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2. 03:12ㆍ이야기들/애니메이션 이야기
'유우키 유우나는 용자이다'를 보면 작중에서 주연들이 속한 부활동인 용자부는 토고를 통해서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제작진은 팬 서비스로 이 홈페이지를 현실에도 만들어놨는데, 여기에도 애니메이션처럼 작중 캐릭터가 써놓은 것으로 되어 있는 글들이 있는 등 방영중인 장면들을 살리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과 연관해서 이 홈페이지에서 특히 의미있는 글은 토고가 써놓은 칼럼입니다. 해당 칼럼은 '오늘의 우리나라'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데, 일본 민족주의의 신화적 기반에 연관된 정보로서 한국에선 쓸모없는 잡지식입니다만, 여기 쓰인 글을 읽어보면 토고라는 캐릭터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고사기에 있는 일본창세신화 설명을 통해 이 시리즈의 설정적 모티브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어서 재미로 읽을만은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에 해석을 해봅니다.
앞서서 설명을 붙이자면, 아래에도 쓰여진 것처럼, 고사기에 의하면 일본 땅은 모두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사이에서 태어난 섬입니다. 첫째가 아와지 섬이고, 그 바로 옆에 둘째로 태어난 섬이 시코쿠로서 고사기에서는 시코쿠를 '이요노후타나노시마(伊豫之二名嶋)'라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의 배경지역을 세토내해의 섬인 시코쿠로 정한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겠지요. 어찌되었든 일본 고유의 신토를 설정의 모티브로 삼은 애니메이션이니까요.
한편 칼럼 마지막 문단을 보면, 과한 느낌도 있습니다만, 토고는 애국심 투철하면서 국교에 대한 신앙심도 깊은 캐릭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조국에 대해 자긍심을 가진 채 자국 역사나 신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요. 서명도 완전히 일본풍이고, 작중에 군사관련에까지 관심을 가진 듯 보이는 것도 그 영향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벼운 중2병의 한 방향 같기도 하지만, 와시오 스미 역시 일본의 정신을 중시하는 편이긴 했었으니 본래 성격일지도 모르겠군요. 어느 쪽이든 향후 전개에서 이 요소가 어떻게 다루어질지 또한 관심이 갑니다.
오늘의 우리나라
고사기 상권에 가로되 '(이자나기 신과 이자나미 신은) 이와 같이 말을 마치고 결합하여, 아이를 낳았으니, 아와지노호노사와케노시마(淡道之穗之狹別嶋)가 태어났다. 다음에 이요노후타나노시마(伊豫之二名嶋)를 낳았다. 그 섬은, 몸은 하나이면서 얼굴은 4개가 있는 등'이라 하였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성립에 대해 쓰여진 신화의 한 구절입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날마다 발 붙이고 있는 이 국토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기원에 관한 신화는 '국가출산신화'라고 부릅니다. 문헌에 따르면 이자나기 신과 이자나미 신이 관계하여, 우선은 아와지 섬, 다음에 시코쿠, 다음에 오키 제도……와 여러 나라를 낳게 되었다고 합니다. 즉, 우리가 발 붙이고 있는 이 토지는, 이자나기 신과 이자나미 신의 자식이며 틀림없는 신 그 자체인 것입니다.
천지창조에 관한 신화에는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신이 말로써 천지를 지었다'(유대) '거대한 알(=우주알)로부터 태어났다'(고대희랍) '거인의 시체를 사용해 창조되었다'(북구) 등등. 하지만 태어난 신(=국토) 그 자체에 사람이 발을 붙이고 생활한다고 하는 신화는 매우 희귀하여, 야마토 창세신화의 특징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800만의 신들이 있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800만이라 함은 '800만'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아니고, 무수히 많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무수의 신들이 깃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평소 접하고 있는 물건들 중에도 신이 깃들어 있어 우리들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800만의 신들'이라고 하는 사상의 종착점이 바로, 이 국토 자체가 신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들은 어느 나라들보다도 신들에게 가까이 있으면서, 그 커다란 가호를 매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는 3백년전에 있었던 큰 역사의 전환점을 뛰어넘어, 계보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저는 이 사실을 가슴에 품은 채, 눈에 보이지 않는 신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나라에 이바지해나갈 작정입니다.
토고 미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