테이지4―자아의 붕괴, 기억의 혼란, 발광―에 이르게 된다. 너무나 심한 증상에, 버텍스로부터는 사람의 뇌에 작용하는 전파나 독이 방출된다고 소문을 내는 자도 있을 지경이다.
 스테이지3이 된 환자는, 스테이지4에 이를 때까지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병의 진행 때문에, 어머니는 얼마 있지 않아 전문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 전에 생가에 돌아와 얼굴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아버지는 치카게에게 말했었다.
 더욱 병세가 진행되면, 머지 않아 어머니는 치카게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잠깐 동안이라도 어머니와 함께 지내줬으면 한다고 했다.
 체념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그 변명도 화나는 것이었지만, 치카게는 거절할 이유도 떠올리지 못한 채 귀성하게 되었다.
 "치카게, 점심은 먹고 온 거냐? 배 고프겠지, 지금부터 배달이라도……."
 "됐어……. 먹고 싶지 않아."
 아버지의 말을 끊고 치카게는 양친에게 등을 돌려, 거실의 출입구로 향한다.
 "어디 가는 거야?"
 "모처럼 돌아왔으니까……. 친구들 만나고 올게……."
 "그런가……."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분위기가 등 너머로 전해져 왔지만, 치카게는 무시하고 방을 나왔다.
 '역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
 
 치카게는 후회하면서, 논 사이로 깔린 좁은 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친구들과 만난다고 한 것은, 그저 핑계다. 이 마을에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친구 따위, 치카게에게는 없다.
 코오리 집안의 가라앉은 분위기로부터 빨리 도망쳐 나오고 싶었을 뿐.
 그 집은 싫다.
 막다른 인생 앞에서 완전히 지쳐버린 양친의 모습도 싫다.
 어째서, 이런 꼴이 되어버린 걸까.
 치카게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연애결혼이었다고 한다.
 친족들은 결혼을 반대했다고 하는 것 같아서, 싸고 작은 집을 빌려서 둘이서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치카게가 태어난다.
 치카게의 존재를, 아버지와 어머니도 진심으로 축복했다.
 두 사람 뿐이었던 가족은 셋으로 늘어나, 작은 행복의 나날이 계속되어 간다.
 
 그렇게는 되지 않았다.
 
 치카게의 부친은 천진한 어린아이가 그대로 어른이 된 것 같은 성격으로, 남편이나 부친으로서는 문제가 있는 인물이었다. 자신의 자유를 우선하는 반면, 가사나 육아를 귀찮아해서, 가족에의 배려가 부족했다.
 어느 밤, 어머니가 고열을 내며 쓰러져, 어린 치카게로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도움을 구하듯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던 일이 있었다. 그는 그저 '약을 먹여서 재우고 있어'라고만 대답하고 전화를 끊어, 술에 취해 돌아온 것은 오전 2시쯤. 그때까지, 치카게는 불안해서 죽 울고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족에 확집이 생겨 간다.
 그리고……. 어머니의 불륜이 발각되었다.
 화제가 적은 시골이었기 때문인지, 그 소문은 금세 주변에 알려졌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마을 안에서의 입장은 몹시 나빠졌다.
 치카게도 마찬가지였다. 밖을 걷고 있을 때, 뒤에서 험담이 끊이질 않았다. 학교에 있을 때, 멸시받고 괴롭힘 당했다.
 얼마 가지 않아, 어머니는 남자와 함께 집을 나갔다.
 그런 상황이 되었어도, 양친은 이혼을 하지 않았다. 치카게를 어느 쪽이 맡을 것인가, 매듭이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사람 다 치카게를 서로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딸만 없다면, 양친은 과거를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치카게의 존재를, 아버지도 어머니도 진심으로 저주했다.
 ……나는, 무가치하고 밉기만 할 뿐인 아이인 거구나…….
 치카게는 확실하게 그리 자각했다.
 양친으로부터는 미움받아, 마을의 주민들로부터는 멸시받아, 학교에서는 괴롭힘 당하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버텍스 습격의 날.
 
 치카게에게 용자로서의 힘이 발현했다. 버텍스의 습격지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싸움은 하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용자의 힘을 갖고 있다고 대사는 인정. 치카게는 곧 카가와에 소집되었다.
 그로부터, 휩쓸려가듯 일은 진행되었다. 용자라는 존재의 설명을 받아, 마찬가지 힘을 지닌 소녀들과 만나, 대사 관리하의 학교에 전입되었다. 단 6명의 학생밖에 없는 전원 기숙사 생활의 학교였다.
 여러 수속이 끝나, 용자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졌을 무렵, 치카게는 딱 한 번 생가에 귀성했다.
 거기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있었다. 어머니는 혼슈에 있었기에 버텍스에게 습격받아, 간신히 시코쿠로 도망쳐 돌아왔다고 한다. 함께 있었던 남자는 버텍스에게 살해당했다는 것 같다.
 "엄마는 천공이라는 것 같다……."
 아버지는 어두운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천공공포증후군의 발병. 이미 스테이지2였다. 밖에 나가는 것도 일하는 것도 곤란. 불륜소동과 소문 탓에 아버지도 어머니도 친족으로부터 절연상태가 되어 있었기에, 아버지가 혼자서 어머니의 간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천공은 환자가 너무나 많았기에, 스테이지2로는 입원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버지는 파트타임의 직장으로 전직하여 수입이 줄었지만, 어머니의 치료 때문에 돈이 나간다. 생활은 아슬아슬했다.
 '……자업자득이야…….'
 코오리 집안은 한결같이 답답했고, 가망을 잃어 간다.
 그 집은 싫다.
 막다른 인생 앞에서 완전히 지쳐버린 양친의 모습도 싫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가치하고 밉기만 한 자신이 싫다.
 
 수심에 빠져 있으면서 걷고 있었더니, 예전에 다니고 있었던 초등학교 앞에 와있었다. 옛 버릇인지 멋대로 발이 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학교에는 싫은 기억만이 잔뜩 있다.
 학교 안에서 같은 편은 없었다. 언제나 혼자 자신의 자리에서 고개를 숙인 채 지내고 있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치카게를 '헤픈 여자의 딸', '음란녀'라고 불렀다. 아마 단어의 의미도 모르고 그랬을 것이다.
 직원실에 들어가자, 교사들의 '그 부모의 아이니 제대로 된 어른은 못될 거야'라는 비웃음이 들렸다.
 매일 같이 갖고 있던 물건이 없어졌다.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입고 있던 옷이 벗겨져 소각로에 태워졌다.
 가위로 머리카락을 잘려, 그 때 귀까지 같이 상처를 입었다.
 놀이라고 하면서 계단에서 밀쳐져 떨어졌다.
 그 무렵 치카게가 자신의 마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내면으로 틀어박히는 것 뿐이었다. 그것을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게임에 열중하는 것. 화면에 집중해 이어폰으로 귀를 닫고 있으면, 주변의 모든 것을 자신으로부터 떼어놓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하면 매도하는 소리도 괴롭힘 당하는 아픔도, 치카게에게는 닿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프지 않다.
 게임에 몰두하여,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자신은 무가치한 존재니까,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부모가 그 모양이니', '짜증나', '음침해', '태워버리자', '아하하하!', '옷 어쨌어?', '음란', '그런 부모니까', '성가신 머리', '가위', '아, 실패', '피!', '아하하하', '선생님, 몰랐어', '아하하하!', '게임 그만하라고', '기분 나빠', '계단', '떨어졌다', '구급차', '도망쳐', '선생님한테 폐 끼치지 좀 마', '그 부모의 딸이니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프지 않다.
 아무것도…….
 "아프지 않을 리…… 없어……!"
 치카게는 귀를 누른다. 옛 반 아이들에게 가위로 베인 부위가 질금질금 아팠다.
 아무리 게임에 몰두해도, 멸시해대는 소리는 들린다. 악의는 전달된다. 아픔은 느껴진다.
 그러니까 그녀는, 죽 혼자서 상처받고 있었다.
 "어째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째서 생각해내 버리는 것일까. 카가와에 있을 때는 생각난 적도 없었는데. 그 무렵의 기억따위, 모두 머리로부터 지워져버리면 좋을텐데.
 '돌아가자…….'
 치카게는 학교에 등을 돌렸다.
 더 이상 1초라도 여기에는 있고 싶지 않다.
 빨리 카가와에 돌아가자.
 '타카시마 상한테……. 만나고 싶어……."
 괴롭힘당하는 삶의 방식에 찌들어, 사람과 접하는 것에 아주 서투르게 되어버린 치카게에게, 유우나는 거북해하지 않고 말을 걸어주었다.
 카가와에 돌아가면…….
 유우나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분명 다시 옛 기억 따위 잊어버릴 수 있겠지.
 "너……. 코오리 상?"
 배후로부터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 치카게는 뒤돌아 보았다. 거기 서 있던 것은 이전 그녀의 담임이었던 여성 교사다.
 그녀는 옛날보다 아주 조금 늙어버린 얼굴로 미소지었다.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모두 이미, 너네 집에 가 있어."
 "……? 우리 집……?"
 "그래. 네가 고향에 돌아온 거, 모두에게 전해졌으니까."
 치카게의 머릿속이 의문부호로 가득 채워진다.
 '모두가……? 무슨 일……?'
 그녀는 치카게의 손을 잡아, '자 가자'라고 하면서 끌고가는 듯이 해서 같이 간다.
 이전 담임에 의해 데려와진 장소는 치카게의 집이었다.
 집 앞에는 많은 사람들의 무리가 생겨 있었다.
 더더욱 혼란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사람들은 다 같이 흥분과 존경의 눈빛을 치카게에게 향하고 있다.
 그로부터 끼얹어지는 듯한 무수의 목소리.
 치카게를 괴롭혔던 옛 반 아이들이 알랑거리는 미소를 띄우며, '우리들 친구지? 원망하는 거 아니지?'라고 말해왔다.
 이전, 치카게를 헤픈 여자의 딸이라고 멸시했던 상점가의 가게주인들이 부디 자신의 가게에 들러줬으면 한다고 그녀에게 머리를 숙여왔다.
 기분 나쁜 아이라고 치카게의 뒤에서 욕을 하고 있었던 이웃 주부들이, 그녀를 마을의 자랑거리라고 절찬했다.
 시장이라고 밝힌 남자가, 치카게에게 영예상을 줄 테니까 수여하는 장면을 지역지와 홈페이지에 게재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부탁해왔다.
 치카게는 처음에, 그저 멍하니 있었다.
 '아아, 그래……. 이건…….'
 치카게는 포대에 들어있는 채인 낫의 자루로, 지면을 내려쳤다.
 메마른 소리가 여기저기로 울려, 한순간에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은 쥐죽은듯 조용해진다.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 장소에 있는 전원이 그녀에게 주목하는 가운데, 치카게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가치 있는 존재인가요……?"
 
 사람들은 잠시 의아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곧 누군가가 대답했다.
 
 "물론이야. 왜냐하면 넌 용자님인걸."
 
 비슷한 말이, 곧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나왔다. 모두가 용자인 치카게를 칭찬하고 있다.
 치카게는 지금까지, 죽 가장 밑바닥이었다. 멸시당하고, 미움받으며, 상처받아, 너는 무가치한 인간이라고, 몸과 의식에 각인당하는 듯이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전에 치카게를 상처 입히고 있었던 인간이, 그녀에게 알랑거리고 있다.
 이전에는 치카게 따위 길가의 돌맹이로도 생각하지 않았던 어른이 그녀에게 두 손을 모아 비벼대고 있다.
 '내가……. 용자니까……!'
 
 그 날, 치카게는 역시 하룻밤만 생가에 머무르기로 했다.
 양친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고통이었지만, 치카게에게는 이제 두 사람의 존재가 너무나도 작아 보인다.
 치카게에게 있어, 그들은 싫어할 가치도 없는 약하디 약한 존재인 것이다.
 용자의 가정에는 대사로부터 지원금이 주어져, 그 밖에도 여러 편의가 준비된다……. 언젠가 그렇게 들은 것을 치카게는 생각해냈다. 수입이 줄어든 양친이 생활 가능한 것도, 어머니를 입원시키는 것이 가능하는 것도, 치카게의 덕분일 터이다.
 용자인 치카게가 양친을 먹여살리고 있는 것이다.
 약 때문에 어딘가 얼빠진 눈을 한 채 엎어져 있는 어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그녀는 물어보았다.
 "저기……. 엄마."
 "왜……?"
 "내가 용자가 되서……. 엄마는 기뻐……?"
 "응……. 너를 낳아서 다행이야……. 사랑하고 있단다."
 태어났을 때에 축복받아.
 후에 저주받아, 미움받아.
 지금, 치카게는 다시금 축복받았다.
 
 다음 날, 치카게는 카가와에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버텍스의 두 번째 침공이 일어난다.
 
 벽을 넘어, 밀어닥쳐오는 인류의 천적.
 소녀들은 제각기의 무기를 들고, 버텍스의 일군에 맞선다.
 이번에는 첫 번째의 침공보다도 들어온 버텍스의 수가 아득히 많다.
 그러나 첫 싸움과 달리, 치카게는 공포에 질리지 않았다.
 큰 낫을 휘둘러, 차차 적을 격파해간다.
 와카바도, 타마코도, 안즈도, 그리고 유우나도.
 "에……. 타카시마 상?"
 치카게는 일순, 눈을 의심했다. 유우나는 검사입원 중으로, 이번 전투에는 참가하지 않을 터였다.
 눈 앞의 버텍스를 베어넘긴 후, 치카게는 유우나의 쪽으로 향한다.
 "타카시마 상……. 병원에 있었던 게……?"
 유우나는 겸연쩍은 것처럼 미소를 띄우며,
 "아하하하……. 시간 멈춰있으니까, 몰래 빠져나와서 와버렸어. 모두가 싸우고 있는데 나만 쉬고 있을 수는 없어!"
 유우나다운 대답에, 치카게는 무심결에 빙그레 웃었다.
 "오, 군 짱이 웃었다! 오늘은 긴장하고 있지 않구나!"
 "으응……. 전 같은 추태는 보이지 않을 거야……."
 "응! 좋~아, 그럼 버텍스따위 전부 쓰려뜨려서 시코쿠를 지키자!"
 치카게는 고개를 끄떡이고, 버텍스의 무리를 바라본다.
 '……내가 가장 많이 죽여서……. 제일 용자로서 활약하겠어……!"
 치카게는 도약하여, 버텍스의 일군 가운데에 끼어들어 간다. 커다란 낫을 휘두를 때마다, 계속해서 적은 양단당해,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며 소멸해간다. 게임의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것과 같을 정도로 간단하다.
 '나는……. 용자이기에 가치가 있어…….'
 사람들을 지켜, 버텍스를 잡는 용자이기에 비로소 그녀는 칭찬받고 사랑받는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버텍스를 쓰러뜨리며 활약한 용자가 된다면, 더욱 가치를 인정받아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노력하면……. 더욱 모두가 나를 좋아하게 되어줄 거야…….'
 무가치한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주겠다.
 갑자기 버텍스들 중 몇 개체가 융합을 시작했다.
 "저 녀석은……. 내가 죽이겠어……!"
 치카게는 자기 몸의 내측에 의식을 집중시켜, 신수가 지닌 개념적 기록에 접근한다. 그로부터 힘을 추출하여 자신의 몸에 깃들게 한다…….
 
 융합하여 새로운 형태가 된 버텍스는, 본래 모습에서 입 부분만을 남겨놓고 거대화한 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커진 것 뿐……인가?"
 "어떨지……?"
 타마코와 안즈가 경계를 계속하면서, 진화체의 동향을 살핀다.
 다음 순간, 진화체의 거대한 입으로부터 무수한 화살이 사출되었다. 유성과 같이, 화살이 타마코 일행에게 쏟아진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황급히 타마코는 선인반을 방패 형태로 만들어, 자신과 안즈를 화살로부터 지킨다.
 진화체는 타마코 일행에게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 다음은 유우나로 목표를 정했다.
 "와와와와와와!"
 유우나도 무수한 화살들로부터 허둥대며 우왕좌왕 도망다니고 있다.
 "이래선 가까이 갈 수 없어!" 
 화살의 사출량은 안즈의 석궁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걸 무리하게 접근하려 했다간 순식간에 침봉처럼 되고 말 것이다.
 진화체는, 다시 조준을 유우나로부터 치카게로 옮긴다.
 무수한 화살이 치카게를 덮쳐…….
 치카게의 몸은 무참하게 꿰뚫렸다.
 그녀는 무너지듯 쓰러져, 수해 안으로 떨어져 간다.
 "군 짜아앙!!"
 유우나의 비통한 절규가 울린다.
 하지만 직후, 유우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봤다.
 수해에 떨어져 사라졌을 터인 치카게가, 다른 장소로부터 진화체 버텍스에 특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고, 주변을 잘 보니 적에게 육박하고 있는 치카게는 1명이 아니라 7명이었다.
 "분신술!? 군 짱은 닌자였어!?"


7인 미사키의 힘이 깃든 치카게


 '틀려……. 타카시마 상…….'
 치카게가 신수의 개념적 기록 가운데로부터 추출한 정령은 '7인 미사키'. 그 힘을 두른 치카게는, 일곱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여, 7명의 치카게가 동시에 죽임 당하지 않는다면 죽지 않는다.
 한 사람이 격추당해도 두 사람 격추당해도, 치명상을 당한 치카게는 곧 소멸하고 새로운 치카게가 출현하여, '일곱'이라는 사람 수는 절대 증감되지 않는다.
 아무리 화살의 수가 많아도, 7명이 동시에 죽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지금의 치카게는 불사신이다.
 무수한 화살들을 잽싸게 빠져나가, 도중에 열 몇 사람의 치카게가 격추되었지만, 상관없이 치카게들은 진화체 버텍스의 바로 앞에 다다른다.
 '내 무기에 깃든 영력은, '오오하가리'…….'
 옛날 농경을 관장하던 땅의 신 중 하나가, 죽은 친구의 빈소를 분노에 차서 베어버리는 폭거를 자행했다. 그 때에 쓰였던 무기가 '오오하가리'. 죽은 자조차도 모독하는 저주받은 검. 그러하기에……. 
 7명의 치카게는, 사람의 신장만한 커다란 낫을 동시에 크게 휘둘러 올려, 동시에 내려찍는다. 일곱 군데를 동시에 공격당해, 진화체 버텍스는 분쇄되어 흩어져 소멸했다.
 
 그리고…….
 총 100체를 넘는 버텍스는 전부 소탕되어, 용자의 두 번째 출진 되는 싸움은 끝이 났다.
 적의 과반수를 쓰러뜨린 것은, 이번에도 와카바였다.
 
 수일 후.
 가을도 깊어가고,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한 무렵.
 치카게는 혼자, 훈련장에서 낫을 휘두르고 있었다.
 저번 싸움에서도 역시 대사는 와카바의 활약을 칭찬하였고, 매스컴도 이를 크게 다루었다.
 '나는……. 더욱 강해지겠어……. 와카바 상보다도…….'
 "군 짱!"
 치카게는 낫을 휘두르던 손을 멈추고,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았다.
 훈련장의 입구로부터, 유우나가 달려오고 있다.
 "타카시마 상……. 병원은……?"
 "오늘, 드디어 퇴원했어. 입원한 동안, 진짜 지루했다고! 그리고 수해화된 때 병원 빠져나갔던 거, 완전히 들켜 있었어……. 그게 아니었다면 좀 더 빨리 퇴원했었겠지만……."
 유우나는 어깨를 떨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건 그렇고, 군 짱은 자율훈련 중?"
 "응……. 강해지고 싶으니까……."
 지금까지 치카게는, 자청해서 훈련을 행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더욱 강해져서 더욱 많은 버텍스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강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다.
 '좀 더 힘내면, 더욱 모두가 나를 좋아해줄 거야…….'
 용자이기에 치카게에게 가치가 있다면, 그 가치를 더욱 높이고 싶다. 그것을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
 치카게는 다시금,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한다.
 단순히 살상력만을 생각하면, 치카게는 자신의 무기가 와카바의 칼에 밀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와카바와 자신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마도, 무기를 다루는 데에 관한 숙련도일 것이다.
 와카바는 어렸을 때부터 거합을 배워, 칼을 자신의 수족과 같이 다루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에, 치카게는 무겁고 커다란 낫을 다루기에 있어 그 정도까지 손에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많이 이 무기를 휘둘러, 다루는데 능숙해진다면, 분명 와카바와 같은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다.
 "군 짱, 조금 괜찮을까?"
 유우나가 치카게에게 손을 내민다.
 "……윽!"
 치카게는 돌연 움츠리는 자세를 취한다. 예전에 이지메를 당하고 있었던 때의 후유증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버릇이다. 타인이 불의에 자신에게 손을 내밀면, 공포를 느껴 반사적으로 몸이 굳어진다.
 '타카시마 상……. 기분 나쁘게 했을지도……."
 하지만 유우나는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그대로 치카게의 손을 만졌다.
 "무기는 이렇게 잡아, 좀 더 이렇게……. 슈웅!하는 느낌으로 휘두르는 쪽이 좋을 거라 생각해."
 유우나는 치카게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 함께 낫을 휘두른다.
 "슈ㅡ 슈웅……?"
 "그래, 슈웅 하는 느낌!"
 "……어떤 느낌일까……? 슈웅이라는 건……?"
 "슈슉 하는 느낌이야!"
 "슈웅이, 아니었어?"
 "슈웅이랑 슈슉은 같지만 다르다고! 느낌은 달라!"
 유우나의 설명은 알아듣기 힘들다. 하지만 열심히 치카게에게 전해주려고 해준다.
 그 마음이 기뻤다.
 "그리고 말야, 군 짱."
 "……왜?"
 "나는 이전의 싸움, 군 짱이 가장 활약했다고 생각하는데."
 "……에?"
 "와카바 짱한테 지지 않을 정도로, 버텍스에 계속해서 맞서고 있었고. 내 쪽에 오려고 한 적은, 대부분 군 짱이 쓰러뜨려줬지? 타마 짱 쪽이 놓친 버텍스도, 군 짱이 전부 쓰러뜨렸었어."
 "아……."
 치카게가 얼마나 힘내서 싸웠는지, 그녀는 제대로 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유우나는 치카게와 손을 포갠 채 무기를 휘두르면서, 웃는 얼굴로 말한다.
 "에헤헤, 군 짱의 손은 따뜻하네. 오늘은 추우니까, 죽 이러고 싶네."
 "……응……."
 치카게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건 고향에 귀성했을 때에 흘렸던, 그 괴로운 눈물과는 다르다.
 "어라, 울고 있어? 뭔가 나쁜 말 해버린 건가!? 미안!"
 당황해서 사과하는 유우나에게, 치카게는 눈가의 눈물을 닦고 머리를 옆으로 흔든다.
 "으으응……. 아니야……. 이건……."
 "?"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유우나에게, 치카게는 눈물 맺힌 미소의 얼굴로 말했다.
 "고마워……. 타카시마 상."
 분명 더는, 옛 상처가 아플 일은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유우나에게 위안을 얻는 치카게



(4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