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츠키가 인간이 된 건,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가......우리들은 모르는 이유가......"
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빠졌지만, 타카츠키 본인이 모르는 것을 내가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라고는 해도, 내가 알고있는 악마화의 메커니즘은 카가카가리나 타마오상으로부터 들은 것이 거의 다라서, 그들이 사실을 이야기했는지 어떤지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미안해요."
타카츠키가 뜻밖에 그렇게 말했다.
"에, 뭐가?"
그녀의 팔에 난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면서, 나는 얼빠진 목소리로 되묻는다. 별 상관없어 반장고를 붙여주는 것쯤, 큰 수고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려 입을 연 순간,
"지금의 나는......나츠메군을 지켜줄 수 없을지도......"
타카츠키의 말에, 나는 숨을 쉴 수 없게 되었다.
어떻게 말을 해줘야할지 알 수 없었다. 이 부서질 것만 같은 가냘픈 소녀는, 자신의 존재가 소멸을 겨우 면한 그 직후에,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가 하고 충격을 받았다.
이제 와서 이러는 것도 그렇지만, 그녀에게 지워진 악마라고 하는 주박의 무거움에 현기증이 난다.
그리고 그 주박을 그녀에게 지운 범인의 한 사람은, 틀림없이 나다. 타카츠키의 악마의 힘에 지켜져, 그 상태에 기대고 있었던 내가 그녀를 몰아붙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됐어......"
생긱하기보다도 먼저, 나는 타카츠키를 껴안았다.
헉 하고 숨을 삼키는 기척이 느껴졌다. 품 안에, 그녀가 놀란듯이 몸을 움츠린다.
"이제 됐어. 타카츠키가 무사하게 있어주면...네가 인간이라도 악마라도 관계 없어."
타카츠키의 어깨가 조금 떨렸다.
그리고, 그녀는-머리를 흔들였다.
확실하면서도 망설임없이. 타카츠키는 내 말을 부정한다.
"제가 악마가 아니게 되버리면......나츠메군을 지킬 수 없으니까......"
"그런 거......읏"
절망으로 눈앞이 어두워진다.
말은 없어도, 내게는 타카츠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손에 잡히듯 알 수 있었다. 죽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었다.
타카츠키에게 있어 나는, 지켜야만 하는 존재인 것이다. 친구도 동료도 아닌, 그저 목숨을 걸고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 나를 지키는 것이 자신의 존재의의라고, 타카츠키는 고집스럽게 맹신하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악마의 힘을 싫어하는 그녀가, 악마인 자기자신을 긍정하기 위해 이끌어낸 결론이겠지.
입학식의 단 수일후. 나는 그녀가 악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잡혀있던 타카츠키를 구하려했다.
그저 그것뿐인 작은 사건. 허나, 그것은 타카츠키에게 있어서는, 병아리의 어미각인처럼 결정적인 체험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녀는, 지금도 그 일에 매여져 있는 것이다.
나는 악마인 타카츠키를 위해 싸웠다. 그러니까 자신은 악마로서 나를 돕지않으면 안된다. 그녀는 그러한 생각에 빠져버린 것이다. 마치 자신이 악마가 아니게되면, 나와 함께 있을 자격이 없다라고도 말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아,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타카츠키는 소중한 친구이며 동료이고,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리고 나는 그런 말이 타카츠키에게 닿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있었다.
그 날의 그 교회의 그 예배당에서, 타카츠키가 받은 충격을.
그날부터 그녀를 붙들어 매기 시작한 주박을.
그것들을 부술 수 있을 법한 말을, 나는 하나밖에 알지 못했다. 악마도 인간도 아닌, 지금 여기 있는 소녀만을 긍정하는 말.
"나는......네가 좋아, 타카츠키."
타카츠키의 어깨의 떨림이 멈췄다.
경직해있던 타카츠키의 신체로부터 힘이 빠졌다. 폭신한 체중을 받아세우고, 나는 타카츠키의 등을 꽉 껴안았다.
"아......"
타카츠키가 슥 하고 얼굴을 올렸다.
서로의 코끝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타카츠키의 얼굴이 있다. 그 뺨이 어둠 속에서도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붉게 물들어있었다.
"앞으로는, 내가 할게......아니아나 미사오를 찾아내서, 원래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을테니까. 그러니까 타카츠키는 함께 있어주기만 하면, 그것만으로......나는 기쁠 테지만."
굉장한 용기를 쥐어 짜서, 나는 더듬거리는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타카츠키는 뭐라고도 대답하지 않았다. 심장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호흡하는 것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있다. 그런 채로 직식해서 죽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을 때,
"네."
타카츠키가, 소곤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직후, 그녀의 체중이 내 품 안으로부터 소멸했다.
스륵, 하고 내 품으로부터 빠져나온 타카츠키는 일어서서, 그녀는 내 뒷쪽을 향했다. 또 하나의 침대 쪽으로 걸어가서,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말투로,
"저, 세탁한 것들을 가지러 갈테니까......저기......나츠메군은 먼저 쉬고있어요."
타카츠키가 벽옆에 모아져있던 커텐을 당겨, 그녀의 침대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타카츠키는 마지막으로 딱 한번 나를 돌아보고,
"잘 자요."
무뚝뚝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는, 톡톡하고 발소리를 내며 그녀는 보건실을 나갔다.
그뒤에는 나뿐만이 남겨졌다.
한밤중의 학교. 약품냄새가 진동하는 보건실. 딱딱한 침대.
나는 침대에 누워서, 의미도 없이 머리 위로 팔을 뻗어올린다.
"에-또, 이건."
창밖의 구름 낀 하늘에 달은 보이지 않는다. 설사 보였다하더라도, 내 팔로는 닿지않는다.
"차인 것......일까나?"
아까까지 느끼고 있던 타카츠키의 체온이 사라지자, 사람없는 교사의 적적함이 몸에 스며든다.
나는 한숨을 쉬고는, 축 엎드러졌다.
그 다음은 뭐, 곯아떨어진 것마냥 잠드는 수밖에 없었다.
11권 네타는 도처에 넘치니 이만 넘기고요. 아무래도 아수라크라잉은 11권까지가 도입부이고 12권부터 본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주요정보는 12권에서 밝혀지는듯 합니다.
예를 들어 세계멸망의 원인은 블랙홀실험을 통해 나타난 기계장치의 '신(데우스)'이고 그 도래를 막기위해 첫째 세계의 중력로와 둘째 세계의 유적을 사라지게 하려했던 계획이나, '신(데우스)'를 찾고 가능하다면 쓰러뜨리기위해 아수라마키나를 만들었다는 거라든가, 블랙홀 중앙에 있는 나오타카(첫번째 세계의 진짜 형)라든가부터, 나오타카의 계약악마가 첫째 세계의 리츠라든가, 첫째 세계에는 건강히 살아있는 아이네라든가, 첫번째 세계의 히와코는 브라콘이라든가 하는 세세한 것까지 등등.
12권 내용을 좀 들여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프롤로그에서는 미사오가 모든것을 깨달았다면서 소학교 시절때 곧잘 가출했던 자신을 항상 찾아와주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찾으러오라고 무의식영역에서 토모하루와 대화하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헌데 몽중에 미사오를 따라 헤매다 깨니 아니아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는 참으로 난감한 시츄에이션이 발발, 거기에 카나데는 토모하루가 빈유를 좋아하나하고 고민하기도.
한편, 첫째세계의 학교에도 가는데 둘째세계에선 죽었거나 적이었던 이들도 평화롭게 살아는 있군요. 하지만 멸망해가는 세계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감도 듭니다. 하지만 그래도 상상이상으로 건강한 아이네라든지, 브라콘 히와코라든지 등등. 그런데 토모하루는 타카츠키와 함께 보건실에 가면서 전의 고백을 생각하고 그때의 무응답을 자신이 차였다고 해석하고 있더군요. 사실 카나데도 토모하루를 좋아하지만, 미사오가 없기 때문에 확답을 못했던 것이지요.
이런 와중에도 토오루는 토키야의 명을 따라 아니아가 가져간 이그나이터를 내놓으라 합니다. 투영체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것이 비교적 간단하고 특히 스테빌라이져의 보조를 통해 다른세계의 '자신'의 몸에 단시간동안 완전히 빙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토오루는 토모하루 일행을 원래세계로 돌려보내주는 대신 이그나이터 내놓으라고 아니아에게 거래를 제의한채 돌아갑니다.
참고로 이그나이터는 좀 이상한 물건이더군요. 모순에 휩싸인 플러그인인데 그 구조적 수수께끼는 둘째치고 만든 사람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더군요. 그냥, 세계가 회전해버리면서 2번째 세계에 자연히 생겨난, 그런 물건이랄까. 사실 아수라마키나 개발에 아니아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엄밀히는 타임패러독스입니다만, 이 작품이 나선을 그리고있다보니 이렇습니다. 아니아가 중력로 개발에 상당한 촉매가 된 것은 세계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필연에 가깝죠.
덧붙여, 암컷형 악마가 계약자에게서 그 계약악마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매개로 비재화를 억제하는데 반해서, 수컷형악마는 자신에게 있는 사랑하는 이에 관한 '기억'을 소비해서 억제한다는군요. 덕분에 첫째 세계의 미사오는 첫째 세계의 토모하루에게서 잊혀지고싶지 않아서 관계를 거절했지요. 카나데가 아버지를 싫어하는 이유도 아버지가 결국 어머니의 기억을 다 잊어버렸기 때문. 그나저나 첫째 세계의 미사오는 계약신청해온 첫번째 세계의 토모하루를 찼고 두번째 세계의 미사오도 양보, 이거 무슨 훼이크 히로인인가요.
이와 관련해서 카나데는 첫번째 세계에 온 토모하루의 비재화를 늦추기위해서 일부러 히구치에게 남자를 기쁘게 하는 방법 같은 것을 물어봐서 아니아에게 부탁해 네코미미를 하게하거나, 자신이 츤데레 연극을 해서 토모하루의 마음에 '좋아하는 사람의 기억'으로 남으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사실 어차피 아니아와 카나데 역시 두번째 세계의 사람이므로 비재화에 대한 간섭은 불가능한데, 아니아가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던가.
그리고 리츠를 만난 후 연구소 라 크로아를 지나 차원잠행챔버 앞에서 나오타카와 만나는데, 여기서 마침내 세계의 비밀이 밝혀지죠. 세계수가 나오는 등 거창합니다만, 결론은 데우스 마키나라고 할지 여하튼 엄청난 적이 중력로를 통해 왔기 때문에 중력로가 있었던 현실과 그 여파로 둘째세계에 날아간 유적들을 다 수정해야하고 덤으로 데우스도 아수라마키나로 없애야한다는 것. 그런데 돌연 그때 라 크로아 및 차원잠행챔버가 있는 중력로에 적들이 침입, 클라이막스에 이르게 됩니다.
한편 모두가 바라던 계약의 행위는 말입니다, 그런거 없으니까 기대를 접으세요.
11~12권은 첫번째 세계였지만 13권 분량은 다시 두번째 세계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아무래도 결말은 2번째 세계의 토모하루가 희생을 하고, 3번째 세계랄까, 모든 것이 해결되고 새로 온 세계로 끝낼 듯한 느낌이 드는데...
12권은 첫번째 세계에서 아수라마키나들을 크라우젠브뤼히 재단측이 노리면서 쓸데없는 싸움에 또 다시 말려드는 구조입니다. 참고로 첫번째 세계에는 아니아측 인물들 외에는 아수라마키나가 알려져있지 않죠.
그리고 카나데는 안타깝게도 12권 말미에서 시로가네로부터 나와 토모하루를 지키다가…….
*글자 뒤에 괄로로 친 것, 예를 들어 A(B) 은 A라 쓰고 B로 읽는 것을 표기한 것.
심홍의 레이저가 방출된다.
방대한 마력에 의한 집속된 작열의 광선.
절대 회피불능의, 초속 30만Km의 죽음의 검.
그러나 그 필살기의 공격은, 나의 눈앞에서 비껴나 갈라진 채 굽혀져, 엉뚱한 방향으로 날가갔다.
"엣......!?"
나도, 그리고 다루아도 경악한채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얼어버린 듯한 침묵의 속에서, 둥실, 하고 춤추듯 내려오는 그림자가 있다. 흑백으로 통일된 교복. 긴 흑발. 오른손에 쥐어진 작은 비수.
날씬한 소녀가 나의 눈앞에 서서, 레이저의 일격을 막았던 것이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타카......츠키."
타카츠키 카나데였다.
"헤더-엇!"
다루아가 고함쳤다. 마치 그 목소리에 겁을 내는 것처럼, 사역마가 레이저를 난사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심홍의 살인광선은, 카나데의 눈앞에서 베어져 굴절돼, 그녀를 상처입히는 것이 불가능하다.
"빛은, 밀도가 다른 공기의 벽에 침입하는 것에 의해, 굴절돼-"
타카츠키가 전신에 휘감고있는 것은 아지랑이였다.
그녀의 주위는 대기가, 급격한 온도의 상승에 의해, 흐물흐물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것은 사막의 신기루가 발생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똑바른 봉을 수중에 넣으면 굽어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열을 받은 공기는 빛을 굽힌다. 타카츠키는, 뜨거워진 공기의 벽을 휘감는 것으로, 레이저공격을 굴절시키고 있었다. 다루아의 사역마의 공격은, 타카츠키에게는 닿지못한다.
"빛을 다루는 건, 당신뿐만이......아니야."
"큭......"
다루아가, 분격한 나머지 말을 잃는다.
재단의 여간부와 대치하는 타카츠키의 모습을, 나는 망연자실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째서야, 라는 중얼거림이 생각치못하게 새어나온다. 어째서 인간화했을 터인 카나데가, 불꽃을 쓰는 악마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지? 어째서 악마 밖에는 들어올 수 없을 터인 중력로의 안에 있지?
"타카츠키......악마의 몸으로 돌아온거야!? 어째서?"
나무라는 듯한 내 물음에, 타카츠키는 미소지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녀의 긴 머리칼의 선단이, 졸졸하고 소리를 내, 투명한 모래처럼 부스러져 떨어진다.
"니아짱에게 부탁해서, 분잡기를 사용했어요. 제가, 그대로 인간의 몸에 남아있어도, 그리 길게는 버티지 못했을......테니까."
"그, 래도, ......"
"제 몸을 해방시키면, 시로가네는 재기동되어 모함에 돌아가요. 그러면 쿠로가네도 부활 가능해요-백과 흑은 본래 하나의 존재이니까."
담담하게 고해지는 타카츠키의 말에, 나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는다.
"태극은 양의를 낳고, 양의는 이윽고 태극에 돌아간다."-가짜 나오타카가 내게 남긴 말을, 타카츠키에게 들려줘서는 안되었던 거다. 내가 눈치채지 못했던 그 말의 진짜 의미에, 머리가 좋은 타카츠키는 눈치채고 있었다.
일찍이 가짜 나오타카는 <쿠로가네>를 자비기(스페어)라고 말했다.
허나, 그것은 동형기인 <시로가네>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2대 중 어딘가가-혹은 양방이 전투로 손실되어도, 자비기(스페어)로 쓰일 수 있도록, 그것을 위해 동형의 아수라마키나를 준비했다.
그 2대에는 부품의 호환성이 있다.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으로, 대파된 상태로부터 부활이 가능하다. 흑과 백은 같은 설계도로부터 만들어져, 그리하여 하나의 기체로 돌아온다.
"하지만......타카츠키의 몸은, <시로가네>로부터 나오면, 더는......"
교복의 소매로부터 엿보이는 타카츠키의 왼손은, 손목 근처까지가, 투명한 유리처럼 변질되어 있었다. 아마도 그녀의 왼손은 이제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
그리고, 비재화의 영향을 받고있는 것은 그녀의 왼손뿐만이 아니다. 이미 한계 가까이까지 비재화가 진행된 타카츠키는, 본래라면 서있는 것조차도 불가능할 터이다. 지금의 그녀는 언제 소멸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그녀가 악마의 능력을 사용하면, 더욱 그녀의 소멸은 빨라진다.
하지만 타카츠키는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는, 비수의 칼집을 뽑는다.
"약속했습니다."
비수의 날을 쥔 그녀의 오른손으로부터, 선혈이 방울져 떨어졌다. 흘러나온 붉은 피가, 작열하는 지옥의 업화로 변한다. 그 불꽃은 이윽고 하나의 검의 형태로 변한다. 타카츠키 일족의 수호검-염월!
"나츠메군은 제가 지킬 거에요-"
그만둬, 라고 저지하는 내 목소리는, 타카츠키에게는 다다르지 못한다. 그녀는 전신에 불꽃을 휘감고 질주. 다루아가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헤더!"
사역마가, 다루아를 감싸 앞으로 나온다. 루비색의 뿔이 빛나, 레이저가 방출된다. 허나 심홍의 섬광은, 타카츠키에게 닿지못한다. 타카츠키가 검을 내려찍어, 작열의 불꽃이 사역마의 얼굴을 태운다. 난처해진 사역마가 움직임을 멈춘다.
"-마정령!"
무방비가 된 사역마에, 나는 마력을 때려넣는다. 대소멸의 능력을 가진 칠흑의 요괴 새가, 사역마의 안면에 작렬한다.
절규가 성당을 흔들었다. 타카츠키의 불곷과 마정령의 직격이, 사역마의 마법방어를 뚫었던 것이다.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사역마는 뿔을 잃어버렸다. 살인광선은 더 이상 쓸 수 없다.
"무슨 짓을......윽!"
분노한 모양인, 다루아가 소리지른다. 그녀의 신체가 흔들려, 배후의 풍경에 녹아간다. 광학미채. 그녀의 마력으로 빛을 조작해, 그대로 도주할 작정인 것이다.
하지만 그 수는 무리였다.
타카츠키가 흩뿌린 지옥의 업화가, 성당내의 대기를 구부려, 빛의 굴절율을 바꾼다. 다루아의 광학미채는 발동하지 않는다. 잘못 나온 합성사진 같이, 쇼트헤어의 여성의 실루엣이, 불꽃에 싸여 비쳐보인다.
그래도 도주하려하는 다루아의 앞에, 타카츠키가 흔들하고 춤추듯 내렸다. 그녀의 지체가 우아한 무용과 같이 춤춘다. 염무.
움직이기 힘든 하이힐에, 타이드한 슈츠가 불타올랐다. 타카츠키에게서 날려져버린 다루아는, 몸을 미처 가누지도 못한채 낙하했다. 거기에는 그녀가 파괴한 성당의 파편들이 널부러져있었다. 귀를 막고싶을 정도의 싫은 소리가 둔하게 울려, 일순 늦게,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다루아가 절규했다. 그녀의 얼굴로부터 선혈이 방울져 떨어졌다.
타카츠키는 나름대로 적당히 해준 듯 하지만, 다루아는 예상이상으로 둔했고, 운도 나빴다. 얼굴 정면으로 파편이 박힌 그녀는, 앞니가 부러져, 코가 부자연스러운 형태로 삐뚤어져있다.
부장처녀의 유체를 파괴해, 나를 죽이려한 대가라 하기에는,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되지만-
"잘도......잘도, 이 내 얼굴을......"
코피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올리며, 다루아는 부락부락 소리질렀다.
"어째서!? 어째서 방해를 하는거야. 우리들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우리들의 조국도, 사랑했던 사람도, 미래도-그러니까 하다못해 "힘"만이라고 내놓으라고! 우리들은 그저 안심하고 싶단 말이야. 이런 불안한 생활은 이제 싫다고! 아수라마키나가 있다면, 더 이상 그런 무서운 경험은 하지않아도 돼. 무서운 건 이제 싫단 말이야-!"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강대한 힘을 손에 넣는다해도, 자신이 가진 것에 집착하는 이상, 안심같은 것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행복해질 리가 없는 것이다.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마저도 던져, 나를 도우러 와준 타카츠키에게, 그녀가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어른인 다루아에게는, 그런 간단한 도리마저도 통용되지 않는다-
"용서못해......나는......너희들을......"
다루아가 슈츠의 품으로부터 뭔가를 꺼낸다.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내게는 한순간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이른바 리모컨으로 보였다. 예를 들자면 자동차의 모형을 원격조작하는 것 같은.
"미드라마르쉬 경!"
다루아가 쥐고있는 것을 눈치채, 그녀가 데려온 병사들이 혈색을 바꾼다.
"기다려주십시오, 기폭장치의 타이머 세트가 아직입니다."
"지금 폭발시키면, 우리들도 말려들어서-"
"닥쳐어어엇!"
반광란의 웃음을 지어보이며, 다루아가 리모컨의 스위치를 누른다. 병사들이 비명을 지른다.
미사오가 얼굴을 굳혀 돌아보며,
"기폭장치라니......"
"폭탄인가!"
나는 성당의 여기저기 설치되있던, 무수의 폭탄의 존재를 눈치채고 놀랐다.
빌딩의 해체현장에서 볼 수 있는듯한, 대량의 폭약을 묶은 리모컨 폭탄. 사역마의 광학미채로 위장되어있던 탓에, 지금까지 그 존재에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농담이 아니야, 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 차원잠행챔버가 파괴되면, 아수라마키나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된다. 지금도 아수라마키나의 안에 봉인되어있는 부장쳐녀들이 죽는다, 는 게 아니다. "신(데우스)"를 쓰러뜨려서 인류를 구할 수단이, 영원히 사라져버린다, 는 것이다.
그런 것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
"제길-" 남겨진 조금뿐의 체력을 모두 짜내어, 나는 무수의 마정령을 소환했다. 나의 마정령의 능력은, 대소멸이다. 폭탄의 폭발 그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도 가능할 터-. 성당내에 여기저기서, 동시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내가 다루는 요괴 새들이 칠흑의 날개를 펼쳐, 그 폭발 자체를 봉한다. 물론 그 효과는 완전하지는 않다. 폭발의 규모가 너무 컸고, 무엇보다도 폭탄의 수가 너무 많았다. 대소멸이 미처 닿지 못한 폭탄이 차례차례 충격파를 일으켜, 차원잠행챔버를 담은 공간 그 자체를 격하게 흔들었다. 폭발은 부장처녀들의 유체를 파괴해, 재단의 병사들도 말려들었다. 그리고, "토모-!" 미사오가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나의 바로 배후에도 폭탄이 있다. 게다가 눈치챘을 때에는, 나의 시야가 거대한 폭염에 휩싸여있었다. 마정령으로는 늦는다. 음속을 넘은 충격파가 우리들에게 닥쳐와, 발아래의 돌계단을 감싸올라온다. 말려든다. 급격한 기압의 변화에 고막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아픔은 없다. 나의 눈앞. 역광의 안에, 불꽃에 휩싸인 소녀의 실루엣이 비쳐졌다. 타카츠키다. 전신에 불꽃을 두른 타카츠키가, 내 방패가 되어, 거기 있었다. 스스로 생성한 거대한 화구로 폭발을 상쇄해, 나를 배후로 감싸 서있다. 나를 지킨다, 라고 한 그녀의 말대로- 그리고 다음의 순간, 정적이 갑작스레 찾아온다. 성당은 아직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지만, 폭발은 이미 끝나있다. 불꽃에 감싸여있던 큰 방이, 대낮처럼 밝혀져있었다. 흩날린 분진과 산소부족으로 숨쉬기가 괴롭다. 하지만 성당은 무사했다. 장치되었던 폭탄의 위력의 태반을, 마정령이 상쇄했기 때문이다. 침묵이 가득찬 성당의 안에서, 챙, 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비수였다. 타카츠키가 가지고 있던 비수가, 칼집에서 빠진 채로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다. 그리고 그뒤를 쫓듯이, 타카츠키의 신체가 천천히 무너졌다.
"타카츠키!"
"타카츠키상-!"
내가 타카츠키의 신체를 안아세워, 미사오가 그녀를 살펴본다.
그런 우리들을 보고, 타카츠키는 미소지었다. 핏기를 잃은 입술이, 떨리는 듯 움직여,
"......미안해요. 실패......해버렸습니다."
얼음같이 차가운 타카츠키의 체온에 흠칫한다.
타카츠키의 신체에는, 예리하게 날카로운 돌기둥의 파편이 몇개나 박혀있었다. 한눈에 치명상이라는 걸 알 정도의 큰 상처다. 허나 타카츠키의 신체로부터는 출혈이 거의 없다. 그녀의 혈액은 그것 자체가 지옥의 업화이다. 그 혈액을 거의 다 소비한 상태다. 그녀에게는 마력이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타카츠키의 오른손이 천천히 올라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나의 뺨을 만진다.
그녀는, 슥하고 내 눈물을 훔친다. 그걸로 나는 자신이 울고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저는, 괜찮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타카츠키는 눈을 가늘게한다.
"타카츠키......"
"나츠메군이, 이런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준 것......기뻤어요. 그러니까, 그것만으로."
조용한 목소리로 타카츠키가 고한다.
"-안돼 그런건!"
그 목소리를 가로막으며, 미사오가 외친다.
지금까지 본적없는듯한 흐트러진 표정으로, 그녀는 타카츠키에게 달라붙어,
"타카츠키상은......카나데짱은, 좀 더 행복해져도 돼! 원하는 건 원한다고 당당하게 외쳐도 되었다고! 이런 유령 시누이 딸린 헤타레로 좋다면 얼마든지 줄테니까, 그러니까-"
"시누이?"
너무나도 일상적이어서 장소에 맞지않는 그 단어에, 타카츠키는 약간 놀란듯한 눈을 떠 보고는,
"근사하, 네요......그렇게 될 수 있다면......정말로"
근심없는 순진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최고로 아름다운 웃는 얼굴.
"타카츠키......기다려. 곧 리츠상이나 아니아 일행이 있는 곳에 데려다줄테니까......."
데려가봤자 어떻게 할수있나, 라는 생각을 안한 건 아니다.
타카츠키의 육체는 이제 한계인 것이다. 리츠상이나 아니아에게도, 어떻게 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달리 어떻게 하면 될지, 난 알지못하는 것이다.
그때, 슥, 하고 타카츠키의 양팔이 내 목덜미를 감싸안았다.
마치 입맞춤을 바라는듯이, 그녀는, 내게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그리고 내 귀에 상냥하게 속삭였다.
"나츠메 토모하루-그대는 나, 타카츠키 카나데 일생의 계약자가 될 것을 맹세하는가?"
대답을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아아. 맹세해! 그러니까-"
나는 진지한 눈빛으로, 타카츠키를 바라본다.
타카츠키는 나의 시야 가득, 행복한 웃는 얼굴의 잔상을 남기며,
"허락합니다."
분명 그녀의 입술은, 그렇게 움직였다.
그것으로 타카츠키의 전신으로부터 힘이 빠졌다. 놀라울 정도로 가벼운 그녀의 신체를 안아올린 채로, 나는 그 장소에 서있었다. 타카츠키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만약 그녀로부터 대답이 없다면-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무서웠던 것이다.
"......"
미사오는 울고있지 않았다. 초점이 맞지않는 눈을 크게 뜬채, 입술을 깨물고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고있다. 만약 자신이 울어버린다면, 두번 다시 타카츠키가 눈을 뜨지않는다고. 그렇게 완고히 믿고있는 듯이-
폭연이 점차 잦아든다.
눈앞에는 의외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다루아와 그녀의 사역마의 모습이 있다.
폭발의 여파에 휩쓸렸는지, 그녀들은 상당한 상처를 입고있었다. 그것으로 거꾸로 냉정함을 되찾은 건지도 모른다. 눈동자에 무자비한 빛을 띠며, 우리들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다.
"흐응......죽은거야, 그애?"
부러진 앞니가 섞인 침을 뿜으며, 다루아가 난폭하게 말을 내뱉는다.
"그래서 어쩔거야. 아직도 더할 셈?"
"......"
나는 무언으로 그녀들을 바라봤다. 다루아의 사역마의 뿔은 부러진 채. 허나, 비늘에 덮혀있었던 그 양눈이 열려있었다.
거대한 안구는 뿔과 같은 루비색. 그것만으로 나는 이해했다. 이 사역마는, 뿔뿐만 아니라 양눈으로부터도 레이저를 쏜다. 그것도 엄청나게 강력한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와선 아무래도 좋은 거다.
"사라져."
나는 한숨과도 같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고했다.
흠칫, 하고 그녀의 관자놀이가 당겨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고 계속한다.
"지금이라면 아직 눈감아줄테니까.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내 앞에서 사라져. 그리고 두번 다시 나타나지마."
"너, 누구에게 향해서 입을 놀리고 있는지 알아?"
다루아의 입술이 분노에 떤다.
"마력을 다 쓴 수컷형악마 1체로, 내 헤더에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이제 됐어, 토모."
미사오가 조용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어딘가 외로운 미소를 지은 그녀는, 불쌍하다는 듯한 눈으로 다루아와 그녀의 사역마를 바라보고,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돼. 미사오가 허락할게......그러니까."
아아, 하고 나는 고개를 끄떡여, 나오타카에게 받은 손목시계를 본다.
약속의 1천초는 지나있다.
"-와라, 쿠로가네!"
응축된 분도와 함께, 나는 그 이름을 부른다.
갈라진 돌계단의 위에, 불꽃이 비쳐나오던 나의 그림자. 그것이 흔들리며 색을 바꿔간다. 칠흑의 허무의 어둠의 색으로.
그 어둠의 색을 찢는듯이, 나타난 것은 하나의 팔이었다. 기계장치의, 거대한 팔이다.
기계장치의 악마. 아수라마키나.
두꺼운 갑옷의 안쪽에 무수한 톱니바퀴가 연동해, 짐승의 포효와 닮은 굉음을 낸다.
"아수라마키나!?"
다루아가 양손을 벌리며 소리쳤다. 핏줄선 그녀의 양눈이, 환희의 빛을 머금어 반짝인다.
"모함으로부터 양자전송돼온거야!? 굉장한 기술력이야. 굉장해, 이 힘이 있다면-"
그녀의 말에는 더 이상, 난 흥미가 없었다. 그것은 내가 조종하는 아수라마키나도 같다.
다루아의 사역마를 향해 <쿠로가네>가 왼쪽 주먹을 쥐어올린다.
쥔 주먹으로부터, 어둠이 흘러나온다. 거대한 마력이 낳는 중력구다.
여유를 담은 표정으로 웃는 다루아.
"무리야. 빛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헤더에게 너의 공격은 맞지않-"
그녀의 여유로운 표정이, 말의 도중에 얼어붙는다.
그녀의 사역마의 주위를, 무수한 공간의 균열이 둘러싸고 있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빛을......어쨌다고?"
나는 냉담한 말투로 되물었다. <쿠로가네>가 오른손에 쥔 것은, 하나의 거대한 검이었다. 휘둘러내려진 은색의 검이, 공간에 무지개색의 궤적을 그린다.
"뭐야, 그 검......"
다루아가 목소리를 떨었다. 아수라마키나가 쥔 거대한 검이, 공간 그 자체를 갈라 찢는 마검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설마......갈라놓은 공간으로......헤더를 가두는 우리를......"
공간의 찢겨진 사이에 사로잡힌 다루아의 사역마는 움직일 수 없다. 나는 그것을 차분한 눈으로 바라본다. 공간절단능력은, 아수라마키나 <시로가네>의 능력이다. 나의 <쿠로가네>는 이 마검을, 요우의 <시로가네>로부터 계승한 것이다.
"설령 빛을 굴절시켜 모습을 감춘다고 해도, 순간이동하는 건 아니야. 신체를 통과시킬수 있을 만큼의 틈이 없다면, 거기서부턴 움직일수 없지?"
"큭......헤더, 쏴. 이제 됐어, 저 꼬마를 죽여버려-!"
흘러나와 떨어지는 코피를 닦으며, 다루아가 외쳤다.
사역마의 양눈으로부터, 동시에 무수의 레이저광선이 발사된다.
그것은 일순에 내게 도달해, 나의 전신을 꿰뚫을-터였다.
허나, 그 심홍의 광선은 내 눈앞에서 진로를 바꿔, <쿠로가네>의 왼손에 빨려들어간다. 어둠의 색의 중력구를 쥔 왼손에-
"......그런......중력으로 빛을 비틀어굽혀......"
다루아의 목소리는 도중에 중단되었다. <쿠로가네>가 치켜든 주먹의 주위에, 마법진이 떠올랐던 것이다. 일곱 층으로 된 마법진은, 하나하나가 마치 거대한 톱니바퀴와 같이 회전해, 이윽고 거대한 포신과 같이 동일한 간격으로 정렬된다.
"-어둠보다 어둔 심연으로부터 나온"
<쿠로가네>가 왼손을 내려친다.
왼손으로부터 풀려난 중력구는, 마법진을 통과할때마다 단계적으로 가속. 최후의 마법진을 통과했을 때,
"그것은 과학의 빛이 드리우는 그림자-!"
그것은 초고속의 포탄이 되어 사역마를 향해 사출되었다.
그리고 공간의 찢겨진 사이에 갖힌 사역마는, 움직이지 못한다.
"헤더!"
다루아가 절규한다. 무시무시한 격돌음이 울렸다. 중력구는 사역마의 거체를 날려버려, 그대로 허무의 어둠 속으로 빨아들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자기 몸을 찢는 것 같은 격통에, 다루아가 절규한다.
하지만 <쿠로가네>는 아직 멈추지 않는다. 벌벌 떨고있는 재단의 여간부를 향해서, 오른손의 검을 높이 들어올린다. 그녀는 타카츠키의 원수-인 것이다.
<쿠로가네>가 검을 내려친다. 격돌음. 그리고 비명.
"히, 히이-......익!"
은색의 검은, 대성당의 돌계단을 깨고, 주저앉은 다루아의 양다리의 틈에 박혀있었다. 다루아는 이미 흰자위를 드러낸채 기절해있다. 칠칠치못하게 입술을 반쯤 연채인 그녀의 입으로부터, 의미를 알수없는 헛소리가 새어나온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그녀의 모국의 말로, 누군가에게 사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내 발아래의 그림자 안으로, 천천히 <쿠로가네>가 가라앉아간다. 역할을 끝내고, 격납고로 돌아간 것이다. 어둠보다도 어두운 심연의 바닥으로-
짝짝, 하고 어디서부턴가 박수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 바로 다음이었다. 느릿느릿하게 뒤도니, 조금 떨어진 돌무더기 위에, 거대한 올빼미를 거느린 검은 옷의 소년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박수의 의미는, 약속을 지켜서 시간을 끌어주었던 것에 대한 사례일까. 아니면 다루아를 죽이지 않은 것에 대한 칭찬일까.
"위쪽도 어떻게든 정리한 것 같은데."
타카츠키를 껴안은 채인 내게, 나오타카는 한가하게 그리 고했다.
"위?"
연구소, 라 크로아 말인가.
그래, 라고 나오타카는 고개를 끄떡이고,
"라 크로아에 설치한 경비장치가 발동해서 말야. 재단의 병사들은, 모두, 생각치못한 불행한 사고를 당했다나."
"불행한 사고......"
나는 이런이런하고 머리를 흔든다. 아니아의 소행인가.
럭키이터의 악마인 아니아는, 물건에 담겨있는 운기를 빨아들이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그것이 건물자체의 운기라 해도.
그리고 저주받은 그 건물에 발을 들인 인간은, 장소에 따라선, 죽음에 처할 정도의 불행한 꼴을 당하게 된다-
"재단의 행동부대는 이걸로 궤멸이군. 크라우젠브뤼히 재단의 본체는, 금융투자가 메인인 보통의 인간들이다. 아마도 이번 1건으로, 녀석은 아수라크라잉으로부터 손을 때겠지."
"그런가."
다행이다, 하고 나는 마음 깊이 그리 생각했다. 이걸로 어쨌든 아수라크라잉의 모함이 위협받는 일은 없어진 셈이다. 타카츠기의 죽음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타카츠키는 정말로 우리들을 지켜주었던 것이다. 나와 나눈 약속대로.
"......그녀는 죽은거냐. 완전히 비재화하기 전에......?"
내 팔에 안긴 타카츠키를 보며, 나오타카는 묻는다.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떡이는 나를 보고, 그는 찰칵찰칵하고 손목시계의 베젤을 돌린다.
"흐-응-. 운이 좋았네."
마치 타인의 일처럼 그런 말을 한다.
"운이......좋았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떠 나오타카를 노려보았다. 갈곳없는 비통한 감정이, 분노로 변한다.
하지만 나오타카는, 그런 내 분노를 미풍처럼 받아흘리고는,
"그래. 최초에 그렇게 말했잖아. 네 선택지가 하나 늘었다, 라고."
나오타카는 양팔에 맨 시계를, 딱딱하고 두드린다.
딱딱, 딱딱, 딱딱, 딱딱-
"자아......슬슬 시간오버다. 대답을 들어볼까, 나츠메 토모하루?"
검은 옷의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마치 악마와 같은 광기의 웃음을 띠었다.
에필로그
앞으로 수시간이면 날이 바뀐다.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의 해질녘이었다.
어슴프레한 가로등이 밝히는 거리. 평범한 주택가의 일각에, 근처로부터 격리된 것 같이 세워진 낡은 가옥의 모습이 있다. 마당의 거대한 벚꽃나무가 눈에 띠는 벽돌구조의 양옥. 메이오우 저택.
그 벚꽃나무의 뿌리부분에, 한 소녀가 서있었다.
검은 가죽과 붉은 체크를 기조로 한 고딕풍의 패션. 사무라이를 연상시키는 펑크한 머리모양. 등에는 일본도를 담은 가죽케이스. 다리에 감긴 붕대가 아직 조금 아픈듯 하나, 그것도 패션으로 걸치고 있는-그런 분위기의 소녀였다. 키타카 아키.
그녀의 어깨에는, 회색의 올빼미가 있다.
"배웅하러 온 건 우리들뿐인가."
아키상이, 가까이온 우리들을 눈치 채고 돌아보았다.
나는 옆에 떠있는 미사오를 보았고, 그녀는 약간만 놀란듯이 눈썹을 올렸다. 그러나, 그것이상은 아무것도 물어오지않는다. 변함없이 느긋한 사람이다.
"죄송합니다. 토오루 회장에게는,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이유가 있으니까."
내가 애매하게 변명을 하니,
"아아, 그렇게 말했었지. 알았다. 토오루에게는 비밀도 해두지."
아키상은, 그렇게 말하고 장난스러운 눈을 가늘게 한다. 감사합니다, 하고 나는 머리를 숙인다.
그런 나의 머리를, 팡팡하고, 아키상은 격려하는듯이 두드렸다.
"힘내, 라고 말해도 될까나, 나츠메 토모하루."
"네."
복잡한 기분으로 그렇게 대답한다. 나는 이제부터 그녀를 되살리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2바퀴째의 세계"에 돌아가려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기......정말 신세를 졌습니다." "아니. 이쪽이야말로 귀중한 경험을 했어. 고마워." 미소짓는 아키상에게, 나는 한번 더 깊이 예를 표한다. 이 사람과 만나서 다행이다, 라고 짐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만약, "1바퀴째의 세계"에서 아키상과 만나지 못했다면, 이렇게 무사히 미사오와 재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기에, 그녀를 되살리려하고 있는 토키야나 토오루회장들의 기분도, 죽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을 것이다. "아참......또 한사람, 배웅하러 와줬다보네." 아키상의 말을 듣고, 나는 뒤를 돌아본다. 메이오우 저택의 문앞에 라쿠로와고교의 교복을 입은 소녀가 한명 서있었다. 커다란 눈동자가, 깊이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다. 가볍게 호흡이 흐트러져있는 것은, 여기까지 달려왔기 때문이겠지. 내뱉는 숨이 하얀 김으로 나온다. "야아." 나는, 미덥지못한 미소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일단 전언을 부탁하긴 했지만, 정말로 만날지 어떨지는 미지수였다. 그래도, 또 한번, 그녀와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거다. "미안하네. 이런 곳에 불러서." "......토모." 오오하라 안이 천천히 내쪽으로 걸어온다. 여전한 동안이지만, 아주 조금은 어른스럽게 보이는 것은, 울음이 터져나오려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탓일까. "가버리는거네. 어딘가 먼 곳으로." 커다란 눈동자로 정면으로부터 응시되어, 나는 잠시동안, 침묵했다. 준비해놓은 거짓말 대신, 고개를 조금 끄떡이는 것을 택한다. "응." 안이 큭하고 소리를 올려 웃었다. 보는 사람에게 힘을 주는 것 같은 강한 미소. "그런가. 가지않으면 안되는 거네." "에?" "어쩐지 모르게, 알았어. 넌, 내가 아는 토모하루가 아니지만, 그렇지만 역시 토모하루야. 입다물고 있지 않게되면 편할텐데도, 그게 가능하지 않은 서투른 부분, 응, 좋아했었지......" 나는 가만히 입술을 깨문다. 눈을 감고, 이전에 자신이 형이라 불렀던 남자의 기분을 상상한다. 자신이 녀석의 입장이었다고 해서, 여기 있는 동급생에게 무엇을 전하면 될것인가. 그 대답은 이미 전에 나와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잘못이 아니다,라는 확신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나 자신이기도 하니까- "그 녀석은 말이야, 지키고싶었던거야. 안 같은 사람들과 만났던 이 세계를." "에?" 안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한다. 나는 그녀에게 강하게 웃음을 짓고, "세계가 막다른 길이 아니라, 지금부터도 죽 이어진다면......이 세계에 있는 안 같은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아. 설령 과거의 역사가 덮어씌어져도 "2바퀴째의 세계"는 1바퀴째에는 영향을 미치지못하니까." 이 세계는 머지않아 멸망한다. 하지만, 그것은 "형"이 시간을 되돌렸기 때문은 아니다. 모래에 남은 발자취를 지우고, 다른 발자취를 새겨도, 먼저 지나가버린 인간은 무관계다. 눈치채기만 하면 간단한 것이었다. 나도 다루아도, 먼 미래에 기다리고 있는 불행에 관심을 뺏겨 착각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 세계의 사람들은 구할 수 없다고 믿었던 것인가. 2바퀴째의 세계 같은 것은 관계없다. 최후까지 노 컨티뉴로 달려넘어가버리면, 세이브포인트 같은 건 필요없는 것이다. 여기에 있는 안 일행은, 우리들보다도 1년 앞의 미래를 가고있다. 우리들은 그녀들과는 1바퀴 늦어서, 다른 풍경을 보며 따라간다. 2번 다시 이렇게 말을 나누는 것은 불가능해도, 그녀들이, 우리들과 같이, 상처입거나 헤매거나 울거나 웃거나 하며 살아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1번째의 세계"는, 멸망해버린 것이 아니다. 아직 늦지않을 수 있는 것이다. 늦지않기위해, 이쪽의 세계의 나츠메 토모하루는, "2바퀴째"로 날아간 것이다. "1바퀴째의 세계"에서는 쓸 수 없는, 아수라마키나를 불러오기위해서. "신(데우스)"를 쓰러뜨릴 힘을 손에 얻기 위해서- "그런거지,아니아." 나는 천천히 돌이킨다. 메이오우 저택의 현관문을 열고, 붉은 머플러와 검은 옷을 입은 한명의 소녀가 서있다. 라크로우고교의 마녀. 아니아 포르츄나. "아아 맞다, 토모하루-"쿠로가네 개"의 준비는 괜찮겠지?" 드릴비트같이 소용돌이치는 금발을 휘날리며, 아니아가 거만하게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떡인다. "쿠로가네 개" -공간제어와 중력제어의 능력을 함께 가진 아수라마키나. 그것은 카가야키 토키야가 손에 넣은 아수라마키나 <하가네>와 같은 능력. 시공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다. "2바퀴째의 세계"에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미안하구나, 히구치. 이런것까지 옮기게 해서-신세를 졌다." 아니아는 그렇게 말하고, 배후에 따라온 히구치로부터, 은색의 슈트케이스를 받아쥔다. 역시 5년이나 이 세계에서 지내왔던만큼 그녀는 짐이 많다. 거의 이사하는 느낌이다. "뭐, 신경쓰지마." 히구치는 변함없이 대담한 웃음을 짓고는, 아니아와 악수를 나눈다. 이어서 나와 서로의 주먹을 부딪힌다. "세계의 멸망도 매력적이지만, 신과 싸우는 것도 나쁘니 않으니까 말야. 잘하면, 어떻게해서 사진1장이라도 가져와줘." 속 편하게도 말하는구나, 하고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그것이 무리가 아닌 기분이 드니까 신기하다. "봐, 토모......" 미사오가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그녀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뺨에 차가운 것이 떨어진다. 춤추며 내려오는 하얀 박편. "눈인가......쌀쌀하니까." 아키상이, 어딘가 즐거운듯한 투로 말한다. "예쁘다. 마치 벚꽃잎 같네." 안이 양손을 벌린 채로 가지 너머 펼쳐지는 밤하늘을 바라본다. 우리들은 잠시동안 그런 채 무언으로, 내리는 눈을 응시했다. "저기, 토모. 그녀는......" 마침내 안이, 내 옆얼굴을 바라보며 물어왔다. 메이오우 저택의 이름의 유래이기도 한 벚꽃의 거목. 그 뿌리부분에, 금속제의 상자가 눕혀져있었다. 관 같은 크기의 은색의 상자. 그 상면에는 유리가 끼워져, 안쪽의 상태가 어렴풋이 들여다보인다.금속제의 프레임으로 고정되어, 대량의 튜브와 코드가 접속된 원통형의 캡슐. 캡슐 안에는, 1명의 소녀가 죽은듯이 잠들어있다. 칠흑의 윤기가 도는 장발과, 투명한 듯한 흰 피부. 인간을 넘어선 미모의 소녀. 이 세계에서는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않을 타카츠키 카나데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나는 그 말을 입에 담는다.
"나의......계약악마(연인)이야."
*차원잠행챔버란 쉽게 말해 안과 밖이 없는 다른 세계의 공간인데 아수라마키나들이 격납되어 있는 모함입니다. 행방불명되었었던 미사오도 여기 있으면서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되었지요. 또 쿠로가네를 조종할 수 있게 된 건 시로가네로부터 카나데가 나왔기 때문에 시로가네로부터 부품을 받아 고친 것이죠. 두 기체가 사실은 서로 하나라더군요. 이것을 눈치챘기에 카나데는 스스로 백은으로부터 나온 것이고요. 어차피 세계의 거부반응 때문에 어떤 몸에 있든 그녀는 곧 죽을 운명이었다 하더군요.
*사실 좀더 안타까운 것은 미사오도 희생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사오와 토모하루가 재회하기 직전, 리츠는 토모하루에게 미사오를 희생시켜 2번째 세계로 돌아갈지, 아니면 그녀를 쿠로가네로부터 분리할지 선택할 기회를 줍니다. 토모하루는 미사오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냥 미사오를 구하고 이 세계에서 함께 멸망해갈까 하고 생각합니다만, 그때 미사오가 나타나서 재회를 하게됩니다. 여기서 미사오는 자신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구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마음이었기에 카다네에게 토모하루를 양보할 생각도 할 수 있었던거지요. 그래서 위의 발췌한 부분에서 토모하루에게 더 이상 참지말라고, 자신이 허락할테니 쿠로가네를 사용하라고 하는 겁니다.
*최근 발매된 13권 내용을 보면 어째 토모하루 하렘완성기에서 그냥 끝나는 기분입니다. 좀 난감합니다. 카나데는 절대 다수의 희망대로 됩니다만, 끝이 좀 유감이네요. 사실 나오타카가 이미 힌트를 주고 있었고, 에필로그에서도 '이 세계에서는'이라는 단서가 붙어있었으니 뻔히 예상가능한 일입니다만, 여하튼 주인공이 바뀌어서 2부가 계속된다고 하니 어찌될지 알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토모하루는 11권에서 비록 그것이 상황상 나온 말이긴 하지만 카나데에게 고백을 했었고, 마지막에는 미사오도 승낙한 가운데 카나데를 진정 자신의 '연인'이라 선언했으니 이것만으로 의미는 있겠지요.
PS.
애니 2기가 1기처럼 세세한 부분만 오리지널로 해서 큰 줄기는 소설을 따른다면, 비극으로 끝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중간부터 완전 오리지널로 갈지도 모르겠습니다만.